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4, 내가 기다리던 택시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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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4가 나왔다. 버튼 하나로 간단히 변신하는 이 택시는 길 가에 서 있는 사람의 옷까지 벗길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수퍼 울트라 캡숑 총알 택시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영화 내내 이 수퍼 울트라 캡숑 총알 택시의 스피드를 기다릴 테다.

그런데 젠장, 예고편에서 본 게 다다. 영화의 첫 부분, 유명한 축구 선수를 경기장까지 무사히 배달해야 하는 그 미션 하나만 성공하고 택시4는 그 잘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전혀 없다고 하면 좀 그렇다. 막판에 경찰관 부부를 구하러 사건 현장에 쳐들어가 트렁크로 나쁜 놈을 잡고 바퀴를 90도로 돌려 차를 회전 시키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그게 끝. 이 잘난 택시가 총알처럼 날아다니는 드라이브 신은 더 이상 영화 내에 나오지 않는다.

그냥 웃긴 영화니까 웃기만 하란다면 사실 별로 할 말 없다. 그런데 웃긴다는 거, 참 어려운 일이다. 웃음은 만국 공통어이긴 하지만, 문화이기도 하다. 프랑스 사람들에겐 말도 안되는 설정과 내용이 무척이나 웃길지 몰라도, 한국 사람들에겐 저게 뭐가 웃겨? 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적어도 나만큼은 택시4를 웃긴 영화로 기대하지 않았다. 시원한 드라이브 액션 영화로 기대했는데, 원하는 건 없고, 오로지 바보 짓으로 웃기려고만 한다.

그렇게 기대한 건 내 잘못이라고? 천만에. '4배의 스피드! 이번엔 볼 수 조차 없다!'라고 광고한 건 내가 아니다. 4배의 스피드를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스피드는커녕 웃기려고만 하니 기대치를 벗어나도 이건 한참 벗어난 것이다. 결국 최첨단 자동차의 묘미에 한껏 빠져들고 싶었던 나는, 잘 이해도 안되는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1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는 법이라고. / FIN

웃고 즐기는 액션 코미디 공연, 점프

난타에 버금가는 공연을 하나 보러 가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가족이 모여서 함께 관람하기로 한 거니, 아빠의 의무인 운전(!)을 하고, 그냥 같이 가서 봐 주면 되는 거려니 그렇게 생각했다. 정작 공연장을 찾아 입장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고, 사실 그때까지도 어떤 공연인지 잘 몰랐다. 점프라고 하길래 무언가 방방 뛰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을 뿐.

공연이 시작됐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노인이 등장하고 공연 시작을 알린다. 이윽고 화려한 무술 동작과 함께 펼쳐지는 배우들의 액션. 그 때부터 한 시간 이십 분 동안 나는 공연에 빠져들었다.

점프는 대사가 별로 없는 액션 코미디고, 스토리도 단순하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와 딸, 그리고 삼촌이 같이 사는 무술 집안에 사윗감이 찾아온다. 무술 집안에 걸맞게 사윗감에 대한 무술 테스트가 실시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딸과 사윗감은 금새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둘 사이의 감정이 무르익어 갈 무렵, 집 안에 총과 무술 실력으로 무장한 도둑이 들면서 무술 가족은 위기를 겪게 된다. 결국 가족의 힘으로 위기를 무사히 이겨내고, 딸과 사윗감은 결혼하게 된다.

공연 내내 무대는 시끄럽다. 마치 몸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듯 튀어 오르는 배우들의 몸짓은 관객이 절로 박수치고 웃게 만든다. 최근 등장하는 대부분의 공연들이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점프 역시 공연 중간에 관객 두 명을 무대로 불러 낸다. 전혀 엉뚱한 설정과 분위기로 공연에 참가한 관객이나 구경하는 관객들은 웃음을 그칠 줄 모르고 그런 과정에서 무대와 객석은 점차 하나가 된다.

대사가 거의 없는 만큼 외국인 관람객도 꽤 된다 .실제로 무대에 올라온 관객도 외국인이었고 –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외국인을 불러내는 듯 싶지만 ^^ -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도 깔깔 거리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을 마치고 브로셔를 읽다 보니 점프는 외국에서도 꽤 알려진 공연이란다. 역시 바디랭귀지는 만국 공통어인가 보다.

공연 시간은 한 시간 이십 분. 티켓 값은 자리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앉았던 무대 앞 좌석은 5만원. 싼 가격은 아니지만, 결코 5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은 극장 문 앞에 앉아 사인회를 연다. 힘든 공연이었을 텐데도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관객이 남아 있는 한 배우들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들의 서비스 정신에 고마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가능하다면 모든 배우의 사인을 받고, 모든 배우와 사진을 찍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결국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점프든 난타든 아니면 또 다른 무슨 공연이든 공연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그 공연에 빠져드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공연이라고 해도 팔짱 끼고 무덤덤한 마음으로 쳐다보는 사람에겐 절대 재미있을 리가 없다. 같이 박수치고, 같이 소리치고, 무대 위의 배우에게 반응하면서 공연을 본다면 적어도 공연비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터. 그런 면에서 점프는 누구나 마음을 열게 만들고 동화하게 만드는 재미난 공연이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6.12 16:34 ADDR 수정/삭제 답글

    이거 영국에서 공연할 때 아주 난리였지.. ^^ 난타는 이제 좀 지루하지 않나.. ^^

  • Favicon of http://www.mediamob.co.kr BlogIcon 미디어몹 2007.06.14 16:18 ADDR 수정/삭제 답글

    T레이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 Favicon of http://luckydos.tistory.com BlogIcon luckydos 2007.06.18 20:2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이런 문화를 잘 경험하지 못해서 그러는지, 영 어색합니다..^^

