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 - 나도 언젠가는 신이 될 수 있을까

미치도록 갈증이 나서 물을 찾는 것처럼, 가끔 그렇게 책을 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막막하기란 말도 못한다. 정작 갈증이 나서 마트에 들어 갔는데 음료가 너무 많아 뭘 마실지 몰라 괜히 궁시렁 거리는 꼴이다. 이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는 것이다. 남들이 많이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설령 속았다 손 쳐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속은 거니 좀 덜 억울한 셈이니까.

그렇게 책이 사고 싶어 인터넷 서점을 어슬렁 거리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발견한 책이 ‘신’이다. 이게 뭘까 하고 클릭해봤더니, 세상에, 베르나르베르베르다. 이 정도면 사실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나는 어느 틈에 신1과 신2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결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 즈음, 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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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소설은 손에 잡는대로 바로 읽는 것이 내 습성이다. 드문 드문 읽어서는 발동도 안 걸리고, 내용도 이해가 안되고, 그러다 보면 다 읽지 못하고 책장 속에 처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다른 책들과 달리 처음에는 진도가 영 안 나갔다. 그럴 수 밖에. 이 책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 이은 속편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개미에 등장하는 인물도 나온다. 그러니 앞에 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영 어색할 수 밖에. 이 인물에 대한 얘기는 내가 지난 번에 해줬잖아 라는 식으로 내용을 풀어가는 작가 앞에서, 그의 전작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난 꽤 오래전 타나토노트를 읽었음에도, 초반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기는 했다(아, 여기엔 연말 술자리 여파도 물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말에 작정하고 책을 붙들었더니, 역시 초반의 어색함만 이겨 내면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다른 책들처럼 술술 넘어 가기 시작했다.

신의 주 내용은 이거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작 소설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이번에는 신이 되는 일에 나섰다. 나섰다기 보다는 신들이 그들을 선택했다. 144명의 후보에는 주인공인 미카엘 팽숑을 비롯해 개미에서 절대 잊지 못하는 그 이름 에드몽 웰즈, 그리고 빅토르 위고, 생텍쥐베리 등등 프랑스에 살았던 유명 인사들이 꽤 등장한다. 심지어 마타하리와 마릴린 몬로까지. 후보생 144명은 모형 지구를 가지고 갖은 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만들어 그들을 양육해 보면서 신이 되는 공부를 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 후보생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하고 후보생들은 점점 조여오는 위협에 두려움은 커져 간다. 과연 후보생들을 죽이는 자는 누구이며, 누가 종국에 신이 될 것인가.

약 올리려고 이렇게 쓴 것이 아니다. 신은 원래 3부작인데,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1,2는 1부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신1,2권을 다 보고 난 후에는 마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찜찜함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좀 더 유심히 설명을 보았다면 나머지 시리즈가 다 나왔을 때 샀을 텐데, 서둘러 산 것이 오히려 원망스럽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면 재밌다. 그러나 앞에서도 썼던 것처럼 베르나르베르베르와 친하지 않은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한 독자라면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반면, 개미 시리즈라도 한 번이라도 봤던 독자들에겐 꽤 재미있는 소설이 될게다. 나는 신의 나머지 2부작을 기다리기에 조급한 나머지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 시리즈도 주문해버렸고 이번 크리스마스 휴일에 타나토노트 시리즈를 다 읽어 버리기까지 했다. 타나토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전해드리기로. 어쨌든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은근한 재미가 될 듯하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참 마음에 드는 작가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12.27 10:21 ADDR 수정/삭제 답글

    허구적 삶이 싫어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 부쩍 소설이 읽고싶어졌습니다
    역시나 제 책꽂이엔 소설은 몇권 없으니
    주일 서점나들이나 좀 해봐야겠어요...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8 22:05 신고 수정/삭제

      허구적 삶이라기보다는 꿈꾸는 삶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어차피 소설이라는 것이, 있을 법한 가상의 이야기이니까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2.27 12:48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일단 번역 끝나면 봐야겠어요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8 22:05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 번역 땜시 내가 많이 양보하고 있다는 거 아셔?? ㅋㅋ

  • ^^ 2008.12.29 13:46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타나토노트를 먼저 읽겠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9 15:53 신고 수정/삭제

      네, 타나토노트 읽고 나니까 신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8.12.30 14:44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제 퇴근했더니 남편이 자기 직전까지 책 두권을 보더니 이상한 퀴즈를 하나 내더라구요.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하나 생각해봐. 9를 곱해봐. 한자리 수면 그냥 두고 두자리 수면 두 숫자를 더해봐. 5를 빼봐. 그 숫자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생각해봐.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국가명을 떠올리고, 국가명의 끝자로 시작하는 과일 이름을 얘기해봐. 뭐 이런...

    이렇게 한참 셈을 시키더니 제가 생각하고 있는 답은 '키위'라며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은 사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라며 이상한 논리를 펼치더라구요 --;

    알고보니 남편이 읽고 있던 책은 '신'이었고 그 이상한 논리가 신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이라고.... 그런가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30 13:29 신고 수정/삭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들 중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인가 뭔가.. 그런 책이 하나 있는데 ㅋㅋ 그 안에 그 딴 내용이 많이 나오죠~ 그런데.. 그 논리가 신의 주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ㅋㅋㅋ 여튼, 상상력이 기발해요 ^^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다 - 뉴보잉보잉

대학을 졸업하고 첫 겨울, 엄마가 사준 바바리 코트를 멋내어 입으면서 이런 소망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바바리 코트 주머니엔 시집 한 권 넣어가지고 다녔으면 좋겠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연극이란 걸 놓치지 않고 봐야지. 그래, 아직도 기억 난다. 그 때 내 바바리 코트 주머니엔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정희 시인의 ‘아름다운 사람하나’가 들어 있었고, 여의도 백화점 건물에 있었던, 학교 주변 식당에서 나눠주는  할인쿠폰을 가지고 가면 1천원에 볼 수 있었던 연극 표가 몇 개 있었을 게다. 

십 오년도 더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 소망은 내 다른 꿈들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없지만, 바바리 코트 속에 들은 시집과 연극에 대한 애틋한 느낌 만큼은 내 감정의 밑바닥에 조용히 깔린 로망이 되었다. ‘연극을 보는 일’ 정도는 주머니에 시집 한 권 넣어가지고 다니는 일 정도로 부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대체 연극이란 걸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으니…

얼마 전, 무작정 연극이 보고 싶어 대학로엘 갔다. 다행스럽게도 사랑티켓을 파는 곳에서는 대학로에서 현재 공연 중인 연극들의 리스트를 볼 수 있으니 사전 정보가 없이 무작정 갔다 해도 다리 품을 많이 팔 일은 없었다. 그런데, 티켓 부스 입구가 영 소란 스럽다. 극장은 많고 관객은 부족해서일까. 연극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자기네 연극을 홍보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여간 시끄럽다. 그런데 이거 살짝 불쾌하다. 문화 상품을 파는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니, 삐끼(!)니 하는 말을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그들의 행동은 그것과 별 다름 없었고 연극을 골라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들의 접근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어쨌든, 수많은 권유(!)를 무시하고 몇 개의 연극 브로셔를 골라 순서 대로 창구에 디밀었다. 표가 없는 것이면 없다 할 터이고, 있는 것이면 있다 하겠지. 창구에선 무슨 회원 가입을 했냐, 26세(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나지만) 이상이냐 이런 걸 물어보던데, 해당되는 사항이 하나도 없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더니 그냥 제 값 다 받고 표를 팔았다. 괜히 깎아주는 건 재미 없는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대학로를 좀 돌아다니다가 표를 산 극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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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소극장이 그렇게 만은 줄은 미처 몰랐다. 온갖 군데서 참 다양한 연극들이 공연 중이고, 그 중에는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연극도 꽤 있었다. 아, 다음엔 저런 걸 한 번 볼까?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좀 보고 와야겠어, 그런 수다를 떨며 극장 앞에 다다랐다. 사랑티켓 부스에서 산 티켓은 매표소에서 다시 좌석 번호 붙은 걸로 교환을 해야 한단다. 그럴 거면 굳이 거기서 살 이유가 없었는데, 그냥 극장 와서 바로 샀으면 좌석 번호 붙은 티켓을 바로 받을 텐데, 도대체 이거 뭐하자는 플레이지?? 그런 생각을 했다. 역시 정보 없이 무작정 가면 팔다리가 고생하는 법이다.

참, 내가 고른 연극은  뉴보잉보잉이다. 브로셔에 적혀 있는 홍보 문구에 따르면 대학로 최고의 바람난 로맨틱 섹시 코미디극이란다. ^^ 아저씨가 고르기에 딱 좋은 제목이라고?? 천만에, 연인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란다. 하긴, 나중에 극장 안에 들어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관람객 중엔 내 나이가 제일 많은 건 아니었을 지라도, 꽤 많은 편인 건 틀림 없는 사실이었다.

공연이 시작됐다. 그런데 초반,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원래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오페라든(이건 본 적이 없지만) 이런 것들은 초반엔 좀 어색한 법이다. 관객도 배우와 극장에 익숙해지고 동화되어야 비로소 재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이다. 배우는 오버하는 듯 싶고, 관객은 좀 쌩뚱 맞아 하는 듯 싶다. 게다가, 정말 웃기지도 않는 장면인데 뒤에서 끊임 없이 아줌마 목소리로 흐흐흐 웃어대는 관객 떄문에 난 도저히 연극에 집중하질 못했다. 그 쪽을 힐끔 힐끔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으니 그건 내 문제만은 아니었을 게다. 오죽하면 내가, 돈 받고 웃어주는 알바생 아니냐고 했을 정도. 오죽하면 중간에 그냥 튀어나갈 뻔 했다.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연극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발동이 너무 늦게 걸린 셈이다.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에도 익숙해졌고, 스토리도 흥미를 끌기 시작한다. 뒷 쪽의 아줌마 관객은 여전히 거슬리지만, 역시 사람은 한 번 포기하면 익숙해지기는 하는가 보다. 후반 접어들면서 배우들은 온 몸을 다해 웃기기 시작했고 관객들도 종종 폭소를 터뜨리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과장된 몸짓, 엉뚱한 대사, 반복되는 액션… 이래도 안 웃을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열연이 절정에 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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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뉴보잉보잉 미니홈피 http://www.cyworld.com/boeing


뉴보잉보잉은, 세 여자와 동시에 바람을 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세 명 다 서로 다른 항공사에 근무하는 스튜어디스. 비행 스케줄에 따라 매일 다른 그녀들을 만나던 남자 주인공 집에, 백수인 친구가 찾아 오고 비행 스케줄이 엉망으로 꼬인 여자 친구들이 예정에 없이 찾아 오면서 좌충우돌 웃기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반 관객들의 발동이 너무 늦게 걸린다. 관객들을 살살 끌어들이면서 같이 웃어야 하는 것이 소극장 연극의 최대 장점일 텐데, 초반엔 배우들만 너무 열심이고 관객들은 진짜 구경만 한다. 배우들은 그 분위기에 익숙해 있을지 모르겠으나 관객들은 그렇지 않다. 관객들이 빨리 익숙해지고 같이 호흡해야 배우들도 더 재미있을 텐데… 이건 관객들의 몫이 아니다. 스탭과 배우들이 해야 할 일인 걸. 중반 지나 후반 접어들면서는 지루함을 잊고 재미 있으니 연극 자체가 아주 재미 없는 건 아니지만, 초반 조금 더 빨리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그랬음에도, 연극이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는 미디어다. 소극장에서나 즐길 수 있는 생생함, 땀방울까지 다 보이는 배우들의 열연, 이런 건 소극장이 아니면 즐기기 어려운 것들이다. 여기에, 미리 조금만 알아보고 갔으면 어땠을까. 어떤 일을 할 때 아무런 준비 없이 해 보는 것도 특별한 매력이 있기는 하다. 우연히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예상치 못한 일들도 즐거운 법이지만, 사람에게는 항상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조금 더 준비하고 챙겨가면, 훨씬 더 많은 감동이 있는 건 틀림 없는 일일게다. 올해는 더 가기 힘들겠지만, 내년엔 조금 더 많은 연극을 경험할 수 있기를.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2.23 00:52 ADDR 수정/삭제 답글

    헉.. 첫번째 사진의 섭지코지가 왜 난 제일 눈에 들어올까?.. ㅜ.ㅜ 궁금하신 분은 아래 URL을 클릭해보시길.. ㅜ.ㅜ

    http://www.zoominsky.com/913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6 15:09 신고 수정/삭제

      섭지코지는,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죠~ 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2.23 08:46 ADDR 수정/삭제 답글

    생각해 보니..
    학교다닐 적에 과에 있는 연극학회 공연 함 보고선..
    "연극은 볼 게 아니다"로 규정짓고..
    여적지 한번도 안 가고 있네요..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6 15:10 신고 수정/삭제

      그래서 첫 경험은, 제대로 해야 하는 법이여~

  • Favicon of http://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도리 2008.12.24 08:58 ADDR 수정/삭제 답글

    연극을 보면서 배우와의 호흡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거 같아요...부담백배 ^^
    아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한해동안 즐겁고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무척 기뻤습니다.
    제 블로그에 2008년 결산 포스팅을 준비했으니 들러주세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6 15:10 신고 수정/삭제

      네, 잘 봤어요. 친절히 링크까지 걸어주셔서 감사! 내년에도 더 행복하시길! ^^

  • Favicon of http://stagelife.kr BlogIcon BW 2009.01.13 13:30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연극 참 좋아라 하는데...ㅋ
    관객이랑 배우랑 소통하는 건 다른 장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느낌이긴 하니까요~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1.14 09:54 신고 수정/삭제

      네, 그것이 연극의 최대 장점 아닐까요~ ^^

  • 대학로 2009.01.28 19:33 ADDR 수정/삭제 답글

    근데 그 대학로의 수많은 삐끼들이 모두 3작품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믿으시겠어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1.28 21:52 신고 수정/삭제

      뭐, 주로 들리는 작품들은 몇 개 있더라고요 ^^

[영화] 트와일라잇, 영원하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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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뱀파이어다. 첫 눈에 본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 여자는 내 운명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난 그 여자를 뱀파이어로 만들 생각은 없다. 영원하다는 것은, 한편으론 두려운 일이므로.
나는 인간 여자다. 첫 눈에 빠진 뱀파이어를 사랑했다. 그를 사랑한 만큼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그는 거부하지만, 난 이미 준비가 됐다. 언젠간 언젠간 그가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줄 것이다.

트와일라잇. 예고편만 봤을 땐 뱀파이어가 나오는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그 왜, 뱀파이어는 악하고, 인간은 선하다. 악한 뱀파이어를 제거하기 위해 인간들은 무력에서는 약하지만, 사랑으로 단결해 승리한다는 뭐 그런 스토리 말이다.

전반부를 볼 때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어랏, 갈수록 예상을 뒤엎는다. 한 여자를 사랑한 뱀파이어, 뱀파이어를 사랑한 한 여자. 뱀파이어 가족들은 그 여자를 받아들이고, 가족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 여자를 노리는 또 다른 뱀파이어 무리들. 그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뱀파이어들이 서로 싸운다. 어라? 이거 러브 스토리야??

요즘 케이블TV XTM에서는 문라이트라는 뱀파이어 미드를 방영한다. 착한 뱀파이어가 탐정으로 나와 인간을 괴롭히는 악당들(심지어 그것이 같은 뱀파이어라 할지라도)을 무찌른다.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한다. 그 여자를 사랑하기에 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로 변한다. 여자는, 언젠가 자기도 뱀파이어가 되어야겠지 라는 생각에 두려워하나, 뱀파이어는 정작 그 여자를 뱀파이어로 만들고 싶지 않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잡았지만, 트와일라잇과 문라이트는,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한 평생을 살면서도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영원한 삶을 살면서 과연 하나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인간 여자는, 영원함에 대한 애착을 보이나 영원함을 겪고 있는 뱀파이어는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사랑에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영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럴 수 밖에. 뱀파이어 얘기를 예상하고 갔는데 러브 스토리라니. 황당하지만 여운은 남았다. 영원을 선택할 것인가, 불꽃같은 순간을 선택할 것인가. 어차피 순간을 선택해야 하는 인간에게 사랑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트와일라잇, 별 쓸 데 없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젠장, 그냥 뱀파이어 영화였으면 이런 고민은 필요 없었을 것인데. / Fin

  • Favicon of https://blog.ilino.kr BlogIcon LINO_kr 2008.12.15 20: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봤지만 리뷰는 쓰지 않았네요^^
    다른 뱀파이어 영화와는 다르게 치명적인 러브스토리 였는데
    공짜영화여서 나름 볼만했다고 생각이 되더라구요^^
    그래두 뱀파이어들 끼리 싸우는 것 보다 늑대인간과의 싸움을 기대 했었는데
    그런 부분이 참 아쉽더군요^^
    2편을 예고라도 하듯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긴 한데..
    '이거 2편 나오면 어떻하자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2.15 22:20 ADDR 수정/삭제 답글

    영원히 산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숨이 턱 막히는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6 11:10 신고 수정/삭제

      뭐, 어차피 우린 그렇게 살지 못하니깐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2.16 09:07 ADDR 수정/삭제 답글

    형님이 타겟고객이 아니걸랑요..
    이건 뱀파이어물이 아니라 할리퀸물에 뱀파이어를 접목시킨 거라고 봐야겠죠..
    그나저나 엠블 기냥 없어진다네요..
    ["엠블→티스토리" 이사 일케하면 10점 만점에 10점]으로
    포스팅하나 올려주삼..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6 11:11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 엠블은 좀 아쉽네. 지금은 거의 내버려두긴 했지만, 나 거기에도 글 400개 정도 있는데... 지금은 뭐 시간이 지나서 정보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긴 하지만. ㅋㅋ 엠블 쪽에서는 백업 툴을 제공하겠다 하니, 그 툴이 나온 다음에 다시 봐야 할 거 같으네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2.16 14:41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니.. 취향이 이런거였어?..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6 15:21 신고 수정/삭제

      아니 전 뱀파이어 얘기인줄 알았다니깐요!

  • Favicon of http://wessay.tistory.com BlogIcon 비됴왕 2008.12.17 20:32 ADDR 수정/삭제 답글

    글쎄요.. 이영화를 보고.. 영원한 사랑이야기를 끄집어 냈다는 건.. 호평을 하시기로 작정하신듯... 전 보다가 욕나오던데...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9 13:57 신고 수정/삭제

      ㅎㅎ 영화 기대에 못 미쳤다고 했잖어유~ ㅋ

  • Favicon of http://plaintalk.pe.kr/ BlogIcon 두부양과 왕만두군 2008.12.19 12:24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예상했던 것(너무 나도 화려한 예고편)보다 재미없고 이런 저런 장르를 다 표현할려고 했던 것 같아 좀 그랬는데 이상하게도 재미없었지만 지루하지는 않더라구요. 2시간 동안 계속 집중한 것 같아요. 그런데 나오면서 이거 뭐야? 이 반응^^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9 13:57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딱 그런 느낌! ㅎㅎㅎ 여튼 좀 황당했다는... 영화란게 참 그래요. 너무 많이 알고 가면 재미없고, 또 너무 모르고 가도 재미없고 ㅋㅋ

  • 루니아 2009.09.14 23:13 ADDR 수정/삭제 답글

    영화는 이상했어요.. 전 책을 먼저 읽어서..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4 23:57 신고 수정/삭제

      아, 전 책은 안 읽었는데
      느낌이 많이 다른가 보군요! ^^

약 2년 만에 글 300개를 쓰다

지금 읽고 계시는 이 글이, 레이토피아 블로그의 300번째 글입니다. 사실 비공개로 써 놓은 글이 몇 개 있어서 실제로는 300개를 조금 넘지만, 블로그에 있어서 공개되지 않은 글은 글이 아니므로^^ 이제서야 제대로 된 300개를 채웠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남들은 일 년에도 천 개씩 쓰는데 겨우 300개가 머 그리 대수냐 하겠지만, 제게 있어 글 300개는 약간의 심리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목표로 했던 하나의 능선을 넘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젠 두 번째 능선인 500개를 넘어야 할 차례가 된 거지요. 게다가 블로그가 제대로 검색에 걸리고 로봇들이 고정적으로 찾아오려면 글이 300개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던 누군가의 얘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누가 그랬을까,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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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이토피아 블로그는 제가 만든 최초의 블로그는 아닙니다. 2003년 10월 엠파스에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 뒤에 태터툴즈를 만나면서 설치형으로 독립했었죠. 그러다가 제 주변의 이런 저런 상황들이 크게 변하면서 엠파스 블로그는 방치했고, 설치형 블로그는 폐쇄해버렸습니다. 조만간 엠파스가 네이트와 통합된다고 하니 방치된 엠파스 블로그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오긴 하겠네요. 잠깐 카운트를 해 보니 엠파스 블로그에 약 400개 정도 글이 있던데, 아깝지만 그냥 잘 묻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레이토피아 블로그는 올 12월 24일이면 만 2년이 됩니다. 300개를 쓰는데 2년이 걸렸는데 내년까지는 200개를 더 써 500개를 채워보자 뭐 그런 목표를 세워 보는 걸로 300개 기념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내자니 이거 뭐 공지도 아니고, 이벤트도 아니고, 일기도 아니고, 묘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요즘 느끼는,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생각 하나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클라이언트 담당자 한 분이 얼마 전에 모 업체에서 받았다며 제안서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대충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한 달에 500만원 정도를 내면 블로그에 월 글 30~60개, 스크랩 500회, 방문자 300만을 만들어주겠다는 겁니다. 네고해서 300만원 정도로 해준다는 얘기도 곁들입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서비스에 비하면 엄청난 양인 거지요. 회사에서 높은 분이 이걸 주셨다면서 어찌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서비스에 비하면 엄청난 물량인거지요. 500이면 비싸네, 이런 거 100에 해주겠다는 데도 있던데요, 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 상식으로는 매일 1, 2개의 글을 발행하고 스크랩 500개, 방문자 수 300만을 만들어 낼 방법이 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비용을 들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500만원(그것도 네고해서 3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그런 게 가능할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이해한 해답은, 누군가 마케팅 툴(!)을 돌려 자동화(!)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답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몇몇 마케팅 커뮤니티를 통해 블로그에 콘텐츠를 복사해 전송해주는 툴들이 유포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허위 블로그를 만들어 놓고 그 블로그로 콘텐츠를 스크랩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네이버와 네이버 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우린 인터넷 구조의 특성 상, 클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동화 툴은 어찌 보면 효율을 높여주는 좋은 도구입니다만, 이것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복사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 씁쓰레할 따름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블로그에서 나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았을 때 느끼는 그 희열을 경험했을 겁니다. 어디 식당을 가고 싶은데 거기 주차장이 있는지 없는지, 공구를 하나 샀는데 이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내가 궁금해 하는 어떤 것을 누군가도 같이 궁금해 하고, 그 경험담을 올려 놓은 글을 찾았을 땐 정말 기쁘지요. 반면, 그런 정보를 찾으려 했더니 수없이 카피된 브로셔 일색의 똑같은 글만 나온다든지, 유료 리포트 정보만 쏟아지는 경험도 했을 겁니다. 아마 뒤에 나오는 경험을 더 많이 했겠지요. 원하는 정보를 찾기까지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블로그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고객 서비스일 겁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도 될테고요. 그러나 저렇게 기업 입장에서 써낸 똑같은 글을 수없이 많은 블로그에 복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정보를 배포하고, 소비자들이 읽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블로거의 개인적인 성향이 포함되었을 때의 이야기지, 반복되는 똑같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 스팸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뿐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스팸 전략으로 블로그 스피어가 물들어버린다면, 쓰레기 더미에서 옥석을 찾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 결국 블로그를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적당한 량의 정보를 배포하고, 사람들이 이를 접하게 하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의 배포는 필요하다고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도를 넘어 지나치게 쏟아지는 홍보물은 블로그 스피어를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말로 하긴 쉽지만, 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중용의 미덕이 필요할 때입니다.

ps> 300개 기념으로 번개를 칠까 했는데, 연말이라 약속도 매일 있고,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달려야 하는 관계로, 그냥 오늘 저녁에 만난 분들과 조촐하게 파티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2.10 12:03 ADDR 수정/삭제 답글

    300개 기념 포스팅 댓글 1등..일까요? 0_0;;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서 분발해야겠어요. 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0 13:34 신고 수정/삭제

      흐음, 댓글 1등에겐 무슨 선물을 줄꼬?? ㅋ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2.10 12:04 ADDR 수정/삭제 답글

    축하드립니다. ^^
    조만간 있을 레이토피아 2주년도 미리 축하드립니다.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0 13:34 신고 수정/삭제

      땡스! 2주년은 12월 24일이니께, 그 땐 특별한 잔치가 필요없을 듯 ㅎㅎ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2.10 13:16 ADDR 수정/삭제 답글

    슬슬 이사준비 할까봐요..
    신변잡기는 엠블에 남기고..
    이것저것 자료도 모으고 글도 남기고..
    날 정해지면..
    초청장은 형님께 받는걸로 합지요..(ㅡㅡ)b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2.10 13:45 ADDR 수정/삭제 답글

    축하축하.. ^^ 선물은 뽀뽀로 대신..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0 13:46 신고 수정/삭제

      요즘 많이 외로우시져?? 유난히 뽀뽀를 많이 찾으시네... ㅋㅋ 받은 걸루 하겄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12.10 15:38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뽀뽀로 대신하죠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0 15:39 신고 수정/삭제

      제가 빠질테니, 짠이아빠님과 양깡님이 서로 하세요. 저는 다 받은 걸로 치겠습니다. ㅋ

  • Favicon of https://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12.10 17: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이제 30개 넘겼어요 .. ㅜㅜ
    멋지세요. 존경스럽구^^ ...

