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비밀을 만들고 공유하는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4
작은 비밀을 만들고, 공유하는 법

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그땐 탁구가 꽤 유행이어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던 저도  친구들과 탁구장 몇 번 갔었지요. 어느 주말이었을 텐데 탁구 치고 좀 느지막이 집에 왔는데 아버지께서 뭐하고 왔느냐고 물으시기에, 탁구 좀 쳤어요, 대답했었습니다. 제 딴에 아버지는 남자니까, 탁구 친 거 정도는 아셔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문제는 밤에 터졌습니다. 성적표를 보여 드려야 했는데 - 왜, 도장 찍어가야 하잖아요. ㅜㅜ - 성적이 좀 떨어졌던 거죠. 엄마한테 야단맞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한 말씀 하시더군요. “공부 안 하고 탁구나 치러 다니니 성적이 이 모양이지.” 아들이 운동하고 담쌓고 사는 걸 아는 엄마는 “얘가 무슨 탁구를 치러 다녀요.”라고 의아해하셨지요. 그때 아버지 말씀이 저한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다 알고 하는 소리야.”

그 뒤로 저는 아버지께 제 비밀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와 사이가 나빠졌다는 뜻은 아닙니다(아이를 키워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 요즘은 아버지와 진짜 사이가 좋습니다). ^^ 하지만, 제 딴에는 아버지와 탁구라는 비밀 정도는 공유해도 되겠다고 싶어 말한 건데 그 비밀이 무기가 되어 돌아오니 많이 서운했던 겁니다. 어쩌면 아버진 이 일을 기억도 못하실 테지만, 제겐 잊을 수 없는 작은 상처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Bert and Ernie: Let me tell you a secret / 20090917.10D.53994.P1 / SML
비밀은 속닥이는 법이지요 ^^ (사진 출처 : Flickr에서 See-ming Lee 李思明 SML님)

그래서일까요. 저는 딸 아이가 제게 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용돈 얘기, 갖고 싶은 것들... 그런 저런 얘기들을 할 때면 저는 그냥 듣고, 조언할 것이 있으면 하고, 엄마 몰래 용돈도 주고, 가능하다면 필요한 것도 사주고 그럽니다. 아이 입장에선 엄마한테 할 얘기가 있고, 아빠한테 할 얘기가 있는 법이지요. 주로 엄마한테 말하기 곤란한 것들을 아빠에게 할 텐데(물론 반대 경우도 있겠지요 ^^) 그걸 아빠가 엄마한테 다 말하면 딸 아이가 아빠에게만 말한 의미가 사라지는 겁니다. 가끔 아내는 둘이서만 속닥댄다고 투덜대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도 딸하고 비밀 만드셔. 물어보지 않을 테니까”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나쁜 비밀을 공유해선 안 되겠지요. 하지만, 그저 소소한 비밀이라도 공유하면 상대가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 비밀이 지켜진다는 걸 알면 또 얘기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겠지요. 딸 아이는 아빠한테 한 얘기는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그러니까 아빠한테는 믿고 말해도 된다는 걸 아는 거지요.

아빠란 존재는 ‘딸 아이가 세상을 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볼 때 어김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항상 내 뒤엔 아빠가 있어, 라고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죠.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고, 때론 눈물도 흘려야 합니다. 때론 좌절하고, 넘어지겠지요. 그때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일으켜주고 다독거리는 역할은 친구나 애인이나, 다른 가족들이 할 겁니다. 아마도 그들이 아빠보다 훨씬 더 잘 할 테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비밀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지요. 아빠와 딸이 소소한 비밀을 만들고 지키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건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섭니다. ‘아빠는 비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라고 딸 아이가 믿으면,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아이는 반드시 뒤를 돌아볼 겁니다. 거기엔 내가 언제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줄 아빠가 서 있다는 걸 딸 아이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 FIN
  • Favicon of http://me2day.net/cheimonas-/ BlogIcon cheimonas 2010.07.14 13:46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많은 부모님들께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부모자식간이 아니라 남녀간에도 통용되는 말이로군요.

  • Favicon of http://no1salr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7.14 15:58 ADDR 수정/삭제 답글

    근디 이넘의 아들내미는 비밀로 하기로 해놓구 마님한테 몰래 꼰지르고..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18:45 신고 수정/삭제

      그래서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들이라네. 아들들은 안 먹혀 ㅋㅋ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10.07.14 17:37 ADDR 수정/삭제 답글

    나이 먹어 좀 빌빌거리는 아빠를 위해 우리딸들이 아빠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전,,,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18:46 신고 수정/삭제

      하하 모든 아빠들의 꿈인가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pp19in.egloos.com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0.07.16 11:27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그렇죠...아들은 제가 비밀 얘기를 하면...그걸 빌미삼아 엄마에게 일러바치고 지가 엄마의 신임을 얻습니다....저는 아내에게 혼나고....

