킹크랩 고르는 나만의 노하우

연말이면 빠지지 않고 킹크랩으로 송년 회식을 하다 보니 - 뭐, 그렇다고 해서 송년 회식이 그거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지만 ^^ - 나름대로 킹크랩 고르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킹크랩으로 송년회 한 얘기는 다음에 잘 나와 있으니 그 얘기를 참조하시면 되고, 저 나름대로 킹크랩을 고르는 노하우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킹크랩이 좀 비싼 음식이라는 생각이 있고, 쉽게 접할 수가 없다 보니 막연한 부담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 번 질러 놓고 보면, 어디 가서 고기나 회 먹으면서 하는 회식하고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들거든요. 물론 킹크랩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서 먹으면 턱없이 비싸지만, 직접 사다가 쪄 먹거나, 수산시장에 있는 식당에 가서 먹으면 그렇게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매년 해 먹고 ^^ 회사에서 한 번 했으면, 집에 가서도 한 번 하고, 뭐 그렇게 되는 거지요.

자, 일단 킹크랩을 사러 수산시장으로 가야 합니다. 가락시장이나 노량진수산시장이 규모도  크고, 물량도 많으니 될 수 있으면 저는 이 두 곳 중에 한 곳을 찾습니다. 처음 킹크랩 사러 시장엘 가면 좀 어리버리합니다. 어느 집에서 뭘 사야할지, 어떤 것을 사야할지 잘 모르니 시장 가는 일이 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정보를 잘 모르고 시장에 갔다가는 이상한 상인들 - 꼭 한 두명 쯤은 있더군요. 호객행위 열심히 하면서 심지어 팔까지 잡아 끄는.... 이런 사람들 따라 갔다가 잘 사는 경우 한 번도 못 봤습니다. - 따라가면 피박 씁니다. 그러니 몇 가지 정보를 알고 가시는 것이 좋은데...

저는 일단 시장에 전화를 해서 시세를 알아보고 갑니다. 이미 몇 번 가서 사실 단골집이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하기도 한데요, 혹시 시세를 모르시고 갔다면 몇 군데 물어보면서 시세를 파악하시는 게 좋습니다. 사실 시장 안에서 시세는 대개 비슷합니다. 오픈된 공간에 있는데 어느 한 집만 특히 비싸고, 어느 한 집이 특히 싼 일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시세를 물어볼 때, 대상으로 하는 킹크랩 종류가 다르다는 겁니다.

킹크랩은 보통 레드, 블루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수산시장에서 이 맘 때쯤 파는 커다란 게들은 다음 몇 가지 정도입니다. 일단 외형상으로 구분해 보면 첫째, 대게가 있습니다. 다리가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서 대게라고 하니까 다리가 매끈한 넘이 대게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락시장이나 농수산물 시장에 들어와 있는 대게는 대부분 러시아 등에서 들어온 거더군요. 영덕대게나 이런 거는 따로 취급하는 곳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제 경험으로 수입한 대게는 다리에는 살이 많은데 몸통에는 별로 먹을 게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영덕대게는 한 번도 못 먹어 봤습니다.

다음으로 털게입니다. 털게는 딱 봐도 저게 털게구나 아실 수 있습니다. 털이 무척 많거든요. 대게보다는 살이 많아 꽤 먹을만 합니다만 털이 손가락을 마구 찔러댈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먹는 도중에 손가락 찔리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한 번 당하고 나서는 별로 들이대고 싶지 않더군요.

마지막으로 킹크랩입니다. 시세를 물어볼 때 제일 헷갈리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킹크랩에는 레드, 블루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그걸로 구분할 재주가 없고 일단 크기로 구분합니다. 딱 보면 정말 외계인처럼 무섭게 생긴 큰 놈들이 있고, 그냥 대게나 털게 같은 정도의 놈들이 있습니다. 큰 놈들은 대개 무게가 2.2kg에서 3kg  정도까지 나가고 작은 놈들은 1kg에서 1.8kg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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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이 큰 놈, 오른편이 작은 놈입니다. 얼추 구분이 되시나요?


일단 큰 놈이 작은 놈들보다 비쌉니다. 그리고 비싼 대신 맛도 좋습니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지요. 킹크랩은 kg당 얼마 이런 식으로 가격을 부릅니다. 큰 놈들은 쌀 때는 kg당 2만원대 초반에서 비쌀 때는 3만 5천원까지 갑니다. 보통 2.5kg 정도라고 하고 kg 당 가격이 3만원이라고 하면 이 넘은 한 마리에 약 7만5천원이 됩니다.