    그리고, 어제의 팀버랜드 .. 제겐 경악이었습니다.
    전 분명히 그 고운 두발에 검정색 RYN일거야 했는데 흑흑
    책임져요~!! (구매를 고려해봤다가 레이님께 완전 급좌절 당함..)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0 17:23 신고 수정/삭제

      고운 두 발이란 멘트를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저도 지급 급당황스럽다는! ㅋㅋ

  • Favicon of http://ㅠ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12.11 17:41 ADDR 수정/삭제 답글

    요즘 전
    블로깅에 급 슬럼프가 온듯하네요
    꾸준히 포스팅하시는 모습 쭈욱 지켜보겠습니다

    연말로 치닫아도 전 약속은 전혀 없고..에혀~~

[영화] 순정만화, 사랑은 서두르는 법이 아니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조건은 딱 세 가지다. 확실히 부시던지, 확실히 벗기던지, 확실히 웃겨야 한다. 영화에 대해서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한 나로서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벗어난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멜로라거나, 휴먼 드라마라거나 뭐 이런 영화들을 내가 안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재미없기 때문이다. 내가 빠져들지 못하니 지루하고, 항상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런 경험들이 몇 번씩 쌓이다 보면 왠만해서는 절대로 시도하지 않게 된다.

얼핏 생각나는 몇 가지 영화들은 이런 거다. 타이타닉(진짜 이거 보다가 졸았다!), 마이걸(영화 보는 도중에 앞 좌석 왠 남자가 훌쩍 훌쩍 하는 것이 너무 웃겨서 영화는 기억에도 없다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소재는 호감이 갔는데 영화는 젠장!), 외출(내가 왜 이걸 봤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등이 내 기억 속에 있는 최악의 영화들이다.

물론 어쩌다 봤는데 예외인 경우도 많다. 포레스트 검프는 내 스타일이 확실히 아닌 데도 재미있게 봤고(주로 톰 행크스 나온 영화들이 그렇다.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터미널 등등. 아, 아폴로 13은 재미 없었지만 ^^), 비포 썬라이즈(세상에나!)는 정말 나로서도 예외인 영화다. 최근엔 맘마미아도! 가끔 그렇게 취향을 거스르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긴 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으면 도전하지 않는 법 아닌가.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도전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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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솔직히 난 강풀이라는 만화가는 들어는 봤지만, 그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어쩌면 인터넷에서 한 두번 스쳐 지나긴 했겠지만 ^^) 진짜 순정만화 따위는 좋아하지도 않는 타입이라 애초 이 영화에는 관심도 없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난데없이 우리 회사 대빵인 짠이아빠님이 이 영화가 보고 싶다고 예매를 하라는 거다. 짠이아빠님 취향이 가끔 독특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예를 들어 청연 같은 영화를 추천하는 걸 보면!) 뜬금없이 순정만화라니. 아우 난 안 봐. 이렇게 잘라 말해놓고 봤는데, 어랏, 다른 직원들이 모두 본다는 거다. 직원 수도 얼마 안되는데 이렇게 되면 소외감이 엄청나게 밀려든다. ‘’따'를 당한다는 건 이래서 두려운 거다.

결국 나도 순정만화를 보는데 끌려(!)갔다. 사실 원작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니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도 없었고 사전에 넘겨짚을 것도 없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 알콩 달콩 재밌게 살아간다는 거다. 만화가 아니고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물론 살다 보면 이런 사랑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을 너무 힘들지 않게, 치열하지 않게 영화는 그려냈다. 전체적으로 느린 대사들, 잔잔한 말투로 영화는 지나치게 가슴 아프기 보다는 애잔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재미있었냐고 어쩌냐고! 따져 묻는 분들에겐 이렇게 말해야 겠다. 솔직히 몰입하진 못했다. 이런 영화 또 보자고 하면, 더 볼 생각은 없다. 잔잔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빠져들고, 그 속에 나를 동화시킬 정도의 감동이나 찡함은 없었다. 그러나 같이 간 사람 중 절반은 정말 재밌었다고 하니 이건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밖에.

딱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나도 한 번쯤은 삶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까.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만약의 경우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참 예쁘게 살 자신은 있는데…. 그런 거다. 엘리베이터에 풍선을 넣고, 여름 하늘에 눈 스프레이를 뿌려대면서 철 없이 예쁘게 살아보는 거. 누군가는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뿌려 볼만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나이 삽십에 뿌리는 것과 사십에 뿌리는 건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십에 뿌리는 것이 오십에 뿌리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면야… 즐!이다. 젠장.

마지막으로 개콘에 나오는 ‘’독한 것들’’ 흉내나 한 번 내야 겠다. 난, 순정만화 보고 연애하는 것이 부럽다고 생각한 사람들 환상 다 깨 놓을 거야. 연애 시작하고 일 년은 좋지? 영화는 1년만 그리고 그 뒷 얘기는 없지? 그 뒤로 삼십 년은 싸우면서 살 걸? (독해~) 그리고 고등학생 중에 그렇게 예쁜 애들은 절대 없어. 걔네들 공부 잘 하게 냅두고 괜히 집적거리지나 마셔! (웃자는 얘기다 ^^)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8.11.28 07:16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짠이아빠님과는 애인관계셨군요. 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8 15:13 신고 수정/삭제

      다행스럽게도 제 옆에 앉은 분은.. 짠이아빠님이 아니셨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1.28 16:09 수정/삭제

      미브 단체 관람이었습니다. 근데 레이님 옆자리에 저도 아니었네요. ^^;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1.28 08:40 ADDR 수정/삭제 답글

    독하세요. ^^;;

  • ^^ 2008.11.28 12:43 ADDR 수정/삭제 답글

    끝까지 보시느라 애쓰셨습니당~ ㅋ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28 15:13 신고 수정/삭제

      ㅎㅎ 안 졸은 것이 어딘디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28 15:10 ADDR 수정/삭제 답글

    캬.. 당신 입장에서 이 영화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다니.. 독해.. !!!

  • Favicon of http://ㅠ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11.29 11:14 ADDR 수정/삭제 답글

    난...
    지난주 큰애 생일을 그냥 보냈을뿐이었고
    그래서 달달 볶였고
    내일 순정만화를 보기로 점찍었을 뿐인데
    레이님은 별로 재미없다고 하시고..

    난 지금 이글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몰라
    계속 쓸뿐이고....아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30 16:59 신고 수정/삭제

      아이들하고 보기엔 좋지요! 진주아빠님만 희생하시면 될 듯. 아빠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어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11.29 19:45 ADDR 수정/삭제 답글

    '타이타닉', '세익스피어 인 러브'는 저의 원 오브 페이버릿인데.. 술취향은 비슷한데.. 어쩜! 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30 17:00 신고 수정/삭제

      이지썬님은 여자고, 전 남자니깐요! ㅎㅎ(이것도 뭐 딱히 맞는 대답은 아닌 듯 하지만)

  • Favicon of https://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돌 2008.11.29 23: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냥 가벼운 영화같은데요~ 전 유지태를 무척 좋아하는데 캐릭터가 어쩐지 뜨는듯. ㅎㅎ
    전 영화는 휴먼 스토리 즉 드라마를 주로 보는데요 제가 나중에 실패하지 않는 선택법을 알려드리지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30 17:01 신고 수정/삭제

      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는 영화 맞습니다. 관객에게 과한 감정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잔잔히 풀어가니깐요. 누군가는 이게 강풀 만화의 장점이라던데요~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8.11.30 22:59 ADDR 수정/삭제 답글

    제목 공감해요. ^-^
    닭살스러운 노래를 듣거나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그래서 얘네들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
    설마 아직도 이벤트하면서 매일매일 사랑을 속삭이고 있진 않겠지이런 생각이 들어요.ㅎㅎㅎ

    그래서 은근하게 사랑을 표현하던 옛날 노래나 고전 영화가 마음에 많이 남는 것 같구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01 11:02 신고 수정/삭제

      10년 뒤에도 변치 않으면 좋은 거죠~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2.01 09:02 ADDR 수정/삭제 답글

    강풀 모르셨던 건 좀 거시기하네요..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01 11:03 신고 수정/삭제

      모르지는 않았어. 알고는 있었는데 만화를 본 적이 없다 이거지... 인터넷으로 만화 보는 건 영 어색해서리... ㅋㅋ

  • Favicon of https://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12.02 16: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와 영화 고르는 기준이 비슷하시군요.
    전 왕 블록버스터거나.
    왕 흥행기록을 하거나,
    왕 재미나게 웃기거나
    거든요 ..
    과거에는 수준있다 이건 이 장르에서 꼭 봐야 한다 이런걸
    탐닉했지만 ㅋㅋ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단체관람 콘텐츠는 누가 선정한건가요? ㅋㅋ
    전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을 바꾼게 쉬리 였어요 .. 그 사이 사이에도
    주옥같은 명작들이 있었지만 쉬리 이후엔 균질화가 되었다는 ..
    아주 옛날엔 한국영화=방화 라고 불렀잖아요 ..
    그 시기엔 정말 방화를 보면 극장에 방화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는데..
    한국영화^^좋아졌습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02 16:47 신고 수정/삭제

      앗! 저도 딱 쉬리를 보고 나서 한국 영화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그런 생각 했었는데요! ㅋㅋ

      단체 관람 콘텐츠는 대빵님의 의지였습니다~ ㅋㅋ 제가 개인적으로 맨날 취향 별나다고 놀리는... ^^

  • Favicon of http://paxxstyle.com BlogIcon PAXX 2008.12.05 15:46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 저는 '눈먼자들의 도시'를 예매했지만, 이 영화도 괜찮을거 같군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05 16:49 신고 수정/삭제

      아, 그런 영화가 있었군요. 어쩐지 같은 이름의 책이 출간일이 꽤 지났는데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더라니. ^^

  • 말짜 2008.12.06 16:47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들넘이 이 영화같이 보러갈 여친 있음 좋겠다고 하던데..그래서 역시 내가 볼껀 아닌갑다 했지..

윤도현을 보내며

322회. 윤도현이 등장했다. 예상 외로,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 그는 떨린다고 했다. 6년 8개월이나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놓고서도 떨리나 보다. 그래, 마지막은 원래 그런 법일테니까.

내 음악적 취향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심야의 러브레터는 술 한 잔 들고, 소파에 몸을 묻은 채, 약간은 알딸딸한 기분으로 즐기기에 딱 좋은 프로그램이다(아니, 이젠 ‘이었다’라고 표현해야 겠다). 심야 시간만 아니었다면 볼륨을 있는 대로 키우고, 마치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며 음악을 듣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을 게다. 공간이 된다면, 나만의 리스닝 룸을 만들어 놓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리도 빨리 마지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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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음을 열어도 내가 적응하기 어려운 장르가 힙합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첫번째 손님은 드렁큰 타이거. 다른 날 같았으면 채널을 돌렸음이 분명하지만, 오늘 만큼은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마지막이라는 특별한 감정이 작용했던 탓일까. 오늘 만큼은 그리 부담스럽게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사실 예상은 했었지만) 마지막에 윤미래라니. 한국인의 목소리에서 어찌 저런 R&B가 나온단 말이냐~ 하고 혼자 제멋대로 평가하던 그가 나와 힙합을 불렀다. 뭐, 이 정도면 들어줄만 하겠는 걸.

드렁큰 타이거는 윤도현이 뚝심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실 윤도현은 정치색이 진한 개그맨의 출연을 막은 것으로 한 때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개편에서 그가 마이크를 내려 놓게 된 것이 KBS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비싼 MC부터 짜르기 때문이라는데, 속내는 그의 정치 성향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막말로 윤도현이 밉보였다는 얘기다. 솔직히 어떤 게 진실인지 우린 알 도리가 없지만, 요즘 대한민국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런 얘기가 아주 합당하게 들린다는 게 더 어이 없다. 솔직히 정치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주 당당하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연예인 출신 장관이 있고 이미 출발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났다. 참 내. 이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맞기는 한 건가. 대한민국 정부, 관공서, 언론사 그리고 이제는 방송국의 MC자리까지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야 하는 것인가.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건, 특정한 음악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음악을, 그저 음악으로 대했기 때문일게다. 이런 프로그램 답게, 힙합에 이어 박정현이 R&B 발라드를 들고 나왔다. 그래, 이제 내 스타일이 나오네. 게다가 난데없이 김제동이다. 자기가 어려웠던 시절, 방송국에서 주는 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윤도현이 보낸 돈이었단다. 그러더니 어랏? 노래까지 하고 들어간다. 일어나를 부르는 김제동의 목소리가 떨린다. 아마 윤도현과 김제동은 무대 뒤에서 어쩌면 한바탕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우 김성현이 마지막 편지를 읽고, 어느덧 마지막 게스트. 크라잉넛이다. 윤도현이 그만 두게 되는 이유에 딱 어울리는 밴드가 아닐 수 없다. 첫 곡은 밤이 깊었네. 이건 내 18번이 아닌가. 그리고 크라잉넛은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을 열정적으로, 미치도록 크게 외치고 들어갔다. 닥쳐! 닥쳐! 이거 마치 누군가한테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닌가.

올 바이 마이셀프를 부르고, 방송 끝났으니까 여기서라도 화끈하게 끝내보자는 마무리 영상에 이르기까지 윤도현의 눈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아쉬움을 끝으로, 거의 두 시간에 걸친 방송이 끝났다. 윤도현은 이제 MC에서 락커로 돌아갔다.

마지막을 위로하려 할 때, 우리는 흔히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한다. 솔직히 윤도현의 눈이 젖어 있다는 이유로, 위로를 하는 것(위로를 한다고 전달되지도 않을 테지만 ^^)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가 취해왔던, 모든 음악을 음악으로만 대접하던 러브레터의 분위기를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하고, 음악가를 인정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하나 사라지는 걸로 이 일이 끝날 것인가. 나는 쓸데없이 그 미래를 오버해 생각하는 것이 더 두렵다. 윤도현을 보내며, 그 암울한 미래에 대해 건배.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1.17 10:20 ADDR 수정/삭제 답글

    윤도현만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정말 아쉬워요. 이하나 씨도 잘 하겠지만, 프로그램 사라지는 데에 이렇게 안타깝다니...

  • ^^ 2008.11.17 12:27 ADDR 수정/삭제 답글

    오프닝 때부터 촉촉한 눈빛을 보이더니 결국 그랬군요... 마지막 방송을 끝까지 다 못봐서 아쉬워요..

  • Favicon of https://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11.17 15: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올 한 해는 많은 곳의 수장들이 바뀌고,
    많은 부분의 변화가 일어나고 ..
    그런 한해였습니다.
    윤도현 이란 사람도 트렌디한건가? 그 시류위에 발을 디뎠군요.
    전원석의 노래 '가는곳 어디이길래' 생각 납니다.
    "가는곳 어디이길래 그대 눈물 흘리나 얼마나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17 16:37 ADDR 수정/삭제 답글

    대한민국은 민주는 빼고 그냥 공화국 정도의 수준인 것 같아.. 아무리 발전해도 이 모양이니.. ㅜ.ㅜ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11.18 00:10 ADDR 수정/삭제 답글

    건배~! 아쉽습니다.

  • 진주애비 2008.11.18 08:26 ADDR 수정/삭제 답글

    러브레터도
    시투도 다 떠났네요
    원래 티브이 잘 안보지만 그래도 서운한다는,,,^^

  • 비됴왕 2008.11.25 00:52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쒸.. 윤씨가수들 몇 없는데.. 윤수일 이후로 윤도현이 최고였는데.. 여자도 윤복희빼곤 대형 가수가 안나오니.. 차라리 잘 됐다.. 윤도현의 1집이 아주 그리웠으니까... 헝그리 정신으로 1집 같은 음반 한번 더 내주질 기대 합니다.

  • MS 2008.12.29 13:18 ADDR 수정/삭제 답글

    마이스페이스에서 YB 이벤트해요~ 한번 가보세요~
    http://www.myspace.com/relaytalk

[책] 행복의 지도 - 행복한지 궁금해?

난 지금 행복한가? 아닌 거 같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행복할 것 같은데. 그럼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나볼까? 어차피 지금 불행하니까 밑질 거 없잖아!

‘행복한 지도’라는 책을 쓴 에릭 와이너는 그래서 행복한 나라를 찾아 떠났단다. 그것도 열 개씩이나! 참 팔자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 행복한 곳을 찾아갈 정도의 팔자가 되니,  대단히 부러운 사람임엔 틀림없다. 젠장,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 놓고 자신이 불행하다니! 이건 완전 투덜이 스머프잖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 얼마나 제대로 된 행복을 찾아 떠났나 두고 보자. 책을 읽기 전에 오기가 생겼다. 내가 보기엔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을 만큼 팔자 좋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행복하다는 곳을 찾아 떠났으니, 얼마나 빠방한 행복을 찾아올 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참내. 진짜 대단한 곳들만 찾아다녔다.

마약과 매춘이 금지되지 않은 나라 네덜란드, 세금 따위는 낼 필요도 없고 용돈까지 준다는 카타르, 천혜의 자연 환경을 타고난 스위스, 국민행복지수가 중요한 부탄… 그리고 아이슬란드, 태국, 영국, 인도, 미국 등등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 물어봤다. 행복하십니까? 스스로 생각했다. 여기는 과연 행복한 걸까.

솔직히 말해, 책을 읽기 전 결론은 뻔한 거라 생각했다. 왜냐면 행복이란 건 정답이 없는 거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행복이 서로 다른 법이니까. 그런데 어떤 샹대적인 기준이 있다고 해서 거기가 더 행복할 것이라고는 나는 애당초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곳에서 내 삶에 충실하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일테니까. 여길 벗어나면 지금의 문제로부터 해방될 듯 싶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일게 뻔하니까.

그런데 이래 써 놓고 나니, 이상하다, 행복은 내가 스스로 찾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 때문에 불행해. 월급이 작아 불행해. 뭐 이런 것 정도라면 내가 탈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내 결론은 이렇다.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 하자. 할 수 없는 건 포기하자. 내 주변에 있는 사람 때문에 불행하면 그 사람을 떠나면 되지만, 정치인 때문에 불행하다고 해서(불행할 건 없지만 요즘 저 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꼭지 도는 일이 한 두개가 아니다. 젠장) 이 나라를 떠날 순 없는 법이니까. 그래. 이건 다 뻔한 얘기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이 50% 정도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이거야 말로 진짜 뻔한 결론이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럼 뭐야!라고 급허탈, 혹은 급분노할 수도 있겠다.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은 뻔하지만, 책은 살짝 재밌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열 개 나라의 이런 저런 생활들,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고, 행복하던 아니던 그 나라에 가서 한 번 경험해보고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순한 관광 여행이 아닌, 그들의 삶 속에 빠져들어 행복을 찾는 여행이라니. 돈 있으면 꼭 한 번 해보고픈 여행을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지금 행복한가?라고 묻고 싶은데, 다른 사람은 어떨지 그게 더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읽어볼만 하겠다. 행복을 찾아 떠날 필요 없이 남이 떠난 얘기를 대신 읽을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 하긴 그게 책의 장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올 가을, 그리고 다가 올 겨울에, 다른 사람의 행복 찾기 여행을 읽다 보면, 내 삶에서 스스로 행복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게다. 사는 건, 다 그런 법이니까.

그럼 난. 난 행복하냐고? 물론이다. 회사도 잘 되고 ^^ 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조금씩 즐기는 법을 배우고 산다. 그래서 나를 지켜주는 신과 사람들에게 더, 더, 감사할 뿐이다.


상품명
웅진출판-행복의 지도
상품가격
9,660 원
지불수단
신용카드 ,  계좌이체

본 서비스는 전자지불(PG) 1위업체 (주)이니시스가 제공합니다.

PS> 태터앤미디어와 아름다운가게가 함께 하는 1004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의 링크를 통해 이 책을 구입하시면 그 수익금으로 서남아시아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 행복을 찾을 수도 있겠고, 내가 지불한 비용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니, 더 행복할 것입니다. 게다가 어떤 서점에서도 이 가격에 못 삽니다!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1.10 16:14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여행 에세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까요? ㅎㅎ
    그치만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빌려주세요! >_<;)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1.10 16:47 ADDR 수정/삭제 답글

    행복은 언제나 마음 속에 있는 거~엇 (..)ㅋ
    요즘은 이런 말랑말랑한 책보담도 먼가 쫌 쎈 것들이 땡겨요..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0 18:55 신고 수정/삭제

      원래 아범은 하드한 거 좋아하시잖어... 뭐든지...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11 05:15 ADDR 수정/삭제 답글

    여행을 위한 행복론쯤 되려나..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08:55 신고 수정/삭제

      여행하곤 상관 없고요, 그냥 행복을 찾아 떠났는데 어쩌구 저쩌구~ ^^

  • ^^ 2008.11.13 08:58 ADDR 수정/삭제 답글

    ... 몸만 무거운 투덜이... 요즘 나와 같군요ㅎ 뻔한 내용일거라지만 함 읽어 봐야 겠어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09:37 신고 수정/삭제

      원래 인생이란게 뻔한 데서 진리를 찾는 법이죠~ ^^

뱅크잡, 딱 제이슨스타덤식 액션영화!

뱅크잡. 이거 딱 은행털이 영화네. 어랏, 저 사람은 트랜스포머 아니야? 아아, 실수, 트랜스포터. 근데 저 선수 은행털이 전문가 잖어?

