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로 영화 보기

 
PDA는 원래 Personal Data Assistance의 약자다. 개인을 위한 데이터 처리 보조 기구라는 뜻일테다. 그래서 처음 PDA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전자수첩처럼 사용하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용도로 쓰자고 많이 우기기도 했고. 그런데 쓰다 보니 영 아니다.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도 불편하고 한 번의 실수로 모두 날려 먹기도 일쑤다. 그냥 PDA 처음에 사서 몇 번 입력해 보는 그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신기했고 마냥 자랑스러웠던 PDA가 나중엔 애물 단지가 되고 만다.

나는 PDA로 주소록이나 일정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내가 PDA까지 써서 관리할 주소록이 몇 백개 되는 건 아니고 - 세어 보니 삼백여개가 들어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 중에서 필요한 건 몇 개나 될까 ^^ - 일정이 너무 바빠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도 아니다. 그러니 PDA는 애당초 나에게 이런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난 PDA를 크게 두 가지 용도로 써왔다. 하나는 전자책이다. PDA에 텍스트 파일을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책을 읽어댔다. 작은 화면을 통해 봐야 하고 다듬어 지지 않은 텍스트 파일로 읽어야 하니 좀 불편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니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좋았다.

두번째는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이다. 선물 받은 블루투스 GPS 수신기와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했다. 이 넘만 있으면 아무리 초행길이라도 겁이 안 나니 아주 유용하게 쓰는 셈이다.

가끔 엠피쓰리 음악을 듣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이건 어쩌다가 하는 정도이니 주 용도라고 할 수는 없겠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들어 PDA로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다름 아닌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DMB다 PSP다 PMP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요즘은 지하철에서 심심찮게 TV나 영화를 보는 사람을 볼 수 있게 됐다. 원래 TV야 좋아하질 않으니 상관 없다 쳐도 영화를 본다는 건 참 매력있는 일이다 싶었다.

물론 PDA로 영화를 보는 일이 가능했다. PDA 동호회 등에 가보면 PDA 용으로 영화를 인코딩해서 올려 놓은 경우도 있으니 이를 다운 받아 보면 된다. 그런데 저작권 법이 강화되면서 이런 PDA용 영상들이 많이 없어지고, 또 내가 보고 싶은 걸 마음대로 볼 수 없으니 자연스레 PDA로 영화 보기는 포기해야만 했었다.

PDA로 영화를 보려면 우선 영화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PDA에서 사용하는 메모리라는게 끽해야 1GB 정도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데 PC용으로 만들어진 동영상들은 기본 용량이 700MB다. 700MB 파일을 복사했다고 해도 PDA의 CPU가 이를 처리하기에는 너무 벅차서 시간이 무쟈게 오래 걸린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동영상 사이즈도 줄이고 화질도 낮추고 오디오 품질도 적당히 내려서 파일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물론 줄여주는 프로그램들이 있기는 했는데, 사용법이 만만찮게 까다로왔다. 그러니 PDA로 영화를 본다는 건 그야말로 선수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PDA 사이트에서 '바닥'이라는 인코딩 프로그램을 찾았다. 세상에~ 컴퓨터용 동영상 파일을 PDA에 맞게 변환해주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이것저것 복잡한 걸 세팅할 일도 없고 동영상 파일과 자막 파일을 같은 폴더에 넣어두고 '바닥'에서 동영상 파일을 불러 변환시키기만 하면 된다. 기본 내용이 다 세팅 되어 있으므로 파일을 불러 변환시키면 오케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700메가 파일 하나 변환시키는데 30분이 채 못 걸리고 - 물론 이건 시스템 사양이나 여러가지 환경에 따라 달라질 터이다 ^^ - 용량은 십분의 일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략 70-80메가 정도니 PDA의 CF나 SD 메모리에 넣어놓고 즐길만 하다. 참고로 바닥 홈페이지는
http://www.kipple.pe.kr/ 이다.

'바닥'으로 컴퓨터용 영화 파일을 PDA에서 볼 수 있게 변환 - 소위 말하는 인코딩 - 을 완료했다. 이제 이 파일을 PDA에서 열어보면 되는데, 아쉽게도 내 PDA에 내장된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는 avi 파일을 지원하지 않는다. wmv와 mp3 정도만 지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별도의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을 알아봐야 했다.

PDA 사이트에서 찾아낸 프로그램이 바로 tcpmp라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영문 소프트웨인데 Dr.Mabin이라는 닉을 가진 분이 한글화했단다. 한글화 뿐만 아니라 코덱까지 포함해 놓은 버전이 PDA 사이트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 파일을 구해 설치하면 된다. 내가 설치한 최종 버전은 tcpmp 0.66m 버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말로 하면 무엇하리. 아직 PDA 화면 캡처 뜨는 방법을 몰라 그냥 디카로 들이댔다. 덕분에 화면이 좀 어두운 것이 탈이다. 그래도 대략 플레이어의 모습은 알아볼 수 있을 텐데, 화면 구성 자체는 별로 복잡할 것도 없다. 화면 아래쪽에 기본 메뉴와 재생 버튼 등이 들어 있다. 가만 보니 삼각형 버튼은 재생, 삼각형 두개는 빨리 감기, 네모는 정지 버튼일테고 그 옆에 화면 확대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아래와 같이 바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로 세로가 바뀌면서 전체 화면 모드로 재생된다는 뜻이다. '바닥'에서 기본 값으로 인코딩 하니 이 화면 사이즈에 맞게 자막도 입혀져서 이렇게 봐야 자막이 제대로 보인다. 처음 사진처럼 놓고 보면 자막 글자가 깨져서 알아보기 힘들다.

화질은 좋다. 대신 화면 전환이 빠른 장면에서는 좀 대충 건너 뛰면서 볼 생각을 해야 한다. 작은 화면에 작은 파일 사이즈로 보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닌가. 나머지 다른 부분들에서는 충분히 영화를 감상할 만하다. 오늘 출근과 퇴근 길 지하철에서 나는 김용 원작의 의천도룡기 두 편을 볼 수 있었다.

파일을 변환해주고 이를 PDA로 복사하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작은 수고로 한 시간의 출근길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 이 정도면 모바일 영화관 치고는 훌륭한 솔루션이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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