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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부대찌개가 당긴다
'비 오는 날은 짬뽕'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사실 나도 비 오는 날 짬뽕을 즐겨 먹는다. 솔직히 말하면 비 오는 날 먹기 보다는 술 한 잔 한 다음 날 속풀이로 먹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만 ^^ 어쨌든 왠지 축축한 날엔 얼큰한 짬뽕 국물을, 땀을 흘리며 홀짝거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축축하게 젖은 날, 나는 보글 보글 찌개를 훨씬 더 즐겨 먹는 편이다.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가 가득한 해물 순두부 찌개, 시큼한 김치와 두부가 든 김치찌개, 향긋한 냉이 향 가득한 된장찌개… 누가 한국 사람 아니랄까 봐 비 오는 날이면 나를 유혹하는 찌개들이다. 그런데 ^^ 정작 그런 날 내가 찾는 건 한국 최초의 퓨전 음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부대찌개다.
잠실 4단지 레이크팰리스와 석촌호수가 만나는 석촌동 사거리를 지나 배명중고등학교 쪽으로 주욱 내려 가다 보면 기아자동차 대리점 옆에 의정부 부대찌개 집이 있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집은 뭐 그리 특별한 집은 아닌 그 흔한 의정부 부대찌개 집이다. 그런대도 내가 굳이 이 집을 물고 들어 가는 건 이 집 부대찌개는 다른 집 보다 덜 자극적인, 육수가 부드러운 집이기 때문이다.
내 알기로 이 집 부대찌개의 특별한 점은 단 하나, 찌개를 끓이는 육수다. 보통은 사골 국물 같은 허연 육수를 쓰는데 이 집은 다시마와 멸치 등 해산물로 낸 육수를 쓴다. 그러니 육수가 흰 색이 아니고 초록색 비스무레 하다. 그런 까닭에 매콤한 양념장이 들어가 풀어지면서 뻘건 국물을 내기는 해도 일반 부대찌개보다 순하다는 느낌이 든다(심리적이든, 실제로 그렇든 그건 잘 모르겠다 ^^).
부대찌개가 끓기를 기다려 절대 빠져서 안 되는 라면 사리를 홀짝거리다 보면 어느새 찌개가 알맞게 끓는다. 라면 사리 보다 더 빠져서는 안 되는 청하 한 잔을 반주로 곁들이면 축축한 비로 쳐졌던 몸과 마음이 은근히 달아 오른다. 일순간 짜증스럽던 비는 운치 있는 비로 바뀌고, 식당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에 왠지 시라도 한 편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런 맛에 비 오는 날 나는 부대찌개를 먹으러 간다.
뭐, 차를 타고 일일이 찾아 와서 먹을 만한 집은 아니다. 그냥 송파, 잠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점심 식사 한 끼 하기에 괜찮은 집이란 뜻이다. 인스턴트 냄새 많이 나는 놀부 부대찌개 보다는 훨씬 괜찮은 집이니 말이다.
이렇게 찌개 예찬을 잔뜩 써 놓고 정작 오늘은 바지락 칼국수 먹었다. 하여튼 비 오는 날엔 얼큰하던 시원하던, 뭔가 국물 있는 음식이 당기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인가 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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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끓이는 부대찌게로는 흉내내기가 참 힘들어요. 육수 차이겠죠.
예전에 신촌에 근무할때엔 그 앞 부대찌게 유명한 곳이 있어 자주 갔었는데 ... 제 입이 지금 마구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요~ ^^ 부대찌개에 소주 한 잔... 아유... ㅋㅋ
레이님^^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이 포스트 보면서 블코채널 주제랑 딱 맞는 것 같아 제가 링크시키려고 했는데,
딱 맞춰 걸어주셨네요^^
블코채널에서 레이님 글 보고 반가워서 다녀갑니다~
ㅋㅋ 사실은 블코 채널 보고 쓴 거에요~ 블코 채널 보다가 딱 생각이 나서... ^^ 블코에서 이것저것 받아 먹음서 해드린 것도 없고~ 그냥 포스트나 날려야지요 뭐~ 고맙습니다.
아~ 사진 넘 실감나요! 야미야미~
저희 회사 앞에도 "이모네 집"이란 유명한 부대찌게 집 있거든요.
연옌들 많이 오는~ 얼마전에 이동건 한지혜 커플도 온거 봣어요 히히
나중에 오시면 한번 함께 가시지요ㅎㅎ
네 ^^ 저도 얼마 전에 그 집 갔었어요~ 거기도 정말 유명하고 괜찮은 집~ ^^
아, 혹시 필로스님과?ㅋㅋㅋ
그렇기도 하구요 ^^ 그 전에도 갔었어요. 건너편으로 이사하기 전에~ ^^
아 군침돌아요.
역삼동에 송탄 부대찌개라고.. 맛있는 집 있는데 거기 부대찌개 맛이 생각나네요 ^^
야밤에.. 부대찌개가 먹고 싶어지네요 ^^
^^ 역삼동 송탄 부대찌개는 한 번도 못 가 본 집이네요~ 예전에 역삼역 사거리에 대우식당이라는 부대찌개집도 있었는데~ 건물 공사하면서 없어진 것 같다는... (아님 제가 모르게 어디론가 이전했을 수도 있겠지요~ ^^)
역삼역에 대우식당..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입니다. 역삼동에서 일할 때 간혹 간 기억이 다시 다네요. ^^
네, 전 거기서 소주도 꽤 마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