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속 브랜디 #2, 적과 흑

스탕달의 적과 흑. 사랑이란 걸 처음하는 쥘리앵과 레날 부인의 줄다리기가 옛날 생각나게(!) 만듭니다. ^^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서로 교차하는 그 복잡한 감정을 스탕달이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샴페인, 포도주(특히 말라가 와인) 얘기가 좀 나오는데요, 사실 저는 와인은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고, 마실 일도 없어서 ^^ 뭐 딱히 할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 뒤쪽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결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총알 한 발이 쥘리앵의 팔을 맞혔다. 그들은 쥘리앵의 다친 팔을 손수건으로 동여매고 그 위로 브랜디를 흠뻑 부었다. 기사 보부아지는 자신의 마차로 쥘리앵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쥘리앵이 라 몰 저택을 대자 이 젊은 외교관과 친구는 뭔가 눈짓을 주고 받았다."


- 스탕달, 적과 흑(하), 열린책들 


라 몰 후작 댁에서 지내게 된 쥘리앵이 어느 날 파리 시내에 나갔다가 비를 피하느라 어느 카페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거기서 왠 인상 드런 사내와 마주치지요. 그 사내가 쥘리앵을 빤히 쳐다보는데 쥘리앵은 이 시선에서 열나 모욕을 느낍니다. 그래서 왜 쳐다 보냐? 한 마디 했더니 상대가 욕설을 했다 이거지요. 젊은 혈기로 쥘리앵은 결투를 신청하고 사내는 명함 몇 장을 집어던집니다. 다음 날 명함에 있는 주소로 찾아간 쥘리앵은 정작 명함 당사자는 어제 그 사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황당해하고는 결투 없이 물러나려는데, 아, 그 집 마부가 범인이었습니다. 마부가 주인 명함을 던진 거지요. 명함 주인은 마부를 쫓아내지만 자기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 벌인 일은 자기가 수습해야 한다고 잘난 뽕을 떨어 결국 쥘리앵과 명함 주인 기사 보부아지가 결투를 합니다. 뭐, 결과는 싱겁습니다. 쥘리앵이 한 방 맞고 끝. 이 상처에 기사는 브랜디를 콸콸 쏟아 붓습니다. 


이 장면은 서부 영화나 전쟁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총 맞은 상처에 위스키를 콸콸 붓고 열나 괴로워하는 장면 말이지요. 뭐 지금은 40도 정도지만 그땐 도수가 47-8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튼 의약품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소독용으로는 아주 좋았겠지요. 브랜디는 먹는 약 대신으로도 쓰였지만 상처를 소독하는데도 쓰였습니다. 상비약인 셈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브랜디를 항상 들고 다녔을 겁니다. 뭐 마시기도 하고, 응급약으로도 쓰고. ^^ 


심심해서 넣은 Camus XO ^^


이건 좀 뻔한 얘기고 ^^ 다시 브랜디 얘기를 조금 더 하면… 발효시킨 와인을 잘 마시던 사람들이 왜 브랜디를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가지 설이 있는데요. 


첫째는 세금 문제입니다. 옛날에도 세금 뜯기 가장 좋은 방법이 술에 세금을 붙이는 거였습니다. 와인에 세금을 좀 세게 붙이니까 와인을 끓여 브랜디를 만든 거지요. 뭐, 몰트 위스키에 세금을 열나 붙이니까 보리 말고 다른 곡식으로 위스키를 만든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맥주나 소주가 너무 일관성 있게(!) 된 것도 사실 우리나라 주세 관련 법 때문이기도 합니다. ^^ 


둘째는 보관과 유통 때문입니다. 냉장 시설이 없을 때니 발효주는 상하기 쉬운데 증류주는 상하지 않으니까 오래 보관하고 멀리 유통하려고 끓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포트와인 같은 경우도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 보내야 하는데 이 동안 상하니까 브랜디를 조금 섞었다는 거지요. 그랬더니 얼라, 더 맛있더라, 그래서 태어났다고들 합니다. 


