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맘마미아'

누구나 마음 속에 품어 둔 목표가 하나쯤은 있을 게다. 길게 본 목표도 있고, 짧게 본 목표도 있고... 그런데 재미있기로만 따지면, 기간을 짧게 둔 목표를 세우는 게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게 있어 그 중 하나는 바로 '맘마미아 MammaMia' 였다. 그것도 아무 좌석이 아닌 VIP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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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포스터는 왜 우리 배우를 쓰지 않았던 것일까 ^^

뮤지컬 공연 VIP 좌석에 앉아 보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목표까지 삼았느냐 묻는다면, 그냥 웃고 말아야 겠다. 그런데 한 번쯤 힘든 일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게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이 고비만 넘기면 최신형 질레트 면도기를 사야지' 뭐 이런 거다. 당시에는 하기 어려운 일종의 '사치'를 고비를 넘긴 후에는 꼭 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뮤지컬 VIP 좌석은 좀 고급스런 사치다.

하여튼, 단기 목표를 이루고 나, 아니 우리는 당당히 뮤지컬 맘마미아의 VIP 티켓을 구입했다. 때마침 할인 행사도 한단다. 배우들의 눈짓 하나 하나가 보이고, 숨소리까지 들리는 VIP 좌석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애들도 아닌데, 공연장에 들어가는 날은 괜히 초저녁부터 마음이 설렜다. 사실 맘마미아 공연을 봐야 겠다고 마음 먹은 건, TV에서 보여 준 공연의 일부를 보고 그대로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귀에 익숙한 아바의 음악, 박해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나중엔 그 동영상을 구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언젠가는 무대에서 꼭 봐야지.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온 것이다. 비록 박해미는 아닐지라도.

드디어 무대가 열렸다. 소피의 독백으로 뮤지컬이 시작됐다. 파워풀한 뮤지컬 배우들의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소피는 조금 여리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곧 공연에 빠져들게 됐다. 적당한 유머, 익숙한 음악은 곧 사람을 공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도나, 김선경이 등장했다.

배우에 대한 호감도는 이럴 때 참 중요한 역할을 할 게다. 만일 내가 김선경을 싫어했다면 뮤지컬에 덜 매료되었을 지도 모를 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는 김선경이라는 배우에 대해 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두어 번인가 그가 나온 방송을 봤고, 노래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잘했다. 내 마음 속에선 박해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은근히 비교가 되었을 법도 한데(이래서 나중에 하면 항상 손해다 ^^) 역시 배우는 배우다.

공연 내내 미소를 띄고, 때로는 크게 웃으며, 마음 속으로 박자를 맞추며 그렇게 맘마미아를 봤다. 요염한 중년(어디서 인터뷰를 봤더니 2008년에야 비로소 중년 연기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전수경이 얘기했더라) 타냐의 전수경은 역시 그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펼쳤고, 로지의 정영주 역시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내 스스로 맘마미아 베스트라고 뽑을 수 있는 수퍼트루퍼에서 세 여자의 화음이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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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공연은 아니고, 맘마미아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수퍼 트루퍼 열창 장면
맨 왼쪽 전수경만 같고 다른 멤버들은... 아마 저 도나가 최정원인 듯 ^^

솔직히 말하면 샘을 제외하고(사실 샘의 성기윤은 일찌감치 박해미 도나 시절부터 파트너였기 때문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배우를 시카고에서도 봤고.) 다른 두 배우, 빌과 해리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 그건 내가 아마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던 때문일게다 - 공연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고 소피와 스카이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친구들, 앙상블로 표현된 나머지 배우들의 몸짓도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신나는 몸짓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사십분은 흘러가 버렸다.


다음TV팟에 소개된 맘마미아 이벤트용 동영상. 이거라도 갖다 붙일 수 밖에 ^^
젠장, 붙여놓고 보니 죄다 광고네 쩝 ^^

500회 공연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5월에 공연이 끝나므로 지금쯤 객석이 꽤 빌 법도 한데,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는 다 찾으니 명불허전이라는 생각도 했다.

