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5

아빠, You’re the Inspiration 알어?
엥? 시카고 말이야?
누가 불렀는지는 몰라. 근데 그 노래 알긴 알어?
응, 그럼 아빠가 중고등학생일때 엄청 듣던 노랜데.
그래? 나 그거 받아줘.

어느 날 난데없이 딸 아이가 시카고의 You’re the Inspiration을 받아 달랍니다.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이 노래를 딸 아이가 알 턱이 없을 텐데(게다가 시카고라는 그룹을 모르는 걸 보면, 어디선가 노래만 들었을 법한데) 초등학교 6학년이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아니잖습니까.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봤더니, 아하, 딸 아이가 즐기는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 이 노래가 나온 겁니다. 그러니 제목은 어찌 알았어도 가수는 모를 수 밖에요.



딸 아이 얘기를 들으니 저도 문득 시카고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멜론에서 시카고를 찾아 노래를 받고 휴대폰에 넣어 주었습니다. 틈만 나면 휴대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레퍼토리가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 달라는 노래는,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였습니다. 덩달아 아빠도 퀸의 추억에 다시 빠져 듭니다. Love of my Life… 하프 소리가 잠든 추억을 깨웁니다.

아이튠즈에서 요즘 아빠가 듣는 록 음악들

아이가 어릴 땐 듣는 음악이 다르지만 아이가 자라면 어느 틈에 듣는 음악이 같아집니다. 아이의 휴대폰엔 소녀시대, 2NE1, 지드래곤 등등이 들어 있고 아빠의 차 안엔 윤도현, 김종국, 김범수가 들어 있지만 리스트 뒤쪽으로 넘어가면 아이의 휴대폰에도 김종국, 김범수가 있고 아빠의 차 안에도 소녀시대가 있습니다. 음악이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감성 코드니까요.

공통되는 코드를 맞추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즐겁습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아빠가 알고, 아빠가 듣는 노래를 아이가 아는 것. 이것 하나 만으로도 아빠와 딸 사이엔 커다란 교감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아빠는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차 안에 넣어야 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딸 아이에게 슬쩍 슬쩍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딸 아이가 시끄럽게 틀어 놓는 음악을 아빠가 알고 있다면, 그 노래에 대해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아빠의 차 안에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면 아빠와 할 수 있는 얘기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전히 딸 아이는 아빠에게 노래를 받아 달라고 합니다. 솔직히 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빠는 차마 노래방에서 따라 부를 정도는 아니어도 요즘 최신곡이 뭔지는 대충 알게 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취향도 슬쩍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DNA 덕분에 아이와 아빠의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면, 괜히 또 자랑스럽고, 때론 찡합니다. 매달 고정된 요금을 내고 그걸 다 채워 쓰지도 못하지만 음악 사이트의 요금제를 포기할 수 없고 귀찮지만 굳이 아빠 아이디로 음악을 받아 넣어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 교감할 수 없는 노래도 있습니다. 야심한 밤, 아빠는 문득 솔개트리오의 여인이여를 틀어 놓고 혼자 옛날 감상에 빠져 있습니다. 안녕히 주무시란 인사를 하러 왔던 딸이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뭐야? 뭐 이런 걸 듣고 계셔? 한 방 날리고는 쪽, 뽀뽀를 하고 제 방으로 가버립니다. 아빠는 순간 할 말을 잃습니다. 아, 아빠는 한 때 이 노래에 눈이 젖었단 말이다! 아무리 외쳐 봐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몇 번을 들어도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외톨이'란 노래에 아빠가 적응할 수 없듯이 말이에요. ^^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