    그래도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직접한번보고 판단을 하고 싶네요..^^

기자여, 이제 그만 깰 때도 되지 않았나

여느 날처럼, 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습니다. 종이 신문을 뒤적이지 않은 지 이미 오래되었고, 이젠 화면으로 신문을 보는데 훨씬 익숙해 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2007년 4월 6일, 18시 31분에 등록된 경향신문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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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문 구독 느는데, 한국만 감소… 정부 언론 불신 조장

이 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일간 신문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줄어 든다는 군요. 그 원인이 정부에 있답니다. 정부가 언론을 믿을 수 없게 만든 탓에 신문 부수가 줄어든다는 군요. 게다가 읽기의 근본인 신문을 안 읽어서 한국의 미래가 염려스럽다(!)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종이 신문 발행부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저만 해도 신문을 끊은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갑니다. 왜냐구요? 인터넷에서 신문을 다 볼 수 있는데 굳이 종이 신문을 봐야 할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포탈 사이트에서 마우스 클릭만 하면 웬만한 신문 기사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종이 신문을 보려 해도 신문 지국들이 펼치는 이벤트도 불쾌합니다. 모처럼 휴일 날 쉬고 있는데 초인종을 눌러 자전거를 준다나, 밥통을 준다나, 요즘은 아예 상품권을 나눠 줍니다. 일단 상품권을 들이 밀고 엉겁결에 받으면 신문을 보라고 떼를 씁니다. 솔직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신문 구독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대한민국이 세계 제1의 인터넷 활용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 때문에 앞으로도 신문 발행 부수는 줄어들면 줄어들지 늘지는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무섭게 늘어나는 무료 신문도 기존 신문 판매를 줄이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군요.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이 됩니까. 그 얘기를 하려면 우리나라 종이 신문 구독자 수가 언제부터 줄기 시작했는지 그걸 밝혀야 할 겁니다.

대표적인 예로 신문들이 지하철 가판을 발행하지 않은 건 2001년 이후부터 입니다. 정 의심이 가신다면 여길 한 번 눌러 보세요. 중앙일보는 2001년 10월 16일부터 가판을 중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http://ad.joins.com/article.asp?key=2003030709071220002400


대통령이 당선된 건 2002년이니까, 그전부터 신문 판매 부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줄기 시작한 신문 부수를 2002년 겨울에야 당선된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말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신문 판매 부수가 줄어든 건 인터넷 탓도 있고, 아침마다 뿌려지는 무료 신문 탓도 있습니다. 좀 확대해서 말하면 소비자들이 더 이상 신문을 돈 주고 사봐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그 관점을 조금만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든 대신 인터넷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기사에 대해 활발하게 펼쳐지는 소비자들의 댓글 운동이 이를 입증합니다. 기존 종이 신문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른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 웃기지도 않습니다.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만 신문을 읽는 것이고, 인터넷으로 읽는 사람들은 읽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종이 신문 발행 부수가 줄었으니,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터넷으로 읽는 것은, 읽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당신들은 왜 인터넷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까?

게다가 '읽기의 근본은 신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이 주장은 어디에 근거한 것입니까. 신문이 그렇게 글을 잘 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소위 말하는 일간 신문 기사 중에서 매끄럽지 못한 기사를 종종 발견합니다. 더욱이 잘난 척하느라 쓴 한자말 투성이 신문은 우리 말까지 버려 놓고 있습니다. 글은 어렵게 쓰는 거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좋은 우리 말 대신 한자말로 도배하기 시작했고 배운 사람들도 알아 먹기 어려운 문자를 써가며 기사를 써댑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논술 잘 보려면 신문 사설을 읽으라 했습니다. 그 얼마나 어리석은 글짓기입니까. 어려운 문자 투성이인 신문 논술을 보다 보니, 글은 어렵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배웠다는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을라치면 한참을 생각해야 무슨 말인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말합니다. 좋은 글, 잘된 문장은 누구나 읽기 쉽고, 알기 쉬운 문장이지 어려운 말로, 그네들이 잘 쓰는 표현에 따르면 '현학적인' 표현이 가득한 문장이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초등학교 논술 교재들은 쉽게 쓰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가수들은 음반 대신 MP3를 팔아야 하고, 모든 콘텐츠 상품들은 디지털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문은 어떻습니까. 자생적으로 살아 남기를 포기하고 포탈에 기대어 신문 기사를 팔아 먹기에 급급합니다. 모든 지식 상품이 디지털 콘텐츠로 변화한다면 신문도 과감히 변화할 줄 알아야 합니다. Mp3 파일을 복제한다고 욕하기 전에 mp3 파일을 사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신문을 인터넷에서 공짜로 읽는다고 비난하기 전에, 신문 기사에 대한, 혹은 또 다른 방법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신문사가 미래에도 먹고 살 길입니다.

정말 말하고 싶지 않지만 최근 이슈가 된 기자실은 또 어떻습니까. 솔직히 기자실이 열린 공간입니까. 일부 기자들한테만 공개된 폐쇄된 공간입니다. 기자실에 들어가려면 다른 기자들한테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왜냐구요. 그건 기자실에 출입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그 특권을 없애려고 하니, 아니 그 특권을 공개하겠다고 하니까 기자실에 출입할 권한을 가진 전 언론 매체가 들고 일어나서 언론 탄압이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 탄압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또 들이대는 것 아닙니까. 여기에 대션을 앞둔 일부 정치인들이 기존 언론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기자실 개혁이 언론 탄압이라고 거들고 있습니다.

