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모든 이름엔 스토리가 있는 법

나는 내 첫 만년필을 기억한다. 그 촉감이 얼마나 매끄러웠는지, 잉크가 손을 얼마나 푸르게 물들였는지를. 그것은 베이클라이트 합성 수지로 만든 것이었고, 은색 테두리가 둘려 있었다 / 마거릿 애트우드, 눈먼 암살자 1, 차은정 옮김, 민음사

이 글을 읽으며 나도 내 첫 만년필을 기억했다. 파카. 짙은 파란색 플라스틱 몸체에 은색 뚜껑, 그리고 그 유명한 화살표. 그땐 파카가 제일 좋은 만년필인 줄 알았던 탓에 또래 아이들 모두 부러워했던 그 만년필.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잉크를 넣고 스윽 스윽 써내려간 부드러운 느낌. 세워놓고 윗 부분을 톡 치면 한바퀴 재주를 넘던 만년필 뚜껑.

지금 나는 파카보다는 워터맨을 더 좋아할 뿐이고 ㅜㅜ

그러다가 한 낱말에서, 마치 돌부리에 걸린 듯, 주춤했다. 베이클라이트. 만일 내가 이 글을 읽지 않았다면 읽다가 멈추고 말았을 그 낱말, 바로 베이클라이트였다. 도대체 베이클라이트가 뭐야?

바로 그 글. 플라스틱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 from 제일모직 이야기

“전기화확회사를 운영하던 베이클랜드는 1909년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해 ‘베이클라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베이클라이트는 깨지기 쉬운 셀룰로이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열만 가하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요… 베이클라이트를 최초의 플라스틱으로 보는 사람도 많이 있답니다”  플라스틱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 중에서.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에서 화자인 아이리스 그리픈에게 베이클라이트는 우리로 따지면, 태엽을 감았던 자명종 시계, 스테인레스 도시락, 검정 고무신처럼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을게다. 베이클라이트를 몰랐다면 나 역시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지 못했을 테고.


모든 이름엔 다 저마다 이야기가 있는 법.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알면 인생이 더 즐거운 법이다. / FIN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11.08.26 21: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교복 윗주머니에 꽂은채 축구하다
    떨어트린것도 모르고
    한참있다 모래밭 운동장에서 찾은
    기스덩어리의 나의 빠이로트 만년필...
    나의 첫 만년필을 저도 또렷히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