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2

굳이 재능이란 말을 붙일 것까지는 없어도, 특별히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딸 아이가 뭔가를 잘 해가지고 온다면, 그것처럼 기특한 일도 없을 겁니다. 어, 이 녀석한테 이런 재주가 있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 오버하면, 이거 천재적이야!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우린 다 부모니까요. ^^ 

제 아이에게서 발견한 그런 재능(!)이 바로 ‘사진 찍기’였습니다. 아빠 엄마가 갈 수 없어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 유럽 여행 때 그저 기념이나 될 만한 거 찍어오라고 집에 있던 똑딱이 카메라를 들려 보냈습니다. 자동 모드로 그냥 찍으면 되고, 만의 하나 잃어버린다고 해도 별 지장이 없을 그런 카메라를 들려 보낸 겁니다.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 교체하는 법, 반 셔터를 누르는 법 등 아주 기초적인 것 몇 가지만 가르쳤고요. 열흘 간의 여행을 마치고 딸 아이가 돌아온 후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진, 진짜 네가 찍었니?”

처음 볼 땐 꽤 감탄했는데, 지금 보니 별로라는! 쩝!

구형이라고 해도 나름 유명 회사의 꽤 인기 있었던 카메라 모델이었기에 적당히 찍어도 잘 나오기는 합니다만, 구도나 장면을 잡은 것이 아빠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 몇 장 있었던 겁니다. 어라, 이 녀석 이거 카메라 좀 제대로 가르쳐 봐야 겠는 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빠도 못가본 에펠탑!

그래서 몇 가지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 주고, 몇 가지 상황에 따라 찍는 법을 좀 가르쳐주었습니다. 여기 매뉴얼 모드로 가서, 어두울 때는 ISO를 좀 높이고, 가까운 거 찍을 때는 매크로를 쓰고, 화이트 밸런스란 이런 거고… 다행히 아빠를 닮아 기계 만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금새 배웠습니다. 어차피 망가 져도 크게 지장 없을 카메라 였기에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찍으라고 했고요. 그렇게 열심히 들고 다니던 카메라가 드디어 전사를 하는 바람에, 얼마 전에  12배속 줌이 가능한 콤팩트 카메라를 다시 하나 구입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물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꽃 한 송이, 흐르는 물, 저녁 노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 댑니다. 아무래도 아이니까, 찍고 나면 꼭 잘 찍었느냐고 확인을 받으려 합니다. 잘 찍었네, 라고 하면서도 이렇게도 한 번, 저렇게도 한 번 찍어보렴, 조언을 줍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어떤 사진은 자기 맘에 꼭 들기도 하고, 어떤 사진은 또 영 아닌가 봅니다. 알아서 지우고, 새로 찍고, 딸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웁니다. 

카메라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도구입니다. 때론 기쁘고, 혹은 슬퍼도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삶을 자세히 보게 만들고, 기록하게 만들고, 또 추억하게 만듭니다. 카메라가 없었다면 우리의 추억은 그저 바닥에 깔린 불확실한 기억에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소중한 나날들을 더 잘 추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카메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큰 역할을 딸 아이에게 해 줄 겁니다. 추억할 만한 기억이 있다는 건, 행복의 여러 요소 중 틀림없는 하나일테니까요.  / FIN

자전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9.07 17:28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들은 안되남요..ㅡㅡ;

  • wessay.. 2009.09.07 23:59 ADDR 수정/삭제 답글

    흐미.. 에펠탑.. 사진 완전.. 기절이다.. 사진은 배우는게 아니라 찍는거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8 08:57 신고 수정/삭제

      ^^ 뭐든지 들이대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ㅋ

  • ^^ 2009.09.08 08:51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빠와 함께 카메라 들고 출사 나갈 일만 남았군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8 08:58 신고 수정/삭제

      날 선선한 가을 되면
      둘이 한 번 나가볼라고요~ 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9.12 17:17 ADDR 수정/삭제 답글

    울 아덜은 카메라를 물려 줬더니,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캡춰(?)해서 종이에다가 옮겨그리는 용도로만 쓰고 있어요.....ㅠ.ㅠ 은근히 같이 사진찍는 모자가 되고 싶었는데....그게 제 맘대로 잘 되지가 않네요....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2 21:57 신고 수정/삭제

      ^^ 마음 먹은 대로 다 되면, 그게 자식입니까
      로보트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