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버는 공중전화, 버리실건가요?

휴대폰 집에 놓고 나온 경험 한 번 쯤은 있으시지요? 휴대폰 없이 밖에 나갔는데 급한 전화가 필요해서 공중전화를 찾았던 경험 해보셨지요? 그때 무슨 생각들 하셨나요? 전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젠장, 공중전화 왜 이렇게 없는 거야?”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앞 가게에도 있었고, 웬만한 건물 들어가면 그 안에 다 있었는데 지금은 지하철 역이나 가야 합니다.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러다 보니 혹시 휴대폰을 놓고 나간 날엔 몹시 당황하게 됩니다.

얼마 전,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왠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그러시지요, 하고 전화를 빌려드리는데 미안하다면서 도통 공중전화를 못 찾겠다고 하시더군요. 공중전화를 찾아 헤맨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할머니 사정이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은 딸 아이가 휴대폰이 있지만, 휴대폰 없을 땐 학교 앞 공중전화를 이용했더랬습니다. 가끔 낯선 번호가 들어오면 딸 아이가 공중전화로 걸은 거지요. 어떨 땐 콜렉트콜도 들어오곤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늦겠다 어쩌겠다... 아직 휴대폰 없는 아이들이 부모와 통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공중전화입니다.


그런데 그 공중전화가 수익성 떨어진다고 이래저래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실 그럴 법도 하지요. 4천만대가 넘는 휴대폰이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가 공중전화를 쓰려고 하겠습니까. 공중전화를 설치하려면 선 깔아야죠. 부스 설치해야죠. 부스가 차지한 땅 사용료 내야죠... 이미 오래전부터 공중전화는 사실 몰락하고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사업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공중전화, 접어야 하죠.

그러나 문제는, 그 공중전화를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겁니다. 어린이들, 어르신들, 혹은 휴대폰 사고 싶어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일수록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가 필요하고 공중전화는 그 유일한 대안입니다. 공중전화가 없다면, 이들은 어떻게 급한 연락을 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공중전화는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 복지 차원의 서비스가 되어야 할 겁니다.

2009년 10월 27일로 한겨레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보편적 서비스인 공중전화의 적자는 통신회사들이 매출별로 나누어 부담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통신사들이 이를 달가와할리 없다는 건 이해할만 합니다. 기업은 이익을 보고 움직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정작 방통위까지 나서서 사업 전반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을 한답니다. <관련 기사 링크>

기업은 이익을 보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이익을 바라는 조직이 아닙니다. 물론 국가 경영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면 좋은 거지요. 그러나 돈 버는 건 기업이 할 일이지 국가가 할 일은 아닙니다. 국가는 국민 누구 하나라도 소외받고 무시당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공중전화의 수익성 문제에 대해 방통위에서까지 나선다는 말을 듣고 참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못하겠다고 해도 방통위는 하라고 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허나 이게 어디 공중전화 문제 뿐이겠습니까. 공중전화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이면에 4대강 사업에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고 광고까지 하면서 결식아동 지원금을 삭감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이 정부의 단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