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사랑이란 원래 다 그런 거잖아?!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하지만, 우린 압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지키기 힘든 약속이라는 걸. 사랑에 빠진 사람은 너무도 쉽게 많은 것을 약속하고, 많은 것을 장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약속과 장담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변하고 사랑받는 사람도 변하며, 그들을 둘러 싸고 있는 모든 것들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격리 되어 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납니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에 반응하고 호감을 가지며, 곧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 그들에게 나타난 또 한 쌍의 남녀. 에덴동산에서처럼 단 둘이서만 존재하던 그들의 관계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 것입니다. 남자와 남자는 친구가 되고, 여자와 여자는 적이 되며, 남자와 여자는… 친구이면서 적인, 오묘한 관계로 변해 갑니다. 과연, 그들에게 남아 있는 건, 어떤 관계일까요.

사랑에 대한 논쟁이란, 참으로 진부하기 그지 없는 소재입니다. 그러나 이것처럼 흥미진진한 논쟁도 드문 법이지요. 결국 사랑이란 영원하기 힘든데, 그 까닭이 다 저마다 각각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논쟁이란 연극을 보게 된 건, 사랑에 대한 논쟁이 궁금해서는 아닙니다.

네 명의 배우가 한 시간 동안 완전한 나체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장안의 화제가 되고도 남을 일입니다. 설마, 조금은 가리겠지, 라는 생각은 첫 배우가 등장함과 동시에 숨이 막혀 오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나 어느 틈에 관객은, 배우의 몸 대신 배우의 연기를 보게 됩니다. 언뜻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논쟁의 이미지였으나 때론 가볍게, 때론 적당히 무겁게 스토리가 흐릅니다. 어느 틈에 관객은 그들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잊는다기 보다는,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씁쓸한 사랑의 결말에 안타까운 웃음을 짓습니다. 솔직히 저는 작품성을 평가할 수준은 못됩니다. 그러나 연극 내내 관심을 가진 건, 그들의 나체가 아닌, 그들의 공연이었습니다. 뭐, 솔직히 군살 하나 없는 남자 배우들의 몸이 부럽기는 하더이다. 비록 그저 꿈꾸기만 할 정도일지라도.

연극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나, 극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소극장이라고 해서 앞 뒤 객석 사이에 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봐야 하고, 밀려드는 관객 때문인지 통로에까지 손님을 앉힌 보조석 때문에 정작 자리에 앉은 사람마저 더 불편하게 공연을 봐야 합니다. 가뜩이나 다닥 다닥 붙어 앉아 낯선 옆 사람의 체온 때문에 불편한데 에어콘은 들어오는지 마는지, 끈끈한 땀을 흘리며 봐야 합니다. 논쟁을 제대로 즐기시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맨 앞 줄을 예매하시길.

다시, 돌아와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한 편으론 또 영원합니다. 옮겨 다니기 때문이라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환경이 변하는 것처럼 사랑도 함께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때는 뜨거운 불이었다면, 한 때는 잔잔한 물이 되고,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수였다면, 바람 결에 실려 전해오는 은은한 꽃 향기도 필요한 법입니다. 사랑한다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언제나 남아 있는, 가장 강렬하면서도 끈기 있는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