작은 놈들은 kg당 1만5천원에서 2만5천원까지 합니다. 큰 놈들보다 kg당 1만원 정도씩 싼 셈입니다. 작은 놈들도 그런데로 맛이 좋습니다만 아무래도 큰 놈들에 비해서는 맛이 떨어집니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처음에는 작은 놈들부터 드시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은 작은 놈들을 많이 구입하시더군요.

그런데 시세를 물어볼 때 헷갈리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집은 큰 놈으로 얘기하고 어떤 집은 작은 놈으로 얘기했다고 합시다. 큰 놈과 작은 놈을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큰 놈을 기준으로 시세를 부른 집은 비싼 집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그러니까 시세를 알아보실 때는 큰 놈은 얼마, 작은 놈은 얼마 이렇게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에 가 보시면 큰 놈과 작은 놈이 다 있고 외견 상으로 확실히 구분할 수 있으니까 가격도 구분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시세를 다 물어보셨고 대충 흥정할 만한 집이 생겼다면 이제 킹크랩을 고르는 일만 남았습니다. 기왕이면 큰 놈이 맛있습니다만 ^^ 상황에 따라서 큰 놈이나 작은 놈을 고르시면 되고, 두 가지를 섞어 고르셔도 되죠. 가격 협상은 소비자의 능력(!)과 ^^ 상인의 기분(!) ^^에 따라 조금씩 좌우될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값을 주고도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골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수조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녀석을 고르세요. 제 경험으로 킹크랩은 사다가 집에 놔둬도 하루 동안은 살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질긴 놈들인데 사가지고 가는 동안 죽었다면 이건 조금 의심해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일단 수조에서 가장 열심히 움직이는 녀석을 달라고 하세요. 그렇게 힘 좋게 움직이는 놈은 쪄 놓아도 살이 탱탱하고 가득차 있는데, 죽은 킹크랩은 물이 많고 살이 꽉 차 있지를 못합니다.

킹크랩은 또 수컷과 암컷에 따라 값이 다릅니다. 암컷이 수컷보다 쌉니다. 암컷은 알이 있고 알 무게가 있어 수컷보다 아무래도 살이 적고 무게만 많이 나가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은 수컷을 팔지만, 암컷을 섞어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일 황당한 건, 수컷이라고 해 놓고 암컷을 주는 경웁니다. 몇 년 전에 제가 한 번 당했던 일이지요.

사실 소비자는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킹크랩을 사면서 꼭 그 가게 명함을 받습니다. 예전에 속았을 때는 가게 이름을 잘 확인하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현금을 줘 버리는 바람에 어떤 가게에서 샀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 뒤로는 꼭 가게 명함을 받아 둡니다. 지금은 단골집이 생겨서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만, 처음 가시는 분들은 꼭 받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마리 살 때보다 여러 마리 살 때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한 마리는 잘 보고 사지만 여러 마리를 사다 보면 상인이 넣는 대로 받아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러 마리 사실 때도 일일이 싱싱한 놈으로 직접 고르세요.

이제 킹크랩을 사셨으니 가서 쪄 드시면 되겠지요. 찌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찜통에 뒤집어 넣고(그래야만 내장이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소주를 한 잔 정도 붓고 삽십 오분에서 사십 분 정도 찝니다. 사실 소주는 습관적으로 부어서, 넣지 않는 경우에 냄새가 심하게 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꺼내서 드시는 거죠. 이걸로 끝. 정말 간단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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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드실 때는 가위가 필수입니다. 일단 가위로 다리를 다 잘라내고 몸통을 잘 발라 냅니다. 게 뚜껑과 몸통 사이에 가위를 넣어 자른 후 몸통과 뚜껑을 분리합니다. 뚜껑에 남아 있는 국물로는 밥을 볶아 먹으면 그만이고요, 몸통에 있는 수염이나 기타 잡스런 것들은 잘라내고 살을 발라 먹습니다.

