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9-3 컨버터블을 빌리다

콩글리쉬라고 해서 요즘은 잘 안 쓰는 말이지만 뚜껑을 열고 달리는 ‘오픈카’는 수많은 남자들이 한 번씩은 꿈꾸는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림 같은 해안도로, 시원하게 뚜껑을 열어 제낀 차, 그리고 예쁜 여인(헐, 이건 또 뭔 소리!). 여튼, 꼭 그런 차를 살 형편이 못된다 하더라도, 한 번 쯤은 타보고 싶다는 건, 아주 솔직한 욕망일게다. 어쩌면 본능일지도.

내가 타 본 최초의 컨버터블(이제 오픈카란 명칭은 더 쓰지 말자. 촌스럽다는 말 나올까 두렵다^^)은 포드에서 나온 붉은 색 머스탱이다. 97년, 미국 갔을 때 탔으니까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얘기다. 포드 머스탱을 타고 라스베이거스 사막 도로를 지나는 기분도 뭐 그리 나쁘진 않았다. 내가 운전한 게 아니라는 점만 빼고는. 운전을 안 한 것 뿐만 아니라 난 서열에 밀려(!) 뒷 좌석에 타고 있었다. 젠장. 머리를 완전히 제끼고 하늘을 쳐다보는 그 자세가 오히려 편안한 그런 웃기는 자세로 말이다. 게다가 컨버터블은, 앞에 탄 사람들에게는 뽀대나고 좋지만 뒷 좌석에 탄 사람들은 그야 말로 쥐약이다. 자세 불편한 건 둘째치고, 오는 바람 다 맞아야 한다. 헤어스타일? 거의 거지꼴 된다. 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러 가면서 몰아 본 것 외에는 포드 머스탱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게다가 다짐한 건, 내 다시 뚜껑 없는 차를 타나 봐라, 하는 독한 마음 뿐. 컨버터블은 원래 두 명이 타는 거네 어쩌네 하는 말은 나한테 하지 마라. 내가 빌리고 싶어 빌린 것도 아니고, 난 당시 서열 세번쨰였으니까(서열 1, 2위가 앞에 않고, 3, 4위가 뒤에 앉은 건 당연한 거 아니여??).

십 년도 더 지나서 다시 컨버터블을 탈 기회가 됐다. 사브 93 20t라는 모델로 워크샵 차 내려간 제주도에서 빌려 탄 차다. 왜 하필이면 사브냐, 구형 모델이냐 이런 얘기는 또 하지 마라. 어쩔 수 없이 사브를 빌려야 했고, 제주도 레터카 업체 몇 군데를 뒤졌지만, 사브 컨버터블은 이게 유일했다. 여튼! 그렇게 탄 사브가 바로 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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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 컨버터블의 덮개는 흔히 말하는 소프트탑이다. 천으로 되어 있고 덮개를 열면 이 넘이 접히면서 트렁크 안으로 쏙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덮개를 열기 위해선 트렁크의 일정 공간은 비워둬야 한다. 당연히 큰 짐은 실을 수가 없다. 골프채 같은 건 꿈도 꾸지 마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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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불뚝 튀어나온 버튼이 덮개를 여닫는 버튼이다


컨버터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덮개를 열고 타야 하는 것이다. 차 안의 버튼을 지긋이 누르고 있으면 자동으로 덮개가 열리고 다시 누르면 닫힌다(써 놓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다. 젠장). 열고 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 - 20 여초 정도? 물론 차를 세운 상태에서 여닫아야 한다(들리는 얘기론 시속 10km 이하에서 하란다는데, 시속 10km로 달리면서 덮개 여느니, 아예 세워 놓고 여는게 더 뽀대날 듯 싶다).

덮개를 열고 타봐야 하는데 이번에도 우리 일행이 4명(!)이다 보니 덮개를 열고 탈 수가 없었다. 덮개를 열면 앞 유리창이 가려주는 앞좌석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뒷 좌석은 바람 때문에 난리가 난다. 창문을 올려 세우면 좀 덜하기는 한데 그래도 뒷 사람은 괴롭다. 누구나 다 알지만 다시 한 번 확실히 결론 나는 것. 컨버터블은 두 명이 타야 제 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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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탑 차량의 장점은 차체가 가볍다는 거다. 따라서 단점도 명확하다. 덮개 열고 가다가 사고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쨌든. 차체가 가볍고 힘이 좋은 탓에 가속 성능은 정말 끝내준다. 쉽게 말해 마음 먹은 대로 차가 쭉쭉 나가준다는 말이다. 일반 도로에서도 100km에 이르는데 10초가 걸리지 않았고(그런데 요즘 차들 대부분 다 이렇다고 하더라) 액셀에 발을 올리면 생각대로 탁탁 튀어나가 준다. 오죽하면 이런 차 모는 사람들 성질이 더러울만도 하다 그런 얘기가 나왔다. 마음 먹은 대로 차는 나가 주는데, 도로 상황이 맘대로 안 뚫리니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물론 농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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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대시보드는 단순하나 오디오 쪽의 조작 패널이 좀 복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거야 뭐 익숙해지면 불편할 것이 별로 없는 문제일 테고, 돌출된 자동차 키에 사람이 다칠까봐 오른쪽 팔걸이 아랫 부분에 키를 배치한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확실히 사람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차들도 스마트 키를 도입하면서 버튼으로 시동이 걸리게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대부분의 자동차는 이런 추세가 될 듯 하다.

