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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구피 13마리
살다 보면 절대로 억지로 할 수 없고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생명을 키우는 일이겠지요. 애완동물을 키우던, 식물을 키우던, 이건 절대로 속성으로 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걸리고, 또 그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돌봐줘야 합니다.

딸 아이가 키우던 구피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것도 무려 13마리나 낳았습니다. 딸 아이가 물고기를 키워 온 건 이제 2년쯤 되어가는군요. 처음에 제브라로 시작해서, 친구 집에서 얻어온 구피를 키웠는데, 그 구피들이 자라고 자라서 이제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사연도 참 많았습니다. 처음 사온 제브라 여섯 마리는 참 오랫동안 잘 살았습니다. 조그만 어항에서 쌩쌩 다니는 녀석들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도 시간은 잘 갔습니다. 그런데 항상 사람은 욕심을 부리나 봅니다.
이 녀석이 제브라가 더 갖고 싶다 해서 몇 마리 더 사다 준 것이 처음 시작된 사고였습니다. 특별히 비싼 형광 제브라를 사다 줬는데 얼마 못 가서 금방 죽더라고요. 처음 물고기 죽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엉엉 우는 건 둘째치고, 애가 기운이 푹 빠져 있는 걸 보자니 참 마음도 아팠지요. 괜히 물고기 더 사왔다고 저만 타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제브라 수가 늘면서 어린이 날 선물로 받은 큰 어항에 제브라 열마리를 옮겨 놓고 오랫동안 키웠습니다. 마침 구피를 키우던 친구네 집에서 새끼를 낳았다고 여덟 마리를 얻어 왔고요. 처음엔 열심히 물도 갈아주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물도 잘 안 갈아주고... 딸 아이는 슬슬 꾀가 났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천천히 사고가 터집니다. 제브라가 한 마리, 두 마리 죽기 시작하고, 처음 받아온 구피들도 좀 자라더니 죽어가면서 결국에는 암컷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암컷 배가 잔뜩 불러 있었습니다. 친구네 엄마가 보더니 임신했다고 조금 있으면 새끼 낳을 거라고 했으니까요.
이 녀석이 심심해 할 것 같다고 해서 청개천 애완동물 상가에 놀러 갔다가 구피 네 마리를 더 사왔습니다. 이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그 다음 날 바로 죽고, 한 마리는 몇 일 더 버티다 죽고, 마지막으로 꼬리 화려한 수컷만 살아 남았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지요. 둘이 잘 놀아서 잘 될 거다라고 억지로 딸 아이를 달랬는데, 두 주 정도 지나서 수컷이 죽고, 몇 일 있다가 암컷도 죽어버렸습니다. 새끼 낳을 거라고 기대가 컸던 탓인지, 회사에 있던 저에게 전화를 해서 딸 아이는 대성 통곡을 했습니다. 아마 제일 많이 울었던 날이었을 겁니다.
친구네 집에서 여덟 마리를 다시 한 번 얻어왔습니다. 친구네는 새끼도 잘 낳는데 우리는 왜 못 낳지... 궁시렁 거리면서도 그렇게 몇 달을 또 잘 키웠습니다. 그리거 두 어달 전에 드디어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달랑 한 마리. 그래도 그 날 난리가 났습니다. 그 한 마리 지금은 꽤 컸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사가 터진 것이지요. 자그마치 열 세마리나.
이런 과정을 거친 구피들이 지금 큰 어항에 열 두마리. 그리고 이번에 열 세마리 새끼를 낳았으니 구피 식구가 제법 늘었습니다. 새끼가 나오면 아무래도 딸 아이가 좀 더 신경을 씁니다. 생명이란 그냥 내버려둔다고 자라는 법이 아니다, 니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물고기를 그리면서 가르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이지 싶습니다.
갓 태어난 열 세마리. 예전 경험에 비하면 중간 크기까지는 잘 자라더군요. 이번 구피들이 사고 없이 좀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딸 아이 어항에 구피가 한 오십 마리 정도 헤엄치는 걸 봤으면 좋겠군요. 그러고 나면 딸 아이도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 분양해주마고,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FIN

딸 아이가 키우던 구피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것도 무려 13마리나 낳았습니다. 딸 아이가 물고기를 키워 온 건 이제 2년쯤 되어가는군요. 처음에 제브라로 시작해서, 친구 집에서 얻어온 구피를 키웠는데, 그 구피들이 자라고 자라서 이제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사연도 참 많았습니다. 처음 사온 제브라 여섯 마리는 참 오랫동안 잘 살았습니다. 조그만 어항에서 쌩쌩 다니는 녀석들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도 시간은 잘 갔습니다. 그런데 항상 사람은 욕심을 부리나 봅니다.
이 녀석이 제브라가 더 갖고 싶다 해서 몇 마리 더 사다 준 것이 처음 시작된 사고였습니다. 특별히 비싼 형광 제브라를 사다 줬는데 얼마 못 가서 금방 죽더라고요. 처음 물고기 죽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엉엉 우는 건 둘째치고, 애가 기운이 푹 빠져 있는 걸 보자니 참 마음도 아팠지요. 괜히 물고기 더 사왔다고 저만 타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제브라 수가 늘면서 어린이 날 선물로 받은 큰 어항에 제브라 열마리를 옮겨 놓고 오랫동안 키웠습니다. 마침 구피를 키우던 친구네 집에서 새끼를 낳았다고 여덟 마리를 얻어 왔고요. 처음엔 열심히 물도 갈아주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물도 잘 안 갈아주고... 딸 아이는 슬슬 꾀가 났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천천히 사고가 터집니다. 제브라가 한 마리, 두 마리 죽기 시작하고, 처음 받아온 구피들도 좀 자라더니 죽어가면서 결국에는 암컷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암컷 배가 잔뜩 불러 있었습니다. 친구네 엄마가 보더니 임신했다고 조금 있으면 새끼 낳을 거라고 했으니까요.
