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다용 헬멧 구입기

자전거를 처음 탈 때 헬멧은 참 어색한 액세서리였다. 저런 걸 써야 할까. 괜히 거추장스럽고, 유별나 보이고, 그래서 쓰기엔 좀 창피한 그런 존재였다. 자전거 처음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전거 처음 살 때 헬멧도 같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자전거에 조금 재미를 붙이고 나름대로 속도를 내며 달리다 보면 헬멧 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변에서 꼭 써야 한다는 얘기도 자주 들리고, 실제로 도로를 달리면서 스스로 위험천만한 경우를 두어 번 겪고 나면 헬멧을 사지 않을 수가 없다. 햇빛 가리려고 모자를 써 봤는데 이게 걸핏하면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낭패를 본 적도 있으니 결국 헬멧 안 사고 버틸 재주가 없는 것이다.

스트라이다로 바꾸면서 사실 헬멧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MTB 탈 때 쓰던 헬멧이 있었지만 스트라이다와는 영 어울리지 않았고, MTB 탈 때처럼 속도를 낼 일도 없을 뿐 더러 살살 타고 다닐 테니 굳이 헬멧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스트라이다 타는 많은 사람들이 헬멧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쓰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걸 보면 다 나와 비슷한 생각인 듯 하다.

하지만 날씨가 좋아지고 본격적으로 자출을 하면서 또 다시 헬멧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살살 달려도 차도와 인도를 마구 오가면서 타는데 아무래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MTB 타면서 헬멧도 썼는데, 스트라이다라고 못 쓸 건 뭐람. 결국 헬멧 하나 사기로 했는데 문제는 도대체 마음에 드는 헬멧이 없다는 거였다.

MTB 탈 때 쓰던 뾰족한 헬멧은 어울리지 않으니, 결국 둥그런 스타일의 헬멧을 찾아야 했는데 대부분 오토바이 헬멧만 있을 뿐 자전거 헬멧은 찾기가 어려웠다. 오토바이 헬멧은 단단하기야 하겠지만 그 덕에 무겁고, 또 통풍이 안 되어 여름엔 죽음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니 살 생각이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애들용으로 나온 헬멧을 쓸 수도 없으니,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이 이번에 구입한 레이저 Razor 헬멧이다. 메트로 헬멧이 예쁘긴 했는데 구입할 방법이 별로 없다 하고, 등산용 헬멧이 둥그렇긴 했는데 왠지 어색하고, 그러다가 이 넘을 우연히 찾게 된 것이다. 인라인 스케이트 용이라 하고 헬멧 위에 바람 구멍이 있어 통풍이 잘 될 것 같고, 게다가 일단 둥그런 모양이니 스트라이다와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인터파크에서 샀고 가격은 3만 6천원. 배송비 2,800원이 별도로 붙었다.

검은색, 회색, 흰색이 있는데 회색은 품절이라 일단 흰색 주문. 주문하고 다음 다음 날인가 도착했는데 박스에 달랑 비닐 포장된 헬멧이 들어 있었다. 황당한 것은 ^^ 인터파크에서 주문했는데 박스는 d&Shop이었다는. 아마 판매자가 이곳 저곳에서 파는 사람인데 d&Shop 박스 밖에 없었던 모양. 인터파크에서 알면 좀 기분 나빠할 일이지 싶다. ^^

어쨌든 비닐을 뜯어 헬멧을 꺼내 급한 대로 머리에 써 봤는데~ 휴~ 이런 헬멧을 처음 써서 그런지 영 어색하고 한마디로 좀 웃겼다. 이걸 어떻게 쓰고 다니나 걱정이 먼저 밀려 왔지만 쓰다 안 되면 딸 아이 주지 뭐 하는 생각으로 반품은 포기. 게다가 또 자꾸 써보니까 그런대로 적응되는 것 같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 반응을 보면 딸 아이는 너무 웃겨~ 다른 사람들은 귀여운(!) 맛이 있네 라는 식이다. 여튼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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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의 모양은 사진과 같다. 실제로 쓴 모습을 공개할 자신은 없으니 그냥 상상하시길. 얼굴이 좀 작고 갸름한 분들한테 어울릴 듯 하다. 헬멧도 머리가 큰 편인 사람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 듯. 스트라이다 열심히 타서 얼굴에 살 좀 빼면 나도 그런 대로 어울리겠지 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

