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맛집] 개운한 국물 맛 팔복 설렁탕

더운 여름 땀 쫙 빼면서 먹는 보양 음식으로 설렁탕이나 도가니탕을 빼 놓을 수 없다. 이것 저것 챙기지 않고 간단히 먹을 수 있고 먹고 나면 든든하니 기분도 좋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설렁탕은 절대 아무데서나 먹으면 안된다. 적어도 설렁탕 전문 집이라는 간판이 붙은 집에서 먹어야 후회하지 않는다. 그냥 고기집에서 파는 설렁탕 먹었다가는 밍숭 맹숭한 국물 맛에 괜히 돈 아깝다는 생각 들기 딱 좋다.

송파에서 내가 가 본 설렁탕 집은 세 군데다. 한 군데는 방이동 사거리에 있는 신선설농탕. 체인도 많고 깔끔한 분위기 탓에 식사 시간엔 자리 잡기 어려운 곳이다. 깔끔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어쩐지 무언가를 탄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끼 식사 그럭 저럭 할 만한 집이다.

두 번째는 석촌호수 근처에 있는 본가설렁탕이다. 이 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하도록. 일단 이 집은 깔끔함,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오래도록 고기를 고아낸 집답게 식당 내에도 노릿한 고기 냄새가 배어 있다. 손님도 주로 어르신들이 많고 아무래도 끝 맛이 노릿한게 설렁탕 즐겨 하지 않는 사람들은 조금 먹기 껄끄러운 집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할 팔복 설렁탕이다. 사실 간판에는 팔복 도가니탕이라고 되어 있는데 물컹물컹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난 이 집에서 도가니탕을 시켜본 적은 없다. 오로지 설렁탕.

둔촌동에서 서하남IC 입구로 올라가다 보면 길 가에 차 십 여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보이고 그 뒤에 팔복도가니탕이라는 식당 간판이 크게 보인다. 서하남IC 쪽으로 진입한 후 오른쪽으로 붙어 천천히 가다가 주유소 지나면 바로 보인다.

이 집은 위에 말한 두 집 보다 일단 가격이 싸다. 설렁탕 한 그릇에 5천원. 싸다고 질이 떨어지거나 양이 적은 건 절대 아니다. 설렁탕을 주문하면 다른 데서 보는 것보다 조금 더 큰 뚝배기에 소면과 고기 몇 점이 담겨 나온다(사실 고기는 밑에 가라 앉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간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으므로 후추와 소금으로 입 맛에 맞게 간을 한다. 무엇보다도 파. 나는 남들이 파탕을 먹냐고 할 정도로 파를 좋아해 듬뿍 듬뿍 넣는다. 그래서 파가 테이블에 있는 설렁탕 집에 가면 일단 반갑다. 파를 달라고 말하기가 영 귀찮은데 알아서 테이블에 있으니 양껏 넣어 먹을 수 있어 좋다. 사진의 설렁탕에도 파를 듬뿍 넣었다. 내가 넣은 것이지 원래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파 싫어하는 분들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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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은 어떨까. 신선설농탕이 약간 인스턴트 같은 맛이 나고, 본가설렁탕이 노린내가 나는데 비해 이 집은 그냥 깔끔하고 개운한 국물 맛이다. 집에서 엄마가 고아주는, 그렇게 아주 진한 국물은 아니지만 그렇게 허접한 맹탕 국물도 아니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는 느낌이 드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설렁탕이라 할 만 하다. 무엇보다 냄새가 나지 않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것. 설렁탕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여자들도 별 탈 없이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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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들이 달랑 김치와 깍두기를 반찬으로 주는 것에 비해(하긴 설렁탕에 이거 말도 또 무슨 반찬이 필요하겠냐마는) 이 집은 깻잎 조림을 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설렁탕과 같이 먹는 깻잎 조림이 은근히 맛깔난다.

다른 식당에서 못 본 것 중 하나가 오른쪽 사진에 있는 수저 놓는 종이다. 보통 식당에 가면 냅킨 위에 수저를 받쳐 놓는데 여긴 아예 수저 놓는 종이를 따로 준다. 가만 보니 간단한 메뉴판 역할도 할 수 있어 이모 저모로 쓸모 있는 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국물이 마음에 든다면 포장해서 파는 육수를 사도 좋다. 다른 건 없고 오로지 육수와 도가기 고기만 파는데 육수는 6팩에 1만원. 2팩으로 세 식구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많이 먹으면 6인분, 적당히 먹으면 9인분 정도가 될 터이다. 이 육수를 사다가 떡국을 끓여도 좋고 설렁탕으로 먹고 남으면 라면 끓일 때 약간 부어줘도 좋다.

설렁탕을 먹고 싶지만 냄새 나는 게 싫은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집. 이것 저것 안 가리고 설렁탕 잘 드시는 분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넉넉해 보이는 한 공기 밥을 말아 뚜벅뚜벅 한 그릇 먹고 나면 어느새 몸은 땀에 절어 있고, 나오면서 잘 먹었다는 트림을 즐기게 될 것이다. / FIN

  • ^^ 2007.06.25 20: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두 강추요^^
    국물이 진국이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