자동차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운전자에 지나지 않는 내가 사브 컨버터블을 타본 느낌은 대강 이랬다. 덮개를 열고 다니면서 컨버터블의 충분한 매력을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둘이서 컨버터블을 타야지. 덮개를 열고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운전하는 것 하나 만으로도 컨버터블을 빌릴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에 차를 살 때 컨버터블을 살 거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야 겠다. 맨날 타는 차랑, 가끔 타는 차는 다른 법일테니까.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19 15: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브 컨버터블은 전복 사고에 대비해 앞좌석 머리 받침대가 지지대 역할을 하고 뒷좌석은 뒤에서 지지대가 에어백처럼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 이것도 아마 세계 최초일걸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9 22:27 신고 수정/삭제

      뒤집어 질 때까지 타고 싶지는 않아요~ 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1.19 17: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컨버러블'이랑 '까브리올레'의 차이는 뭡네까..

    질문사항을 올렸기땜시 검색해보지 않는 정현아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9 22:26 신고 수정/삭제

      나도 모름. 검색해서 알려주시기 바람 ^^

    • 넘버텐 2011.01.28 15:47 신고 수정/삭제

      둘다 같은 뜻이구요.
      미주지역에서는 컨버터블 이라고 하고
      유럽지역에서는 카브리올레 라고 한다고 어디서 주어 들은 기억이 나네요..^^

  • 말짜 2008.11.19 20: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번엔 서열이 좀 높아졌는감?^^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9 22:26 신고 수정/삭제

      서열이 높아져서, 운전을 했다네. 젠장 ㅋㅋ

  • ^^ 2008.11.20 08: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 옛날 비엠뭐시기 컨버터블 탈때는 창피해서 뚜껑 열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뚜껑 열고 다니는 사람들 많아요... 오늘 같은 날은 뚜껑 열먼 얼어 죽을듯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0 10:01 신고 수정/삭제

      뭐 덮개 열고 타니 좀 챙피하긴 한데요... 제주도니까 그냥 타는 거죠~ ㅋ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1.21 12: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짠이아빠님 말씀대로 머리 받침대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상부가 없는 컨버터블인데도 불구하고 전복시 차량의 원래 형태가 유지되는 강도 높은 섀시를 이용하고 있어서 운전자의 안전이 보장됩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3 01:40 신고 수정/삭제

      여튼 차를 뒤집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당께~ ㅋ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8.11.22 18: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소프트탑을 보면 항상 궁금했던거... 비오면 새나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3 01:40 신고 수정/삭제

      ㅎㅎ 저도 같은 생각했는데요, 절대로, 한 방울도 안 샌답니다(안 맞아봐서, 검증은 못했어요 ㅋㅋ). 하지만 뭐 비 새면... 저거 팔리겄어요~

  • 사브가이 2008.11.23 10: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반갑습니다. 제차도 2005년식 에어로 컨버터블인데, 몇가지 짚고 넘어가자 합니다.
    1.차가 컨버터블이라 가볍다는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컨버터블이 차체 보강재랑 지붕 구동 메카니즘등 때문에 세단형보다 몇십키로 더 무겁습니다.
    2. 사브 컨버터블은 스웨덴이란 춥고 비와 눈이 많이오는 북유럽 나라에서 만드는 차라 다른 컨버터블에비해서 천이 더 두껍고 지붕 골격이 더 굵고, 방수성 방한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3. 이미 다른분들이 말씀해주셨듯 컨버터블이라 위가 텅 빈것을 보강해주기 위해서 벨트 프레텐셔너나 롤오버 프로텍션등 여러가지 안전장치가 있고, 차 자체는 유로엔캡에서 별 5개를 획득함으로써 여느 중형차보다 더 안전하다지요.
    4. 사진으로 봐서는 리니어 모델인것 같은데 리니어모델은 엔진 출력이 175마력밖에 안됩니다. 사실 잘나간다 안나간다는 주관적이긴 하지만 요샌 왠만한 외제차도 제로백을 6초이내로 찍고 국산도 300마력은 우스운 시대에 리니어가 잘나간다는것과는 거리가 있는것 같네요.

    제주도 못가본지 오래됐는데 많이 좋아진것 같네요. 언제한번 놀러가봐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4 08:33 신고 수정/삭제

      역시 한 번 타보고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게 아니라니깐요 ^^ 그냥 제 소감을 말한 것 뿐이다 이리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좋은 도움글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pablohoney.tistory.com/#header BlogIcon OT`aek 2008.11.26 16:2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평소 사브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사실적이고 재미잇는 시승기 잘 봤습니다.^^
    글로 봐서는 사브차량을 처음 접하신것 같은데요..

    주제넘게 몇가지 살을 붙인다면... "컨버터블 차량이라서 가볍고 잘 나간다" 는 표현도
    어느정도는 맞긴 합니다만..
    사브의 터보기술은 정평이 나있죠..
    사브는 항공기 터보기술을 자동차란 머쉰에 처음 접목시킨 스웨덴의 항공기제조회사이구요..(현재 국내전투기 사업에도 참여,자동차사업쪽은 GM산하로 합병)

    그러한 터보의 맛을 경량화된 차체에 기인함으로 느끼신것 같아보여서요..
    물론 경량화도 한몫하겠지만요...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되신다면 사브의 에어로 모델을 한번 시승해보시라는 말씀을 조심스레 드려봅니다.^^

    아..! 그리고 "까브리올레" 라는 말은 "컨버터블(미국식)" 의 영국식 표현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쪽에서는 까브리올레라는 단어가 대부분 쓰이구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6 16:45 신고 수정/삭제

      앗! 역시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이런 댓글들이 모여서, 모자란 부분들이 채워지네요. 나중에 에어로도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