그랬다. 뱅크잡이란 영화를 보러 가면서 들은 생각이 딱 이랬다. 머리가 살짝 없는데도 특별하게 매력있는 남자 제이슨 스타덤. 딱 자기한테 어울리는 영화만 골라서 찍나 보다. 트랜스포터 1, 2에서 열나 멋진 차를 열나 멋지게 몰아대던 그가 이탈리안 잡에서 은행 털던 실력을 바탕으로 또다시 은행을 털었으니 뭐 실패할리 없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소감부터 말하면! 제이슨 스타덤이 나온 영화 중에서 제일 재밌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이 영화는 아날로그틱 하기 까지 하다. 최첨단 도구와 디지털 해킹 툴을 이용해 은행을 터는데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아주 신선한 아날로그 식 은행 털이 방법을 알려준다. 은행 밑으로 땅굴을 파고 바닥을 뚫어 은행 금고에 침입한 후 드릴로 열쇠 구멍을 후비고 해머나 스패너로 금고문을 후려 갈겨 은행을 턴다. 이리 재고 저리 잴 필요 없이 일단 쳐들어 가서 은행을 털고, 성공한다. 거기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운까지 겹치니 기분 좋게 은행을 털고 난 선수들은 끌어 안고, 생 난리를 친 후 빠이빠이 한다.

문제는 은행을 턴 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애당초 은행을 털도록 테리(제이슨 스타덤)을 꼬신 마틴 양은 정보부의 사주를 받아 은행에 넣어 둔 고위층의 포르노 사진을 훔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눈치 하나 열 빠른 테리가 그 사진을 먼저 입수하면서 우린 이제 새됐다~를 외친다. 새된 테리와 그 일당은 여차 저차 해서… 어찌 어찌해 영화를 종결한다(이거 내용 다 쓰면 스포일러라고 항의 들어온다 >.<)

막판 마무리가 살짝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어랏 이렇게 끝나나??), 솔직히 제이슨 스타덤에게 무슨 예술 영화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아, 그렇다고 제이슨 스타덤이 무슨 삼류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남자,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이 사람 나오는 영화 딱 내 스타일이다), 이 정도 액션과 이 정도 스릴이라면 박수를 보낼만 하다.

나처럼 제이슨 스타덤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적당히 웃고, 적당히 스릴을 즐기고, 적당한 액션에 감탄하면서 영화를 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뭐야, 시끄럽고… 그런 생각도 들 법 하다. 이렇게 비교하면 어떨까. 퀀텀 오브 솔러스보다 덜 시끄럽고, 스케일은 덜 하지만, 적어도 졸리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면 꽤 평점을 잘 줘도 되는 셈일 게다. 이렇게 써 놓고 나니 퀀텀 오브 솔러스 보다가는 졸았다는 얘기가 되네.  하긴. 액션이란 좀 짜릿하고 유쾌하고 말끔하게 끝나야지 우울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뱅크잡, 꽤 즐겁게 봤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08 21:59 ADDR 수정/삭제 답글

    그지.. 저 사람은 배가 안나왔지..ㅜ.ㅜ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09 21:36 신고 수정/삭제

      배... 배... 배... ㅋㅋ 배 나왔어도 형이 더 멋있어요!(이 무슨!!!)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1.09 21:32 ADDR 수정/삭제 답글

    이탈리안 잡을 재미있게 봤는데... 그 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라고 추천해주시니 꼭 보고 싶네요.
    그나 저나 11월 미디어브레인 단체 관람 영화는 어떤게 좋을까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09 21:36 신고 수정/삭제

      글게 요즘 진짜 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당께~ 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1.10 09:20 ADDR 수정/삭제 답글

    퀀텀 오브 솔러스 진짜 실망이었어요ㅠㅠ
    우리 다 같이 앤티크 보러 가면 안 될까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0 14:36 신고 수정/삭제

      흐음, 누구랑 보러 가셨디야? ㅋㅋㅋ 앤티크는... 내 스타일이 아니여!!

[영화] 신기전 - 기발한 상상력은 항상 즐겁다


나는 정재영이라는 배우를 '웰컴투동막골'에서 제대로 봤다. 그리고 그 이후, 어쩌다가 많이 웃고 싶어서 '바르게 살자'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그를 만났고, 얼마 전엔 '공공의 적 1-1'에서 악역을 맡은 그를 또 만났다. 그리고 예고편 나올 때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신기전. 거기에 정재영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그의 말투는 참 담백하다. 그리고 내가 본 네 편의 영화 모두에서 그의 말투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진지하다가 엉뚱하게 튀는 것도 참 정재영 답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왜, 공공의 적 1-1에서 온갖 폼 잡고 백윤식을 혼자 만나고 나오다가, 잔뜩 쫄았다는 듯 차에 올라타는 그의 모습. 이것이 딱 정재영 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신기전은 그런 그에게 딱 어울리는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다.


신기전. 있을 법한 일에 대한 기발한 상상은 나를 항상 즐겁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영화들을 항상 좋아한다. 신기전을 보는 내내 만화 같다는 생각도 했고, 나름대로 숨어 있는 역사 의식도 보는 듯 했고, 화려하게 날아가는 화살들에 통쾌함도 느꼈다. 재미있었다.

따지고 들자면, 왠지 모르게 어설픈 부분도 눈에 보이기는 한다. 화살이 수없이 날아가 수많은 여진족을 죽였는데 막상 널부러진 시체는 얼마 안되었다거나, 왠지 감정의 반전이 너무 심한 홍리, 살짝 어색한 어떤 조연들의 연기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영화란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스토리와 적당한 볼거리가 어우러지면서 재미있으면 그 정도 아쉬움이야 얼마든 눈감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솔직히, 앞서 언급한 네 개의 영화 중에 어떤 영화가 가장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상상력을 이유로, 신기전을 제일로 꼽겠고 동막골, 공공의적 1-1, 바르게살자 순이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또 다시 있을 법한 얘기로 찾아올 그의 다음 작에 은근한 기대를 남긴다.

ps> 영화 얘기가 아니라 배우 얘기가 되버린 듯. 그리고 사족 한 가지. 정재영이란 배우가 나보다 두 살 어리다는 사실에 놀라 나자빠졌다. 젠장.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9.24 08:40 ADDR 수정/삭제 답글

    정재영이 그렇게 젊단(!) 말인가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9.24 10:28 신고 수정/삭제

      당췌 머라고 댓글을 달아야 할꼬?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9.24 09:18 ADDR 수정/삭제 답글

    정재영보담 형님이 훨 어려보여요..(됐쥬??)
    함 찾아뵙고 상담 좀 드려야는디..
    당췌 시간이 안 나네요..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9.24 10:28 신고 수정/삭제

      상담은 뭐.. 소주나 하러 오시게.. 오뎅바에 앉아서~ ㅋㅋ (이라믄 빨리 오시겄지?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9.24 10:01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왕.. 난.. 신기하고 특별한 맛있는 전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ㅜ.ㅜ

  • Favicon of https://whitedevil.tistory.com BlogIcon 책만보는 바보 2008.09.24 11: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내심 정재영의 나이가 궁금한데요^^
    지난 일요일 "대왕세종"에서 여진족 토벌전에서 신기전이 나오더군요^^
    드라마로 봐도 통쾌한 장면이던데요!
    글 잘 읽구갑니다.
    저는 이영화 정말 시원하고 통쾌하게 봤습니다.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9.24 17:30 신고 수정/삭제

      네 저도 개콘 볼라고 채널 돌리다가 그 장면 봤어요 ^^

[영화] 맘마미아, 유쾌하고 신나는 러브 스토리

나는 맘마미아 광팬이다. 우연히 TV에서 본 맘마미아 공연 녹화 방송에 푹 빠진 후(일부분만 보여준 것인데도) 손꼽아 뮤지컬을 기다렸고(뮤지컬 시작을 기다렸다는 것이 아니라, VIP석에서 공연 볼 여유가 생길 날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 뮤지컬 보고 나서도 OST를 달고 살았다. 여건만 된다면 정말 열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뮤지컬 맘마미아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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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영화 맘마미아는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후 호감을 갖게 된 메릴 스트립, 레밍턴 스틸 시절부터 항상 좋아했던 피어스 브로스넌, 브릿지 존스의 일기에서 불쌍해 보였던 콜린 퍼스까지 나온다니. 이건 뭐 말할 것도 없이 가서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시사회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영화 맘마미아는 뮤지컬 맘마미아에 최대한 충실하면서도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들을 잘 살려낸 유쾌한 러브 스토리다. 뮤지컬의 요소들, 음악과 안무 등을 잘 살리면서 세세한 부분에서는 영화만의 묘미를 살렸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눈부신 해변, 절벽 위에 지어진 멋진 호텔은 뮤지컬에서는 상상만 할 수 있었지 실제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일부 장면에서는 노래와 전개 순서가 바뀌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공연에 없는 노래도 한 곡 추가됐다. 이 정도 변화는 뮤지컬을 본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일 게다. 뮤지컬과 영화가 너무 똑같았다면 한편으로는 좀 심심했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댄싱퀸을 부를 땐 전 마을 주민이 죄다 부둣가에 나와 춤을 추며 열창하는 장관을 이룬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멋진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 맘마미아도 그랬지만 영화 맘마미아도 꽤 유쾌하다. 살짝 과장된 몸짓들과 예상치 못한 액션들은 관객들을 웃게 만들고 만일 이게 공연이었다면 크게 박수까지 쳤을 정도였을 게다. 샘이 도나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은 부러움의 탄성을 지른다. 

뮤지컬을 본 사람들에겐 아쉬운 점도 있을 게다. 특히 박혜미, 최정원, 김선경의 파워 넘치는 도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메릴 스트립의 도나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아니 실망할 게다. 게다가 샘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과 해리 역의 콜린 퍼스 역시 그리 감동스러운 노래를 들려주지는 못한다. 그 배우들이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 있던 것과 너무 달라 낯설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노래는 문화적인 감성이 들어 있다. 우리 식의 감성과 미국 식의 감성이 다를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뮤지컬을 본 사람들에겐 확실히 아쉽다.

영화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가 하나  빠졌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에는 차라리 뮤지컬에 있는 곡이 더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많이 아쉬웠는데, 하하, 이건 제작진의 센스인가 안타까움인가 모르겠지만, 그 노래가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나왔다. 그래서 난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었는데. 사방에서 밀고 일어나는 사람들 떄문에 자리에서 일어났어야만 했다.

솔직히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서둘러 극장을 빠져 나가는 우리들의 극장 문화가 나는 심히 아쉽다. 엔딩 크레딧을 통해 영화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주제가를 들으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정리할 수도 있는 그 시간을 사람들은 왜 그리 쉽게 포기하는지 나는 참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맘마미아를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쓸데 없는 조언 한 가지. 맘마미아는 음악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영화다. 따라서 반드시 사운드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봐야 한다. 사방에서 온 몸을 휘감은 음악을 듣는다면, 영화의 감동이 두 배 혹은 더 이상 올라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DVD가 나오면 나는 홈씨어터로 은은하게 맘마미아를 즐겨볼 계획이다.

기왕 맘마미아를 볼 거면, 꼭 사랑하는 사람과 봐라. 사랑한다는 일의 아련함, 사랑한다는 것의 유쾌함을 영화는 반드시 느끼게 해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쨌거나 나는 시사회를 보긴 했지만, 극장에서 한 번 더 영화를 볼 것이다. 내게 있어 맘마미아는 첩혈쌍웅, 더 록에 이어 세 번째로, 극장을 다시 찾는 영확가 될 것이다.

참, 뮤지컬에서나 보는 커튼콜도 있다. 이건 기대해도 좋다.

PS> 영화가 더 재밌냐 뮤지컬이 더 재밌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뮤지컬이라고 답하겠다. 하지만 뮤지컬은 12만원짜리고, 영화는 8천원쯤 될 게다. 이건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뮤지컬과 영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가 있는 법이다. 그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즐기자! ^^

  • Favicon of http://xcanvashometheater.tistory.com/ BlogIcon LG스칼렛 2008.08.28 11:07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레이님 반드시 홈씨어터 구입하실 때는 LG전자 스칼렛 홈씨어터입니다..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8.28 11:50 신고 수정/삭제

      흐음, 어떻게 좀 싸게 주세요~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8.28 12:08 ADDR 수정/삭제 답글

    첩혈쌍웅&더 록 과 맘마미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8.28 14:02 신고 수정/삭제

      워낙 영화 보는 스타일이 잡스러워서리... >.< ㅋ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8.30 08:04 ADDR 수정/삭제 답글

    꼭 사랑하는 사람과 봐야하나요..
    누구랑 봐야하나...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8.30 12:49 신고 수정/삭제

      흐음, 그건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군요~ ㅋ

  • 말짜 2008.08.31 14:09 ADDR 수정/삭제 답글

    간만에 할 일(영화볼일!)이 생겼네 ㅋ
    그치만 사랑하는 사람이라...좀 고민이 되는군..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9.01 00:03 신고 수정/삭제

      흐음, 이제 고민하실 때가 되셨지? ㅋㅋㅋ (이거이 대체 뭔 말이여 ㅋㅋ)

  • Favicon of https://whitedevil.tistory.com BlogIcon 책만보는 바보 2008.09.24 11: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배경과 음악이 너무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글 잘 읽구갑니다.

[책] '입소문의 기술' - 블로그 마케팅 감 잡기

블로그 마케팅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꽤 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블로그는 아직도 마이너 비즈니스다. 블로그에 익숙한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블로그 마케팅 선두 기업(아자!)에서 일하다 보니 ^^ 글쟁이인 나한테도 블로그 마케팅이 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니, 물어보자는 건 핑계고 ^^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한테 와서 이런 얘기를 한다.

"이런 이런 일이 있는데, 이거 블로그로 만들어 띄우면 대박나겠어?" (아씨, 니가 블로그 좀 만들어 주면 안되겠니?)

내 대답은 한결 같다. "일단 만들고 시작해 보세요"(난 못 만들어. 니가 만들고나 나서 얘기해…)다. 블로그가 뭔지 만들어 보지도 않았고 글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서 블로그 마케팅이 뜬다는 얘기 하나 듣고 와서 이거 되겠어 라고 물어보면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걸 뭐라고 답할 수 있단 말인가. 일단 만들어 보고, 시작하고, 블로그 스피어 안에 들어가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법이다.
 

'만들기나 하고 얘기해'라는 식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살짝 기가 죽어 ^^ "그럼 뭐부터 해야 되는데?"라고 묻는다. 그 때부터 나는 험난한 블로그 라이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블로그를 그리 만만히 보면 안돼, 글만 쓴다고 되는 건 아닌데다가, 어쩌구 저쩌구… 솔직히 나는 그렇게 친절한 상담가는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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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를 딱 정리한 책이 라이온북스의 "입소문의 기술"이다. 나는 두서없이 얘기나 할 줄 알았지만, 이미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 얘기를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원 저작자는 고구레 마사토와 이시타니 마사키라는 일본 블로거이고 대한민국 대표 파워 블로거(ㅋㅋㅋ) 짠이아빠님이 번역했다. 

짠이아빠님과 나의 특수 관계(!)를 떠나 독자로서 말하자면,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책을 나는 이전에 보지 못했다. 블로그 마케팅의 장점부터 시작해서 가장 기본적인 효과 분석과 확산 방법까지 잘 소개되어 있다. 뜬구름 잡기식의 이론서가 아니라 블로거가 직접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얘기들을 써 놓았기 때문에 블로그 마케팅에 이제 막 발을 담그려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알기 쉬운 말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한두시간 정도면 간단히 독파할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책은 아니다. 블로그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기업과 블로그로 수익을 내보려고 시도하는 개인에게는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기에 딱 알맞는 책이다. 곁에 두고 있다가 한 번씩 잊을만 하면 읽어보고, 아, 초심으로 돌아가야지,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서의 한계일까 국내 상황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블로그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고, 짠이아빠님이 그 선두에서 열심히 뛰고 있으므로 조만간 좋은 책이 한 권 더  선보일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마치 내가 짠이아빠님한테 책 한 권 더 쓰라고 조르는 형국이다 ^^).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08.22 18:30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입소문의 기술 한국판을 기대하고 있는 독자중에 한 사람입니다. ^^ 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8.22 21:40 신고 수정/삭제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8.22 20:17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여 짠이아빠님께 싸인받을날이 왔음합니다..^^
    이번에 저도 이책보고 제 블록을 옮겨볼까를 신중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티스토리는 초대장이 있어야하더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8.22 21:41 신고 수정/삭제

      뭘 고민하세요. 그런 건 말씀만 하시면 바로 날라갑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8.25 09:03 수정/삭제

      온라인 일기장으로 조용히 살 것인가..
      진정한 블로그를 만들어 볼 것인가..
      의 고민이시군요..(ㅡㅡ)ㅋ

놈놈놈, 다음 번엔 더 좋은 놈이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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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에 대한 얘기를 풀기 전에 몇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놈놈놈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다. 만주에서 벌어지는 웨스턴 무비라니. 특별한 상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뭐든 좋아하는 나에게 놈놈놈은 올 여름 가장 재미있는 영화일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거기에 정우성. 밧줄을 타고 날며 한 손으로 장총을 쏘아 대고,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장총을 돌려 재 장전 하는 모습. 이건 뭐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는 멋진 액션이었다. 이 장면만 보고서도 나는 놈놈놈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바쁘다는 게 핑계긴 하지만, 영화를 보자면 정말 심야 시간 밖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심야 시간을 선택해 놈놈놈을 봤다. 피곤함이 영화에 빠져드는데 절대 방해가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전에 봤던 핸콕이나 적벽대전 모두 심야 영화로 졸지 않고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몸을 좀 혹사시킨다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 멋진, 놈놈놈이 아니었던가.

영화 초반. 기대했던 것처럼 영화는 박진감 넘쳤다. 열차를 터는 송강호. 폭탄을 터뜨리는 이병헌. 열차에 타고 기회를 노리는 정우성. 꽉 짜인 스토리대로 영화는 진행됐고 전반 내내 영화에 빠져들다가 정우성이 밧줄을 잡고 나르는 장면에서는 정말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 얼마나 멋진 장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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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떠나, 영화 내내 정우성이 제일 멋있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지도가 다시 어떻게 송강호에게 넘어갔는지, 그리고 만주 벌판을 달리는 송강호를, 지도도 없는 모든 무리들이 어떻게 알고 쫓아왔는지 중간 얘기는 잘라 먹고 만다. 영화 중간에 난데 없이 등장한 아편 소굴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고생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일까. 만주 벌판을 달리는 장면은 왜 그렇게 달리는지 특별한 설명도 없이 그냥 지루하게만 이어진다. 그 지루한 장면을 살리는 유일한 볼 거리는 정우성의 장총 돌리기. 그러나 그 멋진 연기로 때우기에 달리기 장면은 너무 길었다. 그리고, 또 다시 연결 고리를 찾기 어려운 세 놈의 결투 장면. 움직이는 바퀴 벌레를 칼로 꽂고 그 칼의 손잡이를 총으로 쏴 맞혀 못 박아 버리는 놀라운 총 솜씨의 이병헌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다. 솔직히, 영화를 보다가 후반부에는 그만 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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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 돌리며 달리는 정우성... 그 장면 하나로도 모든 걸 다 용서할 수 있을까...


결국 졸면서 놈놈놈을 보고 나온 나로서는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잘만 하면 쉬리 이후 최고로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될 뻔 했는데, 막말로 김만 새고 말았다. 영화를 보면서, 순간 순간 졸면서도 배우들 참 고생 많았겠다는 생각은 했다. 영화 한 편 찍다 보면 어디 배우들만 고생할 것인가. 스탭들도 고생하고 감독도 고생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고생에는 정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막강한 자본도 없이, 이 만큼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건,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 한 마디로 칭찬해 줄만 하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관객은, 아니, 나라는 관객은 얄밉다. 고생한 것이 눈에 보여도 영화가 재미 없으면 그걸로 끝이다. 줄거리 없어도, 얘기가 없어도 되는 영화는 오로지 포르노 하나뿐이다. 모름지기 영화란 관객들에게 감독의 생각을 들려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기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멋진 장면 찍었으니 이걸로 끝내자. 이건 옳지 않다. 그리고 관객은, 아니 나는 그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한국 영화로 내가 꼽는 ‘쉬리’가 재미있었던 건, 탄탄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번뜩이는 액션이 있다 하더라도 스토리가 없으면 그건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없다. 그렇게 고생했고, 그렇게 멋진 장면을 만들었는데, 그 고생과 장면을 마음에 와 닿게 할 스토리가 없다는 사실이 나는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까닭에 여기서 나는 또 다른 희망을 갖고 싶다. 김지운 감독과 세 멋진 배우, 그들을 빛낸 다양한 조연들이 다시 한 번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길 나는 기대한다. 초반의 이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낸 그들이라면, 반드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들의 다음 영화는 꼭 찾아 볼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약속한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7.29 03:17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년, 나쁜 년, 이상한 년은 언제 만드나.. ㅜ.ㅜ

    • 거짓말 2008.07.30 01:43 수정/삭제

      아 이런,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웃긴 리플이었습니다. 맹구의 순수성, 21세기 에로비디오 제목의 경향성, 황병승식 모자이크가 모두 담긴 훌륭한 리플입니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7.29 10:42 ADDR 수정/삭제 답글

    영화관 못 가고 씨네21 정기구독이나 하면서 영화냄새나 맡는 저로서는..
    주무시고 나오셨대도..
    그저 부러울 밖에요..ㅡㅡ;

  • sontong 2008.07.29 13:31 ADDR 수정/삭제 답글

    우리부부는 일요일낮 12시 영화를 보았는데 끝나고나서 서로 얘기하다보니 같이 졸았다는 웃지못할 사연의 영화 놈놈놈.

  • 공감하는 바 입니다 2008.07.29 16:17 ADDR 수정/삭제 답글

    시나리오자체는 정말 흥미거리로 와닿는 신선한 소재로 정말 큰 기대를 했는데,
    위에 적으신대로 중반부 이상부터는 스토리가 흐지부지해져서 연결성이 떨어지더군요
    지도를 향해 모두가 달려가는 씬에서는 어떻게 모두가 지도의위치를 알앗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번씩 지도를 가졌었기 때문에 그자리를 외웟다? 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지도를 손에 넣지 못했던 팀 마저도 알아서 잘들달려오더군요.
    분명 놈놈놈은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제작비와 그 엄청난 시나리오의 연결과정을 너무 흐지부지하게 감독이 잘 살리지 못한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 음.. 2008.07.29 18:33 ADDR 수정/삭제 답글

    조금 내용을 이해를 잘못하신듯 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론 지도의 위치를 향해 뛰어간 것이 아닙니다.
    내용의 연결이 구체적인 인물간의 대화등의 표현없이 이어지긴 했지만
    일본군이 지도가 뺏겼고 그지도가 송강호가 거주하는 시장에서
    거래되고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시장이 있는곳으로 찾아온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버려진 정우성과 놓친 이병현..그리고 나머지 도적무리들 또한
    송강호를 쫓기위해 시장에서 다 모인것이죠.
    송강호는 거주하는 시장의 지점에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다들 쫓아 간것입니다.
    송강호가 시장의 황량한 모습을 보고 깜작놀래죠...
    그리고 이병현무리가 나타나고 도적잡배무리,일본군이
    순서대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목적지점을 향해
    도망가는 씬이 나오죠.
    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ㅎㅎ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07.29 21:56 ADDR 수정/삭제 답글

    영화 후 기억나는 것은 정우성밖에는... 아 참.. 뭘 해도 잘난 남자란 생각에 한 숨이~ ㅋㅋ 그리고 빠삐코 노래가 겹쳐서 귀에 들려요. 요즘 유행입니다. 트랙백 남기기는 민망(?)스러우니 살짝 링크를.. http://gamsa.net/447

    p.s 헬스로그 도서 이벤트 하고 있습니다. http://healthlog.kr/583 미달 사태를 우려하고 있사오니 부디 참여를 ..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8.08.05 17:37 수정/삭제

      놈놈놈은 아쉽지만 빠삐놈은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양깡님이 동영상 걸어주셨네요.ㅎㅎ
      근래 본 것 중에 가장 웃겨요.^-^;;;

  • 대나무꽃 2008.07.29 22:50 ADDR 수정/삭제 답글

    지도를 다시 찾은게 아니라 삼국파인지 귀시장파인지 창이파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귀시장에 있는 태구 집에 쳐들어 왔을때 지도를 할머니한테 맡겨놓았는데 만길이가 지도를 가져갔죠 돈받고 팔려고 그리고 창이가 와서 공격했었잖아요 그때 태구랑 도원이 구하고 만길 품에 있던 지도를 태구가 꺼내는 장면이 나오죠 전 안졸았답니다.ㅋㅋ 두서없이 써서 알아들으셨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ㅠㅠㅠ 제가 글을 워낙...ㅋㅋㅋ

  • blue 2008.07.30 02:21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오늘 봤습니다. 자꾸 총쏘는 거 나오니까 졸고싶은거 꼭참고 봤어요. 기대보다는 약간 실망적이더라구요.. 스토리가 아쉽습니다.

