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의미없는 삶을 마감하기 직전에 우연히 만난 한 사람. 단지 그 만남과 그 때 느낀 감정만으로도 그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물론 소설이니까 가능하겠지. 하지만 소설이란 원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하는 거라 하지 않았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헌신'이라는 제목의 낱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추리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또한 한 남자의 굳게 닫힌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이혼 후 도시락 집에서 일하며 혼자 딸을 키우는 야스코에게 전 남편 신지가 나타난다. 클럽에서 일하다가 그럴듯한 신지의 모습에 반해 결혼했지만 사기꾼이자 폭력배인 그의 모습에 지쳐 도망치듯 이혼했음에도 신지는 끊임없이 야스코를 찾아 괴롭힌다. 그 날도 직장에 이어 집까지 쫓아와 야스코를 괴롭히던 신지. 그러나 딸 아이의 순간적인 행동으로 신지는 천벌을 받은 듯 죽게 되고 두 모녀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엄청난 현실 앞에 두려워한다.

이 때 문을 두드린 옆 방의 이시가미. 남 몰래 야스코를 좋아해왔던 이 수학 선생은 야스코 모녀를 대신해 시체를 처리하기로 하고 모녀에게 행동 지침을 준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시체는 금새 발견되고 시체의 신원을 확인한 형사 구사나기는 야스코를 용의자로 점찍고 집요하게 추궁해 진실을 캐려 한다. 그러나 야스코의 알리바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하고, 구사나기는 용의자를 치고 들어가면 갈수록 완벽한 알라바이에 막혀 더 이상 수사의 방향을 찾지 못한다. 그게게 남은 건 직감 뿐. 

이런 와중에 난데없이 등장한 야스코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드는 또 다른 남자. 야스코를 대신해 시체를 느낀 이시가미는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사가미의 대학 동기이자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는 이 살인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깨닫고 하나씩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들이 반전에 그 묘미가 있는 법이긴 하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도대체 그 반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소설을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처음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풀어 놓고, 독자가 순간 방심하게 만드는 것도 그의 수법(!)이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독자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 다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착한 주인공과 그를 돕는 남자. 그리고 그 사실을 직감으로 알고 있는 형사와 물리학자. 그들의 행적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눈 앞에 있는 명확한 사실은 드러날 듯 말 듯, 독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러다 밝혀진 또 다른 진실.

역시, 한 번 손에 들면 놓기 쉽지 않은 책이다. 재미있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 혀를 내두른다. 아무래도 당분간 이 작가의 작품 몇 권은 더 읽게 될 것 같다.

PS>이 작가를 소개해준 토양이님은 용의자 X의 헌신을 꼭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나 역시 지금 그 말에 절대 동감하게 됐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자막이 없이 볼 수 없는 나로서는 토양이님이 일본 가서 구해와 자막까지 씌워(!) 보여주기를 기대할 뿐.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2.10 14:50 ADDR 수정/삭제 답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빠져듭니다.. 자. 들어갑니다.. ^^ ㅋㅋ
    특히, 이 친구 책은 장거리 여행할때 딱입니다..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2.10 15:32 신고 수정/삭제

      장거리 여행 할 일은 없고 ㅋㅋ 여튼 더, 더, 더 사고파요~ 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9.02.10 15:15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떻게든 영화를 구하고야 말 테야요! (활활)

  • 자유이전 2009.02.10 17:16 ADDR 수정/삭제 답글

    물리학자 유가와씨를 소재로하는 일본드라마도 있었요.
    개인적으로 재밌있음.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2.10 17:19 신고 수정/삭제

      아하 그런가요? ^^ 제가 일본 쪽 문화에는 좀 취약해서리~ ^^ 고맙습니다~

  • ^^ 2009.02.11 09:00 ADDR 수정/삭제 답글

    추리소설은 취미가 없었던지라... 이책은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걸요~ 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2.11 10:02 신고 수정/삭제

      저도 어릴 때 읽곤 안 읽었는데, 요즘 이 작가 때문에 또 필 받았어요 ㅋㅋ

  • 레드 2009.03.08 20:09 ADDR 수정/삭제 답글

    4월 9일에 개봉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전 영화를 봤지만 정말.. 소설을 제대로 잘 살려놨더군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8 20:44 신고 수정/삭제

      ^^ 주변에서 보신 분들이 꽤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