    그뒤로 아들에게 제 비밀을 털어 놓지 않습니다만.....

    이 글을 읽으니....아들 비밀은 제가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드는 군요....

  • Favicon of http://brucemoon.net BlogIcon bruce 2010.12.23 09:20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법을 하나 얻어가는 느낌인데요 ^^ 저도 명심하겠습니다

어마, 아흐... 이게 3D TV구나?

LG 인피니아 LX9500 3D TV가 들어오고 그 첫 주말. 부모님께서 TV 구경하러 오셨습니다. 솔직히 다른 일 때문에 오셨던 겁니다만, 그 김에 3D TV를 보여 드리자 했던 거지요. 사실 가져다 만 놨지 이런저런 일이 많아 딸 아이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아바타와 앨리스를 극장에서 3D로 본 경험이 있는 딸 아이는 아바타처럼 보인다는 말에 3D TV가 뭔지 곧 이해를 했지만 사실 부모님께선 이게 뭐냐? 하는 눈치셨지요.


스카이라이프를 설치하기 전이어서 LG전자에서 샘플로 준 USB 메모리의 3D 영상을 보여드렸습니다. 12분 정도인 이 영상은 짧지만 3D TV의 특징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유용한 영상이죠. 인터넷에서 찾는 분들도 꽤 있는 듯했습니다.



3D TV를 시연하겠다니 딸 아이는 알아서 안경 챙겨오고 준비를 합니다. USB 디스크를 넣고 영상을 찾아 실행하니 양쪽으로 갈라진 화면이 나옵니다. 이제 리모컨의 입체영상 버튼을 누른 후 영상을 하나로 합치면 끝. 그런데 딸 아이가 조금 이상한 듯 멈칫 하더니, 아빠, 이거 이상해. 그러는 겁니다. 당연하죠. 안경을 켜야 하거든요.



안경테 안쪽 전원 스위치를 켜니 안경이 살짝 어둡게 변합니다. 안경을 쓰고 다시 영상을 감상하는 딸 아이, 와~와~를 연발합니다. 처음 보여주는 자동차 경주 영상. 멋진 자연과 어우러진 자동차 경주가 실감 납니다. 먼 풍경을 잡은 장면에서는 사실 입체감이 조금 덜 느껴지지만, 근접 촬영 장면에서는 입체감이 장난 아닙니다.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을 클로즈업한 화면에서는 마치 휠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딸 아이와 같이 감상하던 아버지는 영 적응이 안 되시나 봅니다. 칠순을넘기셨으니 연세가 높은 탓도 있으시겠지요. 뭔가 눈앞에 다가오는 듯한데 어지러운 느낌도 들고... 3D TV가 양 눈의 시각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가끔 사람에 따라서는 입체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는 사전에 들었습니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죠. 익숙할 때까지 보는 거. ^^ 사실 농담입니다만, 어느 정도 익숙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긴 한 모양입니다. 몇 번 시도한 후에 아버지도 몸을 움찔하거나 손을 내젓기 시작하셨습니다. ㅋ

이 장면에서 샴페인이 화면 밖으로 나오는 듯 합니다만, 보여드릴 수가 없으니

손녀딸의 반응을 보고 궁금해 죽겠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안경을 빼앗아 봅니다. 아버지 보다 젊은(!) 탓인지 어머니는 금방 적응합니다. 앞으로 내어 손을 젓기도 하고, 이번엔 손으로 눈을 가립니다. 무슨 장면인가 했더니, 자동차 경주 장면에서 돌이 튀는 장면이로군요. 이 장면에선 돌이 정말 앞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샴페인을 뿌리는 장면, 물을 뿜는 장면 등에서도 모두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느낌, 꽤 실감 납니다. 극장에서 3D 영화를 볼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3D를 제대로 느끼려면 화면 밖으로 뭔가 튀어나와야 합니다. 어머니의 입에서 어머, 어머 하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꽤 좋아하시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3D 극장에라도 함 모시고 갈 걸, 반성했습니다. ㅜㅜ


