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로망 -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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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픈 날, 더 이상 사무실 의자에 연연할 것이 없었다. 노트북 하나 챙겨 들고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과, 기분까지 상쾌한 호수가 있는 공원을 찾았다. 공원 안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눈처럼 새하얀 카푸치노를 시켰다. 가까운 곳으로, 그저 가볍게 외출한 것 뿐이지만, 두통은 어느덧 눈 녹듯 사라졌다.

틀 안에 살지만, 가끔은 틀을 벗어 던지고, 그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삶. 남자들에겐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소망일테다. 하지만 그 많은 소망들을 이루는 대신, 여전히 소망으로 남겨 두고 있는가.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나서기만 하면 되는 것을 왜 나는 그동안 즐겨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라는 확신을 가진 지 2년째. 하루 열 두시간씩 일을 하면서도, 내일까지 당장 결과물을 내라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날밤을 새면서 순간 순간 짜증은 났을지 언정 그만 두고 싶지 않았던 건, 이 일이 내 일이고, 이 삶이 내 삶이라는 것 때문이었을 게다. 그리고 불안하지만 그 댓가로 주어진 자유로움.

노트북에 비친 하늘이, 어느 틈에 내 마음 속에 들어 왔다. 이렇게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일터, 내 사람들 그리고 나의 삶.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로모 피시아이2 / 후지 오토오토 200 / 코스트코 필름스캔 / 올림픽공원 / 맥북 / 커피빈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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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olvoy.com BlogIcon 쿨보이 2007.08.25 15:0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ㅜ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5 16:58 신고 수정/삭제

      ^^ 마음은 항상 그렇게 하고 싶지요~ ^^

  • Favicon of http://health.gamsa.net BlogIcon 양깡 2007.08.25 17:2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낭만적입니다 ^^

    일할 기분 날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5 17:41 신고 수정/삭제

      네,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 여유는 내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8.25 20: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Me2.. ^^ 이 봄날 끝 무렵.. 날씨 정말 좋았지?..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5 22:06 신고 수정/삭제

      더 즐거운 로망을 많이 만들자구요~ ^^

  • 룰루랄라 2007.08.29 07: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커피빈 10% 할인 카드가 있으나
    갈 일도 없고
    커피도 안 좋아하고..
    부럽습니다.
    전 껌딱지가 있어서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하는지라..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9 07:49 신고 수정/삭제

      조금만 지나면 그 껌딱지가 커서 어느 틈에 대화 상대가 되고 있다는 걸 발견하실 거에요~ ^^

  • 2007.08.29 08: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왕~
    부럽뜨아~~

  • 진주애비 2007.08.31 00: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얼마전 까지는 일요일이 일요일이 아니었죠..제게는
    ..살짝 맘을 바꾸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31 07:54 신고 수정/삭제

      원래 개인사업 하시는 분들이 휴일 찾기 더 어려우시죠? 맘을 바꾸면 진짜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

물고기 눈으로 본 세상, 로모 피시아이2

교보문고 문구 센터는 어른 남자들에게 어린이들의 캔디샵 같은 존재입니다. 아이들이 사탕 가게에 가면 좋아하는 것처럼 어른 남자들이 이 곳엘 가면 좋아한다는 뜻이지요. 저나 제가 아는 다른 분들은 참 좋아하는데, 물론 다른 분들한테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지난 주, 우연히 강남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가, 운명처럼(!) 로모 카메라를 만났습니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을 때는 로모라는 희한한 녀석이 있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날 매장에는 별별 종류의 로모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로모에서 나온 여러 종류의 '토이 카메라'들이 저 좀 데려가 주세요~ 하고 아우성(!) 치고 있었습니다.