솔직히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도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습니까. 알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보도할 권리도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도할 권리가 자기네한테만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도할 권리를 개방하겠다고 하자 기존 권리를 가진 언론이 저 난리를 치는 것 아닙니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의 권력(기존 언론의 권력)도 일반 시민들의 권력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미디어는 변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모르고 아직도 예전의 기자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몸살하는 여러 기자들, 그리고 언론들에게 감히 말씀 드립니다. 시대의 변화를 모르고 있다면, 아니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고 싶다면 이제 그만 그대들의 펜을 꺾으십시오. 아니, 그대들 앞에 놓인 키보드를 꺾으십시오. 꺾지 않고 버틴다 해도 변화하지 않는 그대들은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뿐입니다. 이제 그만, 예전의 꿈에서 깨어나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 FIN

  • Favicon of http://www.happyblog.kr BlogIcon 열심히 2007.06.06 02:01 ADDR 수정/삭제 답글

    뭐.. 저희 아버지는 논현역이 논현역인 것도 놈현 때문이라고 ㅠ.ㅠ
    처음엔 못 알아들었다니깐요...

    대통령 바뀌면 '누구 때문에' 를 누구 탓으로 돌릴지 궁금하네요.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6.06 04:31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어쩜.. 너무나 감동적이군... 역시 자네 글빨 죽지 않았어.. ^^
    안에서 겪고 본 경험이 없으면 이런 글 나오기 힘들지... 당신이 그 말도 안되는 신문쟁이 출신이기에 더 감동적인 것 같소.. ^^

    내가 그 기사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은 다하다니.. ^^

  • Favicon of http://taeho.net BlogIcon 스타탄생 2007.06.06 13:16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글 마음에 와닿게 잘 읽었읍니다.
    전 아직도 종이신문 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편향된 정보에 기준이 잡힐수도 있기에 반대 성향의 인터넷 신문도 보는 편입니다만 여러 신문 비교하다 보면 참... 같은 기사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둔갑하는 것도 많이 보게 되는군요.
    그 기준을 남에게 맡기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도 골라내고 받아들이는 선혜안을 키우는 노력을 하는게 중요하다 생각듭니다.

  • Favicon of http://blog.naver.com/ver BlogIcon 관망 2007.06.07 15:00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를 달아놓는 해당 신문사를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 언론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싫어하나 봅니다.
    이렇게 억지를 부려서라도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면 이럴수록 언론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을까요?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6.08 18:47 ADDR 수정/삭제 답글

    '원츄'를 날립니다..

    막 술 받아드리고 싶어요..

로마인이야기 - 몇 번씩 읽어야 밝혀지는 숨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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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를 처음 만난 건, 로마인 이야기가 한길사에서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나오던 1995년, 바로 그 해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서점에 들었을 때 왜 로마인 이야기를 샀었는지 그 기억은 가물 가물 하지만 - 표지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아니면 출판사의 광고 문구에 현혹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 - 어쨌거나 나는 로마인 이야기 1권을 사들고 서점을 나오게 되었다.

집에 와서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가 결국에 나는 버티지 못하고 책을 내려 놓아야만 했다. 로마인 이야기의 서론 격에 해당하는 제 1권은 그야 말로 단순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풀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아무리 참고 읽으려 해도 시오노 나나미의 작가적 상상력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쩜 이렇게 지루한 책을 내가 뭐하러 샀을까, 그런 후회가 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로마인 이야기 1권은 고이 책장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내가 산 책 중에서 지루한 책들만 모아 놓은 그 어느 구석으로 말이다.

세월이 지나 난 우연찮게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꼬박 오십분을 가야 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였을 테다. 때마침 집 근처 지하철 역은 종점에 가까운 관계로 아침엔 100% 앉아갈 수 있었고, 저녁 퇴근할 때도 자리를 잡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갈아타지도 않는 노선이었던 탓에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권 책을 읽어대다가 결국은 더 읽을 책이 없어서 다시 로마인 이야기를 잡았을 지도 모르겠다.

1권은 역시 지루했다. 그래도 시작한 거 2권에 도전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권과 달리 2권부터는 시오노 나나미의 작가적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상상력이 덧붙여 있으니 나는 내가 역사서를 읽는 것인지 소설을 읽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로마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스키피오와 한니발이 등장하는 포에니 전쟁의 시대를 거쳐 카이사르가 등장하면서 로마인 이야기의 재미는 극치에 달한다. 카이사르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확인이라도 하듯 시오노 나나미는 스스로 그의 '팬'을 자처하면서 몇 권의 분량을 모두 카이사르에 할애하는데, 이 부분에 도달해서는 거의 숨쉴 틈도 없이 읽어대야만 했다. 아니, 내 손이 그렇게 책장을 넘겨가고 있었다.

카이사르 이후에 로마인 이야기는 또다시 약간 지루해진다. 하긴 카이사르 만큼 극적으로 살았던 사람이 또 있었을까. 로마 황제 그 누구라도 카이사르 만큼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소재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옛날 사람들 얘기를 주욱 읽다 보면 똑같은 책을 몇십번씩 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의 고사들을 살펴봐도 사서삼경을 몇 번 읽었네 주역은 어쨌네, 손자병법을 달달 외웠네 머 그런 얘기들이 나온다. 처음에 난, 책이 없던 시절이고 그런 거 밖에 없으니 자주 읽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좋은 책은 몇 번씩 읽어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난 로마인 이야기를 두 번 읽었다. 정확히 말하면 1권부터 8권까지는 두 번, 9권부터 13권까지는 1번씩 읽었다. 몇 번을 더 읽고 나서 이런 말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두 번째 읽었을 때가 첫 번째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그 오랜 역사와 수많은 사람과 사건들, 심지어는 지명들 조차 한 번 읽을 때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는데 두번째 읽으니 아, 이런 일이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겨우 두번 정도 읽은 탓에 난 아직도 로마인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강의 시대적 배경과 지역, 인물에 대한 희미한 틀 정도는 잡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다음 책이 나오기 전에 난 앞 부분의 책들은 세 번, 뒷부분은 두 번 정도를 더 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역사는 당연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시오노 나나미는 책 중간 중간에 스스로 밝힐 정도로 로마의 팬이며 그에 의해 쓰여진 로마 이야기는 로마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칭송하는 이야기가 될 터이다. 이 점을 이해하고 로마인 이야기를 접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이 쓴 로마 역사를 참조해도 좋을 터이다. 참고로 네루가 쓴 세계사 편력에서는 로마를 전쟁에 미친 호전적 야만족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13권까지 출간된 로마인 이야기는 15권까지 출간될 예정이라 한다. 한글판을 기준으로 해도 1995년에 1권이 나왔으니 벌써 10년을 훌쩍 넘기고 있는 셈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방대한 사실과 이야기와 작가의 노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이다.