가격 대가 저렴한 탓인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 헬멧이야 머리에 쓰기만 하면 되니 특별한 장점이 없을 테고, 일단 고정쇠(후크)와 턱 끈이 너무 부실하다. 저가형 헬멧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단점인데 턱 끈은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 후크는 끼고 빼는 과정이 영 불편하다. 매끄럽게 맞지 않아 끼울 때 좀 고생해야 하고 뺄 때도 마찬가지. 예전에 쓰던 KED 헬멧에 비하면 영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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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자체의 디자인이 둥근 모양이라 그렇겠지만, 선바이저가 없는 것도 단점이다. 선그라스 외에는 햇볕을 막아줄 장치가 없는 셈. 모자를 쓰고 헬멧을 써도 될 듯 했지만 일단 안 들어가고, 실제로 해 놓으면 모양이 되게 웃긴다. 그러니 패스. 결국 선그라스와 버프로 단단히 얼굴을 가릴 수 밖에. 이마와 눈 사이가 만만찮게 탈 것 같은 느낌이다.

내피를 교체 혹은 분리할 수 없는 것도 단점. 오래 쓰다 보면 빨아줘야 하는데 이건 세탁이 불가능하다. 오래 쓰다가 더러워지면 그냥 버려야 하는 것은 저가형 제품의 정해진 운명. 하긴 4만원 조금 안 되는 제품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일단 나는 이 헬멧을 쓰기로 작정했다. 몇 번 쓰다 보니 그런 대로 자리가 잡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낮에는 뒤에 싣고 밤에만 쓸 생각 ^^ 낮에 얼굴을 가릴 방도를 좀 찾아야 할 판이다.

얼굴 큰 분들은 절대 비추. 고급형 헬멧 쓰시던 분들도 비추. 입문용으로 부담 없이 쓰려는 얼굴이 작은 분들에게 어울릴 듯 하다. / FIN

자전거 탈 때 꼭 필요한 네 가지

날씨가 좋아지면 자전거 타기도 한결 좋아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훼방꾼도 있다. 자전거 탈 때 날씨만 좋으면 되는데 훼방꾼이라니? 그냥 말로 생각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자전거를 타 봐야만 그 훼방꾼이 누군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훼방꾼은 바로 햇볕이다. 요즘 같은 봄날에 얼굴을 드러내고 한 시간만 자전거를 타도 벌써 남들이 얼굴 탔다는 얘기를 한다. 검게 탄 얼굴이야 건강의 상징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그렇게 얼굴을 태우다가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 못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계인 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탄다. 특히 여자들은 더하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은 물론 코까지 완전히 가리는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그렇게 흉칙한 마스크를 쓰는 데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날씨가 좋아지면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무릇 봄이란 만물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날이라 하지 않던가. 사람은 물론 벌레들도 봄이면 활개치고 돌아다닌다. 특히 분당에서 성남을 지나 서울까지 흐르는 탄천 주변처럼 습지가 많은 곳은 그야 말로 벌레들의 천국이다. 이렇게 벌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길을 자전거로 달린다고 상상해 보라. 부딪히는 것도 끔찍한데 그 중 일부는 코로, 입으로 사정 없이 들어온다. 심지어 눈에 들어가기도 한다.

자전거도 나름대로 속도가 있는 탈 것인데, 한참 달리는 중에 이런 벌레와 부딪힌다면 당황하게 되고 잘못하면 사고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벌레를 막는 고글과 마스크는 반드시 필요한 안전 장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극성스럽게도 흉칙하게 막는다고 뭐라 할 것이 못 된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쓰고 다니는 것이다.

헬멧도 마찬가지다. 원래 헬멧은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지만 햇볕을 가리는 역할도 한다. 햇볕이야 모자로 가리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면서 모자를 쓰고 타지만 모자는 까닥하면 바람에 쉽게 날아가 버린다. 꽤 단단히 눌러 썼다고 해도 강한 바람 한 번이면 벗겨지기엔 충분하다. 그런 까닭에 턱 끈을 조이는 헬멧이 필요한 것이다. 헬멧은 넘어졌을 때나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머리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선바이저가 있어 햇볕을 가려 주는 꼭 필요한 안전 장비다.

마지막으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꼭 갖춰야 할 장비는 바로 장갑이다. 사실 다른 것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해도 장갑은 반드시 껴야 한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손을 짚는다. 손이 먼저 바닥을 짚으면서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아닌 흙 위에 넘어진다고 해도 손바닥은 그런 것들을 이겨낼 만큼 두껍지 못하다. 바닥에 넘어져서 까진 손바닥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장갑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꼭 껴야 할 필수 장비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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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26 22: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따.. 사진 자료도 좀 부탁합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6 22:54 신고 수정/삭제

      이쁜 헬멧 다시 사면요~ ㅋㅋ 버프도 다시 사얄 듯..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