이 녀석이 심심해 할 것 같다고 해서 청개천 애완동물 상가에 놀러 갔다가 구피 네 마리를 더 사왔습니다. 이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그 다음 날 바로 죽고, 한 마리는 몇 일 더 버티다 죽고, 마지막으로 꼬리 화려한 수컷만 살아 남았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지요. 둘이 잘 놀아서 잘 될 거다라고 억지로 딸 아이를 달랬는데, 두 주 정도 지나서 수컷이 죽고, 몇 일 있다가 암컷도 죽어버렸습니다. 새끼 낳을 거라고 기대가 컸던 탓인지, 회사에 있던 저에게 전화를 해서 딸 아이는 대성 통곡을 했습니다. 아마 제일 많이 울었던 날이었을 겁니다.
친구네 집에서 여덟 마리를 다시 한 번 얻어왔습니다. 친구네는 새끼도 잘 낳는데 우리는 왜 못 낳지... 궁시렁 거리면서도 그렇게 몇 달을 또 잘 키웠습니다. 그리거 두 어달 전에 드디어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달랑 한 마리. 그래도 그 날 난리가 났습니다. 그 한 마리 지금은 꽤 컸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사가 터진 것이지요. 자그마치 열 세마리나.
이런 과정을 거친 구피들이 지금 큰 어항에 열 두마리. 그리고 이번에 열 세마리 새끼를 낳았으니 구피 식구가 제법 늘었습니다. 새끼가 나오면 아무래도 딸 아이가 좀 더 신경을 씁니다. 생명이란 그냥 내버려둔다고 자라는 법이 아니다, 니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물고기를 그리면서 가르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이지 싶습니다.
갓 태어난 열 세마리. 예전 경험에 비하면 중간 크기까지는 잘 자라더군요. 이번 구피들이 사고 없이 좀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딸 아이 어항에 구피가 한 오십 마리 정도 헤엄치는 걸 봤으면 좋겠군요. 그러고 나면 딸 아이도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 분양해주마고,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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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난 구피라고 해서.. 강아진줄 알았네 그랴.. ㅋㅋ
ㅋㅋ 디즈니에 많이 익숙하신 겨~~
저도 이제 중년(?)을 바라보는 개를 키우면서 다른 종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것을
느낍니다.
득어 하신것 축하합니다~ :^)
고맙습니다 ^^ 뭐, 축하는 제 딸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전해드릴께요~ ^^
아~ 구피가 물고기였군요...저도 멍멍이인줄 알고..ㅋ~
우리 애들도 애완동물 하나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이상하게 제가 자신이 없으니 썩 내키질 않네요 보통 일이 아니쟎아요..^^;
저는 제가 강아지를 싫어해서 절대 못 키워요~ ^^ 그러니 물고기로 만족할 수 밖에요 ㅋㅋㅋ
우리집도 제브라, 구피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집도 똑같네요~ 저흰 아직 한마리씩 죽을 때마다 초상분위기라는거^^ 신경두 많이 못 써주는데 잘 자라 얼마나 감사한지...
어항에 한 오십마리 될 때까지 분양을 안 하신다구여??? ㅋㅋ 기대하겠습니당~
어항에 넘치면 분양해야지 우짜겄어요~ ㅋㅋㅋ
저만 멍멍이 생각한 게 아니라서 다행..ㅋ
집에 있는 두 아가에 손가는 것만해도 벅차서 애완동물 꿈도 못 꾼다죠..ㅡㅡ;
아니 강아지가 열 세마리면 난 어찌 살란 말여~
아. 멍멍이로 생각한 또 한 사람 여기...- -;
애 아빠들은 애들하고 디즈니만화 봄서 구피가 강아지라는 걸 알았다 쳐도, 토양님은 디즈니 세대여? ㅋㅋ
축하드립니다~! 저도 구피라고 해서 ... 강아진줄 알았습니다. 어릴적 물고기 키우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왜 그리 잘 죽는지...
어릴 때 키우던 물고기들 진짜 금방 죽었지요... 뭔가 다 이유가 있었을 법 해요. 원래가 좀 부실했다든지. ^^
안녕하세요. 저희집도 오늘 구피 새끼 12마리가 태어나서 기쁜 마음에(^^)... '구피'로 검색해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구피가 말로는 한번 낳기 시작하면 매달 한번씩 낳는다고는 하는데, 낳는 순간을 잡아내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저희도 구피를 수컷2마리,암컷2마리씩 사와 키우는데 아깝게 수컷이 죽어 3마리가 있는데 암컷이 임신 한 것 같아요 부디 재발 새끼를 잘 낳으길 그리고 또 따른 구피가 새끼를먹는다군요 ㅠㅠ 어떻하죠? 제발 잘 살길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