15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로마인 이야기에는 평점을 줄 수 있다. 별 다섯개 모두를 줘도 아깝지 않을 명작이다. 한 번 읽으면 그 명작의 가치를 느낄 수 없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그만큼 로마에 해박해지면 해박해 질수록 로마인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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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한길사

그리고 어느새 로마인 이야기 15권이 나왔다. 15년간 공들인 역작인 까닭에 사람들의 관심도 높고, 좋은 얘기도 많이 듣는다. 솔직히, 로마인이야기를 읽다보면 1권은 지루하고 2권부터 서서히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다가 9권 현제의 세기를 지나면서 또 다시 지루한 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방대한 책을 한 번 읽고 지루하네 안하네 말할 수는 없는 일. 하긴,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로마인이야기를 읽어야 이 책의 재미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될까.

  • ^^ 2007.06.01 09:21 ADDR 수정/삭제 답글

    한 번 읽고는 절대 내 책이 될 수 없는...ㅋㅋ
    나오는 인물 이름도 헤깔린다는 바로 그 책 로마인 이야기^^
    새삼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1 18:01 신고 수정/삭제

      네, 정말 여러번 읽어야 가치가 됩니다 ^^ 꼭 도전 성공하세요

  • Favicon of http://gillian2.tistory.com BlogIcon 열심히 2007.06.01 12:22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이걸 두번씩 읽으셨다니~~ 저도 카이사르 편 (4-5권)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손에서 뗄 수가 없더라구요.
    로마인 이야기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는 1권부터가 아니라 꼭 4권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니까요~~ ^^
    15권 완간되었다고 하니 저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네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1 18:02 신고 수정/삭제

      앞 부분은 세번째 읽고 있는 걸요 ^^ 그러니까 조금 감이 오더라구요... ^^ 2권 한니발 나오고 카이사르 나올 때까지는 정말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에요.. 그쵸?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6.02 00:23 ADDR 수정/삭제 답글

    난.. 시오노나나미의 역사 인식이 맘에 안들어... ㅜ.ㅜ
    읽으면 읽을수록 싫어지니... 내가 마음이 좁은게 맞겠지..?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2 09:07 신고 수정/삭제

      아무래도 일본인이라 그런지, 기독교를 비꼬는(!) 듯한 표현이 군데 군데 숨어 있지요? ^^

  • 무브온21(커서) 2007.11.28 00:53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제 1권 읽었습니다.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15권까지의 먼 길 기대됩니다. ^^

내 마음속의 자전거, 자전거를 소재로 한 살아가는 이야기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 속의 자전거'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자전거에 대한 기초 상식은 물론 자전거 종류에 대한 소개, 그리고 유명한 자전거들에 대한 얘기가 가득하다.

물론 이런 류의 일본 만화는 참 많다. 초밥 마니아를 위한 '미스터초밥왕',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골프 만화 '골프천재탄도', 그리고 요즘 부는 와인 열풍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신의 물방울'...

'내 마음 속의 자전거'는 이런 만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자전거 얘기를 다룬 책이다. 그런데 '내 마음 속의 자전거'는 위에서 말한 다른 책들과 좀 다르다. 내 마음 속의 자전거는 자전거 얘기를 다루지만 자전거가 주인공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 한 편 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이른 바 옴니버스 방식이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렇게 부담없이 읽다 보면 어느새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그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삶을 동경하게 된다.

12권까지 나왔던 이 책. 드디어 13권이 나왔다. 너무 오래 기다린 느낌이 있지만, 그래서 어쩌면 앞 부분 몇 권을 다시 되짚어 읽어야 겠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감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전거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자전거를 막연히 타고 싶은 사람들도 읽으면 좋은, 그런 책이다. / FIN

* 내 마음 속의 자전거 13권 사러 가기
  • 샬랄라 2008.04.13 00:19 ADDR 수정/삭제 답글

    (ps. FIN은 뭘까요? (음, 궁금~~~))

    자전거 종류를 무지 많이 알게 되는 좋은 책이죠 ^^ ㅎㅎ
    강추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13 17:19 신고 수정/삭제

      Fin은 프랑스말로 펭 혹은 뼁이라고 읽고요, '끝'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로 하면 End가 되겠네요~ ^^

회초리 같은 책, 우리 글 바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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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 발행된 우리 글 바로 쓰기 1권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 글 바로 쓰기'는 초판이 나온지 벌써 18년이 되었지만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만드는 회초리 같은 책이다. 잘난 척 하느라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과 글을 다 버려 놓았다고 호통치는 듯한 모습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쉽게 써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면 될텐데,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한자어와 일본어를 조합해 기괴한 낱말들을 만들어 내는,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들'한테 던지는  선생님의 충고는 호령하다 못해 애원하는 듯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대상은 세상 여론을 다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저 당당한 거대 신문사들이다. 그들이 얼마나 잘난 척 하기 위해 어려운 말을 쓰는지 지적하고 그 말들을 쉽게 풀어 썼을 때 얼마나 읽기 쉽고, 알기 쉬운지 알려준다. 신문사 뿐이랴. 가방 끈 길다고 하는 수많은 논문들, 잘난 척 하는데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정치인들도 혼나는 대상이다. 책 속에서 선생님이 그들의 잘난 척 하는 말투를 하나 하나 지적할 때 나는 은근한 쾌감 마저 느낀다.

