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 - 나도 언젠가는 신이 될 수 있을까

미치도록 갈증이 나서 물을 찾는 것처럼, 가끔 그렇게 책을 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막막하기란 말도 못한다. 정작 갈증이 나서 마트에 들어 갔는데 음료가 너무 많아 뭘 마실지 몰라 괜히 궁시렁 거리는 꼴이다. 이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는 것이다. 남들이 많이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설령 속았다 손 쳐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속은 거니 좀 덜 억울한 셈이니까.

그렇게 책이 사고 싶어 인터넷 서점을 어슬렁 거리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발견한 책이 ‘신’이다. 이게 뭘까 하고 클릭해봤더니, 세상에, 베르나르베르베르다. 이 정도면 사실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나는 어느 틈에 신1과 신2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결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 즈음, 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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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소설은 손에 잡는대로 바로 읽는 것이 내 습성이다. 드문 드문 읽어서는 발동도 안 걸리고, 내용도 이해가 안되고, 그러다 보면 다 읽지 못하고 책장 속에 처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다른 책들과 달리 처음에는 진도가 영 안 나갔다. 그럴 수 밖에. 이 책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 이은 속편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개미에 등장하는 인물도 나온다. 그러니 앞에 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영 어색할 수 밖에. 이 인물에 대한 얘기는 내가 지난 번에 해줬잖아 라는 식으로 내용을 풀어가는 작가 앞에서, 그의 전작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난 꽤 오래전 타나토노트를 읽었음에도, 초반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기는 했다(아, 여기엔 연말 술자리 여파도 물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말에 작정하고 책을 붙들었더니, 역시 초반의 어색함만 이겨 내면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다른 책들처럼 술술 넘어 가기 시작했다.

신의 주 내용은 이거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작 소설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이번에는 신이 되는 일에 나섰다. 나섰다기 보다는 신들이 그들을 선택했다. 144명의 후보에는 주인공인 미카엘 팽숑을 비롯해 개미에서 절대 잊지 못하는 그 이름 에드몽 웰즈, 그리고 빅토르 위고, 생텍쥐베리 등등 프랑스에 살았던 유명 인사들이 꽤 등장한다. 심지어 마타하리와 마릴린 몬로까지. 후보생 144명은 모형 지구를 가지고 갖은 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만들어 그들을 양육해 보면서 신이 되는 공부를 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 후보생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하고 후보생들은 점점 조여오는 위협에 두려움은 커져 간다. 과연 후보생들을 죽이는 자는 누구이며, 누가 종국에 신이 될 것인가.

약 올리려고 이렇게 쓴 것이 아니다. 신은 원래 3부작인데,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1,2는 1부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신1,2권을 다 보고 난 후에는 마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찜찜함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좀 더 유심히 설명을 보았다면 나머지 시리즈가 다 나왔을 때 샀을 텐데, 서둘러 산 것이 오히려 원망스럽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면 재밌다. 그러나 앞에서도 썼던 것처럼 베르나르베르베르와 친하지 않은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한 독자라면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반면, 개미 시리즈라도 한 번이라도 봤던 독자들에겐 꽤 재미있는 소설이 될게다. 나는 신의 나머지 2부작을 기다리기에 조급한 나머지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 시리즈도 주문해버렸고 이번 크리스마스 휴일에 타나토노트 시리즈를 다 읽어 버리기까지 했다. 타나토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전해드리기로. 어쨌든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은근한 재미가 될 듯하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참 마음에 드는 작가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12.27 10:21 ADDR 수정/삭제 답글

    허구적 삶이 싫어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 부쩍 소설이 읽고싶어졌습니다
    역시나 제 책꽂이엔 소설은 몇권 없으니
    주일 서점나들이나 좀 해봐야겠어요...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8 22:05 신고 수정/삭제

      허구적 삶이라기보다는 꿈꾸는 삶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어차피 소설이라는 것이, 있을 법한 가상의 이야기이니까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2.27 12:48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일단 번역 끝나면 봐야겠어요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8 22:05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 번역 땜시 내가 많이 양보하고 있다는 거 아셔?? ㅋㅋ

  • ^^ 2008.12.29 13:46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타나토노트를 먼저 읽겠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9 15:53 신고 수정/삭제

      네, 타나토노트 읽고 나니까 신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8.12.30 14:44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제 퇴근했더니 남편이 자기 직전까지 책 두권을 보더니 이상한 퀴즈를 하나 내더라구요.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하나 생각해봐. 9를 곱해봐. 한자리 수면 그냥 두고 두자리 수면 두 숫자를 더해봐. 5를 빼봐. 그 숫자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생각해봐.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국가명을 떠올리고, 국가명의 끝자로 시작하는 과일 이름을 얘기해봐. 뭐 이런...

    이렇게 한참 셈을 시키더니 제가 생각하고 있는 답은 '키위'라며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은 사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라며 이상한 논리를 펼치더라구요 --;

    알고보니 남편이 읽고 있던 책은 '신'이었고 그 이상한 논리가 신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이라고.... 그런가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30 13:29 신고 수정/삭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들 중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인가 뭔가.. 그런 책이 하나 있는데 ㅋㅋ 그 안에 그 딴 내용이 많이 나오죠~ 그런데.. 그 논리가 신의 주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ㅋㅋㅋ 여튼, 상상력이 기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