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절 데이트 하기 좋은, 피자힐

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피자 먹기에 가장 전망 좋은 곳 두 군데를 꼽으라면, 하나는 63빌딩 58층에 있었던 63 스카이 피자고, 하나는 워커힐에 있는 피자힐을 꼽겠다. 이 중에서 63 스카이 피자는 이미 몇 년전에 채산성 좋은 비싼 레스토랑으로 바뀐지 오래여서 이제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이제 남아 있는 건 피자힐 하나 뿐이다.

사실 피자힐은 그 역사 만큼 유명해질 대로 유명한 집이다.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예전엔 연예인들 단골 코스란 얘기도 있었고 심형래 감독이 프로포즈를 했던 집이라는 기사도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하긴 오래된 만큼 다녀본 사람도 많을테니, 나올 얘기거리는 이미 충분히 나온 셈일게다.

분위기 뿐 아니리 피자힐의 피자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피자다. 세상이 온통 피자헛 류의 두꺼운 피자를 좋아할 때도 꿋꿋하게 얇은 피자를 지켜왔고, 쫀득한 치즈의 맛과 담백함으로 독보적인 맛을 지켜왔다. 요즘에야 얇고 담백한 피자가 대세이고, 독특한 맛의 피자를 주변에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예전엔 피자힐 스타일의 피자를 먹으려면 오로지 피자힐에 가야만 했다.

 피자힐은 광장동 워커힐 호텔 부지 내에 있다. 올림픽대교를 강남에서 강북쪽으로 넘어가다 워커힐 방면으로 우회전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주욱 올라가면 주차장 입구가 나오고 티켓을 뽑고 조금 더 올라가면 피자힐 입구가 나온다. 에전에는 피자힐 입구가 주차장이었는데 지금은 주차장을 없애고 아예 노상 카페를 만들어 놨다. 노상 카페에서는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 와인도 팔던데, 처음 보고는 무슨 야외 예식장 만들어 놓은 줄 알았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는 듯. 그냥 나오기 아쉬워 테이블 위에 널어 놓은(!) 와인잔 사진을 훔치듯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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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에 예약 없이 찾아간 탓일까. 식사 시간을 한참 비껴 찾아갔는데도 30분 대기란다. 전화 번호를 적어 놓고 주변 전망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곧 전화가 왔다. 그런데, 헐! 식사 시간으로 한 시간 이십분 주겠단다. 사실 피자 한 쪽 먹는데 한 시간 이십분이면 부족한 시간은 아니지만 식사 하기 전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도 모처럼 찾아간데다가 기다리기까지 했으니 기분은 좋지 않아도 그러라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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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콤비네이션 피자와 샐러드 바, 음료를 주문했다. 라지 사이즈면 세 사람 먹기엔 충분하다. 잠시 후 나온 피자. 얇은 도우에 쫀득한 치즈의 맛은 두드러진다. 피자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한 입 물면 쭈욱 늘어나는 치즈의 느낌이 좋다. 샐러드바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런 재료들이 입맛을 당긴다. 무제한 제공되는 연어, 주꾸미와 새우 등이 들어간 해산물 샐러드를 비롯해 파스타, 마, 고구마, 몇 가지 채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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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에서 하는 곳 답게, 가격은 절대 싸지 않다. 8조각 나오는 피자 라지 한 판에 약 4만원. 샐러드바는 2인 기준 2만원(1인 추가시 6천원 추가), 탄산음료 한 잔에 7천원이다. 여기에 10% 부가세가 붙는다. 다행스럽게도 봉사료는 안 붙는다(!). 비자 플래티넘 카드가 있으면 10% 할인.

전망과 분위기가 필요한 날이라면 가 볼 만 하다. 대신 피자 먹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그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고 가야 할 듯. 휴일이라면 인기가 많으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주차 도장은 4시간을 찍어주니, 식사 마치고 워커힐 주변 전망을 즐기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주차장이 유료인 데다가 비싼 탓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6.17 13: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진 보며 군침흘리다가 가격 보고 털썩;;
    그럼 두 사람이 라지 한 판 시키고, 샐러드바 이용하고, 탄산음료 두 개 시키면
    4만원+2만원+1만 4천원의 110%니까 8만 1천 4백 원!? ㅠㅠ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13:52 신고 수정/삭제

      흐음, 그대는 피자를 싫어하시잖어~ ^^

  • Favicon of http://www.danalouis.com BlogIcon 다나루이 2008.06.17 14: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머.. 여기가 이렇게 비쌌던가요 ? 저는 누가 사주는거 먹어보기만 해서
    이정도로 비싼지도 모르고 먹었네요.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봐야 겠어요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14:40 신고 수정/삭제

