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사면 손해보는, 이상한 인터파크

회사 지하에 자주 가는 밥집이 있다. 사실 사람의 동작 패턴이라는 건 알게 모르게 정해지는 법이이서, 자주 가는 음식점이 아니면 잘 안 가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아무리 음식점이 많은 동네에 살아도 점심 때만 되면 꼭 뭘 먹을까 고민하게 된다.

여튼, 이 집은 칼국수와 수제비 같은 분식 메뉴와 생선구이, 찌개 같은 백반 메뉴를 같이 파는데 분식 메뉴와 백반 메뉴의 반찬이 다르다. 분식 메뉴에는 김치 종류 2가지만 주고 백반 메뉴에는 5가지 정도 반찬을 준다. 문제는 여러 명이 가서 주문할 때다.

여러 명이 주문하다 보면 분식과 백반 메뉴가 섞인다. 한 번은 다섯 명이 가서 아마 분식 메뉴 4개, 백반 메뉴 1개를 주문했을 게다. 그런데 반찬이 좀 그랬다. 백만 메뉴에 나올 반찬 한 벌만 테이블에 올려놓는 거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준다는 생각일 테지만, 다섯 명 앞에 반찬 한 벌은 손님에 대한 기본 서비스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어쨌든 단골 아닌가. 자주 가는 곳이라서 이해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차라리 값을 올리지, 반찬을 이렇게 아껴 음식 장사가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빈정(!)이 상하다 보니, 이젠 점심에 그 집을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누가 손해인가.

늦게까지 자전거를 타다가 들른 회사 앞 어느 호프집. 주말이긴 했지만, 12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고 호프집 앞으로 내 놓은 테이블 중 5-6개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마른 목을 축이고 가기 위해서 호프 딱 한 잔만 하자는 생각으로 나와 일행은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500 두 개만 주세요.

거절 당했다. 주말이라 안주를 주문해야 한단다. 뭐 손님이 많고 테이블에 자리가 없었다면 나도 굳이 앉아 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여유도 있고,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가니 시간을 오래 차지할 일도 없었던 데다가 이미 늦은 시간이라 더 손님도 없을 듯 한데, 여튼 호프 두 잔의 주문은 받을 수가 없단다. 알았다 하고 일어서 근처 편의점 앞에 가서 캔 맥주 두 개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간혹 손님들이 와서 2차로 맥주 한 잔 마셨던 그 호프집엔 다시 안 간다. 호프집은 거기 말고도 또 있으니까. 어차피 빈 자리에 맥주 500CC 두 개라도 파는 것이 더 남는 것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되면 누가 손해인가.

책을 주문하면 하루 안에 배송해 주겠다고 대대적으로 떠드는 인터넷 서점이 있다. 인터파크다. 게다가 손님이 주문한 책이 없을 때는 일단 있는 책만 먼저 배송해주고 없는 책은 나중에 배송해준다는 이른바 자동 부분 배송제도 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여러 권 사면 절대 하루배송 안 해준다!


책을 여러 권 주문했다. 그 중 몇 권은 하루 배송 대상이지만, 한 권이 재고가 없어 하루 배송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하루 배송 대상인 책은 바로 발송하고, 한 권은 재고가 확보되면 발송해 주면 된다. 당연히 이렇게 생각되지 않는가? 그런데 인터파크 도서에선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여러 권 주문했을 때 한 권이라도 재고가 없으면 출고가 되지 않는다. 자동 부분 배송은 3일이 지나야 해당된다. 주문하고 3일 이내에 책이 수급되지 않으면 먼저 주문한 책을 출고한다는 얘기다. 하루 배송만 믿고 주문했는데, 함께 주문한 책이 없어 3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이것 때문에 당한 경험이 한 번 있어서 이번에 책을 주문할 때 두 번에 나눠 주문했다. 하루 배송이 가능한 책들은 먼저 주문했고, 좀 덜 급하거나 하루 배송이 안되는 책은 두번째로 주문한 거다. 그런데 책을 주문하고 3일째 되는 아침에 확인을 해보니 두 건 다 배송이 안되고 있는 거다. 상담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처음 주문에도 없는 책이 있어서 그랬단다. 내가 틀림없이 확인하고 나눠 주문했는데, 내가 확인 못한 거란다. 캡처를 받아 놓은 것도 아니고, 확증이 없으니 이럴 땐 밀릴 수 밖에. 그럼 있는 거 먼저 보내주고 없는 거 나중에 보내주는 거 아니냐 했더니, 3일 지나야 한단다. 하루배송만 믿고 나름대로 나눠서 주문했고, 오늘 오전 안에는 책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도, 자기네는 해줄 방법이 없단다. 결국 4일째 되는 날 저녁에, 두 건의 주문이 한 박스에 담겨 왔다. 나눠 주문했는데도 자기들이 알아서 한 박스에 담아 택배 한 건으로 해결한 것이다. 택배비 절약했으니 회사에선 아주 이뻐할 만 하겠다.

한 권만 사도 무료 배송을 해 주는 회사에서, 여러 권을 동시에 주문하면 모든 책이 들어올 때까지 최장 3일을 기다렸다가 발송을 한다는 정책은 배송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일게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선 어떤가. 몇 권을 주문하든 하루 배송 대상이 되는 책은 바로 보내주고, 없는 책을 나중에 보내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의 시스템이라면 한 권씩 따로 따로 주문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할 게다. (그러나 이번 주문 결과로 보니, 같은 날 따로 따로 주문해도 배송지가 같으면 자기들 마음대로 묶어 보낸다!).

덕분에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터파크 도서에서 책 199권, DVD 약 40개를 산 나는, 다시는 인터파크에서 주문하지 않을 생각이다. 굳이 인터파크가 아니어도 인터넷 서점은 또 있다. 그리고 그들도 하루 배송을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누가 손해인가.

  • Favicon of http://www.foodsister.net BlogIcon 먹는 언니 2009.06.27 11: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하는데 말이에요. 저도 늘 신경 써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6.27 21:32 신고 수정/삭제

      ^^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어쩌면 가장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지요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6.27 15: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 점심 퇴원하신 아버님 모시고 집근처 자주가는 돼지갈비집을 갔다..
    생각보다 점심 손님이 좀 많이 몰린 듯.. 갑자기 허둥거리기 시작하는 서버들.. 대략 알바라는 것은 알지만 너무 자주 바뀌는 서버들.. 이러니 손님들이 목청껏 부르게 되어 벨도 소용없다.. 급기야 퇴원하신 아버님이 호통을 치신다.. 제대로 좀 하라고.. 말이다.. 기본이 없는 음식점 생각외로 너무 많다..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6.27 21:33 신고 수정/삭제

      모처럼 식사에 기분이 상하셨겠네요.

      그런 음식점 같은 회사는 되지 말아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