셋째는 남은 와인을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하다가 끓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보관 문제하고도 연관있습니다. 남은 와인 버릴 수도 없고, 이 상태론 보관할 수도 없어서 증류했다는 거지요. 


뭐 여러가지 설이 있겠으나 전 이 세 가지가 다 적당히 섞여 브랜디가 탄생했을 거라고 봅니다(쓰고나니 몹시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요 ^^) 


다음에 상처날 땐 후시딘 대신 브랜디를 한 번 뿌려볼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음에는 브랜디 등급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 


세계문학 속 브랜디 #1, 순수의 시대

"그는 아내의 얼굴이 몹시 창백한 것을 보고 브랜디를 좀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중에서 


아처는 엘렌을 사랑하는 자기 마음을 아내인 메이에게 고백해야겠다는 열망에 빠집니다. 아, 하지만 아처는 메이가 이미 그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남자들, 대개 다 이렇습니다. ㅜㅜ 오페라 극장에서 서둘러 메이를 데리고 오던 길, 메이는 마차에 걸려 넘어지고 결혼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찢어 먹고 맙니다. 마치 그들의 결혼에 흠집이 나기 시작한 것처럼. 집에 올라온 아처는 메이의 표정이 창백하다 생각하고 브랜디를 마시겠냐고 권합니다. 어쩌면 아처 스스로 마시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순전하고 예쁜 아내에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해야 할 판이니까요. 과연 아처는 고백을 했을까요? 


브랜디를 마셨다는 얘기는 안 나오니까, 아마 고백 못 했을 겁니다…(라고 쓰자니, 스포일러도 아니고 참 ㅜㅜ) 여튼, 중요한 건 창백한 메이에게 브랜디를 권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약품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엔 술이 의약품 역할을 꽤 했습니다. 위스키의 어원이 '생명의 물'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묘한 액체를 사람들이 처음에 어떻게 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위스키는 물론 브랜디, 맥주도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진은 아예 의약품으로 개발된 술이기도 하지요. 만화에도 꽤 등장하는 알프스 구조견 세인트 버나드는 목에 통을 하나씩 매고 다니는데 그 통에 브랜디가 들어 있답니다. 추위에 얼어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브랜디는 몸을 녹여주는 대단한 효과가 있어서 일겁니다. 


출처. http://tvtropes.org/pmwiki/pmwiki.php/Main/SaintBernardRescuehttp://tvtropes.org/pmwiki/pmwiki.php/Main/SaintBernardRescue


브랜디는 과일을 증류해서 만든 술입니다. 곡식을 증류하면 위스키, 과일을 증류하면 브랜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물론 곡식이나 과일을 발효 시키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지만, 재료에 따라서 이렇다는 거지요. 기회가 되면 증류 과정도 알아보겠습니다. 


포도를 증류해 만든 꼬냑이 대표적인 브랜디입니다. 그러니까 꼬냑은 브랜디의 한 종류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워낙 꼬냑이 유명해서 꼬냑 = 브랜디 라고 알기도 하는데요, 뭐, 이런 표현이 있더랍니다. 


모든 꼬냑은 브랜디지만 모든 브랜디가 꼬냑은 아니다. 


브랜디라는 이름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포도 증류주를 수입하면서 태운 포도주(증류했으니 이렇게 부를 수도 있지요. 사실 소주도 태워 만든 술이란 뜻이니까요 ^^) 라는 뜻의 '브란데 웨인'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영국으로 넘어가서 브랜디가 됐다고 합니다. ^^ 



꼬냑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한 브랜디를 부르는 말이고요, 마찬가지로 아르마냑 지방에서 생산한 넘들은 아르마냑이라고 부릅니다. 아르마냑이 꼬냑보다 150년 정도 앞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아르마냑 보다 꼬냑을 더 쳐주기는 합니다. 아, 참고로 아르마냑 지방은 예전엔 가스코뉴족이 살았던 곳이라 가스코뉴라고도 부르는데요… 가스코뉴, 왠지 낯이 익지요? 삼총사에 나오는 달타냥이 요기 출신입니다. / Fin




  • Favicon of http://seanjk.com BlogIcon sean 2013.03.29 18:00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