말과 글은 살아 있어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따라 변하게 된다. 쓰던 말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말이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 소통이라는 원래 목적을 무시하고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의 도구로 쓰이면서 사라지고 태어나서는 안된다. 말과 글이 이렇게 변질되면 우리도 손해다. 그 어려운 말과 글을 알아 듣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많이 배우고 생각도 많이 한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쓰는 어려운 한자들을 이렇게 쉽게 풀어쓸 수 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세 번 정도 읽었지만 아직도 바꿔 쓰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것인가. 글 쓰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내 남은 인생의 일로 삼으려는 나에게, 우리 글 바로 쓰기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참고로 이 책은 총3권이 나왔다. 글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 블로거들에게 권하고 싶다.  블로거들이 쓰는 글이 세상을 변화시키듯,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4 16:33 ADDR 수정/삭제 답글

    그 거대 신문사에 몸 담았었으니..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구만... ^^
    형 한테도 좀 빌려주라..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17 20:51 ADDR 수정/삭제 답글

    꼭 사서 옆에 두고 싶은 책이네요
    블로그를 한답시고 글을 올릴때마다 맞춤법,띄어쓰기,적절한 단어 선택등등
    어려운게 하나 둘이 아니었거든요..혹 절판 된 건 아니겠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7 23:06 신고 수정/삭제

      제가 알기루 3권까지 나왔는데 1권은 모르겠고 2,3권은 아직 팔고 있을 듯 합니다

  • Favicon of http://cyworld.com/lawdol1004 BlogIcon 이상우 2007.05.23 11:09 ADDR 수정/삭제 답글

    이오덕 선생이 누군가?
    우리말 글쓰기의 신화적 존재이다.
    허구적 동심이 아닌 진심이 담긴 동심을 발굴해낸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지킴이였다.
    권정생 선생을 후원하고, 단순한 국수적인 우리말 사랑이 아닌, 참우리말 지킴이였다.
    아, 이오덕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3 13:34 신고 수정/삭제

      네,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입니다

  • Favicon of http://paranmin.net BlogIcon 유마 2007.05.23 11:58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글쓰기를 연습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본 책이 이오덕 선생님의 책이었습니다.
    정말 반성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옆에 두고 끊임없이 봐야할 책!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3 13:34 신고 수정/삭제

      옆에 두구 내내 공부해도 항상 부끄럽더라구요 ^^

  • 수월 2007.05.23 19:29 ADDR 수정/삭제 답글

    한자어도 우리글입니다. 한글만이 우리글은 아닙니다.
    쉬운 순우리말을 발굴하고 널리 쓰려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한자어를 배척하는 시선은 아니어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이라 할 때 벌써 '존경'과 '선생'이라는 한자어가 들어갑니다.
    '책'이라는 단어도 한자어이지요. 역사적인 뿌리를 볼 때도 한자는 우리 민족이 만든 글입니다.
    한나라의 글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은하수 '한'자이고 거기에서 한'일'자가 나오고
    한민족, 한글과 다 통하는 의미입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3 21:30 신고 수정/삭제

      이 책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자어를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고운 우리 말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한자말로 쓰는 나쁜 버릇들을 고치자는 뜻입니다. 좋은 우리 말이 한자 말에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얘기지요. ^^

넘버3는 잊어라, 우아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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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조폭 영화를 찍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난 자연스럽게 넘버3를 떠올렸다. 비단 나 뿐일까. 송강호를 알고 넘버3를 아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똑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재미있거나 스릴 있는 조폭 영화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게다가 영화를 홍보하는 측에서는 생활 느와르니 어쩌니 하는 문구를 퍼뜨렸고 자연스럽게 넘버3와 송강호를 연결시켰다. 그러니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된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 아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닌 가족 영화다. 아버지의 직업을 조폭으로 묘사했을 뿐, 사십대 가장의 힘든 삶을 표현하려 한 가족 영화다. 솔직히 배신이나 칼부림은 조폭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버지들이 일하는 비즈니스의 세계, 그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억압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들이 비수처럼 날아다닌다. 그러니 결국 조폭이든 아니든 이 시대 40대 아버지들은 똑 같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하긴 40대 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만들었으면 누가 영화를 보겠는가. 여기에 조폭을 결합해서 뭔가 얘깃거리를 만들려 한 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 선입견을 갖고 오게 될 관객들에게 이는 일종의 배신일 뿐이다.

당연히 영화 전체엔 긴장도 없고 스릴도 없다. 간간히 배어나는 웃음의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기엔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군데 군데 눈에 띄는 엉성함들이란… 시나리오의 전개를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들었다.

조폭 얘기. 이젠 좀 지겹다. 하긴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은 영화감독 친구에서 정말 새로운 조폭 영화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지만 결국 잔인함의 강도만 더해질 뿐,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40대 아버지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조폭의 소재를 끌어오다니. 차라리 색다른 직업을 끌어들이는 편이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영화에 대한 평가는 포기. 드라마를 원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볼 만 하겠지만 나처럼 넘버3의 기억을 안고 볼 거면 절대 비추.