밥을 볶을 때는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주시는 것이 좋고, 취향에 따라서 달걀이나 날치알을 넣으면 나름대로 특별한 맛이 납니다. 밥을 다 볶고 김가루를 빼 놓지 마세요. 김가루가 듬뿍들어갈 수록 고소합니다만, 소금 양념이 된 김가루를 너무 많이 넣으면 많이 짜지겠지요? 그건 알아서 조절하시고요. 김가루를 넣지 않고 김치와 날치알 등을 넣고 볶은 후에 그 밥을 김에 싸 먹어도 맛있습니다. 킹크랩 먹는 과정에 대한 사진과 글은 맨 위에서 소개했던 블로그들에 다 나와 있으니 저는 다시 쓰지 않을랍니다.



수산 전문가들이 보시면 좀 엉성한 글이 되겠습니다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나름대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매년 킹크랩은 연말을 지나고 새해가 되면서 가격이 조금 떨어졌던 걸로 기억하니까 새해를 맞아 가족들끼리 식하실 때 맛있는 킹크랩 사다가 직접 쪄서 먹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일 년에 두어 번 정도 먹는, 그런 맛이니까요.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7.12.31 22: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제 암놈과 숫놈을 구별하는 게 과제군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2.31 23: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글쎄 충실하고 스마트한 소비자가 이제는 진정한 전문가가 아닐까?.. ^^
    그런면에서 최소한 킹크랩 하나는 소비자로써 전문가로 인정합니다.
    이 포스트... 슈퍼어답터에도 다듬어서 간략히 올려주시죠.. ^^ 요령만 쫙 뽑아서리.. ^^

  • 진주애비 2008.01.02 21: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햐~멋진 송년파티를 보내셨네요..^^

  • 알렉스 2008.01.03 08: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삼~ 엊그제 우연히 정현아범을 만났어요~ 파찌형님이 개업 하셨다고 하던데....
    빠른시일내에 신년모임 해줘야 할것 같아서.... 형님 벙개 함 쳐주세요~

게 맛 나는 겨울, 이번엔 '미국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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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가면 레돈도 비치라는 곳이 있다. 솔직히 LA에서 바다가 그렇게 가깝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해봤다. 가만히 지도를 떠올려 보면, LA도 틀림 없이 바다에 인접한 곳인데, 어쩌다 한 번 가는 나로서는 LA와 바다를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킹크랩을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레돈도 비치엔 킹크랩과 회를 먹을 수 있는 한국 식당이 있다. 주인도, 종업원도, 그리고 손님도 대부분이 한국 사람인, 그런 한국 식당이다. 한국에서 즐겨먹던 소주 '처음처럼'의 미국 버전을 만난 것도 여기가 처음이었다.

물론 킹크랩을 먹기 위해서 찾아갔으니 주문한 건 당연히 킹크랩.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킹크랩과는 생김새가 좀 달랐다. 알라스카산 킹크랩처럼 우툴두툴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게처럼 늘씬하게 다리가 길지도 않고, 털게처럼 다리가 짧으면서 맨질맨질한 껍질을 가지고 있었다.

먹는 방법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가위를 쓴다. 가위로 자르고 껍질을 벗겨내는데 여기선 사람마다 나무 망치를 하나씩 준다. 나무 망치로 살살 두드려 껍질을 깬 다음에 살을 발라낸다. 아무래도 껍질이 단단하니 그렇게 먹어야 하는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하긴, 식당에서 가위를 볼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듯도 하다. 하지만 가위가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가.

미국게라고 해서 버터 냄새(!)가 특별히 더 나는 건 아니다(솔직히 맛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다 ^^). 그러나 여느 게와 비슷한 맛, 커다란 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맛은 비슷했다. 소주를 반주로, 그렇게 미국게는 우리 입속으로 들어갔다.

네 마리 정도 나왔을 테고, 가격은 100불 근처였던 듯.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보단 많이 싸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우리나라도 게 값이 떨어질 때는 킬로그램당 1만5-6천원까지 가기도 하니, 조만간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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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맛 나는 겨울, 이번엔 '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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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게가 커서 대게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하긴 이 정도 상식은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우리나라 영덕대게, 울진대게가 유명한데 이들은 11월부터 시작해서 5월말까지 잡는다고 한다. 올해는 대게가 미처 다 자라지 못해 어민들이 11월까지 잡지 않기로 하고, 12월부터 잡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들린다.

하지만, 겨울에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대게는 러시아산 대게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난 영덕대게, 혹은 울진대게를 먹어보지 못했고 이들과 러시아산 대게를 구분하는 법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맘 편하게 러시아산 대게를 사 먹는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해 본다.