  •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아톰 2008.07.31 14:15 ADDR 수정/삭제 답글

    다른 블로그에서 재밌다고 해서 볼려고 했는데 다른 영화평을 봐야 겠네요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8.07 09:09 ADDR 수정/삭제 답글

    못보고 와서 너무 아쉽네요~
    다들 이래저래 반응이 좋은 것 같던데~
    전, 나중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아용~

적벽대전, 상상하던 장면을 눈으로 보다

삼국지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적벽대전 일게다. 이제 더 이상 갈 곳 없는 유비, 기필코 싹쓸이하겠다는 조조, 선택에 따라 미래가 바뀌는 손권… 그리고 이들을 움직이는 제갈량과 주유.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치열한 전투는 시작되고, 제갈량과 주유, 그리고 감녕, 방통을 비롯한 장수들의 기상천외하고도 눈부신 활약으로 사악한 조조(!)는 치명타를 입고 물러나게 된다. 이후 유비는 힘을 회복하고 삼국의 틀이 본격적으로 잡히게 된다.

이런 역사적 의미와 상상만 해도 화려하기 그지 없을 전투 장면 때문에, 나는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적벽대전을 영화로 한 번 봤으면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영상으로 만든 삼국지가 없진 않았으므로 어딘가에서는 적벽대전을 만들어내기도 했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영상으로 만든 삼국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까닭일까. 적벽대전이 영화로 나온다 하니 - 그것도 오우삼 감독이 최대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 나는 이 영화를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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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을 구하는 조자룡

이미지 출처 : http://www.showbox.co.kr/Movie/redcliff/

원작이 있는 모든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는 것일게다. 글로만 읽고 머리 속에서 상상하던 원작의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때론 원작에 없던 내용들이 들어가기도 하고,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영화와 원작에 대한 재미가 배가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나는 두 시간 동안, 적벽대전에 푹 빠졌다

영화 적벽대전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일지라도 삼국지의 연관 부분을 먼저 읽고 가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사전에 이해하고 있다면 영화에 빠져들기가 훨씬 쉬우니 말이다. 하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삼국지를 다시 한 번 뒤적였을 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비록 만화긴 하지만, 삼국지를 다시 한 번 뒤적거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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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의 아내 소교. 조조가 탐내는 여인으로,

영화에서는 이 여인 때문에 조조가 전쟁을 일으킨 듯한(!) 느낌을 준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howbox.co.kr/Movie/redcliff/

전체적으로 영화는, 아주 긴박하게 흐르지는 않는다. 러닝 타임이 긴 만큼 호흡을 길게 가지고 있어 영화 관람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장면은 제갈량이 오나라의 대신들을 설득하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그 장면은 좀 밍숭맹숭하게 끝난 감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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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역의 양조위. 멋지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showbox.co.kr/Movie/redcliff/

그렇다고 해서 지루하지도 않은 건 역시 오우삼이기 때문일까. 오우삼 감독 스타일의 화려하면서도 선명한 액션들에 나는 빠져들었다. 무엇보다도 책에서 항상 궁금해했던 팔괘진의 전투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극도로 강조된 관우, 장비, 조자룡, 감녕의 개인기(!)에도 박수를 보냈다. 오우삼 영화에 빠지지 않는 흰 비둘기를 보면서 괜히 웃음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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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역의 금성무. 역시 흰 비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howbox.co.kr/Movie/redcliff/

아쉽게도 영화 적벽대전은 이번 한 편으로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동안은 적벽대전이 둘로 나뉘어졌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정작 중요한 전투 장면은 나올 생각도 하지 않자, 얼핏 이 영화가 너무 길어 나누어 개봉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어렴풋 나기 시작했다. 역시 영화는 투비 컨티뉴드였다.

하긴 반지의 제왕 할 때도 그랬다.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와 샘이 오크를 피해 강을 건너 도망가는 장면에서 끝이 났는데 사실 그 전까지는 그렇게 끝나는 영화들이 별로 없어서 관객들이 몹시 당황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거 뭐야~ 라는 식의 반응. 이번에 끝나지 않는 다는 걸 알고 봤다면 좀 덜 황당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영화 재밌게 봤다. 삼국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이 작가, 저 작가의 삼국지를 읽은 기억도 있고 해서 특히 더 빠졌을 수도 있다. 워낙 소재 자체가 유명한 소재 아니었던가. 게다가 남아 있는 장면들은 엄청난 규모의 배를 태우는 화공일테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후편을 기다린다는 건 한 편으로는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기다린다는 건,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 법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howbox.co.kr/Movie/redcliff/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7.15 17:23 ADDR 수정/삭제 답글

    재미있으셨나봐요+_+ 그나저나 흰 비둘기가 대체 어디서 나올까 싶었는데 바로 저 장면이로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7.15 17:32 신고 수정/삭제

      그냥 나오면 안돼지. 멋지게 나는 장면이 따로 있다네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7.15 17:55 ADDR 수정/삭제 답글

    주유가 좀 더 살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ㅡㅡ)+
    이번 여름에 고우영 만화나 함 더 찾아봐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7.15 23:13 신고 수정/삭제

      역사란 가정이 없는 법이지만,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참 재미나기는 해~ ^^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07.16 22:22 ADDR 수정/삭제 답글

    오홋~ 그렇다면 2편이 나오고 나서 봐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7.17 10:59 신고 수정/삭제

      ㅋㅋ 한 번에 몰아 보시는 전략도 좋죠~ ^^

  • 진주애비 2008.07.17 21:01 ADDR 수정/삭제 답글

    기다림에 약한 성미라
    몰아서 봐야겠습니다
    다시금 삼국지가 땡기는군요
    어떤게 좋을지 추천 좀...ㅎㅎ
    (이문열,전유성 정비석.장정일까정은 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7.18 12:07 신고 수정/삭제

      구라삼국지까지 섭렵하셨으면 삼국지 마니아 충분하시군요. ㅋㅋ 고우영 삼국지는 왜 빼셨대요? ㅋㅋ 일본 만화 번역한 60권짜리 삼국지도 술술 넘어가는 편이긴 하죠~ (애덜이 좋아해요~ ㅋㅋ)

  • Favicon of https://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08.22 16: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 요코야마 미쓰데루가 그린 60권짜리 만화 전략삼국지 아주 재미나게 봤어요.^^
    적벽대전은 그 만화에서도 중반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8.22 16:19 신고 수정/삭제

      네! 저도 바로 그 만화 봤습니다~ ㅋㅋ

핸콕, 역시 윌 스미스!

윌 스미스 팬인 나에게 핸콕은 예고 편부터 필이 딱 꽂히는 그런 영화였다. 이상하게 입에선 자꾸 '햅틱'이라고 나와서 탈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우선 순위의 첫번째 리스트에 올라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토요일 심야시간에 드디어 핸콕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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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 알다시피 핸콕은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핸콕은 하늘을 나는데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도 세고, 총알 같은 건 맞아도 끄떡 없는, 지금까지 본 어떤 영화 주인공보다도 울트라 캡숑 쎈 수퍼 영웅이다. 단점은 술 좋아하고, 거리낄 것 없이 자기 마음대로 산다는 것. 그래서 악당들을 혼내주고도 오히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런 핸콕이 개과천선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되고, 가슴 아픈 사랑도 한다는, 영화의 구조는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영화를 풀어나가는 스토리는, 어우, 예상 밖이다.

예고편만 보고도, 난 이 영화는 윌 스미스니까 했지,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그렇게 어울리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윌 스미스는 영화 내내, 좀 망그러진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역시 윌 스미스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영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액션은 물론 코믹과 멜로, 거기에 SF까지 그닥 어색하지 않게 잘 섞여 있는 데다가 내용을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끌어가는 시나리오 덕택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쯤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윌 스미스에 거부감이 없다면 이 영화는 틀림없이 볼만하다. 부시고, 때려잡는 영화에선 딱 그만큼만 기대하면 되고, 이 영화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여인 메리 역의 샤를리즈 테론은 어디서 봤다 했더니, 미니쿠퍼 몰면서 금 훔치는 영화 이탈리안 잡의 스텔라였다. 이온 플럭스에도 나왔다는데, 아쉽게도 딱 그런 스타일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이온 플럭스는 보지 못했다는… 어쩄거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레이라니. ^^

영화를 본다면 맨 마지막, 엔딩 크레딧 시작할 때 벌떡 벌떡 일어서지 말고 조금만 참아라. 기다리고 참으면 다 그만큼 보상이 있는 법이니까. 하긴 이미 오래전에 타계하신 영화 평론가 정영일 선생님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 끝났다고 나가는 우리 영화 관람 문화에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벌써 언제인데도 아직 우리는 그 습관을 못 버리고 있다. 엔딩 크레딧, 영화의 여운을 느끼면서 배우와 스탭들의 이름을 한 번씩 되뇌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인데, 왜 그 좋은 시간을 포기하고 그냥 일어서는지… 일어서지 않는 사람들에게 햅틱, 아니 핸콕은 아주 작은 보답을 한다. 난 이런 식의 유며가 참 마음에 든다. 

  • 2008.07.06 02:59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8.07.06 21:00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오늘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레이라는 이름이 나왔을때 저도 레이님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독수리=핸콕(미국 독립선언문 처음 서명자)...
    단순한 까칠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이 2주만 없어지면 전세계는 큰 혼란을 초래한다.
    미국은 전세계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다라는 숨겨진 주제를 읽고는 좀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7.06 23:15 신고 수정/삭제

      원래 그 사람들은 자기네가 세상의 중심인줄 알죠 ^^ 영화 속에 숨어 있는 미국의 우월주의를 찾자고 덤비면, 수도 없이 찾을 거에요... ^^ 그래봐야 다 뻥(!)인걸요 뭐.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7.11 14:35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번에 뉴욕 갔을 때 보니까..
    완전히 핸콕으로 뉴욕을 발라놨더만요..
    특히 소니빌딩은 완전 빈자리 찾을 수 없을 정도로..ㅋㅋ

  • Favicon of http://russiainfo.co.kr BlogIcon 끄루또이 2008.07.12 21:24 ADDR 수정/삭제 답글

    딱 기대한것 만큼의 영화였습니다. 윌 스미스 특유의 유머도 좋았구요. 엔딩 크레딧 시작할때 일어나서 나가던 분들이 잠시뒤 모두 기립하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모습이란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

누구를 위한 마케팅인가?

주제넘게 마케팅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케팅 담당자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고객이 아닌,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알다시피 마케팅의 목적은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할 필요는 없다. 이익보다는 고객을 위해 마케팅을 하다 보면 그 목적은 자연스레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몇 권 샀는데 두 권이 파본이다. 책 자체는 그리 비싼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리즈 물로 소장하고픈 책이어서 파본을 그대로 두자니 마음이 아파 고객 센터로 전화를 했다. 물론 언제나처럼 전화를 걸고, 주민번호를 누르고 또 얼마만큼 기다려야 했다.

- 책이 파본났네요.
- 죄송합니다. 구매 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네, 고객님 어떤 책이 파본인가요?
- 23번과 26번이 파본입니다.
- 어떻게 파본이 났습니까?
- 23번은 표지가 떨어져 나갔고 26번은 책 안에 10여 페이지 정도가 없습니다.
- 알겠습니다. 오늘이나 내일 새 책을 출고해드리면서 교환해드리겠습니다.
-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상담원과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어떻게 파본났느냐고 좀 꼬치꼬치 물어서 살짝 짜증이 났지만 어쨌든 별 말 없이 바꿔 준다니까 뭐 그리 기분 나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잠시 후에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업무상 이메일이 많은 나는 이메일 도착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어 거의 실시간으로 메일을 체크한다. 그런데 일단 제목이 맘에 안든다.

'고객 상담 서비스를 평가해 주십시요'

시절이 어느 땐데 아직도 '주십시요'란 말인가. '주십시오'라고 써야 하는데, 아무리 기계가 보낸 메일이라 해도 제목이 영 맘에 안든다. 물론 제목은 사람이 썼겠지만 ^^. 개인적으로 쓰는 글도 아니고 고객에게 나오는 공식적인 메일에 오자라니. 이때부터 내 투덜거림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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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의 내용은 간단하다. 상담 서비스를 평가해 달라는 거다. 나는 파본난 책의 교환을 요청했고 아직 그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상담 서비스를 평가해 달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적어도 책이 온 다음에 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평가지의 내용도 좀 그렇다. 제대로 처리 결과 안내를 받았냐, 대답이 만족스러웠냐, 상담이 전문적이냐, 친절했냐, 신속히 연결됐냐를 물어본다. 어쨌든 친절하게 상담을 잘 했으므로 나는 매우 친절에 표시를 해가면서 이거 지금 내가 뭘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거다. 상담원이 일을 잘 했나 못했나 나는 그걸 지금 그 쇼핑몰에 신고 혹은 막말하면 고자질하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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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본 난 책 교환 요청하고, 뭐 별 것도 아닌 설문에 답하기 싫었으면 말지 별 걸 다 꼬치 꼬치 따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곘지. 근데 난 참 씁쓸했다. 만일 내가 상담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그걸 얘기할 수 있는 코너를 따로 만들고, 거길 통해 접수된 일을 더 빨리 처리해주면 되지, 굳이 이렇게 확인하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고객들이 고자질하기 시작하면 상담원들이 더 친절해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기계적으로 집계된 매우 잘함, 잘함의 애매모호한 등급을 받고 그에 어울리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일까. 과연 그것이 그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일까. 비슷한 사례로 문득 해피콜 오면 대답 좀 잘해주세요 라고 말하던 인터넷 설치 기사들의 목소리도 떠올랐다. 물론 대부분 나는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고 아주 잘해주셨다라고 대답을 했지만, 왜 내가 바쁜 시간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런 대답을 했어야 하는 것일까.

이건 참, 자기들의 감시 업무를 위해 고객을 이용하는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는 방법들은 또 있을텐데, 굳이 고객의 시간을 허비해 가면서 꼭 이런 방식을 택해야 했나하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는 것이다.

마케팅은 고객을 위해 하는 것이고, 고객의 시간을 뺏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 어떤 마케팅 액션을 접하다 보면 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하는 것인지 자기들을 위해 하는 것인지 몹시 헷갈릴 떄가 많다. 혹은 도대체 무슨 목적 때문에 이런 걸 하려는지 그게 의문스럽기도 하다. 아마 예전에 사람들은 그렇게 다 해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고객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명확히 챙기려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난 과연 고객을 위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가, 또 그런 의문이 든다. 그리고 역시,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렵다는 진리를 다시금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도 어쩐 걸. 일단 써 놓고 나면, 생각이라도 다시 해볼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하지 않으면 행동도 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 FIN

  • 지나가다 2008.05.16 03:47 ADDR 수정/삭제 답글

    인터파크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5.16 07:57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요즘 확실히 까칠해.. ㅋㅋ
    내가 보니 콜센터는 외주인가보구만.. 그러니 업체에서 평가 데이터를 달라고 했겠지.. 그럼.. 해당 콜센터는 프로세스를 설계했을 것이고.. 그 중 한방법이 이렇게 무식하게 무조건 이메일 날리자였겠지.. ㅋㅋ

    근데 오자는 넘했어.. 하여간 고객 대응 이메일도 전문가들이 다 손을 봐야하는데 아직도 우리 할일이 많은거야..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16 11:15 신고 수정/삭제

      ㅋ 제가 요즘 좀 까칠한가요? ㅋㅋ 일 많아서 그런가 ㅋㅋ

  • Favicon of http://egoing.net BlogIcon egoing 2008.05.16 10:10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렇내요.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 기획을 위한 기획, 개발을 위한 개발, 포스팅을 위한 포스팅.... 저 자신도 자주하는 과오내요 _ _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16 11:14 신고 수정/삭제

      어우~ 잘 하시는 분인 듯 한데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5.16 11:23 ADDR 수정/삭제 답글

    음..새겨들어야겠습니다. >_<

  • sepial 2008.06.04 15:59 ADDR 수정/삭제 답글

    공감...., egoing님 댓글에도 공감이예요.

소렌스탐을 위하여

골프여제로 불리는 - 내 생각엔 앞으로도 그렇게 불리울 - 아니카 소렌스탐이 은퇴를 선언했다. 요즘은 골프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까먹은 나지만, 그래도 한 떄는 아니카 소렌스탐의 팬이었기에 그의 은퇴 소식이 심히 놀랍기만 하다. 1970년생. 물론 스포츠에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노장 선수들이 많은 골프계에서 소렌스탐이 나이가 많아 은퇴하는 건 아닐게다. 그래서 언론들은 충격(!)이라는 표현까지도 열심히 써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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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 소렌스탐 홈페이지


소렌스탐은 골프여제라는 별명에 걸맞게, 특이한 경력이 많은 선수다. 어디 한 번 보자. 여성 최저 타수인 59타를 기록했고, 최초로 남자 대회에 참가해 남자 선수들과 맞짱을 떴다. LPGA 통신 72승, 메이저대회 10승, 단일대회 5연승이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갖고 있다.

내가 소렌스탐의 팬이 된 건, 두 건의 기사 때문이다. 2001년 3월, 소렌스탐은  스탠더드 레지스터핑 두 번째 라운드에서 59타를 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한 거야?”라고 질문을 했을 정도란다. 소렌스탐의 대답이 웃기다.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59타를 치려면 홀인원이나 이글 같은 것들이 두어번쯤 나와줘야 할 거라고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실제로 소렌스탐도 이날 그런 것들이 있어야 59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단다. 그런데 59타 중에는 홀인원이나 이글이 없었다. 죄다 버디를 잡아 가면서 59타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운 게다.

2001년 6월호 서울경제골프매거진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이 당시 소렌스탐은 오른손으로만 50 - 100개의 퍼팅 연습을 했단다. 홀 2.5미터 - 4.5미터 앞에서 티를 세 개 꽂고 그린을 읽어가면서 매일 이렇게 연습을 했다는 거다. 컴퓨터라고 불리는 아이언샷 뒤에, 이렇게 눈물나는 퍼팅 연습이 있으니 거의 전 홀 버디를 기록하면서 대기록을 세웠고 그래서 세상은 더 놀란 것 아닐까.

그리고 2002년 소렌스탐은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회 나인브릿지 클래식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된다. 그린에 서 있는 공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던 이 대회에서 소렌스탐은 공동 5위를 기록해 체면을 구기긴했지만, 골프여제 다운 매너와 유머(!)를 선보이면서 나를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골프 대회를 정식으로 하기 전에 프로암 대회라는 것이 있다. 골프 대회를 주관하고 상금을 내는 스폰서 등 관계자를 위해 프로 선수들이 같이 골프를 한 번 쳐주는 대회인데 소렌스탐과 함께 치는 스폰서들이 긴장해서 그런지 볼이 잘 안 맞으니까 맥주 한 잔 하고 치라고 했단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겠지만, 음주 골프(!) 숭배자였던 나로서는 킥킥 대고 웃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하긴 소렌스탐 뿐이랴. 우리나라 어떤 선수도 술 회사가 스폰하는 대회에서 그 회사 술 먹고 뻗었다는 얘기가 있다더라. 그래서 내가 그 선수도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난 아니카 소렌스탐이 좋아졌고, 한 동안 그의 게임을 놓치지 않고 보았었다. 그리고 또 한 동안 골프에서 손을 떼면서 잠시 잊었었고.

기사에 따르면 소렌스탐은 사랑을 위해(!) 골프를 그만 둔다고 한다. 결혼하고 평범한 여자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데 일단 그건 말이 안되는 얘기일테고, 골프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현재 소렌스탐은 골프 아카데미와 의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으니 뭐 어려운 추측도 아니다. 소렌스탐의 애인은 마이크 맥기라는 사람으로 프로골프 선수였던 제리 맥기의 아들인데 무슨 골프 에이전트를 하고 있단다. 어쨌든 소렌스탐 스스로도 골프를 정말 사랑했다고 하니 그의 삶에서 골프를 뺄 수는 없는 일일게다.

내가 여기서 축하를 하네 마네 해도 소렌스탐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팬으로서 나는 소렌스탐의 결혼을 축하한다. 슬럼프를 이겨낸 모습으로 은퇴를 하는 당당한 모습도 마냥 보기 좋다. 프로선수 누구 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많은 골퍼들의 모범이 되어 온 그였기에 앞으로의 삶도 행복하고 아름답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 / FIN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15 13:33 ADDR 수정/삭제 답글

    연습에 열올리고 있는 중입니다..으쌰..
    형님들 다 모아서 한판 붙어야 되는데 말이죠..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15 13:37 신고 수정/삭제

      헐, 난 골프채 우찌 생겼는지도 까먹었당께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5.15 14:59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레이 아이언은 내가 연습 중입니다.. ㅋㅋ
    참.. 소렌스탐 두번째 결혼 아닌가?.. 예전에 남편이 캐디해줬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하여간 정상에 있을 때 떠나는 모습이 좋구만..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15 15:23 신고 수정/삭제

      ㅋㅋㅋ 그나저나 소렌스탐은 두번째 결혼 맞아요. 97년에 결혼하고 05년에 헤어졌다네요. 이혼한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이 난리났었어요. 별 말도 없다가 이혼한다고~ ㅋㅋ

  • sontong 2008.05.20 09:01 ADDR 수정/삭제 답글

    멋질때 떠나는 탐언니 멋져부러~~

[뮤지컬]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맘마미아'

누구나 마음 속에 품어 둔 목표가 하나쯤은 있을 게다. 길게 본 목표도 있고, 짧게 본 목표도 있고... 그런데 재미있기로만 따지면, 기간을 짧게 둔 목표를 세우는 게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게 있어 그 중 하나는 바로 '맘마미아 MammaMia' 였다. 그것도 아무 좌석이 아닌 VIP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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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포스터는 왜 우리 배우를 쓰지 않았던 것일까 ^^

뮤지컬 공연 VIP 좌석에 앉아 보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목표까지 삼았느냐 묻는다면, 그냥 웃고 말아야 겠다. 그런데 한 번쯤 힘든 일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게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이 고비만 넘기면 최신형 질레트 면도기를 사야지' 뭐 이런 거다. 당시에는 하기 어려운 일종의 '사치'를 고비를 넘긴 후에는 꼭 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뮤지컬 VIP 좌석은 좀 고급스런 사치다.