허나, 다 좋았는데 샤롯데극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해야곘다. 의자가 그게 뭐냐. 뮤지컬 공연 보러면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두 시간은 앉아 있는 법일텐데 불편하기 짝이 없다. 팔걸이도 좁고, 앞 간격도 좁다. 물 한 모금 마실래도 비싼 물을 돈주고 사야 하고, 공연장 밖에서는 앉아 있을 만한 공간 조차도 별로 없다.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이 공연 시작 전에 우왕좌왕 할 수 밖에. 게다가 주차요금도 따로 받는다니!

공연 다음 날, 그 다음 날까지도 우리들 머리 속에선 맘마미아의 멜로디들이 맴을 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OST를 한 장 살 걸 그랬나 보다, 그런 후회도 했다. 대신 아바의 오리지널 곡을 구해 듣는 것으로 감상을 달랠 수 밖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겠다. 아마도 또 다른 공연이 될테지만(물론 공연 외에도 많은 단기 목표들이 있긴 하다 ^^) 맘마미아의 기대치가 높아 다른 공연에 쉬 만족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이제 내용은 다 알았으니 맘마미아 오리지널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도 나왔다. 그럼 다음엔 오리지널에 도전해볼까? ^^ 아마도 그건 직접 나가서 보게 될 것 같다.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4.04 16: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The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노래는 사실 이번에 처음 들어본 건데, 맘마미아 보고 완전 빠져버렸어요. >_< 그런데 '샘'은 처음부터 그 배우셨군요. 흐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4 17:04 신고 수정/삭제

      '대빵은 다 먹어'가 그리 좋았나요? 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4.04 18: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승자독식주의'에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로구만요..ㅡㅡ;
    그나저나 문화생활 부러버요~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4.04 18: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 내가 다 먹는다.. 왜!

  • Favicon of http://diarix.tistory.com BlogIcon 그리스인마틴 2008.04.04 19: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VIP석.. 이것도 제 버킷리스트에 넣어야겠군요.
    이런 작은 소망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번이라도 VIP석에서 관람을 했다면 평생 VIP석에서 관람했었다는
    경험을 말할 수 있게 되는거죠.
    음.. 솔직히 부럽습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4 23:23 신고 수정/삭제

      네,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

  • 필로스 2008.04.04 22: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4 23:23 신고 수정/삭제

      아니 왜 이르세요~ ㅋ 악플(!)을 다 다시고 ㅋㅋㅋ

  • Favicon of http://ez2web.com/blog/ BlogIcon 뉴크 2008.04.05 23: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오늘 7시 공연 보고 왔는데 캐스팅은 좀 아쉽긴 하지만 괜찮았는데
    정말 샤롯데는 생각외로 꽝이였음. 뮤지컬에 특화된 극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자도 불편했고 좌석 배치도 맘에 들지 않았음 비싼돈 내고 간 좌석인데...
    정작 무대가 잘 안보이는 요상한 구조..;; 짜증 짜증.
    그리고 뒤에서 흥에 겨우셨는지 발을 구르시는데.. (아 완전 짜증 노 매너..)
    암튼 그 발구름이 의자 전체를 흔들정도(여자분 이었음)로 울려서 영 집중이 안되더란..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6 07:37 신고 수정/삭제

      공연 보는데 누가 뒤에서 발 구르면 진짜 짜증나죠... 그건 기본 매너인데, 그런 공중도덕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니... 많이 화나셨겠어요. 그럴 땐 서로 얼굴 붉히더라도 한 마디 해야 겠더라고요. 에유...

  • ^^ 2008.04.06 00: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저도 사치(!)스런 목표를 세워야겠어요.. 그럼 고비 하나 넘어 갔단 소리겠져?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6 07:37 신고 수정/삭제

      고비마다 목표 하나~ 이거 좋아요~ ^^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4.06 12: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당분간은 여행을 자제하고 문화생활에~
    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반가워할 소식이네요.

    짠이아빠님에 이은 레이님의 맘마미아 포스팅이 절 이렇게 만들었어요~~
    다음에 꼭 봐야징~~

    즐거운 주말 되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7 11:08 신고 수정/삭제

      여행 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한 번씩은 누릴만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