마지막으로 성남의 롯데시네마 4관. 극장은 작고 화면은 커서 처음엔 어울렁증이 날 정도이고 푸드코트는 한숨이 날 정도. 왜 사람들이 큰 극장으로만 모이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밖에 없다. 작은 극장이 갖출 수 있는 경쟁력이란 큰 극장 따라하기가 아닌, 자기만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 아닐까. / FIN

ps> 사진은 우아한 세계 홈페이지의 포스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해 받은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1 08:20 ADDR 수정/삭제 답글

    롯데시네마... 아마 다시는 안가겠지?... ㅋㅋ 극장 자체의 설계도 그렇고.. 뭐 사람들과 매표까지는 깔끔하고 좋았는데.. 인프라가 영ㅜ.ㅜ 객석 설계가 왜 그모양이지?...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1 09:18 신고 수정/삭제

      그르게요 그 정도 수준이면 차라리 큰데 가지 ^^

한 판의 게임을 즐기듯 보라, 영화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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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올림픽의 꽃이라 부르는 마라톤의 기원이 된 마라톤 전투 이후 10년, BC 480년에 선왕 다리우스의 의지를 이어 받는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100만 대군(영화 속에서는 100만,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30만이라고 했다)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한다. 후세 역사가들이 '페르시아 전쟁'이라고 부르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 '300'은 페르시아 전쟁 중 장렬히 죽어간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와 300명의 전사를 소재로 만든 액션 스펙타클이다.

사실 역사에서 소재를 따 왔다 뿐, 이 영화는 역사를 현실적으로 증명하려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철저한 오락 영화다. 시나리오를 빌어 온 원작 역시 만화였다 하니, 영화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맞네 틀리네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

따라서 영화 전체의 느낌도 만화스럽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캐릭터는 과장되고,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한 전투 장면은 만화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착각이 들 정도. 하늘을 가리며 까맣게 쏟아지는 화살 장면은 반지의 제왕과 황후화 등 판타지 영화들에서 이미 익숙하지만 여전히 감탄할 만한 장면이다. 만화와 같은 장면의 연속에서 왕을 비롯한 전사들은 끊임 없이 밀려드는 적을 도살하고 혹은 적에게 목을 베이고 만다.

어차피 오락 영화. 영화의 사실성이나 짜임새를 떠나 얼마나 재미있게 몰입해느냐가 관람의 포인트 일 듯. 화려한 액션과 전쟁 장면 때문에 이 영화가 남자 영화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멋진 근육을 드러내며 화면을 오락가락 하는 전사들 때문에 여자들이 봐야 할 영화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을 빠져들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한 마디로 재미있다는 뜻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무언가 가슴에 짜릿한 감동을 안고 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절대 비추. 만화를 보듯, 게임을 즐기듯 그렇게 영화를 즐길 사람들에게는 절대 강추이다.

역사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역사 이야기로 마무리 짓자. 300은 레오니다스와 함께 전투에 참가한 300명 중 한 명인 딜리우스가 전투를 목전에 둔 병사들에게 레오니다스 왕의 얘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했고, 그 얘기가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딜리우스의 연설에 용기 백백한 채 벌떼처럼 일어나 페르시아 군을 향해 쳐들어가는 이 장면은 레오니다스 왕이 숨진 이듬해 플라타이아이 평원에서 스파르타군 1만을 포함한 그리스 연합군과 페르시아군의 전투이다. 영화에서는 짤렸지만(!) 이 전투에서 그리스 연합권은 대승을 거두고 결국 기원전 478년, 페르시아 전투는 막을 내리게 된다.

역사는 역사고, 영화는 영화다.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평도 들리긴 하지만 어차피 전쟁 장면이 가득한 영화란 다 그런 거 아닌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잘려진 신체 부위가 이리 저리 튀어다닌다. 이미 우린 오래 전부터 그런 장면들에 익숙해져 있다. 감당할 수 있으면 보는 것이고, 감당할 수 없으면 보지 않으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 속의 액션을 즐기기 좋아하는 나에게 이 영화는 5점 만점에 4점을 줄 만한 영화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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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amdostory.tistory.com BlogIcon 백골중대 2007.03.23 17: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평만 하고 있지말고, 언능가서 근육을 만듭시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3.26 00:54 ADDR 수정/삭제 답글

    들리는 소문에는 근육도 CG 터칭을 했다고 하더군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3.26 13: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쨌거나 저는 근육엔 별 관심 없다는... ^^

무슨 말을 하고픈 건가 - 검색엔진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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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마케팅
알렉스 마이클 / 벤 샐터
나무커뮤니케이션 전략기획팀
㈜행간
2006년 12월 11일 발행
13,000원

인터넷으로 무언가 일을 하려면 반드시 검색 엔진을 이용해야 한다고 잘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검색 엔진은 인터넷의 핵심 도구다. 이런 까닭에 검색 엔진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은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고, 실제로도 많은 마케팅 사례들이 진행 중이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하려면 반드시 검색 엔진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검색엔진 마케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관련 서적도 많이 출판됐다. 검색엔진 마케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일을 하는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정보를 주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신중하지 않은 번역과 매끄럽지 못한 문투는 이 책의 최대 단점이다. 직역에 치우친 나머지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의 문장들이 군데 군데 섞여 있으며 전문 용어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물론 인터넷 마케팅이나 검색 엔진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용어들이 영어이며 이를 우리 말로 적절하게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용어들이 어떤 뜻인지는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는데,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용어 정도는 다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대충 설명하거나 그나마도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렇다면 이 책 맨 뒤 표지에 적혀 있는 '검색 엔진 마케팅에 관심 있는 누구나 쉽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이 책을 번역한 회사 대표의 추천사는 단순한 광고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을 가지고 있다', '~을 바란다'라는 식의 전형적이니 번역 어투는 책을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고 Chapter를 그대로 '챕터'라고 써 버린 부분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이라고 써 붙인 부제가 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 상황에 걸맞지 않는 사례들, 화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번역서의 한계라고 인정하기엔 왠지 어설프다.