하여튼, 단기 목표를 이루고 나, 아니 우리는 당당히 뮤지컬 맘마미아의 VIP 티켓을 구입했다. 때마침 할인 행사도 한단다. 배우들의 눈짓 하나 하나가 보이고, 숨소리까지 들리는 VIP 좌석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애들도 아닌데, 공연장에 들어가는 날은 괜히 초저녁부터 마음이 설렜다. 사실 맘마미아 공연을 봐야 겠다고 마음 먹은 건, TV에서 보여 준 공연의 일부를 보고 그대로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귀에 익숙한 아바의 음악, 박해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나중엔 그 동영상을 구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언젠가는 무대에서 꼭 봐야지.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온 것이다. 비록 박해미는 아닐지라도.

드디어 무대가 열렸다. 소피의 독백으로 뮤지컬이 시작됐다. 파워풀한 뮤지컬 배우들의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소피는 조금 여리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곧 공연에 빠져들게 됐다. 적당한 유머, 익숙한 음악은 곧 사람을 공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도나, 김선경이 등장했다.

배우에 대한 호감도는 이럴 때 참 중요한 역할을 할 게다. 만일 내가 김선경을 싫어했다면 뮤지컬에 덜 매료되었을 지도 모를 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는 김선경이라는 배우에 대해 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두어 번인가 그가 나온 방송을 봤고, 노래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잘했다. 내 마음 속에선 박해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은근히 비교가 되었을 법도 한데(이래서 나중에 하면 항상 손해다 ^^) 역시 배우는 배우다.

공연 내내 미소를 띄고, 때로는 크게 웃으며, 마음 속으로 박자를 맞추며 그렇게 맘마미아를 봤다. 요염한 중년(어디서 인터뷰를 봤더니 2008년에야 비로소 중년 연기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전수경이 얘기했더라) 타냐의 전수경은 역시 그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펼쳤고, 로지의 정영주 역시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내 스스로 맘마미아 베스트라고 뽑을 수 있는 수퍼트루퍼에서 세 여자의 화음이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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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공연은 아니고, 맘마미아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수퍼 트루퍼 열창 장면
맨 왼쪽 전수경만 같고 다른 멤버들은... 아마 저 도나가 최정원인 듯 ^^

솔직히 말하면 샘을 제외하고(사실 샘의 성기윤은 일찌감치 박해미 도나 시절부터 파트너였기 때문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배우를 시카고에서도 봤고.) 다른 두 배우, 빌과 해리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 그건 내가 아마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던 때문일게다 - 공연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고 소피와 스카이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친구들, 앙상블로 표현된 나머지 배우들의 몸짓도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신나는 몸짓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사십분은 흘러가 버렸다.


다음TV팟에 소개된 맘마미아 이벤트용 동영상. 이거라도 갖다 붙일 수 밖에 ^^
젠장, 붙여놓고 보니 죄다 광고네 쩝 ^^

500회 공연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5월에 공연이 끝나므로 지금쯤 객석이 꽤 빌 법도 한데,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는 다 찾으니 명불허전이라는 생각도 했다.

허나, 다 좋았는데 샤롯데극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해야곘다. 의자가 그게 뭐냐. 뮤지컬 공연 보러면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두 시간은 앉아 있는 법일텐데 불편하기 짝이 없다. 팔걸이도 좁고, 앞 간격도 좁다. 물 한 모금 마실래도 비싼 물을 돈주고 사야 하고, 공연장 밖에서는 앉아 있을 만한 공간 조차도 별로 없다.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이 공연 시작 전에 우왕좌왕 할 수 밖에. 게다가 주차요금도 따로 받는다니!

공연 다음 날, 그 다음 날까지도 우리들 머리 속에선 맘마미아의 멜로디들이 맴을 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OST를 한 장 살 걸 그랬나 보다, 그런 후회도 했다. 대신 아바의 오리지널 곡을 구해 듣는 것으로 감상을 달랠 수 밖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겠다. 아마도 또 다른 공연이 될테지만(물론 공연 외에도 많은 단기 목표들이 있긴 하다 ^^) 맘마미아의 기대치가 높아 다른 공연에 쉬 만족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이제 내용은 다 알았으니 맘마미아 오리지널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도 나왔다. 그럼 다음엔 오리지널에 도전해볼까? ^^ 아마도 그건 직접 나가서 보게 될 것 같다.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4.04 16:43 ADDR 수정/삭제 답글

    The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노래는 사실 이번에 처음 들어본 건데, 맘마미아 보고 완전 빠져버렸어요. >_< 그런데 '샘'은 처음부터 그 배우셨군요. 흐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4 17:04 신고 수정/삭제

      '대빵은 다 먹어'가 그리 좋았나요? 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4.04 18:28 ADDR 수정/삭제 답글

    '승자독식주의'에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로구만요..ㅡㅡ;
    그나저나 문화생활 부러버요~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4.04 18:38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 내가 다 먹는다.. 왜!

  • Favicon of http://diarix.tistory.com BlogIcon 그리스인마틴 2008.04.04 19:18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VIP석.. 이것도 제 버킷리스트에 넣어야겠군요.
    이런 작은 소망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번이라도 VIP석에서 관람을 했다면 평생 VIP석에서 관람했었다는
    경험을 말할 수 있게 되는거죠.
    음.. 솔직히 부럽습니다.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4 23:23 신고 수정/삭제

      네,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

  • 필로스 2008.04.04 22:06 ADDR 수정/삭제 답글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4 23:23 신고 수정/삭제

      아니 왜 이르세요~ ㅋ 악플(!)을 다 다시고 ㅋㅋㅋ

  • Favicon of http://ez2web.com/blog/ BlogIcon 뉴크 2008.04.05 23:43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오늘 7시 공연 보고 왔는데 캐스팅은 좀 아쉽긴 하지만 괜찮았는데
    정말 샤롯데는 생각외로 꽝이였음. 뮤지컬에 특화된 극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자도 불편했고 좌석 배치도 맘에 들지 않았음 비싼돈 내고 간 좌석인데...
    정작 무대가 잘 안보이는 요상한 구조..;; 짜증 짜증.
    그리고 뒤에서 흥에 겨우셨는지 발을 구르시는데.. (아 완전 짜증 노 매너..)
    암튼 그 발구름이 의자 전체를 흔들정도(여자분 이었음)로 울려서 영 집중이 안되더란..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6 07:37 신고 수정/삭제

      공연 보는데 누가 뒤에서 발 구르면 진짜 짜증나죠... 그건 기본 매너인데, 그런 공중도덕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니... 많이 화나셨겠어요. 그럴 땐 서로 얼굴 붉히더라도 한 마디 해야 겠더라고요. 에유...

  • ^^ 2008.04.06 00:23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저도 사치(!)스런 목표를 세워야겠어요.. 그럼 고비 하나 넘어 갔단 소리겠져?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6 07:37 신고 수정/삭제

      고비마다 목표 하나~ 이거 좋아요~ ^^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4.06 12:23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당분간은 여행을 자제하고 문화생활에~
    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반가워할 소식이네요.

    짠이아빠님에 이은 레이님의 맘마미아 포스팅이 절 이렇게 만들었어요~~
    다음에 꼭 봐야징~~

    즐거운 주말 되세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7 11:08 신고 수정/삭제

      여행 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한 번씩은 누릴만 하지요~ ^^

[영화] 사람의 본능에 회의를 느끼다 - 추격자

점심시간에 밥 먹으면서 수다를 떨다가 오랫만에 제대로 된 한국 영화가 나왔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추격자란다. 이 영화를 먼저 본 한참 어린 동생 녀석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손예진이 나왔던 '무방비도시'까지 몇 편의 한국 영화에 실망을 했던 나는 사실 이 영화에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게다가 말이 동생이지 띠동갑도 안되는 훨씬 어린 나이의 녀석이 남긴 소감이라 과연 나하고도 공감대가 이뤄질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분위기는 무르익어 저녁 퇴근 후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2008/01/18 - [미디어 다시 보기] - 보면서도 내내 아쉬운 '무방비도시'

개인적으로 강변CGV의 스타관은 참 좋아하는 극장이다. 일단 좌석이 크고, 간격이 넓다. 다리를 넉넉하게 뻗어도 된다는 말이다. 단지 옆에서 좀 떠들지만 않으면 아주 괜찮은 극장인데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군데 군데 좀 소란스러웠다.

그래. 사람이 많았다. 개봉한지 꽤 되는 영화일텐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건 영화가 바람을 타고 있다는 증거일 게다. 소문이 좋기는 좋은가 보네, 나도 모르게 은근 슬쩍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투덜 거리지 않기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가 재밌다고 한 어린 녀석과 코드가 맞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고, 결말을 궁금해 하며 영화를 봤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다. 지루해할 틈도 없고 영화의 흐름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역시 시나리오가 탄탄하니 영화가 재미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두 주연 배우의 연기도 딱, 딱 어울렸다. 왠만하면 감정 이입을 안 하는 나도 패고 싶었을 정도니까.

영화의 긴장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이 영화를 재미있다고 하는 걸까. 사람을 죽이고, 그것도 처참히 죽이고, 결국 관객들이, 살아 남기를 소망하는 마지막 여인까지도 죽이는데 왜 이 영화를 재밌다고 말하는 것일까. 물론 영화를 주인공이 범인을 잡아내는 것으로 확실한 결말을 냈고 시나리오 부실한 다른 영화들이 으레 그러는 것처럼 티미한 찝찝함을 남기지는 않아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끔찍함의 농도가 꽤 진한 이런 류의 쾌락에 반응하고 있다는 자체가 문득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을 따지자면 굳이 이 영화 말고도 수많은 영화들을 뽑아낼 수 있을 게다. 당장 기억나기론 킬빌이 그렇고, 거대한 전쟁신을 자랑하는 판타지 영화들도 그렇다. 그런데 그 때는 쾌감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그런 감정이 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내 마음에 날카롭게 꽂히고 마는 것일까.

아마도 영화의 현실감이 훨씬 강해서 그랬는 지도 모를 일. 눈에 익은 우리네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죽이지 않아도 될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의 소망을 철저히 무시하며 망치를 휘두르는 또 다른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는 영화 속의 허구 보다는 현실의 본능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쾌감을 도구로 삼으면 그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이상하게 오늘 만큼은 대리 만족을 즐기는 내 스스로의 본성에 회의가 든다. 이런 기분일 때는 그저 웃고 즐기는 영화로 '해장'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3.18 01:34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에이 뭐 이정도 가지고서리..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18 01:44 신고 수정/삭제

      아, 오늘은 괜히 민감한 날(!)인가봐요 캬캬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3.18 12:3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무방비도시' 봐버렸어요.- - 어머니가 하나TV로 보고 계시길래 어쩌다가..
    나름 가드를 올리고 봐서 그런지 별 느낌 없었어요. ㅋㅋ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ㅠㅠ)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3.18 22:37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영화 전 안 봤지만
    진주에미가 심야로 보고 와선
    완전 쇼 하더라고요 지하주차장에 못 가고
    방에 들어 와서도 잠 못 이루고 애들용 만화 디비디 켜 놓고 난리였습니다..ㅎㅎ

  • 페탈이 2008.03.21 17:25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외람된 말이지만,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티미한 찝찝함 <- 이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나요?(아니, 무려 해석 까지나..)

딸 아이와 함께 본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오랫만에 딸 아이와 데이트를 하는 날입니다. 바쁘다고 매일 집에 늦게 들어가다 보니 놀아주는 날은 주말 밖에 없는데, 그나마다 딸 아이가 주말에 스케줄이 있는 날은 놀아주고 싶어도 못 놀아 줍니다. 딸 아이가 이제 5학년이 되니, 곧 아빠 보다는 친구들과 놀 날이 더 많겠지요. 그럴 날이 곧 올 테니. 기회가 될 떄마다 놀아줘야지 하면서도, 또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코스는 이렇습니다. 삼성동 코엑스 영화 보기 -> 코엑스 몰 구경 -> 점심 식사 -> 안과 검진 -> 집. 뭐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아빠와 딸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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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첫 코스. 영화 보기입니다. 마침 방학이라 그런지 초등학생들이 볼만한 영화로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이란 것이 있더군요. 어디서 들었는지 이 영화가 보고 싶다길래 보게 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봤던 황금나침반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재밌었다고 해야겠네요. 판타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보라고 권할 만한 영화네요. 물론 딸 아이가 하고 같이 봤으니 그 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서도요. 어른들하고 봤다면 평가가 약간 달라질 수는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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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의 세계를 발굴하게 된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 비밀을 감추지 못하고 한 권의 책을 남깁니다. 절대 읽지 말라는 글과 함께. 그러나 안 읽어볼 수 있나요. 우연히 할아버지가 남긴 책을 찾아 읽게 된 손주는 책을 뺏으려는 나쁜 몬스터들과 한 판 전쟁을 벌입니다. 이런 류의 판타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부의 이혼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가정이 몬스터들과 싸워 이기면서 가족의 행복을 다시 찾게 되죠. 하긴 구성만 본다면 ‘완전 뻔해!’라고 박수 쳐야 할 일이지만, 트랜스포머팀이 참여했다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한 캐릭터들과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전개되는 빠른 이야기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틈에 영화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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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초콜릿 공장에 출연했던 꼬마 배우가 벌써 저만큼 컸더군요. 어디서 봤다 싶었는데 - 어거스트 러시인가 하는 영화에도 나왔다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의 영화는 별로라서 ^^ - 나중에 자료를 찾아 보고는 알았습니다. 영화 내에서는 쌍둥이로 나와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 저로서는 쌍둥이 배우를 쓴 줄 알았는데 1인 2역을 했다 하니, 연기 보다는 컴퓨터 기술에 더 감탄해야 하겠더군요.

중간 중간 커다란 소리가 고막을 압박하긴 합니다만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홥니다. 이 영화 전에 ‘해피피트’도 딸 아이와 함께 봤는데 ‘해피피트’가 영화 막판에 뭔가 좋은 내용을 주입하려는 억지를 부려 좀 지루해졌던 것에 비하면 영화 내내 아이들이 재미에 충실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극장에도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엄마들이 아이들 몇을 데려온 경우, 저처럼 아빠가 아이를 데려온 경우, 가족이 함께 온 경우... 여튼 딸 아이는 몬스터 대장 물가레스가 설치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보긴 했고, 약간 무서움을 느끼긴 했습니다만 영화는 잘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을 넘겼네요. 딸 아이가 코엑스 몰 가면 으레 들리는 크라제버거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일 년 전쯤 갔을 때는 둘이서 하나씩 먹고 좀 허전해서 한 개 더 시켜 나눠 먹었는데 오늘은 감자 튀김 하나 시켜놓고 먹으니 별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못했네요. 단지 아빠가 전날 술을 마셔 속이 좋지 않은 상태라서 감자 튀김을 남기기는 했습니다.

코엑스 몰 가면 절대 빠지지 않는 코스가 바로 문구점 링코입니다. 딸 아이는 저를 담아서 필기구 따위를 무척 좋아하는데다가, 아빠는 꼭 거르지 않고 무언가 하나씩 사주는 걸 알기 때문에 꼭 같이 가야 하는 코스죠. 알록 달록 디자인 테이프와 포스트잇 종류를 하나씩 사고, 아빠도 마침 필요했던 사무용품 두어가지를 사고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안과에 들러 정기검진을 했습니다. 드림렌즈를 착용한지 2년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딸 아이는 부작용 없이 적응을 잘 했고, 시력 교정 효과도 꽤 좋습니다. 안경을 쓰지 않고 1.0이 나오니까요. 게다가 2년 동안 눈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니까 그것도 다행이네요. 눈 나쁜 거야 아빠 탓이니 뭐라 할 건 없고 ^^ 어릴 적에는 렌즈로 교정을 해주고 크면 시력 교정 수술을 해줘야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딸 아이가 크면, 곧 아빠 보다는 친구들과 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이 녀석과 말이 통하기 시작한다는 게 큰 즐거움입니다. 대화가 제법 된다는 거죠. 아직도 어리광을 부릴 나이기는 합니다만, 가끔은 어린 녀석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할까, 그런 기특한 면도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틈에 불쑥 자란 녀석을 발견하게 되지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딸 아이가 더 자라면 저보다는 친구들과 생활을 더 많이 할테지만, 할 수 있을 때 만큼은 더 많이 놀아줘야 할텐데, 이런 저런 핑계로 그런 시간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하긴 꼭 딸 아이하고만 그럴까요. 매사가 지나고 나면, 놓치고 나면 우리 주변엔 아까운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늦었다고 후회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잡아두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져 봅니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2.24 23:51 ADDR 수정/삭제 답글

    마냥 귀엽다가도..
    계속 매달리는 녀석들 보고 있으믄..
    어서 5학년들이 좀 되어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4 23:56 신고 수정/삭제

      그거이, 알게 모르게 금새 온다네. ^^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8.02.25 01:36 ADDR 수정/삭제 답글

    앗! 부러운 데이트~~~~
    영화에, 외식에, 선물 쇼핑까지...완벽하게 하셨네요~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2.25 10:49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주 멋진 데이트를 즐기셨구만.. 이제 중학교만 가도 아빠랑 같이 안다닐테니.. 지금 실컨 해두시길..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5 16:45 신고 수정/삭제

      흥, 중학교 가도 델구 다닐 거에요 흥흥흥 ㅋㅋ

  • ^^ 2008.02.25 12:30 ADDR 수정/삭제 답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데이트 하셨네요~ 우리집도 예약입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2.25 12:32 ADDR 수정/삭제 답글

    딸아이 손을 잡고 극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너무 다정해 보이는 모습에 살짝이 저를 반성해봐요~
    아웅~
    부럽습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5 16:45 신고 수정/삭제

      반성하실게 머 있어요 ㅋㅋ 그냥 현재를 즐기세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2.25 14:07 ADDR 수정/삭제 답글

    딸이 최고예요. ㅋㅋㅋㅋ

  • 손통 2008.02.26 09:08 ADDR 수정/삭제 답글

    마나님을 제외한 데이트였단 말이여? ㅋ 좋았겠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6 11:54 신고 수정/삭제

      딸 없는 형님은 경험하기 조금 어려운 일이실 듯 ㅋㅋ 뭐, 하모니카 연주도 괜찮았어요~ ^^

  • 인간 2008.02.26 17:24 ADDR 수정/삭제 답글

    이거 책도 잇어요~~~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2.27 13:52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대학교 졸업때까지
    뽀뽀예약을 해 두었습니다...ㅋㅋㅋ

보면서도 내내 아쉬운 '무방비도시'

나는 정해 놓고 영화를 본다거나, 꼬박 꼬박 극장엘 가야 한다거나 그런 타입이 아니다. 누가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 그러지 뭐 하고 따라나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어떤 날은 정말 미치도록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꽤 오래 전부터 이런 날이면 꼭 두 가지 징크스가 생겼다. 극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는 것이 그 하나고,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한국 영화를 골라 보면 꼭 피박을 쓴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다.

어제가 그랬다. 바쁜 일들을 한숨 죽이고, 숨 고르기를 할 만한 여유가 생겼던 날 저녁, 나는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잘 가는 영화관 사이트를 뒤졌다. 그런데 왠걸. 내가 좋아하는 부시고 싸우는 류의 영화는 하나도 없고 공포물이나 멜로물이니 뭐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 물론 에어리언 어쩌구 저쩌구도 있긴 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런 건 이제 안 당길 때도 되지 않았던가.

정보도 없고, 막연히 영화는 보고 싶고.... 이럴 때 사람들은 대개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고를까?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고른다. 웨슬리 스나입스, 윌 스미스, 댄젤 워싱턴, 모건 프리먼(어쩌다 보니 죄다 흑인이네 ^^), 니콜라스 케이지, 로빈 윌리엄스 정도의 배우가 나온다면 나는 별로 따지지 않고 그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리고 한 때는 신라의 달밤을 봤고, 가문의 영광을 봤다. 그래 믿거나 말거나, 나도 한 때는 김혜수가 좋았고, 김정은이 좋았다. 아주 잠깐 손예진도 이뻐했다. 배용준과 함께 나온 외출을 본 이후로(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 영화를 봤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손예진은 떠나 보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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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징크스에 빠져 헤메다가 결국 고른 것이 바로 손예진이 나온다는 무방비도시다. 솔직히 예고편 같은 것도 본 적 없고 사전 정보도 전혀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더니 평이 뭐 그만 그만이다. 선택의 여지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우울한 멜로 같은 건 아니라는데 희망을 걸고 그냥 이걸 보기로 했다.

다이하드를 본 이후에 생긴 버릇일까. 영화 시작하고 몇 분 안에 폭발이 터질까, 나는 참 유심히 보는 편인데 - 그리고 요즘 영화들은 폭발이든 사고든 꼭 영화 시작하자 마자 바로 때리고 들어가는 편이다 - 오, 영화 시작하자마자 차들이 서로 들이 박고 난리가 났다. 야구 모자를 쓰고 야구 배트를 든 일행이(이들이 경찰이었다니) 중간에 끼인 차로 달려들어 차를 부수고 난투극을 벌인다. 오, 액션 씬 볼만했다. 그리고 그 뒤로 간간 나오는 김명민의 액션 씬... 괜찮았다. 적어도 그 순간 만은 화면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용은 이미 잘 알려진대로 손예진이 소매치기 회사의 사장이고 김명민은 소매치기 집단을 잡으려는 경찰이다. 둘 사이에 당연히 썸씽이 있고, 묘한 인연의 끈을 뒤로 한채 결국 둘은 갈라서게 된다. 갈라서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긴 하다.

액션 씬에는 집중할 수 있었지만, 소매치기 여두목으로 나온 손예진을 볼 때마다, 나는 자꾸 타짜의 김혜수가 떠오르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저런 건 김혜수가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외출에서도 그랬듯이 손예진은 아직 능숙한 연기를 펼치기엔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일부러 꾸민 듯한, 자연스럽지 못한 거만함, 도도함 그리고 앙칼진 모습들. 아마도 손예진이 대여섯살쯤 더 먹었다면, 그녀에게서 클래식의 이미지를 지워버릴 수 있을 때가 된다면 아마 좀 달리진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여두목이 혼자서 적에게 당할 때면 여지 없이 연약한 여자로 돌변하는 모습도 영 어색했다. 거기에 시체 하나 처리한 걸로 맞먹자고 덤비는 칼잡이 보디가드도 맘에 안 든다. 영화 끝에 보면 둘 사이의 관계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닐진데, 어쩌자고 그 넘은 시체 하나 처리해 준걸로 맞먹으려고 덤비는 걸까.

