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

아마, 딸 아이가 여섯살 쯤 되었을 때입니다. 딸 아이가 타는 미니벨로의 브레이크 쪽에 좀 문제가 생겨서 자전거 샵에 수리를 하러 갔더랬지요. 브레이크 라인을 갈고, 간격을 조절한 후에 자전가 샵 주인 아저씨가 딸 아이에게 직접 타보라며 자전거를 건네 줍니다. 두 말 않고 자전거를 받아든 녀석, 한 발로 서서 자전거를 밀면서 훌쩍 올라타 한 바퀴 타고 옵니다. 주인 아저씨가 묻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밀고 가면서 타는 법 누구한테 배웠니? 그거 어른들도 배우기 힘든건데… ^^”

“아빠가 가르쳐줬어요"


아빠들은 이해할 겁니다. 아빠가 가르쳐줬어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아빠를 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의 그 희열을! 벌써 7년이 지난 얘기지만 그 때 생각만 하면 떠오르는 흐뭇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 가르치기를 정말 잘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젠간 딸 아이에게 스트라이다를 사 주고, 같이 타고 말 겁니다 ^^

딸 아이의 처음 자전거는 네 살 무렵 타기 시작한 네 바퀴 자전거 - 뒷 바퀴 쪽에 두 개의 보조 바퀴가 달린 - 였습니다. 사실 그 땐 아빠 욕심이 앞섰더랬습니다. 아직 발도 닿지 않는 아이한테 너무 큰 자전거를 사줬거든요. 세 발 자전거 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샀는데 결국 그 자전거는 사고 나서 일 년을 묵혀야만 했습니다. 다섯 살이 되니, 네 바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는 금새 보조 바퀴를 떼 달라는 겁니다.

처음엔 아빠가 더 겁이 났을 겁니다. 어차피 자전거라는 게 몇 번 넘어지면서 배우는 건데 딸 아이의 이곳 저곳에 상처가 나는 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큰 맘 먹고 학교 운동장에서 뒤를 잡고 자전거를 태웁니다.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살면서 지금껏 그렇게 열심히 뛴 적은 없었을 테지요.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정말 열심히 뛰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살짝 손을 놓았을 겁니다. 어쩌면 속도를 이기지 못해 손을 놓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의 자전거는, 햇살 속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렇게 딸 아이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몇 번씩 왕복 20km의 거리를 달리기도 했고, 다 큰 요즘은 자전거에 취미를 들인 할머니와 함께 비슷한 거리를 달립니다. 철 자전거로는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언덕길도 씩씩 거리며 올라 가고 때론 아빠를 제끼겠다고 바람 씽씽 가르며 앞서 나갑니다. 그런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은, 그저 행복할 따름입니다. 

아이에게 아빠가 자전거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빠가 더없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속도로 바람을 가르면서 세상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아빠들에겐 결코 많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즐기고, 자연을 만나고, 땀 흘린 기쁨을 알게 하는 것.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는, 기억할 겁니다. 내 자전거의 뒤를 잡아주던 아빠의 손길을.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함께 달리던 아빠의 숨소리를. 한강에 앉아 짜장면이나 치킨을 시켜먹는 즐거움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아빠의 표정을… / FIN


  • Favicon of https://wessay.tistory.com BlogIcon 위세이 2009.09.01 01: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우리 막내도 6살 부터 두발로.. 그리고 10Km 왕복 했어요.. 타기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거의 죽음의 코스를 올때는 한번도 안쉬고 왔죠.. ㅋ.ㅋ, 큰애는 지난달에 싸이클로 자전거 갈아 줬어요.. 랜스암스트롱 책3번 보더니.. 싸이클 사달라고 난리였죠.. 전 행복한 마음으로 싸이클과 옷, 헬멧까지.. 사줘부렀습니다..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7 15:48 신고 수정/삭제

      크게 지르셨고마, 사실 안전이 젤 중요한 것이제~ ㅋ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9.03 01:54 ADDR 수정/삭제 답글

    읽는데 왜 내 목이.....흠흠.
    레이님 좋은 책 많이 읽으시더니, 글이 더더욱 알흠답습니다.

  • Favicon of http://brucemoon.net BlogIcon bruce 2009.09.07 13:01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레이토피아님. 이 글 너무 좋습니다.
    저도 딸아이가 이제 보조바퀴 떼고 탈테니 가르쳐달라고 자신있게 얘기한걸 계속 미뤄왔는데 이번주말에 당장 데리고 나가야겠어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7 15:47 신고 수정/삭제

      브루스님 ^^ 다들 저보고 그냥 '레이'라고 부릅니다. ^^

      이번 주말엔 꼭 데리고 나가세요~ ^^ 홧팅!

  • Favicon of http://whinsuri.tistory.com/ BlogIcon 린린 2009.09.11 00:05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좋은 글 세편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레이님의 좋은 글 많이 만날수 있길
    기대합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1 00:08 신고 수정/삭제

      ^^ 네 고맙습니다~~
      사실 이 글은 시리즈로 써보고 싶은 욕심도 좀
      있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