사람들이 책을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그 이유의 끝을 쫓아가 보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 물론 그 돈은 지식을 공유하는데 대한 대가이기도 하고, 출판 작업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기도 하다. 책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진짜 책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고 둘째, 책으로 은근슬쩍 홍보 효과를 얻어 다른 쪽에서 돈을 버는 것이다. 첫째 조건이 만족되면 둘째 조건이야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일 테지만 첫째 조건을 만족시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베스트셀러란 하늘이 점지해야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둘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속내를 너무 드러낸다는 것도 치명적 단점이다. 책 뒤에 수록된 사례 연구는 '사례 연구'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로 특정 회사의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광고주가 직접 자신들의 광고 경험을 기술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각 내용의 결론은 어떤 회사에 대해 고맙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로 그 회사가 고마울 수도 있고 광고주는 솔직히 그를 표현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옮긴 사람들의 회사가 그 회사의 자회사라는 점, 그 회사의 임원이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썼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례 연구를 쓴 사람들의 의도나 이를 실은 편집자들의 의도는 결코 순수해 보일 수 없다.

결국 이 책은 출판의 이름을 빌어 무언가 속내를 감춘 책이 틀림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정보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독자들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번역 문투를 이해하려 애쓰다 결국 모 업체의 이름만 듣게 된다. 무엇하러 출판을 했는가. 차라리 무료 배포판을 만들어 관련된 업체와 그 업체 광고주들에게 나누어주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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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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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난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 때 만큼 많은 책을 읽었던 적도 없었고 그 때 만큼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많았던 적도 없었다. 게다가 어째 저째 해서 근 4학기를 도서관 근로장학생 자리까지 얻어냈으니, 내 대학 시절은 도서관을 떠나 생각할 수가 없다.

도서관을 그렇게 뻔질나게 돌아다녔고, 나름대로 수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손 대지 않았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고려원에서 출간했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였다. 나름대로 고고한 문학도였던 나는 어라? 도서관에 웬 무협지? 이거 정말 질 떨어지는 일이네... 하는 편견을 심하게 가졌었고 의도적으로 영웅문 시리즈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손 떼 묻고 낡아서 몇 번씩 책 표지를 보완해야 했던 영웅문 시리즈는 도서관 서가에 어지럽게 꽂힌 채 내 이십 대의 기억에만 남아 있었다.

사회 나가서 이런 저런 직장을 거치던 중,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에 있는 직장엘 다닐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기억을 살려서일까. 점심시간 틈만 나면 서점으로 달려갔고 심심할 때마다 서점에 들르는 것이 버릇 처럼 되었다. 거기에 갈아타지 않고 지하철 한 코스로 45분 걸리는 출퇴근 길도 나를 도왔다. 지하철 타기만 하면 내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해 난, 200여권의 이런 저런 책을 읽어치웠다.

뻔질나게 서점을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철 지난 탓에
싸게 파는 책들을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다. 이문열 평역 수호지 전집도 그때 구입했다. 이런 저런 책 값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싸게 파는 책에는 일단 호감을 가질 수 밖에. 김용의 영웅문을 손에 넣었던 건, 가격이 싸다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거다.

영웅문 시리즈 첫번째 책부터 김용은 나를 정신없이 사로잡았다. 무협소설이란 걸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무협소설이 이렇게 방대한 줄 알았다. 대하역사소설이라고 해야지, 이런 걸 어떻게 무협소설이라고 한단 말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정신없이 전 권을 다 읽어치웠고, 내친김에 무협소설에 입문해 보고자 이런 저런 책들에 도전해 보았다.

아, 그러나 나는 몇 권을 더 읽기 전에, 무협소설에 지쳐 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의 이름만 다르지, 그 나머지 행적은 결국 그 얘기가 그 얘기였다. 마치 여자 주인공만 바뀐 포르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대다수 무협 소설의 내용이 그렇고 그랬단 말이다. 주인공이 배신을 당해 상처를 입고 버려졌는데 심심산중에서 기연을 얻어 희한한 무공도 배우고 천하의 영약도 얻어 울트라캡숑 강력 무술인으로 태어나 복수도 하고 온갖 여자를 차지한다는, 다 그런 내용이었던 것이다.

결국 다시 나는 김용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김용으로 인해 무협소설에 눈을 떳지만, 김용 외에 다른 무협 소설은 나를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김용을 무협작가로 몰아붙인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김용의 작품은 무협이 아니라 대하역사소설이기 때문이었다.

고려원에서 나왔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얼마전 김영사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김영사 주장에 따르면 예전에 나온 책은 모두 해적판으로 번역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내용도 매끄럽지 않단다. 그렇게 예전에 읽은 책의 표현을 어디 다 일일이 기억할 수 있으랴. 그냥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할 따름이지. 몇 년 만에 다시 읽은 영웅문 1편 사조영웅전은 그 때보다 더 새로운 매력으로 나를 감동시켰다.

사조영웅전. 하도 유명해 누구나 다 아는 내용, 말할 이유가 있을까. 별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를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다. 한 번 손을 대면, 쉴 새 없이 읽어야만 하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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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aranmin.net BlogIcon 유마 2007.01.05 00:13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국민학교시절 막 영웅문이 발간되기 시작했을 무렵, 서점을 찾아다니며 한권 한권씩 모아 결국 고려원 발간작 18권을 모두 모았었지요.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저를 무협소설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제 가보로 물려주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 고려원 발간의 영웅문 씨리즈라고 말 할겁니다. 그러나!! 제가 군대 간 사이 집이 이사를 하던 와중 무겁다는 핑계로 (사실 책이 좀 많이 있어서;;;) 쓰잘데기 없는 책들만 들고 오고.... 가장 소중히 여긴 영웅문 씨리즈를 모두 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빡세게 훈련 받을 시기에) 나중에 휴가 와서 알게 되었지만, 그땐 이미 버스 떠난 정거장이었습니다... 그 후, 김영사에서 새로이 출판한다길래 사보았지만... 그 번역이 고려원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금도 제 책상 옆 책꽂이에 김영사 영웅문이 보이네요... 고려원 발간 영웅문이 내용상 빈 곳이 있었어도... 그 읽는 맛은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누구에게나 한번쯤 읽어보아야 될 책을 권하라면 삼국지 보다는 영웅문을 먼저 선택할 것 입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1.05 02:32 신고 수정/삭제