주제넘게 평을 한 번 한다면, 누차 강조한 액션 씬은 좋은 점수를 줄만하고 김명민의 캐릭터도 그다지 어수선하지 않으나 손예진의 카리스마는 영화 전체를 끌고 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안방극장에서 순하디 순한 며느리 역할을 전담하는 김해숙 여사가 소매치지 짱 만옥이모로 돌변한 모습에서는 역시 중견 연기자의 저력에 감탄해야 했지만 만옥 이모가  또다시 소매치기를 하게 되는 동기도 별로 와닿지 않았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내용을 어색하게 만드는 이런 설정들 때문에 순간 순간 스크린에 집중하면서도 내내 아쉬워 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손예진 대역 이름이 한 명 나온다. 그런데 어느 장면에서 대역을 썼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역을 쓸 만한 장면을 나는 떠올리지 못했다. 직접적인 액션 씬도 없었고, 베드 씬 - 그것도 베드 씬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젠장 - 에서의 대역은 더 말도 안된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의문. 그래서 보란 말이냐 보지 말란 말이냐. 어차피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가 줄 수는 없는 거겠지만, 그래서 결국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을 듯 하다. '꼭 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겠어요...' ^^ / FIN

  •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2008.01.18 16:07 ADDR 수정/삭제 답글

    보지말라는게 아닌겐 아니라는 거군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8.01.18 19:58 ADDR 수정/삭제 답글

    손예진에 낚였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20 01:04 신고 수정/삭제

      정확히 말하면 손예진에 낚였다기 보다는... 극장에 낚였다고 해야 할까요. 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1.19 00:35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영화를 캐스팅면에서 분석하셨군요.. ^^
    캐스팅도 참 중요하죠.. 예전에는 감독 입맛에 따라했지만, 이제는 타겟을 분석해서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한 후 캐스팅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외출 손예진 캐스팅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손예진이 캐스팅되는 순간, 제작사 사장과 같이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캐스팅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고 갑자기 물어보더군요. 손예진이 나아요... 임*정이가 나아요.. 음.. 솔직히 당시에는 영화적인 판단을 할 시긴이 없었습니다. 시나리오도 아니 그 흔한 시놉시스도 모르는 상황. 오직 남자배우는 배용준이다... 아주 짧은 고민 긑에 손예진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캐스트 담당자와 전화하던 그분은...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가 손예진이래.." 오케?..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영화에 그녀가 캐스팅되었다.. 정말이지.. 믿거나 말거나... ㅜ.ㅜ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20 01:05 신고 수정/삭제

      임*정이가 누군지 무척 궁금하다는... 왜 임창정이 떠오르는 거죠? 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1.20 01:55 수정/삭제

      임창정 ㅋㅋㅋㅋㅋㅋ 웃음이 절로 나오는 =)
      임수정이겠죠?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1.19 01:16 ADDR 수정/삭제 답글

    김명민 버닝녀임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은 영화라지요. ㅋㅋ
    그나저나 에어리언 어쩌구는 안 보시길 잘 하신 거예요. 처절할 정도의 혹평 일색이더라구요. -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20 01:05 신고 수정/삭제

      미스트인가 먼가도 혹평 일색이더만... 정말 볼게 없었으...

[책] 2008 역사 읽기의 시작, 먼나라 이웃나라

새해가 되면 새우는 계획 중 하나가 바로 '책 읽기'다.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는 기필코 100권을 읽어야지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연말이 되면 겨우 서른 권 안짝을 읽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부끄러워 한다. 그래도 목표를 내릴 수는 없는 법. 올해도 난 다시 백 권에 도전한다.

백 권이라는 부담감을 덜기 위해 ^^ 올해 첫 스타트는 이번에 새로 나온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로 결정했다. 사실은 내가 보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딸 아이를 위해 산 것이지만, 먼나라 이웃나라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지루하기 쉬운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썼고, 오랜 기간 동안 다듬어졌기 때문에 개인이 쓴 역사책에서 발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오류들도 찾기 힘들다. 물론 주관적인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역사를 체계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이만한 책은 없다고 감히 나는 추천한다.

솔직히 중학교 다닐 때 친구 집에서 빌린 만화 삼국사기 같은 책을 시험 기간에 우연찮게 보다가 그 다음 날 국사 시험에서 백점을 받은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만화 역사의 학습 효과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요즘 학생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그것 보다는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테니,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는다면 기본적인 역사 지식 정도는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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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딸 아이의 학습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연말이다 뭐다 해서 집에서 와인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이 녀석이 와인에 대해 난데없이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얘기를 어디서 들었니? 라고 묻자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 편을 펼쳐 보여줬다.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니 아이도 쉽게 새겨들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화가 발달하려면 어려서부터 역사와 철학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입시에 치인 요즘 고등학생들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물론 학교마다 다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폭넓게 생각해야 할 청소년 시절에 역사와 철학을 배우지 않는다면 기본 감성을 쌓기가 어렵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 잘 날리던 한국인 학생들이 커서는 외국 학생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역사와 철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저런 이유로 2008년 새해 책 읽기는 먼나라 이웃나라로부터 시작하게 됐다. 1권 네덜란드 편을 읽으면서 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붙어있다가 떨어진 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한편으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져진 로마사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기도 했다.

역사는 사람을 가르친다고 한다. 과거의 역사가 신기하게도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런 점에서 2008년을 먼나라 이웃나라로 시작하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내 나이 이제 만으로 마흔(어떻게 해서든 일년이라도 늦추고 싶은...). 사람이란 나이를 먹으면 완고해지고, 지금까지 학습된 기억으로만 살기 때문에 융통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배울 것은 배우는, 그렇게 새로 시작하는 한 해이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해 마지 않는다. / FIN

  • Favicon of http://wangn.tistory.com BlogIcon wangn 2008.01.03 16:55 ADDR 수정/삭제 답글

    먼나라 이웃나라는 늘 읽다 마는데...한번 다시 읽어봐야겠군요^^
    현재 저의 집엔 일본편(1)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저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왕왕 있긴 하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3 17:05 신고 수정/삭제

      원래 역사에 대한 건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 있지요. 그런 맛에 다른 사람이 쓴 역사 애기를 읽는 것 아니겠어요? 실제로 시오노나나미의 칭찬일색인 로마인이야기를 읽다가 다른 사람이 쓴 로마사에서 로마인이 거의 야만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웃었던지... ^^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1.03 22:52 ADDR 수정/삭제 답글

    다찌에게 역사 교육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 - -;
    단. 서양사 젬병.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4 10:49 신고 수정/삭제

      역사 과외 선생님? 그것도 좋으네 ㅋ

  • 손통 2008.01.04 09:11 ADDR 수정/삭제 답글

    먼나라이웃나라는 20년은 족히 된듯한디..... 아직도 잘팔리는걸 보면 참 잘만든책인듯/ 1년 100권 만화로 하면 가능할듯함.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4 10:49 신고 수정/삭제

      예, 첵으로 묶여 나온 것이 1987년이니까 20년을 넘긴게지요? 잘 지내시쥬?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1.04 10:23 ADDR 수정/삭제 답글

    이원복 교수님의 BMW SUV가 갑자기 휙하고 머리 속을 지나가네.. 역시 콘텐츠가 중요해 .. 그지?
    콘텐츠 + 교육이면... 실패할 확률이 좀 덜 하니 말야...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4 10:50 신고 수정/삭제

      제대로 된 콘텐츠!가 중요하겠지요. 어설픈 콘텐츠 말고요~ ^^ 제대로 된 걸 만들어야 하는데... ㅋㅋ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8.01.04 11:25 ADDR 수정/삭제 답글

    한 해 100권 읽기! 꿈의 숫자군요^^
    저도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100권까지 생각못했어요 ㅎㅎㅎ

    Happy New Yera!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4 13:38 신고 수정/삭제

      목표가 100권이지 뭐 실제로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8.01.04 16:35 수정/삭제

      ㅎㅎㅎ 언젠간 한번 꼭 도전해 봐야겠어요^^
      100권 읽기~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1.04 19:51 ADDR 수정/삭제 답글

    성적에 관계없이 역사에 흥미를 느꼈던 학창시절이었는데..
    며칠전 과자이야기를 애들에게 해 주었는데
    둘째는 자기가 보던 만화를 가져와 과자이야기가 나오던 페이지를 펴 보이며
    제 말에 공감을 하더군요 학습만화의 긍정적효과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전 한주에 한권씩이 목표인데 어쩔땐 한달에 한권도 안될때가..ㅜㅜ

기대할 수 밖에 없어 실망도 큰, 황금나침반

점심 먹다가 사장님이 오늘 꼭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하는 걸 듣게 됐다. 새로 들어온 발랄한 새 식구가 거기에 맞장을 친다. 뭐, 딱히 영화에 관심 없었지만 나로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럼 뭐 볼까. 황금 머시기란다. 그래 그거 보자.

솔직히 점심 먹으면서 제목도 처음 들었다. 그래서 제목도 제대로 기억 못했다. 예매도 하라고 시켜 놨으니 내가 자료를 찾을 일도 없다. 그런데다 이런 저런 일이 바빠서 극장 시간에도 간신히 맞춰 도착했다. 가서 봤더니 영화 제목이 황금나침반이란다. 판타지 영화란다. 아, 그래? 나 이런 거 좋아해. 그리고 극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맨 뒷 좌석이다.

영화가 시작됐다. 데몬이 어쩌구, 더스트가 어쩌구 하고 넘어가는데 뭐야, 뭐야를 속으로 연발하다가 앞 부분이 넘어갔다. 보다 보면 이해되겠지 뭐, 다른 영화들도 다 그렇잖아. 그런 마음이었다. 그리고 사람과 함께 괴상한 동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게 데몬(영화 속에서는 디몬이라고 발음하더만) 이었다. 사람과 일체화된, 사람 곁에 함께 사는 또다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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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 공식 한글 홈페이지


지금껏 경험에 따르면 방대한 판타지 소설에 근거를 둔 판타지 영화는 책을 보고 나서 영화를 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영화 제목도 오늘 점심에 처음 듣고 봤으니 이 영화에 대한 기초 정보가 하나도 없는 셈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 내용을 쫓아가기가 좀 힘들었다. 게다가 요즘 좀 피곤하지 않았던가. 사실 좀 졸았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여자가 보였다. 어랏? 누구지? 니콜 키드만이었다. 저 여자 눈이 원래 저렇게 파란색이었던가? 내내 그 생각을 했다. 그리고 듬성 듬성 넘어가는 스토리에 또 다시 나는 지루해졌다. 아머 베어끼리 열나 싸우는 전투씬에서 잠깐 정신을 차렸고 - 시끄러웠다 ^^ - 턱이 날아가는 살벌한 전투신에 잠깐 몰입했다. 그런데 이게 애들 보는 건가? 어른 보는 건가? 어른들 볼만한 살벌함이었는데 애들은 좀 무서워 하겠는 걸?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영화 답게, 길었고, 다음 편을 위한 여지를 남겨 놨다. 사실, 영화 막판에 또 다른 전쟁이 남아 있음을 암시하는 대사가 나올 때, 설마 그 전투까지 다 보라는 얘기여? 그럼 이거 언제 끝나나? 그런 두려움(!)도 감돌았다.

원래 영화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까닭에 나는 영화를 같이 본 식구들과 달리 살짝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중간 중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졸았다는 점은 - 물론 요즘 내가 좀 피곤했다는 점도 고백하긴 하지만 - 인정해야겠다. 게다가 판타지 영화임인데도 내가 딸 아이를 데리고 가서 다시 이 영화를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물음표를 던져야 했다.

누군가 이 영화를 보겠다면, 기대를 하지 마라, 스토리에 대한 기본 정보는 얻고 가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스토리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다 보면 이 영화에 대해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될 것 같다. 화려한 캐스팅 - 니콜 키드만이라니! - 엄청난 제작비, 웅대할 것 같은 컴퓨터 그래픽. 기대 안 할 수가 없는데 기대를 하지 말라니. 이건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인가. 하긴 원래 판타지란 그런 것 아닌가. 상상력을 극대화한 말도 안되는 얘기. 그 얘기 속에 빠져 만족을 얻고 말고는 개인의 문제이긴 하지만, 모든 걸 개인의 만족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황금나침반은 그런 영화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2.19 14:09 ADDR 수정/삭제 답글

    헐.. 이정도라면 거의 칭찬에 가깝다고 봐야겠구만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9 14:25 신고 수정/삭제

      ㅋㅋ 이 정도가 칭찬이에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j4blog.tistory.com BlogIcon moONFLOWer 2007.12.19 14:28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럼 이거 언제 끝나나? 그런 두려움(!) ㅋㅋㅋ 장난 아니었나보네요.
    하긴 헐리웃에서도 이 영화 재앙급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더군요.
    크윽! 그래도 환타지 영화는 기대되는 환빠입니다.

    재미난 글 잘 읽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9 16:05 신고 수정/삭제

      환타지 팬들이라면 놓치지 않으실 영화겠죠? ^^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7.12.19 14:45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나는야 발랄한 새식구~ ㅋㅋㅋ

  • Favicon of http://stephan,tistory.com BlogIcon 스테판 2007.12.19 22:35 ADDR 수정/삭제 답글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영화 하나로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봐야한다거나, 영화를 본 후에 원작을 봐야만 이해한다거나 하면, 이미 실패인 것이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무조건으로 영화 전체 내용을 압축하는 방식을 택한 감독 크리스 웨이츠의 각본은 대실패입니다.

    북미흥행성적이 왜 그런지 그대로 증명하는 영화랄까요.

  • Favicon of http://goldsoul.tistory.com BlogIcon GoldSoul 2007.12.21 10:12 ADDR 수정/삭제 답글

    저 오늘 보러 가서 일부러 글은 안 읽었어요. 보고 와서 읽을께요.
    그런데 <황금 나침판>에 대한 글들이 거의 다 부정적이네요. 좋은 배우들도 많이 나오던데. ㅠ

  • Favicon of http://jpod.tisory.com BlogIcon j 2008.01.03 17:32 ADDR 수정/삭제 답글

    볼 건 곰밖에 없다는 말도 있던데...워낙 곰을 좋아하는지라 그래도 보고싶네요

정보와 스팸의 경계에 서서

업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항상 정보와 스팸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기업 블로그란 어찌 되었든 기업의 입장에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까닭에 정말로 정보가 되었든, 아니면 홍보 글이 되었든 항상 스팸의 시비가 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실 똑같은 글이라도 기업 블로그에 올라 가느냐, 개인 블로그에 올라 가느냐에 따라서도 스팸 여부가 결정되지 않던가. 그래서 기업 블로그 콘텐츠를 작성할 때는 이러한 시비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람 사는 것이 매사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어서 그럴까.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정보가 되기도 하고 스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정보를 뿌리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똑같은 내용이 정보였다가, 스팸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게다가 ‘어뷰즈’라는 교묘하게(!) 정보를 가장한 스팸(!)까지 등장하면서 정보와 스팸을 골라내는 일이 참 어렵게 됐다.

지만 어찌 보면 정보와 스팸의 경계란 간단하다. 어떤 글을 읽었는데 내게 도움이 되면 정보이고, 필요 없으면 스팸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앞에 초고속 인터넷을 홍보하는 글이 수없이 붙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정작 내가 초고속 인터넷을 놓으려고 하니 그 홍보 글들이 필요해졌다. 누가 무슨 사은품을 주는지 비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만큼은 그 홍보 글이 내겐 정보가 아니고 스팸인 셈이다. 하긴, 이런 걸 빗대서 옛 말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고 했던 것일까.

름대로 자부심 있는 개인 블로거이면서,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을 하다 보니 나는 정보와 스팸의 경계에 좀 민감한 편이다. 기업 블로그 입장에서는 정보를 표방하면서 기업의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데 개인 블로그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글들이 블로그 스피어를 오염시킨다는 생각을 꼭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로 해야 하지만, 속으로는 갈등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쩔 수 없이 홍보성 글을 올려야 할 때면 사실 나는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 참 미안해진다. 안 그래도 늘어나는 블로그 때문에 시스템에 부하가 클 텐데 정보를 하나 더 보태도 시원찮을 판에 스팸을 보낸다니. 그래서 다음블로거 뉴스처럼 내가 직접 글을 보내야만 글이 올라가는 방식이 훨씬 부담이 적다. 다음블로거 뉴스는 내가 글을 보내야만 글이 노출되지 블로그에 작성했다고 해서 글이 노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올블이나 블코는 한 번 등록해 두면 글이 올라가기 때문에 내가 보내고 싶지 않은 글(!)도 노출되고 만다(기업 블로그 운영자 맞나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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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보도자료를 블로거에게 배포할 수 있게 만든 블로그 뉴스룸 서비스


래서 최근에 등장한 블로그코리아의 뉴스룸 서비스가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아예 보도자료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스팸(!)을 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고 정보라고 생각하면 골라서 쓸 테고, 아니면 말겠지. 차라리 미안함을 덜 수 있으니 무작위로 뿌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좀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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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코뉴스룸을 통해 배포된 보도자로를 블로그가 써 주면 뉴스룸 리스트에 등록된다


제로 회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인 마트마니아에서 이벤트를 하게 됐다. 블로거 대상으로 인터파크 마트 체험단을 모으는 것인데, 블로거에게는 장보기 비용과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고 블로그가 쓴 글을 기업 블로그와 카페에 스크랩하는 이벤트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트 체험에 대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실제 체험자를 늘릴 수 있으며 블로거 입장에서는 장보기 비용 포함해서 월 10만원이라는 수입이 생긴다. 애드센스 같은 키워드 광고 아무리 달아나 봐야 한 달에 10만원 벌기 쉽지 않으니 어찌 보면 그보다 더 수익성이 괜찮은 일이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

런 이벤트는 나름대로 블로거에게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찌 보면 정확히 스팸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딱 좋은 포스트다. 이런 걸 다음 블로거 뉴스에 보낼 수는 없었다(올블이나 블코에도 가려서 보낼 수 있었으면 안 보냈을 지도 모른다. 단순히 마트마니아를 알고 찾아오는 방문자들에게만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랬다간 참가자가 한 명도 안 생길 지도 모르지만... 아.... 갈등의 연속 ^^).

떤 것이 정보고, 어떤 것이 스팸인지는 읽는 사람이 판단할 나름이다. 그러나 수많은 글의 홍수 속에서 한 개인이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 읽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정보건 스팸이건 읽는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걸어대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보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 차라리 홍보는 홍보라고, 이벤트는 이벤트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홍보성 글을 따로 모을 수 있게 한 블로그코리아의 뉴스룸 서비스에 애정이 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 FIN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2.07 16:06 ADDR 수정/삭제 답글

    메타에 글을 골라서 보내시려면, 티스토리의 경우 환경설정에서 '이올린에 발행한 글만 RSS내보내기'로 설정한 다음에, 메타에 보내고 싶지 않은 글일 경우 '발행'을 하지 말고 '공개'만 하시면 됩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08 20:18 신고 수정/삭제

      네~ 그게 그런 용도로 쓰는 기능이었군요.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healthlog.kr BlogIcon 양깡 2007.12.07 21:52 ADDR 수정/삭제 답글

    필로스님께서 정답을 말씀해주셨네요. 리더기로 읽다가 알려드릴려고 왔습니다만.

    저도 허접한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밀리에... 워낙 작은 사업이고 아버지를 도와 오래전부터 홈페이지를 운영하다가 이번에는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사가 계약금 받고 도주해버리는 (동생 친구녀석..) 바람에 졸속으로 블로그로 옮겨왔지요.

    저도 제품 사양등을 메타에 등록해놓고 홍보 글을 처음 몇 번썼는데요, 역시 블로그 마케팅이 대세라고는 하는데... 동물 약품쪽이라 그런지 봐주시는 분이 없네요 ^^;; 지금은 그냥 방치된 상태입니다. 레이님의 기업 블로그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지는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08 20:19 신고 수정/삭제

      뭐, 이것 저것 많습니다(!). ㅋㅋㅋ 블로그는 당장 봐주는 분들이 없어도 검색 엔진을 통해 두루 검색되니까 그런 숨겨진 가치도 봐야겠지요. 동물 약품 쪽은 더더욱 흔치 않은 콘텐츠일텐데요 ^^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그런 것들 말이에요.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2.11 08:58 ADDR 수정/삭제 답글

    캬.. 상업성과 비상업성의 절묘한 조화.. 역시.. ^^

  • Favicon of http://diarix.tistory.com/ BlogIcon 그리스인마틴 2007.12.15 21:39 ADDR 수정/삭제 답글

    기업블로그가 아닌 개인에게도 요즘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네요.
    지적하신대로 어쩌면 판단은 소비자가 방문객이 하는것인듯 합니다.
    제가 필요하다면 이건 이미 스팸이 아닌 소중한 정보입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책] 신조협려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2

이 글과 연관된 예전의 글 하나.

2007/01/04 - [미디어 다시 보기] - 사조영웅전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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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이란 작가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으니, 굳이 여기서 주절 주절 말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리고 이미 사조영웅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무협 소설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고 말했으니, 그것도 더 강조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아직도 '무협지를 보냐'며 핀잔을 날린 사람들에게 꼭 한 마디 더 하고 싶다. 김용 소설은 무협이 아니다. 장편 역사 소설일 뿐.

이번에 소개할 이 책, 신조협려는 사조영웅전의 후속편이다. 예전에 고려원에서 번역한 김용의 영웅문으로 쳐도 2부에 해당한다. 사조영웅전에 등장했던 1세대 인물들과 그들의 후손인 2세대 인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새로운 얘기다. 따라서 사조영웅전을 읽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읽는다면 틀림없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터이니, 혹시라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사조영웅전을 먼저 찾아 읽기를 권한다.

사실 신조협려라는 이 이름은 책보다는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더 유명할 게다. 무협지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1980년대 초반 유덕화가 주연했던 영화를 기억할 테고 - 적어도 영화 이름 정도는 기억하지 않을까 -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세대라면 게임에 더 익숙할 것이다. 최근에 중국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인터넷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신조협려는 영웅보다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겪었으면서도 몸에 밴 천성처럼 껄떡거리는 양과지만, 소용녀를 향한 마음 하나는 절대 변치 않는다. 세상의 편견과 양과를 위한 마음에 몇 번씩 돌아서던 소용녀도 결국 다시 양과에게 돌아온다. 변함없이 하나를 믿고 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루어진다는 걸, 소설 하나에도 나는 깨닫는다.

전체적으로 평점을 주자면 5점 만점에 4점 정도. 매일 같이 머리아픈 책 보다가 머리를 식힐만한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김용의 소설은 무협지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볼 만하다.

ps>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에 이어 영웅문3부에 해당하는 의천도룡기도 드디어 책으로 나왔단다. 아직 보지는 못했고 얼마전 블로거뉴스에 익스트림무비님인가 쓴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으면 아마 인터넷 서점에서 살 가능성이 짙다. 그나저나 오프라인 서점들도 10% 할인해 주도록 법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왜 오프라인 서점은 할인을 안 하고 있는 것일까.