이어지는 댄스 영상. 댄서들의 움직임이 실감나고요, 계속해서 나오는 애니메이션 샘플을 보노라면 실사 보다는 애니메이션에서 3D 입체감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들은 조만간 죄다 3D를 지원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가필드에서는 캐릭터들의 입체감이 살아 있고 극장에서 본 앨리스보다 더 실감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거 빨리 3D로 풀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제대로 감상하려면 안경이 추가로 있어야겠더군요. 부모님 모시고 볼 생각하면 다섯 개는 필요하겠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3D 안경 값이 싼 건 아니어서, 따로 사기가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LX9500은 기본이 두 개라 다행이지요. 경쟁사 3D TV를 산 한 선배는 안경 한 개 준다고 꽤 투덜거렸더랍니다(조만간 이 집에 가서 경쟁사 3D TV도 좀 구경할 생각입니다^^).


스카이라이프 3D 시험 방송은 몇 번 봤는데 USB 데모 디스크에 들어 있는 영상 만큼 좋지는 않더군요.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쓰겠습니다.

스카이라이프 3D 시험 방송 중. 안경을 손으로 들곤 볼 수 없어요


여튼 자주 보실 건 아니겠습니다만, 일단 부모님은 이래저래 3D TV에 적응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제 무언가 볼거리를 찾아야겠네요. 유용한 타이틀들이 어서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 FIN

  • 하늘 2010.07.13 10:13 ADDR 수정/삭제 답글

    블로그 잘 봤어요~! ㅎㅎ

  • 구경꾼 2010.07.13 10:29 ADDR 수정/삭제 답글

    화면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
    저도 극장에서 볼때 느껴서 알것같네요ㅋ

  • 가을이왔으면.. 2010.07.13 10:51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사진이 조금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워요ㅜ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3 10:55 신고 수정/삭제

      3D 장면은 카메라로 찍을 수 없어서
      뭘 더 보여드릴게 없네요 ㅜㅜ

  • 덥다 더워 2010.07.14 09:18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저렇게 안경까지 주는구나~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09:49 신고 수정/삭제

      안경 없으면 안되지요 ^^

      참고로 LG는 2개, 삼성은 1개를 기본으로 줍니다. 보통 가족이 서너명은 되니까, 사실 안경을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부담은 있는 거죠 ^^

  • 3D 2010.07.14 09:3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직접 3D Tv 보고 싶은데 흑흑..
    그냥 리류로 이렇게 만족해야겠네요ㅋ

  • 후아 2010.07.14 09:45 ADDR 수정/삭제 답글

    궁금한데.. 화면이 크다 보니까 일반 티비에 비해 전력이 더 필요한가여?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09:49 신고 수정/삭제

      아닙니다.

      무엇보다 LED를 사용한 TV라서
      예전 대형 TV보다 전력 소모가 오히려 적습니다 ^^

  • ddo 2010.07.14 10:04 ADDR 수정/삭제 답글

    3d 영상은 다소 나이 있으신 분들은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젊은 사람들이야 워낙 좋아하지만...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11:22 신고 수정/삭제

      ^^ 연세 드신 분들은 처음엔 좀 어지러워 하시더군요.

      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잘 보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요 ^^

  • ㅎㅎ 2010.07.15 09:18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3D 티비가 가정용으로 나올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ㅎㅎ 놀랍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5 09:48 신고 수정/삭제

      몇 년 지나면 3D 기능은 TV의 기본 기능이 되지 않을까요 ^^

  • 휴식 2010.07.15 09:33 ADDR 수정/삭제 답글

    답변도 일일이 달아주시고 친절하시다~ ㅋ
    블로그 잘 잘보고 갑니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5 09:49 신고 수정/삭제

      댓글 잘 단다고 칭찬 받기는 처음인 듯 ^^

      고맙습니다

  • 우와 2010.07.19 10:16 ADDR 수정/삭제 답글

    3D TV가 이제 가정으로 들어오는 시대가 왔구나~

[미련한 다이어트3] 밥 한 공기를 세 번에 나눠 먹다

다이어트 시작한 지 7주 만에 나는 정확히 10kg을 줄였고 두 달을 넘긴 지금 예전 식사량의 2/3 정도를 먹으면서 무사히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벌써 두 번이나 거하게 음주도 했고, 지난 주말엔 가족들과 거하게 고기로 외식까지 했는데도 몸무게는 변화가 없다. 사실 3개월 정도 기다려 요요 기간이 완전히 끝나면 다이어트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근질거려 못 참겠다. 마흔셋 아저씨가 쓰는 한 달에 10kg 줄인 사연. 세 번째 이야기 시작이다.