렌즈가 여러 개 달려서 한 번에 여러 컷을 찍는 카메라부터 물 속에서 찍는 카메라, 어안렌즈가 붙어 있는 카메라, 컬러 플래시가 달려 있는 카메라 등 거의 열 가지 정도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부 모델은 할인 판매까지 한다니 처음엔 그냥 서서 구경하다가 호기심이 점점 충동 구매로 발전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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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한참을 구경하다가 망설인 끝에 고른 카메라가 바로 '피시아이2'입니다. 이름처럼 물고기 눈, 즉 어안렌즈 카메라고 피시아이 첫 번째 모델에 비해 촬영되는 것과 똑같이 볼 수 있는 뷰파인더가 붙어 있습니다. 첫 번째 모델에는 그냥 뷰파인더가 있어서 카메라로 보는 것과 찍히는 것이 서로 달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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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 사진들을 보니 참 재미있겠더라구요. 화각이 170도가 되니 찍는 느낌이 참 다를 듯 싶었습니다. 한 삼십여분 고민했을까요. 사기로 결정. 가격은 8만8천원. 교보문고 회원이어서 5% 깎아 샀습니다. 피시아이 첫 번째 모델은 5만5천원까지 할인해서 팔던데 이게 또 신제품이 있으면 구 모델은 안 사게 되는 것이 묘한 남자들의 심리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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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에서도 눈치 채셨겠지만 ^^ 피시아이2는 필름 카메라입니다. 35밀리 네가티브, 슬라이드 등 기존 필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플래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촬영 모드는 노말, 벌브 두 가지가 있는데 노말은 백분의 1초로 셔터 스피드가 고정되어 있고, 벌브는 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 계속 열려 있는 기능입니다. 카메라 뒤쪽에 보면 MX  스위치가 있는데 다중 노출의 약자네요. 한 번 찍고 필름을 감지 않은 상태에서 MX 스위치를 켠 후 한 번 더 찍으면 겹쳐서 찍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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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용 건전지를 넣고 - 플래시 때문에 건전지를 하나 넣어야 하네요 - 정말 오랫만에  ASA 200짜리 필름을 사고 피시아이2에 넣었습니다. 오랫만이라 필름 제대로 넣을 수 있을라나 했더니 결국 좀 헤메고 말았군요. ^^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필름도 넣고 여러 방법으로 찍었습니다.

처음 샷은 저녁 식사 하던 식당에서 찍어 봤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찍던 시늉으로 음식점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노말 모드로 찍었더니 죄다 안 나왔더군요. 벌브 모드로 찍던지, 실내에선 무조건 플래시를 터뜨려야 하겠더라구요. 하긴 셔터 스피드 같은 걸 미리 생각했었더라면 그냥 찍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멋도 모르고 찍은 샘플 사진 몇 컷 올려 봅니다. 로모만의 특징이 사진에 그대로 묻어나네요. 어안렌즈라 둥글게 찍힌 점도 재미있구요. 덕택에 필름 값하고 스캔 값 꽤 나올 듯 싶습니다. 앞으로 종종 제대로 된 물고기 눈 사진들이 올라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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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사무실 창 밖 도로를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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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쨍쨍한 날, 갑자기 하늘이 보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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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와 함께 탄 서울대공원 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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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에겐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28 11: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캬.. 잼있네.. 원래 로모는 카메라적인 메카니즘을 완전히 구린데 희안하게
    간혹 감성적인 사진을 보여주는 아주 요상한 카메라지요.. ^^ 정말 앞으로 필름값가 스캔값 좀들겠네.. 그랴..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8 12:04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요. 필름값이야 그렇다 쳐도 스캔 받으러 다닐 생각이 영~ ㅋㅋㅋ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28 20: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로모를 잘 모르면서도 그냥 그 몽환적느낌이 좋아 지를까를 고심하던중
    짠이아빠님의 강력한 비추에 힘입어 지름신을 처치했었는데 아~또 다가오는 느낌이...고심고심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8 23:53 신고 수정/삭제

      로모의 색감을 '몽환적'이라고 표현하시니까 그 느낌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걸 우리 말로 어찌 풀어 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는...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29 11:35 신고 수정/삭제

      이크~!!
      그 꿈속에서본 환상적인 느낌이라 표현해야겠습니다^^
      (아~또 환상적이 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