신조협려 / 총 8권 / 김영사

  • Favicon of http://health.gamsa.net BlogIcon 양깡 2007.11.27 17:57 ADDR 수정/삭제 답글

    곧 영웅문 3부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를 만나시겠군요 ^^

    저도 영웅문 시리지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김용의 모든 책을 봤습니다. 영웅문이 처음 접한 무협지 (전 대하소설이라고 주장합니다만 ^^;)라서 그런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전 중학교 3학년때 봤습니다. 서점에서 중국 여성 얼굴이 첫 페이지에 그려져 있는 소설책을 들고 대체 어떤 책일까하고 보다가.... 앉자서 서점 문 닫을 때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사다가 좋은 것 나혼자 볼 수 없다며 학교에서 돌려봤는데 체육 선생님에게 압수당했습니다. 상당히 혼났는데 (무협지 본다고...) 체육선생님이 압수한 책을 보시면서 야외수업을 다 실내 자습으로 돌리고 영웅문을 보셨습니다. ㅎㅎ 나중에 책 더 빌려달라고 하셨지요. 그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절대 니들은 무협지 보지마라. 이건 마약이야 마약...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18:02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김용 소설은 대하역사 소설이죠 ^^ 다른 무협지는 몇 번 보긴 했는데 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어서 금새 지겨워지던 걸요. 저 이번에 의천도룡기 사면 아마 세번째쯤 읽는 걸거에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1.27 20:22 수정/삭제

      의천도룡기...장무기...으....날밤새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0:59 신고 수정/삭제

      안 샐 수가 없어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11.27 18:41 ADDR 수정/삭제 답글

    학교댕길 적에 도서관에서 다른 데 짱박아놓고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구만요..
    중간에 이빨빠지면 그거 돌아올 때까지 다음 권 안 읽고 종교학 서적 쪽에 짱박아놨더랬죠..
    도서관 알바하던 친구들이 엄청 짱냈을 듯..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18:55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거 괜찮은(!) 방법인걸? (아, 생각해 보니 나 도서관에서 일할 때 그렇게 없어진 책 땜시 난리쳤었던 기억이!!!)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7.11.27 19:07 ADDR 수정/삭제 답글

    신랑이 영웅문을 안 읽었다기에 얼마나 실망을 했었다구요. ㅎㅎㅎ
    머, 그런 저도 집에 늘상 꽂혀있던 책을 두고(정말 누리끼리했던) 훗날 다운받아 워드로 읽었지만요.
    흠,, 의천도룡기까지 완간되면 한질 사볼까? 고민이 살짝 되는걸요. ^__^

    그나저나 영웅문에서 헤어나온후에는 정말 어떤 무협지도 손에 안 잡혀요.
    그나마 잡히는게 묵향 정도인데, 이놈은 도무지 연재속도가 느려터져서 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0:57 신고 수정/삭제

      영웅문 빠지면 다른 건 좀 시시하죠 ^^ 저도 한 질 살까 열나 고민하는 중이라는 ^^ 근데 태교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듯 ㅋㅋㅋ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1.27 20:21 ADDR 수정/삭제 답글

    김용소설은 모두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신조협려...기억이 가물가물....애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0:58 신고 수정/삭제

      영웅문 2부에요. 한 번 더 읽으셔요. 그나저나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1.28 00:03 수정/삭제

      모르겠어요. 다들 후유증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겁줘서 걱정이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8 00:13 신고 수정/삭제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 ㅋㅋ 저도 작년 연말에 뒷차가 와서 들이받는 바람에 허리를 좀 다쳤었는데, 6개월 가더라고요 쩝

  • 아이리스 2007.11.27 21:03 ADDR 수정/삭제 답글

    친구 추천으로 신조협려부터 봤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더군요. 언젠가 영웅문 다읽을 생각임 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1:05 신고 수정/삭제

      네, 꼭 한 번 읽으시기를 ^^ 정말 재밌어요

  • 영웅문3부 2007.11.27 21:27 ADDR 수정/삭제 답글

    영웅문이랑 출판사도 다르고 찾아보니 작가가 수정한 3판본 이네요. ^^ 옜날에 보신분 다시 줄거리 음미하시면서 다시 보시길~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2:48 신고 수정/삭제

      네, 옛날엔 고려원에서 나왔고 지금은 김영사에서 나왔어요 ^^

  • 사다수스 2007.11.28 00:13 ADDR 수정/삭제 답글

    영웅문 시리즈도 정말 재밌구요. 소호강호도 보세요. ㅎㅎ

    동방불패, 독고구검 등 수많은 영화로 만들어졌던 김용의 작품이죠.

    아~ 영웅문부터 김용 작품 다시 다보고 싶어지네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8 00:14 신고 수정/삭제

      앗~ 여기에 또 열렬한 팬 한 분이 계셨네요~ 저는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하고 녹정기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다른 건 아직 못 봤어요 >.<;)

  • 구라대마왕 2007.11.28 01:45 ADDR 수정/삭제 답글

    신조협려.. 영웅문 2부(소제목이 무슨무슨 별이었는데.. 영웅문 시리즈 소제목이 무슨무슨 별이었죠. 사조영웅문이 몽고의 별, 신조협려는 중원의 별이었나?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처음 읽은지 16년은 지난 것 같네요..(양과와 소용녀가 헤어졌다가 만날 기간이네.. ;;). 신조협려와 의천도룡기는 정말 각각 50번은 읽었던 것 같군요.. ^^ 녹정기는 김용이 일생이 필작이라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며 읽어봤는데(녹정기가 김용의 마지막 소설이죠..) 처음에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 동안 영웅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비열한 주인공이 맘에 들지 않았지요. 다른 작품보다 길이도 길었구요. 그런데 10번쯤 읽어보니 색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그리고 신조협려 읽어봤으면 연성결도 읽어보세요. 2권짜리인데 김용이 말하길 신조협려가 세상의 모든 정을 다뤘다면 연성결은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다뤘다고 평했지요. 연성결은 역사적 사실이 큰 배경이 되지 않는 작품으로 김용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아참 그리고 사다수스님이 말씀하신 소오강호의 원제는 천룡팔부입니다. 소오강호는 소설 속에 나오는 소설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곡의 제목이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8 09:48 신고 수정/삭제

      50번씩이나요?? 와우~~ 진짜로 누군가를 16년 기다린다는 거.. 상상만 해도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말씀하신 책은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겠습니다. ^^

    • ASIALE 2007.11.28 11:26 수정/삭제

      음... 내가 알기로 소오강호가 원제 맞는데..영호충과 동방불패가 나오지요.. 천룡팔부는 소봉과 단예 허죽 삼형제가 나오는 거구.. 김용씨리즈증 시대적으로 맨 앞에 나오지요.. 나오는 무공도 환상적이면서도 젤 쎄고 ㅋ

  • ASIALE 2007.11.28 11:27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영웅문은 몇번을 보았는지 모르겠네...하도 많이 읽어서리..
    서양에서 인기있다는 반지의 제왕도 제가보기엔 영웅문에 비하면 유치한것 같아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전개하는 김용의 소설은 정말 위대합니다.
    신조협려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정" 이 나오지만
    그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은 곽양의 애절한 짝사랑... 보면 볼수록 불쌍해 죽겠음...

  • Favicon of http://www.cyworld.com/date81 BlogIcon 필라르 2007.11.28 11:39 ADDR 수정/삭제 답글

    몽고의별 중원의별 대륙(?)의별인걸로 기억합니다
    몽고의별은 곽정이고
    중원의별은 양과이며
    대륙(?)의별은 장무기죠

  • 네모선장 2007.11.28 11:57 ADDR 수정/삭제 답글

    저역시도 신조협려를 좋아합니다.
    양과의 독살스러우면서도 유한 성격이 좋다고 할까요

    음 신조협려를 좋아하신다면
    우리나라에는 동방불패로 유명한 '소호강호'도 좋습니다. 재 기역으로는 소호강호도 원재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네요
    소호강호 역시 사랑에관한 예기가 소설에 주를 이루구요 시대적 배경으로는 의천도룡기 이후 입니다.
    설산객이나 연성결 호비전기(월영검 이라고 한국에는 나온것 같아요)
    설산객과 연성결이 같은 내용일수도 있고 음 햇갈리네요.
    암튼 위에 3종류는 짧아서 금방 읽을수 있습니다. 물론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꺼구요.

    장편을 좋아하신다면 녹정기와 천룡팔부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둘다 2부까지 있는데 두편다 2부는 왠지 다른사람이 쓴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추천하지 못하겠내요

    정의감 불타는 주인공이 좋으시다면 영웅문1부 사제출마(맞나)
    사랑과 기묘한 잔꾀가 좋으시다면 영웅문2부 신조협려
    누구보다 강한 주인공이 좋으시다면 영웅문3부 의천도룡기(의천도룡기 안에서는 장무기가 1인자죠)

  • ㄹㅇㄹ 2007.11.28 13:35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직도 무협을 보냐고 핀잔을 주면 김용작은 무협이 아니고 장편역사소설이라고 답하신다구요???
    무협소설이 뭐가 어때서 그렇게 답하시는지요? 그리고 사조3부작은 김용 스스로도 무협소설로 적은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녹정기가 역사소설에 가깝구요.
    무협소설을 좋아하시면 그냥 있는 그대로 좋아하시는게 어떨까요? 무협이라는 장르 특유의 색깔과 분위기를 좋아하는게 부끄러운건 아니지요. 추리소설, 로맨스, 공포, sf 소설과 무협은 하등 다를게 없습니다. 모두 합쳐서 장르문학으로 묶을수있겠지요. 추리소설이나 sf 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안하는데 유독 무협소설만 편견을 가지고 보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군요.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7.11.29 23:08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김용. 멋모르는 중딩 시절 무협지의 세계로 이끈...- -
    아는 언니가 무협지 출판사 교정일(!)을 하고 있어서 지겹게 보고 있긴 한데요,
    역시 김용에 필적하는 무협지는 아직 못 본 듯 해요.
    김용은. 무협 작가가 아니죠, 정말. '김학'이라는 학문까지 있는 걸 보면요.
    아. 이 겨울 긴긴밤 또다시 사조영웅전이나..ㅎㅎ

[영화] 맨 오브 더 이어, 대선 후보여 꼭 한 번 보시라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교회 목사님하고 저녁을 함께 할 일이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목사님한테 이런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목사님, 시스터 액트라는 영화 꼭 한 번 보셔야 합니다’. 다 알다시피 시스터 액트는 밤 무대를 휘날리던 가수가 조직폭력배를 피해 수녀원에 숨어 들었는데, 수녀원에서 성가대를 변화시키고, 그 성가대가 교회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감동시킨다는 뭐 그런 얘기다. 솔직히 교회란 얼마나 고리타분한가.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교회는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세상이 타락한다고만 소리친다. 그러나 타락한 가수가 세상을 다시 변화시키는 건 어떤 뜻인가. 물론 기독교 내에서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화하는 ‘인본주의’ 신학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지만, 어쨌든 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영화를 계기로 나는 우피 골드버그의 팬이 되었는데 얼마 전 은퇴 한다는 소식이 들어와 심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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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액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교회를 변화시키는 내용이라면 오늘 소개하는 이 영화 ‘맨 오브 더 이어’는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정치를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기 있는 정치 대담 쇼를 진행하는 코미디언 톰 돕스에게 방청객 중 한 명이 정치인들한테 신물 났으니 당신이 한 번 대선에 나가 보라고 한다. 우스개로 시작했던 이 말이 퍼지고 퍼져 결국 톰 돕스는 얼렁 뚱땅 대선 진출을 선언하고 급기야는 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가 나오는 TV토론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특유의 입담과 신랄한 정치 비판으로 TV 토론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만 관객들은 오랜만에 통쾌하게 정치인들의 입을 막은 그의 활약에 기립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결국,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사실은 그 해부터 도입된 컴퓨터 투표 시스템의 에러로 인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컴퓨터 투표 시스템 개발 회사의 미모(!)의 여성 프로그래머는 이 사실을 밝히려다가 회사로부터 테러를 당하게 되고 급기야는 도망치던 도중 차기 대통령으로서 정권 인수를 준비하던 톰 돕스에게 접근해 사실을 털어 놓는다. 이 사실을 미리 알게 된 컴퓨터 투표 시스템 개발 회사는 치사한 방법으로 이를 막으려 하지만 톰 돕스가 초대받은 코미디 쇼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히는 바람에 게임 끝. 악당들은 감옥에 가고, 톰 돕스는 다시 코미디언으로 돌아오고, 진실을 밝힌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중요한 것, 톰 돕스로부터 감화 받은 현직 대통령은 재선에 승리하고 정치를 잘 한다나 어쩐다나 하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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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너무 많이 밝혀버린 듯 하지만. 내용을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의 심리를 모르면 아무 소용 없다. 마치 무협지에서 구결을 알고 있으되 초식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영화 얘기하면서 내 이 무슨 망발인고.

톰 돕스 역의 로빈 윌리엄스는 그 특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래, 이게 바로 로빈 윌리엄스 스타일이야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말도 안 되게 대통령에 당선된 그의 행보는 그야 말로 기존 정치인들과 완벽하게 비교된다. 기존 정치인들이 말 한 마디 못하게 만들어 버린 TV 토론 이후 민주당 후보는 으레 그러하듯 톰 돕스의 어두운 과거를 꼰지르는(!)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톰 돕스. 마리화나 나 하고 싶어서 했다. 그 나이 때는 무엇에라도 취하고 싶은 거 아니냐며 당당하게 받아 친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컴퓨터 시스템의 에러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걸 알고 난 후, 그의 행동은 명확했다. 주변 사람들이 제보자가 다 미친 여자라고 말려도, 그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했다. 모든 것을 밝히는 TV 쇼에서 그는, 백악관에 가 그 책상에 앉아 보니 여긴 내 자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깨끗하게 그 길을 포기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왜 나는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눈 앞의 욕심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아집을 부리는 것일까.

우리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가 내게는 이 영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고 짜증나기만 했다. 마리화나 피웠다고 당당하게 시인하는 톰 돕스를 보며 향응 접대 변명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더 한심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래 좋다. 술 먹을 수 있다. 기왕 먹었으면 당당하게 먹었다고 하고,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졌다면 솔직하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변명하기 급급한 사람들과 그들을 어떻게든 둘러싸려고 애쓰는 당의 모습에 염증을 느꼈다. 저런 수준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다음 정권을 잡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10월 초, 우리 교회 성가대가 발표회를 했다. 근엄하고 장엄하기만 할 것 같았던 발표회 끝에, 시스터 액트처럼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상큼하게 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관객 모두 웃고, 박수 치고, 환호를 보냈다. 솔직히 아마추어 성가대의 실력이란 게 어디 그리 뛰어날 것인가. 그러나 격식을 털고 편안하게 다가선 그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강인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속으로 말했다. ‘목사님, 그래서 제가 시스터 액트 보시라고 한 거에요’

시스터 액트는 1992년에 나온 영화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영화에서 부러워했고 내가 그렇게 바라던 현실이 이제야 이루어졌다. 맨 오브 더 이어는 2006년에 나온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그렇게 부러워했던 정치적 현실이 이루어지려면 역시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목사님에게 말했던 것처럼 대선후보들에게 말하고 싶다. ‘맨 오브 더 이어’ 꼭 한 번 보시라고 말이다. 그래도 목사님한테는 직접 말이나 했지, 대선후보들한테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으니, 바라는 것이 이뤄지기는 할까, 그게 의문이기는 하다. / FIN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10.28 00:29 ADDR 수정/삭제 답글

    안 주무시고 머 하신데요..
    보나 안보나 변할 양반들도 아닌 것 같은데요..쩝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8 00:33 신고 수정/삭제

      그래도 옆에서 뭐라고 하면 혹시라도 알어~ 변하실지~ ㅋㅋ

  • 안티부시 2007.10.28 00:42 ADDR 수정/삭제 답글

    친척이 운영하는 전자투표의 도움 덕분에 재선에 성공한 모 대통령도 있는데요 뭐.
    물론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그기록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기계를 만든지라 증거는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9 16:54 신고 수정/삭제

      헐, 그렇게 당선된 사림이 누구래요? ^^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7.10.28 17:22 ADDR 수정/삭제 답글

    정치인들은 영화를 봐도 변함없을지 모르겠지만....영화를 본 투표권자들은 좀 변할지 아나욤?
    ^^ 함 보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9 16:55 신고 수정/삭제

      네, 유권자가 변해야 정치인도 변하는 법이지요. 정치인들 변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라지면 그 사람들도 안 바뀌고 배기겠어요 ^^

  • Favicon of http://rabbicat.tistory.com BlogIcon 토양이 2007.10.29 15:50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ㅎㅎ
    뭔가를 고발할 땐 계획을 잘 세워 해야한다는 교훈이...-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9 16:55 신고 수정/삭제

      ^^ 그냥 본능적으로라도 잘 고발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ㅋㅋ

  • 2013.02.07 15:47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뮤지컬 시카고,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

람마다 달리 알겠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시카고’는 뮤지컬 보다 영화로 더 유명했을 게다. 벨마 켈리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와 록시 하트 역의 르네 젤위거는 어두운 분위기와 끈적 끈적한 스토리, 늘어지는 재즈를 적당히 잘 소화해 낸 캐스팅이라 나는 생각한다. 비록 내가 그 영화를 보면서 졸았을 지라도. 그래도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재즈를 즐기는 것도 아니었으니. 솔직히 말하면 캐서린 제타 존스 때문에 봤다고 해도 될 판이다(톰 행크스 나오는 터미널에서 이 아줌마가 예쁘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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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거나, 감동은 없었다 해도 기억에 남았다면 어쨌든 내겐 그건 그리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을 게다. 그런 시카고가 지난 9월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었다. 했다는 얘기만 들었지 별로 관심은 없었다. 내용은 다 아는 거고 무엇보다도 티켓 값이 너무 비쌌다. ^^

동 역 근처에 가면 ‘서울열린극장’이라는 텐트 극장이 하나 있다. 텐트라고 해서 대충 쳐 놓은 건 아니고 나름대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극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1020, 21일 뮤지컬 시카고 공연을 한다고 아내가 표를 끊어 놨다. 21일 오후 3시 공연. 21일 공연에는 록시 하트 역으로 옥주현이 나온단다. 아무래도 텐트 극장이라 그런지 관람료가 쌌다. VIP석은 5만원, 이런 저런 할인을 받으니 한 사람에 37천원이 되었단다. 37천원에 시카고를? 그것도 세종문화회관 공연 멤버 그대로? 그렇다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 만 한 일이었다. 적어도 옥주현을 볼 수 있다지 않은가(요즘 삼사십대 아저씨들에게 원더걸스가 엄청난 인기를 몰고 있다지만 원더걸스는 누군지 몰라도 옥주현은 알고 있으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

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가서 주차도 편하게 했고 - 주차 요금도 없다, 아예 주차 티켓을 발행하지 않는다 - 표를 받은 후 공연장을 둘러 봤다. ~ 텐트 공연장이지만 괜찮다. 무엇보다도 깔끔하고 커다란(!) 화장실이라니. 최근 들어 그렇게 큰 화장실은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간이 되어 공연장에 입장했다. 예매가 좀 늦은 탓이어서 그리 좋은 자리는 잡지 못했단다. 어랏, 그런데 이게 웬일. 거짓말 조금 보태면 의자가, 의자가 완전 야구장 의자였다. 등 반 정도까지 올라오는 간이 등받이가 있는 그런 의자 말이다. , 저 자리에 앉아 어떻게 두 시간 반을 버티지?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게다가 야구 경기장과는 달리 일단 앉으면 꼼짝 없이 움직이지 않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난, 전날 밤 밀린 일 하나 처리하느라 거의 세 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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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없었을 뿐더러 공연장에서는 사진을 못 찍으니, 아쉽지만 팸플릿으로 자료사진을 대신할 수 밖에. >.<


연이 시작됐고 예상은 들어 맞았다. 공연 30분이 지났을까 도저히 앉아 있기 힘든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고 공연 중에 몸을 이리 저리 흔들 수도 없으니 꾹 눌러 참고 앉아 있을 수 밖에. 그러다 보니 공연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게다가 뮤지컬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즈의 지루한(!) 선율은 나를 졸리게 까지 만들었다. 세상에, 옥주현이 시커먼 스타킹만 신고 다리를 다 드러내 놓고 다니는데, 그 와중에 졸다니(!). 아무리 아니라 해도 아저씨가 다 되었구나, 그런 두려운 마음(!)이 울컥 올라오고 말았다. 그 두려운 마음 덕에 잠시 정신을 차렸고 때마침 1막 중에서 제일 신나는 장면인 록시 하트와 빌리 플린의 인형 놀이 쇼가 시작됐다. 아마 시카고 공연 중에서 제일 멋진 장면 중 하나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그런 멋진 장면이었다. 빌리 플린 역의 성기윤과 록시 하트의 옥주현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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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간의 휴식 시간. 아이고 살았다 싶었다. 일어나 몸을 추스리고 나름대로 스트레칭도 하면서 몸을 풀었다. 피곤한 탓도 있었겠지만, 정말 왜 그리 힘들던지. 이래서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그런 허망한(!)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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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마 켈리 역의 최정원이 끈적한 목소리로 ‘잘 쉬었다 왔냐’고 물으면서 공연은 시작됐다. 내용을 모르고 봤다면 아무래도 흥미 진진하게 매달렸을 거지만 결과를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엔 공연에 빠져드는데 방해가 된 듯. 아무래도 이건 재즈를 싫어하는 내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용은 다 알고 있으니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미 공연을 잘 마친 배우들 답게 그리고 내가 알기로 요즘 한국 뮤지컬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배우인 성기윤과 최정원 답게 공연의 완성도는 높았다. 아이다로 뮤지컬 시장에 입문했던(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렇다) 옥주현도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했다. 주인공들보다 훨씬 더 섹시한(!) 의상을 차려 입은 조연들의 춤과 노래에도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잠을 좀 더 잔 상태에서 의자가 편안했다면 훨씬 더 공연에 몰두할 수 있었을 텐데... 졸아 버린 것에 대한 핑계를 애꿎은 의자 탓으로 돌린다.

상 느끼지만 배우들이 직접 눈 앞에서 움직이는 공연은 내가 얼마나 마음을 열고 공연에 몰입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아무리 재미있는 공연이라도 내가 보고 싶지 않고 피곤한 상태라면 빠져 들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좁아 터진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이라도 내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게다가 이번에 느낀 건, 공연을 제대로 보려면 나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도 좀 자두고, 몸도 좀 풀어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렇게 말하려고 해도, 창동 열린극장의 의자는 좀 타박해야겠다. 어떻게 그런 의자에 앉아 두시간 반 공연을 움직이지 말고 보라는 것인가. 하긴, 공연장을 꽉 매운 사람들은 말 없이 잘 보는데, 너만 왜 그러냐고 하면 사실 나도 할 말은 없다. ^^

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반도 안 되는 값에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게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걸까. 반도 안 되는 그 값에 더 편한 의자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0.23 23:00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키보드...마우스...그리고 의자?..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8 00:39 신고 수정/삭제

      휴먼 인터페이스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ㅋㅋ

[책] 젊지만 아쉬운, 장정일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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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이분되기 마련이지만 장정일에 대한 시각은 그야 말로 극과 극일게다. 엉덩이가 예쁜 여자로 유명한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아담이 눈뜰 때',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그가 발표한 소설들은 적나라한 성 묘사와 파격적인 내용 구성으로 극심한 질타를 받았으나, 그 반면으로 마니아 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속물 근성이 강한 나(!)는 장정일 소설의 기본 구도에는 동감하지 않지만, 그의 책 몇 권을 샀고, 적어도 두 세번은 읽었으며 그가 소설에서 사용한 몇 가지 문학적 표현은 즐겨 빌려 쓰는 편이다. 예컨대, 장정일은 '밥을 뚜벅 뚜벅 말아 먹는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난 가끔 그 표현을 따라 쓴다. 뚜벅 뚜벅 말다니...

그런 그가, 난데없이 삼국지를 썼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발표됐다는 건 아니다. 내 기억에 아마도 2004년 쯤이었을 텐데, 교보문고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서 있다가 아마도 광고를 봤을 게다. 조만간 장정일이 삼국지를 쓴다는. 혹시나 기억이 맞나 책 앞 쪽을 뒤적여 봤더니 역시 맞았다. 장정일 삼국지 마지막 권은 2004년 11월에 1판1쇄가 발행되었단다.

동감하지 않으면서도 장정일 소설을 빠짐없이 사 댄 나니까, 아마 이 책도 샀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난 이 삼국지를 사지 않았다. 다음에 사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마도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동안 내가 10권짜리 전집을 읽을 만한 그런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아마도 작년 여름 쯤, 집 앞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아, 이걸 읽어야 겠구나 했는데 앞 부분 몇 권은 죄다 대출 중이었다. 한참을 아쉬워 했지만 없는 책을 어쩌랴. 그렇게 잠시 생각났던 삼국지 대신 나는 로마인이야기를 잡았고, 2006년은 로마인이야기로 한 해를 버텼었다. 해가 바뀌고 뭐가 바쁜지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봄, 여름, 그리고 가을. 특별한 계획은 없고 연휴는 길었던 추석이 됐다.

