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쌀국수 먹는 법

면 릴레이 시즌 2 :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 중에서도 나는 해산물 쌀국수를 가장 좋아한다. 포호아든 포베이든 해산물 쌀국수에는 소고기 육수가 아닌 닭고기 육수를 사용하고 아무래도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덜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국수 처음 먹는 사람들이 향 때문에 좀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면, 나는 먼저 해산물 쌀국수를 먹어보라고 한다.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음식에서 나는 진한 허브향 같은 그 향이 아무래도 적으니까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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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개운하기 때문이다. 술이라도 한 잔 한 다음 날에는 속풀이에도 그만이다. 그래서 나는 쌀국수 먹을 때 일단 숙주를 되는 대로 다 넣는다. 그릇이 넘치기 직전까지 숙주를 국수 밑으로 밀어 넣는다. 레몬을 짜 넣는 것은 기본. 그리고 매운 고추도 한 접시 넣는다. 숙주가 숨이 잦아들고 고추의 매운 향이 코를 찌를 즈음에 드디어 국믈 부터 한 숟가락씩 떠 넣는다. 이렇게 먹다 보면 어느 새 땀이 비오듯 흐르고 먹고 나면 아, 잘 먹었다 라는 감탄사 한 번 내뱉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혹 잘 모르기도 한데, 베트남 쌀국수도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국수 큰 것을 시키면 양이 부족한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더 많이 먹고 싶다면 주저 없이 사리를 요구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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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한 번은 참 황당한 일이 있었다. 나는 항상 해산물 쌀국수만 먹기 떄문에 해산물 쌀국수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느 날은 마찬가지로 해산물 쌀국수를 시켰는데 육수가 시커먼 색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닭고기 육수라서 국물이 희어야 정상인데 마치 고기 육수처럼 색깔이 짙게 나왔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이상해서 사장님을 불렀다. 이게 왜 이런가요.

대답이 황당했다. 육수에는 소고기와 닭고기 육수가 있는데 오늘은 소고기 육수를 썼다는 것이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고 육수가 두 가지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따졌더니, 결국 닭고기 육수가 부족해서 소고기 육수를 썼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그런 경우라면 미리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내가 그 집 처음 간 것도 아니고, 아마 스무번도 더 넘게 갔을 건데, 그렇다면 얼굴도 알고 매일 뭐 시키는 지 정도도 알 법한데 그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댄다는 것이 짜증스러웠다. 어이없게도 결국 육수룰 따라내고 닭고기 육수를 다시 부어 가져왔지만, 국수 맛이 그대로일리는 없었다.

나는 참 소심한(!) 편이라서 식당에서 한 번 마음이 상하면 잘 안가는 습성이 있다. 그 뒤로 내 이 식당을 다시 오나 봐라 마음을 먹었지만, 사무실 지하에 갈만한 식당은 겨우 2개 뿐이고, 급할 때는 그곳을 이용하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서 어쩔 수 없이 또 가게 되었지만, 한 번 상한 마음을 돌이키기는 좀 쉽지 않을 듯하다. 어차피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한 법 아니었던가. / FIN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면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8.01.08 15:41 ADDR 수정/삭제 답글

    매일 면만 먹고 어떡합니까..고기도 좀 드세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8 15:42 신고 수정/삭제

      하루에 한 끼 먹는 건데요~ 뭐~ ㅋㅋ 고기는 블코에서 많이 사주셔서, 당분간 안 먹어도 됩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1.08 17:37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아죽 죽습니다... ^^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8.01.08 18:36 ADDR 수정/삭제 답글

    면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레이님 >.<
    ㅎㅎㅎ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1.08 22:52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도 까나리액젓 베이스보단 나을 거예요. 흑.
    왜들 미리 말을 안해주는 건지. -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8 23:47 신고 수정/삭제

      살다 보면 어떨 때는 미리 말한다는게 참 어려울 때가 있긴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가 또 그럼 안되지 했다가... (도대체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ㅋ)

  • Favicon of http://j4blog.tistory.com BlogIcon moONFLOWer 2008.01.11 08:14 ADDR 수정/삭제 답글

    여기서도 한인들 월남국수 엄청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전 왜 못먹어봤는지?? -__-a

    그나저나 요즘 서비스와 진실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점점 사라져가는듯..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1 13:36 신고 수정/삭제

      서비스와 진실이 기본이라는 걸 알면 될텐데 그걸 모르는지, 아니면 실제 일을 하다 보니 바빠서 무시하게 되는 건지... ^^ 여튼 어려운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