      네, 아무래도 호텔에서 하는 데라 가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 그 사주는 분을 계속 데리고 가세요~ ^^

  • Favicon of http://blog.cjhellotv.com BlogIcon 티비가이 2008.06.17 16: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포스트 내용도 좋지만..레이님의 댓글센스~~멋지십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16:57 신고 수정/삭제

      헐~ 아니에요 댓글 너무 부실하다고 혼나고 있음~ ㅋㅋ

  • metapho 2008.06.17 19: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metapho입니다. 선배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는지...
    피자힐 얘기가 나와서 반가와서 댓글 남깁니다.
    예전에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데려가는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멀다보니 안 간지 몇 년 되었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럭셔리한 삶을 아직도 유지하시는군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21:34 신고 수정/삭제

      오오우~ 우찌 지내시나?? 난 잠실에 있는데 한 번 놀러오시게~~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6.18 03: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암.. 여긴 사진 못찍게 하진 않나?.. ㅋㅋ

  • ^^ 2008.06.18 09: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데이트 하기 좋다니 오늘 처럼 비오는날 꼭 한번 가보고 싶은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8 10:12 신고 수정/삭제

      비 오는 날 한강 내려다 보는 기분도 꽤 괜찮을 듯 합니다~ ^^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6.18 10: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맛있어 보이는 피자~
    좋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8 10:13 신고 수정/삭제

      ^^ 출국 준비하시느라 어데 짬이 나시겄어요~ ^^ 일본 가시면 좋은데 알아놓으세요~ 꼭 들러갈테니 ㅋㅋ

  • 진주애비 2008.06.18 13: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분위기는 전혀 상관않는 전
    답이 나왔습니다
    피자헛 세번..아싸...^^;;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8 14:22 신고 수정/삭제

      사모님과 한 번 분위기 내시지요~ ^^ 진주들은 뗴 놓고~ ㅋㅋ

  • sontong 2008.06.19 08: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여기도 마눌님과 가기는 좀 거시기~~~~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9 09:20 신고 수정/삭제

      그럼 머 애인을 델구 가세용~ ㅋㅋㅋ

  • Favicon of http://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도리 2008.06.23 23: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피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피자힐은 근처 산책하러 감 나서야겠는데요 ^^
    63은 한화에서 인수해서 리모델링하면서 없어졌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23 23:58 신고 수정/삭제

      아, 그랬군요. 사실 오래전에 한 번 갔다가 문 닫았다고 해서 돌아선 기억이~ ^^

오랫만에 피자헛에 가다 - 고메이 피자

한 때 피자헛 피자가 제일 맛있었던 적이 있었다. 두툼한 도우에 이것 저것 넉넉하게 뿌린 토핑… 한 쪽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던 그 피자를 두 쪽, 많이는 세 쪽까지도 먹으면서 역시 피자는 이런 맛이야 했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시절 피자헛은 여세를 몰아 피자 모서리 부분에 치즈를 넣는 일명 치즈 크러스트 피자를 내놓기 시작해 배불러 남기던 부분까지도 모조리 먹게 만들었다. 야, 이거 맛있네 그러면서 말이다. 그 때는 그렇게 두툼한 FAT 피자가 제일 맛있었다. 왜 돈 아깝게 얇은 THIN 피자를 먹나,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세월도 빠르고, 사람들의 입맛도 참 빠르게 변한다. 그렇게 맛있었던 FAT 피자는 어느 틈에 건강의 적이 되어 버리고, 이젠 바삭하게 구운 THIN 피자만이 진짜 피자처럼 대접받기 시작했다. 피자헛 같은 커다란 체인점의 피자는 좀처럼 안 먹게 되고, 조그만 가게에서 화덕이 직접 구워파는 피자를 찾게 됐다. 두툼하고 비싼 피자는 어느덧 기억에서 잊혀져만 갔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히 피자헛 상품권을 선물받고, 오랫만에 피자헛엘 가게 됐다. 마침 집 앞 길 건너편에 피자헛 매장도 있어 모처럼 가족들이 외식할 만한 거리가 생긴 셈이다. 화창한 주일 오후, 그렇게 피자헛 매장을 오랫만에 찾았다.

