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다이, 다음에도 또 가고 싶을까?

킹크랩과 초밥을 무제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유명해진 토다이. 황금 시간대 예약은 이미 2주전에 마감된 상태이며 예약 없이 갔다가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토다이. 그 유명한 토다이에 드디어 다녀왔다. 사실 생선을 제외한 해산물을 좋아하는 데다가, 겨울만 되면 킹크랩을 몇 번씩 직접 사다 쪄 먹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에 토다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토다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가을 라스베이거스 출장 중에 토다이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 날 저녁을 토다이에서 먹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이미 토다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던 터라 한국식당을 가자는 일행의 의견을 묵살하고 저게 요즘 한국에서 뜨는 식당이야~라고 주장하면서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했다.

일단 라스베이거스 토다이는 우리나라 동네 부페 식당을 간 듯한 느낌이었다.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었고 수더분한 식당 분위기에 한 쪽 끝으로 부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몇 명의 요리사들이 부지런히 초밥을 빚어내고 있었으며 킹크랩, 새우, 홍합 등 해산물 요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샐러드와 파스타, 딤섬, 볶음밥과 우동을 포함한 몇 가지 일식 메뉴 등이 기억에 남는다.

가격은 27달러. 미국 식당은 약 15% 정도의 팁이 추가되므로 30달러 정도 될까. 물가가 비싼 미국 내에서 먹는 저녁 식사로는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중간 급 가격대일 터이다. 어쨌든 관광지에서 먹는 음식이어서인지, 아니면 맘 놓고 초밥과 킹크랩을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지, 27달러라는 가격대가 피부에 와 닿지 않아서 그랬는지, 그렇게 토다이에서 처음 식사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갑자기 특별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었던 어느 저녁, 우리 일행은 요즘 인기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다가 무작정 토다이에 가기로 결정했다. 일단 전화 확인부터. ‘예약하지 않았는데 갈 수 있나요라는 내 질문에 전화 받는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기계음을 듣는 듯 했다. 억양이라고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덤덤한 목소리는 바로 드실 수도 있고요, 10분에서 40분까지 기다리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이 대답에 열 받은 건 사실 토다이에 도착해서였다.

재수좋게 마침 비어 있는 자리에 주차를 하고 주차증을 받아 식당에 들어간 순간, 어쩌면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다는 기대는 날라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기다리고 있었고 데스크의 직원은 번호표를 주면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이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럴 거면 바로 드실 수도 있고요라는 말은 아니함만 못한 꼴이다.

하지만 어차피 기다릴 생각을 하고 갔으니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은 했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릴 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아 사람들 틈에 서 있다가 빈 자리가 나서 앉기는 했다. 사람들이 많이 들고 나서 그럴까 대기실 문은 아예 열어둔 상태였고 몇몇 손님들은 추워했지만 매장 직원 누구도 거기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참다 못한 손님 중 한 명이 문을 닫았지만, 그 문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다시 추워지는 대기실. 마치 이 정도 추위는 견뎌야 토다이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했다.

생각보다 대기 번호는 빨리 줄었고 사십 분만에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의 심리란 참 묘하다. 한 시간을 예상했지만 사십 분만에 들어가니 기분이 괜찮았던 것. 뭐 그런 걸 아니까 대기 시간도 넉넉하게 얘기했겠지만 그런 걸 알면서 전화로는 왜 그렇게 말했던 것일까.

비어 있는 자리를 안내 받고 일단 식당을 한 번 둘러봤다. 27천원이라는 가격 대에 걸맞게 2만원 대 빕스 보다는 가지 수가 꽤 있었다. 오른쪽에 딤섬과, 찜류, 샤브샤브, 그 뒤를 돌아 면과 장국류, 그 옆에 구이와 튀김류, 라인을 따라 주욱 들어가면 오코노미야끼와 같은 부침, 볶음류, 음료 바와 후식 테이블다시 식당 앞으로 돌아오는 길에 놓인 킹크랩, 그리고 식당 중앙에 있는 초밥 테이블과 샐러드류오래 기다린 손님이 군침을 삼킬만한 메뉴들이다.

여러 종류의 새우 요리와 킹크랩으로 시작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다양한 새우 요리가 제일 먹을만했다. 나머지 요리들은 다 그렇고 그런 맛. 그 가격 대 부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비슷한 수준의 음식들이었다.

음식은 그렇다 치고, 서빙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아무리 구석진 방에 앉았다지만 몇 번씩 벨을 눌러도 오지 않는 서버, 맥주 한 잔을 주문해도 십여분 이상 걸려 가져다 주는 서버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당연히 접시와 해산물 껍데기들은 얘기를 해야지만 치워졌고 그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불쾌감은 계속 쌓여갔다.

킹크랩을 잘라 먹으라는 가위는 테이블에 달랑 한 개. 라스베이거스 토다이에서 보았던 킹크랩 전용 나무 망치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홉 시부터 입장한 손님들에게는 맥주와 와인이 무료라면서 여덟 시 사십오분에 입장한 우리들에게는 한마디 귀띔도 없었다. 어차피 마실 생각도 없었지만 사십여분을 기다린 손님들에게 한 마디 귀띔해 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330ml 맥주 한 잔에 4천원을 받는 걸 보고 또 한 번 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맛집 얘기를 읽고, 그 집을 찾아가려 할 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맛집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의 성격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글 쓰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 어떤 종류인지, 환경에 상관없이 맛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가격에 민감한 사람인지, 아니면 가격 같은 건 따지지 않는 사람인지, 이런 점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맛이란 워낙 주관적인 거라서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따라서 글 쓰는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그 사람의 글을 참고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따라 갔다가는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이 말을 하는 건, 이 글을 쓴 주인장의 성향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나는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 해도 서비스가 꽝이면 그 식당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손님은 음식점에서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권리가 있고 편안하지 않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웬만큼 불편한 서비스를 참아내고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글을 참조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토다이가 불편하지만 맛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차가운 킹크랩은 킹크랩 원래 맛을 느끼지 못하게 했고, 초밥의 질도 떨어졌다. 킹크랩 볶음밥과 김치는 너무 짰고, 후식류는 너무 달아 입 맛을 망쳐놨다. 부페 식당이라 이것 저것 먹어서 배가 부르다는 것 외에, 토다이에서 난 어떤 음식에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의 입맛은 수시로 변한다. 지금은 해산물 레스토랑이 붐이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사람들의 입맛은 달라질지 모른다. 지금은 한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지만, 그렇고 그런 음식 맛, 느려 터진 서빙이 계속 된다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토다이를 또 찾아갈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나는 그 점이 심히 궁금해진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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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2.08 09:1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수시로 변한다... 야.. 나.. 않변했어..ㅋㅋ
    그지? 너무 무미건조한 서비스와 맛... 호텔 부페와 회전초밥보다 훨 못하던데..ㅜ.ㅜ 음식 쏜 사람에겐 너무 미안.. ^^

  • Favicon of http://spaget.tistory.com BlogIcon !kKo 2007.03.01 14: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런가요.. 한번 가보려고 했던 마음이 싹 가시네요;
    차라리 회전초밥집을 가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3.02 17:57 신고 수정/삭제

      한 번쯤은 가보셔도 되겠지만, 글쎄요, 저 같으면 두번쨰는 안 갈 거 같아요. 제가 요즘 빕스 가기 싫은 거랑 비슷한 이유일 듯. 빕스도 변하지 않는 메뉴, 갈수록 악화되는 서비스, 항상 시끄럽고 소란스럽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