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동차용 멀티미디어 키트 구입기 CPC3200

내 차는 2007년 7월식 그랜드카니발, 월드클래식 모델이다. 11인승 승합차지만 차 값만 따지고 보면 웬만한 중형차를 살 수 있을 정도 금액이다. 승용차만 타던 내가 승용차를 살 수 있을 금액으로 난데없이 승합차를 질러 버린 건, 단 하나의 이유에서다. 자전거를 싣고 놀러 다니기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동차를 처음 살 땐 누구나 그렇지만 사실 약간 오버해서 산다. 자기가 마음에 두었던 모델모다 조금 더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순정으로 나오는 DVD 키트를 구매하지는 못했다. 300만원을 넘는 순정 DVD 키트를 장착하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차 값도 올라가고, 등록세도 올라가고, 결국 보험료도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도 해서 였다. 어쩌면 처음에는 DVD 키트 따위가 무슨 필요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승용차에서 사용하던 PDA용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다른 내비게이션을 구매할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생각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사제(!) 멀티미디어 키트를 구매하고 말았다. 매번 PDA를 설치하기도 번거로왔고 대시보드 위에서 무언가 덜컹대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8월의 한참 덥던 그 어떤 날, 무료한 운전에 지친 나는 DVD도 되고 소위 말하는 PMP 기능도 되는 그런 멀티미디어 키트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그대로 차를 돌려 친구가 운영하는 튜닝 샵으로 직행했다.

솔직히 어떤 제품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 간 것이니, 내게는 어떤 사전 정보가 있을 리 없었다. 친구의 튜닝 샵에서 내비게이션을 전문으로 설치하는 실장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요구한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1. 차량 오디오 설치 자리에 들어갈 것(소위 말하는 인대시 타입)

2. DVD는 물론 AVI, MP3, 내비게이션, DMB를 지원할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한다면 어느 정도 비용은 감수하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1번 조건을 요구한 것은 내가 차에 치렁 치렁 달고 다니는 걸 싫어하기도 했었고, 도난 문제도 은근히 신경 쓰였고, 떼었다 붙였다 하는게 영 번거롭다는 걸 PDA 내비게이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번 조건은 다소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들도 다 생각할 수 있을 테니, 반드시 그런 제품이 있을 거라는 일종의 확신도 있었다.

상담하면서 내 요구조건을 들은 실장은, 인대시 타입(기존 차량용 오디오처럼 자동차 안에 내장되는 타입)으로는 '내비게이션이 좋은게 없다'라는 얘기를 꺼냈다. 머 좀 질이 떨어지기로 길 찾아 가는데 문제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못 쓸 정도만 아니면 괜찮겠다'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제서야 권해주는 제품이 카맨파크라는 회사의 CPC3300 모델이었다.

솔직히 그 실장도 이 제품을 본 적은 없었단다. 단지 내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자동차 오디오 전문 잡지의 광고에서 본 내용을 떠 올렸던 것. 내게도 보여준 것이 바로 그 광고였다. 광고에는 인대시 타입에 6.5인치 LCD를 달았고 DVD는 물론 영화, 사진, 음악도 다 재생된다는 얘기가 적혀 있었다. 내비게이션과 DMB도 기본. 내가 요구하는 내용이 모두 들어있었던 데다가 더 놀랄만한 일은 IPOD 30GB짜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녀석과 바로 연결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IPOD 30GB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예상했던 가격 대를 뛰어넘었지만 그래도 아이팟이 어디냐 하는 생각에서 '그럼 이 녀석으로 달아주세요'라고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런데 우습게도 CPC3300을 달지 못했다. 광고는 나와 있는데, 제품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선택한 것이 CPC3200. 3300과 다른 점은 단 하나, 아이팟30기가가 포함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추후에 아이팟을 구매하면 연결할 수는 있다고 했다. 나와 있지도 않은 제품을 달라 할 수도 없고, 기왕 사러 갔는데 더 기다린다는 것도 좀 우습고 해서 나는 CPC3200을 선택하고 말았다.

자동차용 멀티미디어 키트를 선택할 때 어려운 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 제품을 대놓고 보고, 비교해 볼만한 방법이 전혀 없었다. 나는 단지 광고나 카달로그만을 보고 제품을 선택해야 했고, 이미 제품을 팔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워낙 최첨단 제품을 찾았던 까닭에 실장도 자기가 판 경험이 없는 제품을 골라 줄 수 밖에 없었을 터이고. 어차피 광고나 브로셔는 과장될 수 밖에 없으니 나는 과장된 정보와 경험하지 못한 기대에 의지해 제품을 선택해야만 했다.

게다가 이러한 제품들이 그리 범용적으로 팔리는 제품이 아니니, 인터넷에 관련 정보도 거의 없고 사용기나 후기는 찾아보기가 더 어려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거나, 그래서 내가 선택한 차량용 멀티미디어 키트가 바로 사진에 보이는 CPC3200이다. 그러나 CPC3200을 달고 난 이후 지금까지 난 한 번도 이 걸 달기 잘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처음 살 때부터 말도 안되는 에러가 발생하지를 않나, 된다는 기능도 어설프지 않나, 게다가 사후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시피 하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통해 CPC3200에 대해 열받은 얘기를 좀 써볼까 한다. 6개월이 넘게 써 왔으므로 이런 얘기를 할 만한 자격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누군가 이런 장비를 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보가 되면 그 또한 바라 마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