긴 연휴에 무얼 할까 망설이다가 생각난 것이 도서관이었다. 그래, 책이나 한 번 보자 그렇게 막연히 찾아 갔는데 딱 걸린 책이 바로 장정일 삼국지였다. 이번엔 1권부터 순서대로 다 있었고, 한 번에 3권까지 대출할 수 있었기에 1권부터 3권을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세 권은 추석 연휴에 끝. 그리고 주말에 주로 읽다가 오늘에야 10권을 다 읽었다. 9월 말에 시작해서 10월 20일에 끝냈으니, 얼렁뚱땅 한 달은 걸린 셈이다.

삼국지란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지금까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삼국지는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다. 대중의 호감도나 정치적 성향에 상관 없이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문열의 삼국지는 한 번 잡으면 숨을 쉬지 않을 정도로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고우영 삼국지. 고 화백 특유의 입담으로 그려낸 성인용 삼국지인 고우영 만화 삼국지는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읽힌 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광고하는 문구에 따르면 장정일 삼국지는 기본 사관이 다른 삼국지란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삼국지가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공명을 우리 편으로, 조조를 상대 편으로 생각하고 쓴 데 비해 역사를 실제적으로 해석해 다시 썼다는 얘기다. 실제로 몇 가지 시도는 기존 삼국지와 좀 다르다.

삼국지는 황건적의 난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장정일은 황건적이라는 표현 대신 황건군이라고 썼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부정부패에 찌들은 관료에 대응해 일어난 농민 혁명군을 어째서 도적이라고 부르냐는 거다. 그래서 황건군의 수장인 장각 형제들은 도적 우두머리가 아닌 거의 교주로 묘사된다.

초선의 존재도 특별하다. 보통 초선은 왕윤의 수양딸로 수양 아버지의 애국심을 존경한 초선이 스스로 몸을 망쳐가며 동탁과 여포를 이간한다고 나오는데 장정일은 초선을 단순한 궁녀로 본다. 동탁과 여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마음이 이리 저리 흔들려서이지 의도적으로 이간하려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하긴, 초선이라는 존재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과장되었다는 얘기는 나도 어디선가 들은 듯 하다.

그러나 이렇게 몇 가지 색다른 시각이 있고, 현대인에 맞게 고쳐 쓰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장정일 삼국지는 무언가 조금 아쉽다. 중간 중간 너무 잛게 끊어 쓴 문장들은 외려 책 읽는 흐름을 방해했고 새로운 시각이라고는 했지만 촉나라를 우리 편으로 생각하게 한 기존 삼국지와 큰 관점의 차이는 없다고 느꼈다. 책 뒤에 적어 놓은 출판사의 광고 문구는 그야 말로 광고 문구일 따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삼국지를 쓴다는 건 대단한 일임에 틀림 없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게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어쨌든 새로운 시각이 보이니 삼국지를 색다른 각도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삼국지는, 젊은 삼국지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장정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내 호감은 훨씬 더 증폭 되었고, 누군가 삼국지를 읽는다고 하면 장정일 삼국지를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할 것이다. 감히 이런 부탁을 해도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장정일 삼국지가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언어와 시각으로 조금 더 다듬어 졌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숨 한 번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내려가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나는 한 번 더 이 책을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 진주애비 2007.10.21 23:58 ADDR 수정/삭제 답글

    삼국지를 다시 잡아볼까 고민만 하고있습니다^^;
    그런 기회가 오면 장정일 아니면 전유성입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2 00:50 신고 수정/삭제

      아, 전유성하면 구라삼국지 말씀하시는 거지요? 저도 그거 한 번 읽어볼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0.22 08:46 ADDR 수정/삭제 답글

    휴.. 아직도 맛의 달인은 침대 탁자에 그대로.. ㅜ.ㅜ 도무지 책 읽을 시간은 언제쯤 날까?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3 09:45 신고 수정/삭제

      ㅋㅋ 책 읽을 시간이 딱 정해져 나오겄어요~ 그냥 틈 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읽는 수 밖엔... >.<

  • Favicon of http://maggot.prhouse.net BlogIcon 한방블르스 2007.10.23 02:27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이 책을 읽고 싶은데 말씀처럼 광고와 내용이 틀리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겠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3 09:46 신고 수정/삭제

      삼국지는 어차피 여러 번 읽으시는 거니까 ^^ 한 번 쯤은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한데요... ^^

나를 소름 돋게 한 CD, 그리고 폴 포츠

아무리 차가 막힌다고 해도 아침, 한강을 바라보며 동에서 서로 향하는 올림픽대로는 멋있는 길이다. 마음을 조금만 느긋하게 먹을 수 있다면 강을 바라보며, 하늘을 바라보며, 커다랗게 음악을 틀어넣고 혼자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마음 한 번 이상하게 먹으면 그렇게 좋은 길이 참 지겹고 힘든 길이 된다.

여의도로 가다가 DMB 방송에서 CD가 나온 지 25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의 소사' 같은 프로그램에서 들었다 생각해 오늘이 CD가 나온 날인가 했더니 정확히는 8월 17일 날 나왔다 한다. 1982년 8월 17일,CD를 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아바 ABBA다. 주옥 같은 멜로디로 아직도 우리 귀를 즐겁게 하는, 최근에는 맘마미아라는 뮤지컬을 통해 다시 한 번 명성을 입증한 바로 그 아바다. 나도 아바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날 감동시킨 CD의 주인공은 아바가 아니다.

아마 이십 년쯤 되었을까.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 쯤이었을 게다. 어쩐 바람이 불었는지 어머니가 오디오를 사주겠다고 동네 오디오 샵으로 데리고 가셨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그 때만 해도 에로이카니 인켈이니, 이런 오디오 전문점들이 동네에 꽤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그리 번화가도 아니었는데 에로이카 대리점이 하나 있었다.

키가 1미터쯤 될만한 큼직한 스피커를 양 옆에 세우고 층층으로 쌓인 거대한 컴포넌트 오디오. 3단짜리 미니 오디오만 듣던 내겐 꿈과 같은 오디오였다. 맨 위에 턴테이블이 있고, 그 밑에 튜너, 앰프, 이퀄라이저, 더블데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CD플레이어까지 갖춘 최신형 오디오. 소리를 듣기도 전에 그 커다란 위용에 감탄한 나는 그냥 그 앞에 앉아서 이리 저리 쳐다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때 주인 아저씨가 CD 플레이어를 열더니, 한 장의 CD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전주도 없이 흘러 나오던 목소리. 그건 양희은이었다. 아침이슬이었다. LP라면 당연히 들리는 직직거리는 잡음에 익숙한 나에게 잡음 하나 없이 들리는 그 소리는 이제 막 이십 대를 시작하는 내 감성을 극도로 자극했다. 첫 소절을 들으면서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고, 그렇게 오디오 앞에 주저 앉아 한 곡을 다 들었다. 그리고 그냥 어머니를 쳐다 봤다. '오케이. 조건이 있어요. 이 CD 주세요.' 그 CD 한 장을 나는 얼마나 즐겨 들었던가. 지금도 그 오디오는 부모님 댁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턴테이블은 이미 사라졌고,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하는 일부 기능들이 고장난 채, 아직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양희은 CD 만큼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찾을 길이 없었다. 이사하면서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 들으려고 챙겼는데 너무 잘 둔 탓일까.

그 뒤로 난, 그렇게 많지도, 적지도 않게 음악을 들으며 살아왔지만, 그 뒤로 나를 숨막히게 한 CD는 없었다. 신승훈, 김건모, 엘자와 같은 몇 개의 CD를 사긴 했지만 그냥 즐겁게 들었을 뿐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얼마 전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제임스 골웨이가 가장 최근에 들은 CD였을 게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내 처음 양희은과 같은 숨막히고 소름 돋는 음악을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았다고 해야 할 게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바로 폴 포츠 Paul Potts다. 영국의 휴대전화 판매원이라는 이 아저씨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이야기와 소름 돋는 목소리로 순식간에 스타가 됐고 음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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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음반 매장에 갈 일이 생겨 그냥 질렀다. 320 x 240의 조그만 화면에서 보았던 그 감동을 잊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비닐을 벗겼고 CD를 꺼내 오디오에 넣었다.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고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때의 감동은 살아나지 않았다. 소름 돋는 느낌도 없었고, 하이라이트를 넘기며 나는 멀뚱 멀뚱 앉아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사람의 감정이란 참 간사하다. 눈으로 보는 것이 사라졌다고 해서 귀로 듣는 감동까지 사라지다니. 노래를 잘 할 것 같지 않은 외모, 비웃는 심사위원들 그러나 잠시 후 들리는 소리는 비웃음을 사라지게 하고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아마도 내 소름은 그 모습을 보고 그리고 들은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게다가 한 번 받은 그 강력한 소름으로 인해 내가 걸었던 엄청난 기대감. 이러한 모든 것들이 귀로 듣는 음악에서 멀어진 내 감각을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사무실에서 들었던 그 조악한 스피커 시스템이라니. 당장이라도 내던져 버리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퇴근 시간. 차로 내려와 CD를 꽂았다. 시동을 켜지 않고 – 내 차는 디젤이라 좀 시끄럽다 ^^ - 볼륨을 키웠다. 그리고 다시 그 장면을 상상했다. CD가 되었던 또 다른 무엇이 되었던, 보고 들으면서 소름 돋는 감성이 아직도 내게 있다니. 그런 감성을 일깨워 준 것 만으로도 폴 포츠가 문득 고마웠다. 귀에 거슬리는 억지로 자아낸 듯한 굵은 목소리 대신, 그냥 마음껏 지르는 그의 높은 목소리가 귀에 착착 감기는 걸 느낀다. 역시 난 정통파는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며 볼륨을 조금 더 키운다. 감동은 사라졌어도 머리와 귀는 즐겁다. 수 많은 전략과 마케팅이 난무하는 상업 음악 시장에서 폴 포츠가 어떤 미래를 갖게 될 지 난 알 수 없지만, 이런 정도로 편안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다음 번 CD 한 장 정도는 더 살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건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 FIN

  • 룰루랄라 2007.08.29 07:08 ADDR 수정/삭제 답글

    1등이네요. ^^v
    오늘은 여기저기서 일등..

    영국 사람들 스타를 발굴하고
    마케팅 확실하게 성공하고
    그런쪽으로는 아무래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CD 로 폴 포츠씨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냥 여느 성악과의 노랫소리와
    많이 다르진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1등 먹으면 바로 음반부터 내서
    인기몰이를 순식간에 해 버리니까
    덜 다듬어져 있을테고요.
    그 맛에 더 손이 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20년 된 CD 도 밀려나고 있으니..
    정말 20년이예요???
    시간이 이렇게 빠를 수가.. 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9 07:48 신고 수정/삭제

      ^^ 제가 뭐 음악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폴 포츠를 듣다 보면, 아 이거 아직 아마추어 티가 좀 나네 하는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딱 꼬집어 어디다 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 전 그 부분이 더 좋던 걸요~ ㅋㅋ

  • 2007.08.29 07:11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8.29 07:54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그거 복사하니.. 에러나던데... ^^
    오늘은 나의 애장CD 하나 소개해야겠다..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9 09:28 신고 수정/삭제

      애장CD, 좋죠 ㅋㅋ 마음 같아서는 폴 포츠도 DVD였으면.. 했어요~

  • 2007.08.29 08:54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서..
    첫 경험이 중요한 것 아니겠싸옵미까.. 홍홍...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8.29 09:51 ADDR 수정/삭제 답글

    고등학교 때 엄마 졸라서 인켈 콤포넌트 마련하고 용돈아껴 젤 첨으로 산 작은거인 LP 생각이 나네요..
    동네 시끄럽다고 하셔서 결국엔 헤드폰 끼고서만 들었지만요..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9 13:00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랬군. 내 생애 첫 LP는 FR데이비드 워즈, 마이클잭슨 스릴러, 이글스 라이브앨범 이렇게 였다네. 그 중 두 개는 백판~ ㅋㅋ

  • Favicon of http://jpod.tistory.com BlogIcon j 2007.08.29 15:41 ADDR 수정/삭제 답글

    그 영상은 편집과 선곡의 힘이라고 봅니다^^ 네순다르마는 삑사리만 안나게 부르면 꽤 감동스럽지요. 전에 공장노동자 출신의 오페라 가수 러셀 왓슨이 영국에서 스타로 떠올랐던 적이 있었죠.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에 좋아하는 남성분들이 많더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9 15:51 신고 수정/삭제

      편집과 선곡의 힘 ^^ 저는 워낙 대중적인 사람이어서 편집과 선곡 잘 해주면 금방 감동 받는다니까요~ ^^

  • 손통 2007.08.30 11:56 ADDR 수정/삭제 답글

    그 옛날 LP는 아직도 집안에서 딩굴고는 있는데 그걸 들을 턴테이블을 구입해서 들을만한 용기(?)는 아직은 없는거 같애. CD들을 여유도 없이 사는 지금의 모습이 언제쯤 조심스런 손떨림으로 바늘로 올려놓을수 있을까?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30 12:37 신고 수정/삭제

      저도 엄마네 집 창고에 LP 400장 정도 그냥 썩고 있다는 ㅋㅋㅋ 아깝기도 한데, 꺼내 들을 수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보관할 때도 없고~ ^^

[소설읽기] 빛의 제국 - 김영하

소설 읽어본 지 참 오래됐다. 요즘 내 주변에서 보이는 책이라곤 죄다 마케팅 책 아니면 흔히 하는 말로 ‘처세’ 책이다. 좀 더 잘 살아보자는(!) 소망이 있어서 그런가 읽는 책이라곤 죄다 그런 류다. 그렇다고 그런 류의 책들이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 책 읽기의 편협함을 말하는 것일 뿐이니.

그나마 소설이라고 읽었던 게 김훈의 남한산성이다. 마케팅 책 여러 권 사면서 눈에 띄길래 같이 샀는데, 남한산성은 역시 ‘김훈스럽다’. 벌써 몇 년 전, 친구 하나가 절제된 문장, 남성적인 문장,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는 칭찬을 아낌없이 하며 ‘칼의 노래’를 권한 이후 만난 김훈. 칼의 노래든, 남한산성이든 행간에 특별한 의미가 숨어 있는 걸 내 본능이 알아차린 걸까, 아니면 그냥 진도가 안 나가는 걸까. 김훈 소설은 소설이지만, 참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칼의 노래처럼 남한산성도 이틀이나 걸려 읽었고, 그리고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도 왜 김훈일까. 문학수첩에서 김훈, 공지영, 류시화,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잘 읽히는지 뭐 그런 얘기를 썼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인터넷에 떠돌았다. 갑자기 나도 궁금해졌다. 읽기도 어렵고, 뭐 그렇게 스릴 있지도(!) 않은데, 왜 김훈의 소설을 많이 읽는 것일까.

그러다가 우연히 내 손에 잡힌 책이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다. 솔직히 난 김영하라는 소설가를 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나는 김영하가 나와 동갑이라는 것 외에 그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는데 왜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첫 작품집에 내가 필이 꽂혔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하의 첫 작품집은 ‘호출’이라는 단편 소설집이다. ‘지나가던 여자가 마음에 들면 휴대전화를 던져라’라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광고에서도 사용했던 소재일 게다. 그런데 이 얘기는 휴대전화 훨씬 이전 삐삐 시절부터 나온 얘기다. 마음에 드는 여자(혹은 남자)를 만나면 다짜고짜 삐삐를 던지고 튀어라. 그 사람이 틀림없이 궁금해서 기다릴 테니 삐삐를 치고, 그렇게 꼬셔라. 뭐 이런 얘기다. 김영하의 단편집 ‘호출’에 들어 있는 ‘호출’이라는 단편 소설 역시 이 소재를 사용한 이야기다.

지하철에서 예쁜 여자가 있길래 호출기를 줬다. 그리고 호출기를 준 남자와 호출기를 받은 여자에 대한 얘기가 펼쳐진다. 호출기를 준 남자, 용기를 내서 호출을 했는데, 알고 봤더니 아직도 호출기는 자기 주머니에 있더라 뭐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겠지만 '반전'이 없으면 재미가 별로 없는 법이다. 김영하의 소설은 심각하지도 않으면서 톡톡 튀는 '반전'으로 나를 즐겁게 했다. 원래 소설이란 건, 게임이란 건, 영화라는 건 재미있자고 보는 것일 게다. 그걸 읽으면서 역사를 공부하고 싶지도 않을테도, 심각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자는 얘기도 아닐테다. 재미있게 읽고 난 다음에, 생각할 게 있으면 더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생각의 세상일게다. 그리고 그건 독자가 선택할 문제지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난 좋은 소설이란 일단 책을 잡으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정신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빛의 제국'은 참 아리까리한 소설이다. 책의 소재는 참 진부하다. 활동 라인이 끊어진 고정간첩인 남편(헉!)과 이십대 애인과 사랑에 빠진 아내(졸라 대는 철없는 애인 때문에 마지 못해 쓰리썸까지 강행하는!!!), 그리고 언제나 고민 많은 십대 딸. 활동 라인이 끊어진 고정 간첩 아빠에게 북으로 복귀하라는 지령이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간 단위 별로 얘기한다. 마치 미국 드라마 24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기는 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느꼈던 반전의 상큼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읽고 나니 여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이, 소설에서 마무리 하지 않은(요즘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들이 마무리를 하지 않지만...) 또 다른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예상했던 반전을 만나지 못해서일까.

솔직히 소설이란 두고 두고 읽기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 사기를 아까와 하는 지도 모른다. 빛의 제국을 나는 두고 두고 읽을 수 있을까. 하긴, 그렇게 필 받았던 호출도 지금 내 책장 어디에 있는지 나는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포르노'라고 온갖 타박을 받아도 가끔 손에 잡고 마는 '장정일'이 그리워지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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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제국 / 김영하 / 2006년 8월 8일 / 문학동네 / 9,800원
* 어쨌든 김영하는 개인적으로 꼭 추천할 만한 작가다. 책을 살 형편이 아니라면, 도서관에서라도 꼭 한 번 접해볼만한 그런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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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7.08.24 11:28 ADDR 수정/삭제 답글

    구입한지가 어언 6개월이 되가는데도, 아직, 한글자도 읽지 못한 그 책이군요. ㅡㅡ^
    읽지 못하고 쌓여가는 책들의 리스트가 저를 괴롭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사고픈 책의 리스트가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아이고.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4 11:50 신고 수정/삭제

      ^^ 책 무지하게 많이 읽으셔야 할 걸요? 교육 차원에서~ ^^

  • Favicon of http://health.gamsa.net BlogIcon 양깡 2007.08.24 12:29 ADDR 수정/삭제 답글

    저역시 쉽게 읽히는 책만 읽다보니 조금 생각 많이해야하는 책은 진도가 안나가요. 존경스럽습니다.

    p.s 옆에 베스트블로거 기자 마크 너무 귀여워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4 13:09 신고 수정/삭제

      헐~ 매일 쓰시는 기사 수준이 장난이 아닌데, 그런 겸손의 말씀을 하시다니... ^^ 마크 귀여워서 달았어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8.27 13:17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마케팅책들에 질려서 '책/현의노래' 집어들었다죠..
    김영하가 말을 잘 걸어와요..
    김현은 제 하고 싶은 말 뇌까리는 거랄까요..
    저번주에 현의노래까지 끝냈네요..
    소설이나 좀 읽어볼까봐요..은근재미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8 23:36 신고 수정/삭제

      한 달에 소설 한 권 정도는 읽는, 그런 여유로 살아야 할거인데~ ^^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4학년, 열 한 살. 그리고 벌써 여름방학. 열 한 살하고도 반이 더 흘렀다. 딸 아이가 커가면서 아빠를 대하는 모습을 볼 때, 항상 품 안에 끌어 안고 싶은 아기 같던 녀석이 저렇게 컸고, 또 이렇게 행동하는 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때론 흐뭇하고 때론 서운할 수 밖에 없는 건 모든 부모의 기분일 듯. 작년까지만 해도 아빠 따라 고등부 수련회 따라 가겠다고 하던 녀석이 올 해는 친구 없어서 재미 없으니 안 간다 하고, 토요일엔 아빠랑 놀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녀석이 이젠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기에 바쁘다. 아빠 보다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만의 세계에 더 빠져들 그런 나이가 점점 되가는 셈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랬을 터. 그러니 서운해 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딸 아이가 성장하는 것처럼 아빠도 스스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하는 수 밖에. 하지만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 뿐. 그래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책이 더 눈길을 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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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교육 컨설턴트가 썼다는 이 책. 대부분의 일본 책이 그렇듯이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줄 만하다(이 말은 내용이 부실했을 경우엔 제대로 된 낚시에 걸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든 별 거부감 없이 책을 펼쳤고, 커다란 글자와 시원한 행간 때문에 진도는 쑥쑥 나가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용은 참 뻔하고 결론도 뻔하다. 딸은 아들에 비해 감수성이 예민하고 포용력이 있으니 그런 점을 잘 살려서 가르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결론은 부모가 - 책 내용에서는 아무래도 엄마에 비중이 더 가 있지만 – 똑바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걸 누가 모르나. 다 아는 얘기인데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지.

그래서 몇 가지 실천할 만한 과제를 준다는 건 이 책의 장점이 틀림 없다. 여자가 아닌 딸만의 특성을 기억해 대화 습관을 고치고, 칭찬을 자주하며, 좋은 습관을 가르치라는 것은 다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되새길 만한 일이다.

정리하면, 심각하게 읽을 만한 일도, 그럴 내용도 없다. 마음 먹고 붙잡으면 책을 느리게 읽는 사람이라도 두 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그런 부담 없는 분량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 내용 중에서도 책 제목만큼 감동을 주는 얘기도 없다. 대신 우리가 다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것,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는 실수들을 되새겨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요즘은 여성성의 시대라고들 한다. 포근하고 섬세하며 모성애가 가득한 여성의 특별한 특징이 인류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일게다. 우리의 딸들이 부디 세상의 중심이 되길, 그렇게 간절히 소망해 본다.  / FIN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21세기 북스 / 알라딘 판매가 9천원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7.27 00:41 ADDR 수정/삭제 답글

    점점 딸 아빠들이 부러워지는건 왜 일까..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7.27 14:53 신고 수정/삭제

      ㅋㅋ 짠이는 충분한 감수성이 있구만 뭐가 부러워요~ ㅋㅋ

  • ^^ 2007.07.27 08:45 ADDR 수정/삭제 답글

    짠이아빠님... 아들도 딸처럼 키우시면 되지유... 아들이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짠이 같은^^

  • ^^ 2007.07.27 08:47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책을 읽다 보면 딸의 감수성은 전적으로 엄마의 책임 처럼 들려서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절실히 느낌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7.27 14:52 신고 수정/삭제

      빤한 내용이긴 하지만 ^^ 또 그게 정답이겠지요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7.27 10:07 ADDR 수정/삭제 답글

    마님이 정현이는 막 부려먹으면서, 서연이는 공주처럼 받들어 모시는 게 이런 이유였나요..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7.27 14:52 신고 수정/삭제

      그럼 그럼, 공주는 공주 답게 ^^

    • 2007.07.28 17:58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진주애비 2007.08.04 21:42 ADDR 수정/삭제 답글

    중심!!
    저도 중심에 있고픈데
    점점 벗어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