      고려원 것이 불법 번역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던 것 같은데, 여튼 옛것의 추억은 새것이 따라갈 수 없는 법이지요 ^^ 긴 댓글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1.05 14:00 ADDR 수정/삭제 답글

    뭐야.. 이건 책리뷰가 아니라.. 본인 자랑이잖어...ㅋㅋ 부럽다.. 대학 4년 근로장학생이라..음냐..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았네..ㅋㅋ

쇼핑의 유혹 - 쇼핑은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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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유혹
토마스 하인(저) / 김종식(역)
세종서적
2003년 12월 / 1만2천원

'쇼핑의 역사와 문화에 얽힌 인간 욕망의 9가지 얼굴'이라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솔직히 말하면 쇼핑 비즈니스에 대한 제안서를 준비하던 상황이었음을 고백해야겠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쇼핑 중독자도 아니고, 쇼핑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인터넷 때문에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된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파워, 책임, 발견, 자기표현, 심리적불안, 관심, 소속감, 축하, 편의라는 아홉가지 관점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쇼핑에 대한 행태를 저널리스트 입장에서 풀어낸 이 책은, 딱딱한 학문적인 용어를 일체 배체한, 그야 말로 쇼핑에 대한 읽을 거리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쇼핑 노하우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즐겁지 않던 쇼핑이 더 즐거워지는 것도 아니다.

요약하면, 이 책은 부르짖는다. 쇼핑은 자아 실현을 위한 본능이라고. 본능이니까 본능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떤 형태였든 어떤 방식이었든 사람들은 자기실현을 위해 쇼핑을 이용해 왔고, 물질적으로 풍부해진 지금은 쇼핑의 본직이 더욱 더 그렇게 흘러갈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 어쩔 것인가? 본능이니까 본능에 더 충실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본능은 감추고, 이성으로 포장된 그럴 듯한 모습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인가?

쇼핑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교양 수준에서 읽어볼만 한 책. 하지만 관심 없는 사람이 이 책에 손이나 댈까? ^^ 미디어브레인의 평점은 3.5이다. 결국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하고 확인을 주는 책이니 말이다. / FIN

칼의 노래 - 담담히 쓰여진 영웅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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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신문기자 출신의 늦깎이 작가인 저자가 신문기자 출신 다운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꾸며낸 이순신 장군의 일기장. 일인칭 소설 답게 장군의 인간적인 면이 그대로 담겨나는 전혀 색다른 이순신 이야기다.

이 책을 추천 받은 건 벌써 2년쯤 되었나 보다. 담담한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지인이 읽어보기를 권했던 책. 그런데 이런 저런 핑계로 읽지 못하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했는데, 나 말고도 이 책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 책은 항상 대출 중이었으니.

그러나 읽어야 할 책은 언제든 손에 들어오는 법. 누군가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고야 말았다. 서점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혹은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서점으로 데려가는 건 다 흉칙한 목적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그러나 나는 내게 이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이 책을 읽게 해 주겠다 하고서는 아직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난중일기와 그 밖의 역사 사료를 찬찬히 검증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작가는 이순신 장군의 개인적인 모습을 면면히 그려낸다. 억울했던 누명, 자기를 따르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 간간히 따르던 여인... 난중일기 자체가 개인의 소소한 면까지 감추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칼의 노래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이순신의 일기장을 훔쳐봄직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레이가 주는 평점은 별 네 개. 논술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도 필독서라 하고,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 아픈 사람들에겐 이순신 장군의 사람 대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듯 싶다. 내 삶에서 저렇게 덤덤한 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일까... / FIN

운명 같은 사랑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 존스 보다는 영화의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른다. 어쩌면 실재 존재하는 그 다리들의 사진이 더 유명한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이곳 저곳 돌아디니며 사진을 찍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여자는 고향을 멀리 떠나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 이미 오래 전에 정착해버린, 평범한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그런 덤덤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단지 스치듯 만났을 뿐인데 둘은 운명처럼 사랑한다. 그것도 여자의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운 단 나흘 동안 사랑을 한다. 단 나흘의 사랑... 남자는 여자에게 떠날 것을 간청하지만, 여자는 책임감 때문에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나흘 동안의 감정을 평생동안 간직하며 그렇게 산다.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 서로를 품었지만, 그리고 여자가 그 책임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와졌을 때 만나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여자는 먼저 떠난 남자의 유품을 받고, 그 유품 속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남자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 여자도 남자의 뒤를 따른다.

시공사에서 나온 이 책은 단단한 하드 커버에 부담없이 손에 쥘 수 있는 두껍지 않은 책이다. 마음 잡고 한 두시간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짧은 사랑과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평생 간직하는 두 사람의 마음에 차마 중간에서 내려 놓을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내세가 있다면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다시 만났을 것인가.
그래서일까. 한 손으로 책을 펼쳐 들고, 그녀 옆에 앉아 한 장 한 장 읽고 싶은 책이다. 두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우리에게 이입시키고, 그러면서 한 장 한 장 넘기고 싶은 책이다. 밤이 새도록 그녀 옆에서 읽으면서, 그들의 사랑을 따라가고 싶다. 

미디어브레인의 평점 별 4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읽어도 후회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