킹크랩 사러 갔다가 비싸서 못 산 날, 대게는 킬로그램에 2만원이라 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대게 두 마리를 골라 스티로폼 박스에 담았다. 쪄 먹기는 킹크랩이나 털게와 마찬가지. 웬지 힘쎄 보이는 녀석의 무기를 조심하면서 찜통에 담았다.

맘 내키는 대로 부은 소주와 함께 쪄내길 30분. 막 쪄낸 뜨거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씬한 녀석의 다리를 하나씩 잘라 냈다. 대나무 같은 다리 속엔 살이 꽉꽉. 관절 부위를 살짝 비틀어 살을 꺼내먹는 재미도 쏠쏠찮다. 어째 먹는 모습을 표현하는 어휘들이 영 맘에 안들지만 실제로 그런 걸 어쩌겠는가.

열심히 움직이는 넘이라 다리에 살이 많은가 보다. 털게는 움직이지 않는 넘이라 다리엔 살이 없고 몸통엔 살이 많은가 보다. 쓰잘데기 없는 추측을 해대며 대게의 몸통을 여는 순간, 어랏, 쓰잘데기 없는 농담이 맞어 떨어지고 말았다. 다리에 살이 많은 대신 몸통엔 거의 먹을 만한 살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밥을 볶아먹을 만한 국물 조차도..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대게를 한 번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게는 기왕이면 다리에도 살이 많고 몸통에도 살이 많은 그런 대게일 거라는 기대도 함께 가지면서 말이다. 참, 대게 맛은, 킹크랩에 비하면 덜 느끼한 듯 하면서 털게에 비하면 단맛이 살짝 덜한, 좋게 말하면 담백한 맛이었다 할까. 어쨌거나 어전히 난, 같은 값이면 킹크랩을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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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맛 나는 겨울, 이번엔 '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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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뺴 놓을 수 없는 먹거리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게'를 꼽는다. 겨울에 많이 나는 게들은 모두가 커다란 넘들이이서 살도 많고, 먹기에 푸짐하기 때문이다. 나는 꽃게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푸짐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겨울에 먹는 게들은 죄다 푸짐하다.

겨울에 난, 보통은 킹크랩을 먹는다. 그런데 킹크랩을 사러 가락시장에 간 날, 예상치 못하게 킹크랩 값이 너무 올라 있었다. 불과 2주전에 비해 킬로그램에 1만원 가까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10만원이면 넉넉하게 두 마리를 먹을 수 있었는데, 한 마리 가격이 8만원을 넘는 어이없는 불상사가 터진 것이다.

그래서 선택된 대안이 바로 털게였다. 솔직히 말하면 두 마리 사기로 작정했던 킹크랩을 한 마리만 사고, 털게로 보충한 것이었다. 털게 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킹크랩에 비하면 저렴했고, 게다가 처음 시도해 본다는 모험심도 살짝 작용했을 터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털이 많아서 털게일 것이다. 찌는 방법은 킹크랩과 마찬가지. 찜통에 넣고, 소주를 적당히 붓고, 약 삼십 여분을 쪘다.

뜨거운 털게를 꺼내어 다리를 하나씩 자르면서 - 표현이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 드디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털게의 털은 부드러웠지만 중간 중간 숨어있는 가시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두어 군데 찔리고 베이면서, 가시의 존재를 느껴야만 했다. 나중에라도 혹시 털게를 먹게 된다면 장갑을 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리에는 기대했던 것 만큼 살이 없었다. 찔리면서 발라 낸 정성이 무색하게도 - 사실 킹크랩의 다리살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 - 다리는 그다지 먹을 만 하지 못했다. 게다가 저 털 때문에 입으로 직접 물어 뜯기도 영 시원찮았다.

이거 뭐 영 먹을 거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몸통을 뜯는 순간, 아, 여기에 살이 다 모여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보기에도 약간 두툼한 몸통엔 살이 가득했고, 잘 발라 내니 숫가락으로 떠 먹을 만큼 넉넉했다. 게다가 그 맛이란. 킹크랩과는 좀 다른, 약간 단 맛이 어우러지면서도 쫀득한 느낌이 입안을 맴돌았다. 거기에 곁들인 와인 한 잔의 맛이란.

물론 같은 가격이라면 난 킹크랩을 선택할 것이다. 조금 더 싸다 해도 킹크랩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킹크랩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 땐 털게도 나쁘지 않다. 다리를 발라 먹기는 포기하고, 장갑을 낄 생각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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