아마 그 매장에 마지막으로 간 건 2년은 되었을 법 하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딸 아이와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을 일이 있어 거기서 파인애플 피자와 파인애플이 가득 들어 있는 샐러드, 그리고 파인애플 주스를 마셨었다. 파인애플을 워낙 좋아하던 딸 아이가 그렇게 파인애플 일색으로 메뉴를 시켰기 때문에 특별히 더 기억이 났을 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주며 서버가 안내를 한다. 새로 나온 고메이 피자를 먹으면 샐러드를 3,000원에 준단다. 그럼 그거 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텐더, 그리고 음료를 시켰다. 고메이 피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는데 감자를 워낙 좋아하는 패밀리 특성 상(!) 감자가 들어 있는 포테이토 크레마 피자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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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건 치킨 텐더. 닭고기 살로만 튀겨 낸, 막 말하면 치킨 까스 같았다. 고소한 맛과 퍽퍽한 맛이 어울리면서 소스에 찍어 먹다 보니 난데없이 맥주가 한 잔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리고 잠시 후 오늘의 주메뉴 포테이토 크레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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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고메이 피자 시리즈는 기존의 피자헛 피자와는 달리 기름기를 쏙 뺀 얇고 담백한 피자란다. 사실 감자 피자는 다른 종류의 피자에 비해 짭짤한 맛이 덜하고 담백해 좋아했었는데, 포테이토 크레마도 기대했던 것처럼 다른 감자 피자처럼 바삭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얇고 바삭한 피자 도우도 기존 피자에 비하면 느끼함을 많이 줄였다고 해야 하겠다. 이런 피자를 먹어 버릇하면 두꺼운 피자 절대 못 먹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참, 고메이 피자는 M 사이즈다. 성인 남자 둘이서 피자만 먹기엔 살짝 모자라는 양이라고 해야 겠다. 하긴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어느 정도 모자란 양은 채워질 수 있겠다. 샐러드와 치킨 텐더를 함께 먹으니 셋이서 먹고 치킨 텐더 두 조각을 남겨 포장해 왔다. 그리고 샐러드는 3천원이라고 해 놓고, 이건 2인 기준 가격이란다. 초등학생이 한 명 추가되니 샐러드에 1,500원 추가 요금을 더 내란다. 예전에는 접시 당으로 돈을 받았던 것 같다는, 가물 가물한 생각도 들었으나 어쨌든 뷔페 식으로 제공하니 그럴 수 있다고 패스.

그러나 어쩌면 피자를 굽는 시스템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해서 그러는 것일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여전히 이 피자에서는 피자헛 특유의 맛이 은근히 묻어 났다. 났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보다는 패스트 푸드 같은 대중적인 느낌이 어딘가 묻어나는 걸 감출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매장 분위기도 아마 한 몫했을 게다, 분위기와 서비스 수준도 패밀리 레스토랑 급에는 미치지 못하고, 패스트푸드점 수준이었다. 새로운 메뉴가 나왔고, 그만큼 피자헛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이런 부분의 개선도 빼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건, 고메이 피자의 '고메이'에 대한 해설이다. 피자헛 메뉴판 등에는 '고메이'가 프랑스어 Gourmet로 미식가를 뜻한다고 했다. 프랑스어라니? 그럼 이건 고메이가 아니라 '구르메' 정도로 읽어야하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고메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누구 아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시길. / FIN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06 15: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gourmet(불어)의 프랑스식 발음이 '고메이'에요..
    '구르메'는 일본 애들이 'gorumet'를 자기들 식으로 읽는 발음이구요.
    실제 롯데월드에 가서 식당가 찾아가다 보면 "구르메 프라자" 일케 돼있죠..
    그나저나 피자엔 역시 맥주가 딱이죠..흠냐롱~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6 16:21 신고 수정/삭제

      헐? 정말? 근데 내가 몹시 궁금해서 사전을 좀 찾아봤는데 발음기호가 구르메로 되어 있던걸?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07 15:21 신고 수정/삭제

      우리 컨설턴트들이 다 고메이로 읽던 걸요..
      (헛 그럼 gourmet의 영어식 발음이 고메이인 걸까요??)

      그나저나 형님 불문과 나오지 않으셨남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7 15:33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러니 내가 한 말이여... ㅉㅉ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5.08 11: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피자헛 저도 좋아해요~
    글고보니 내일 모임이 있군요~
    저 내일 모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이님 내일 뵈요~
    아자아자~~

  • 크라이슬러 2008.05.09 17: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피자 시켜 먹으려고 검색했는데 맛있어 보입니다. 근데 프레쉬 고메이는 배달이 안되는군요;; 주말에 매장가서 먹어봐야겠네요.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8.05.30 16: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이 포스팅 덕분(?)에 지난 주말 피자배달 시키려했다가 고메이는 배달이 안된다길래,, 심히 낙망하였드랬어요. 흙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