다이어트 시작 첫 주는 오이, 당근을 주식으로 깻잎, 상추 같은 풀만 먹고 둘째 주는 사과, 두부, 달걀흰자, 토마토 등을 먹었다고 지난번 글에서 얘기했다. 둘째 주까지만 해도 줄어든 몸무게는 6kg. 둘째 주를 넘기고 셋째 주가 되면서 또 슬슬 음식이 물리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데운 두부는 얼마든 먹을 것 같더니 그것도 몇 번 먹으니까 더 먹기 어려웠다. 토마토는 원래 안 좋아하는 거니 더 찾아 먹을 일도 없고 달걀흰자도 슬슬 지겨워졌다. 이제 뭘 먹나. 게다가 몸에 기운 없고, 가끔 일어설 땐 현기증 나고 눈앞이 까매지는 현상까지 생기자, 솔직히 덜컥 겁도 나고, 살은 그만 빼더라도 밥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 심리란 참 묘하다. 처음 시작할 땐 5kg만 빠지면 어디야, 라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6kg을 넘어서니까 10kg 한 번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다 보니 먹는 일에 살짝 거부감이 생기기도. 게다가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으니 예민해져 뭘 먹을까 고민하느니 차라리 굶을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식증이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더 빼야겠다는 도전정신과 이대로 빼면 큰일 나겠다는 걱정이 충돌한 끝에 도시락으로 합의를 봤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한 공기 분량의 밥과 마른 김, 국으로 도시락을 싼다. 한 공기 밥을 세 번에 나눠 먹는 거다. 그냥 밥만 먹을 수 없으니 마른 김에 싸서 양념장을 살짝 찍어 먹었다. 여기에 두부를 넣은 콩나물국, 무 된장국, 조갯국을 돌아가면서 함께 먹었다.

만날 채소만 먹다가 이렇게 두어 숟가락이라도 밥이 들어가면, 처음엔 어유, 배부르다. 입에서 풀 냄새 나다가 밥이 들어가면 기분도 좋고, 아까운 밥을 홀랑 먹을 수 없어 꼭꼭 씹다 보면 고소한 느낌이 끝내준다. 하지만, 중간에 멈춰야 한다. 한 젓가락만 더 먹을까, 말까... 진짜 사람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했다. 먹던 걸 중간에 멈추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이야.

게다가 탄수화물이 무섭다. 한 번 들어가니 처음 먹을 땐 적은 양만 먹어도 괜찮으나 시간이 지나면 미치도록 공복감이 밀려온다. 물론 하루 세 번 여전히 한약을 먹어 식욕을 다스린다고는 하나, 적게 먹고 먹는 걸 멈춘다는 것. 정말 나는 도를 닦았다. ㅜㅜ

Boiled White rice
<제발, 이렇게 밥 한 번 먹어봤으면! 사진 출처 : "Flickr에서 kamath_ln님의 Boiled White rice">

사실 이런 글을 쓸 때를 대비해서 도시락과 김, 그리고 국 담아 다니던 보온병을 사진 찍어 놓으려 했으나, 그 모양새가 심히 처량해 차마 찍어두질 못했다. 다들 식사하러 나간 틈에 사무실에서 처량한 도시락을 까고 있는 모습.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아마 찍었어도 그 사진은 쓰지 못했을 거다.

그래도 밥이라 그런지 질리지 않고 남은 2주를 버텼다. 아무래도 밥을 먹다 보니 어지럼증도 줄어들고(전혀 없진 않았다 ㅜㅜ) 살만했다. 힘들게 한 달 지나니 몸무게는 8-9kg이 줄어 73~74kg 사이를 오락가락. 솔직히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제부턴 살 빼기보다 더 어렵다는 유지하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은근히 기대하던 그 요요, 나는 이제 요요란 놈과 한 판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 Continue
  • 이런.... 2010.07.12 17:19 ADDR 수정/삭제 답글

    신체중에 근육손실이 많이 되었을겁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해주세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3 09:08 신고 수정/삭제

      네, 사실 얘기를 아직 안 썼는데
      3주차부터 웨이트트레이닝 하고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 말짜 2010.07.13 20:52 ADDR 수정/삭제 답글

    술한잔 하자! 내가 쏠께~~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09:34 신고 수정/삭제

      그르셔

      나 요즘 술도 잘 마신다 ㅋㅋㅋ

  •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0.07.16 11:18 ADDR 수정/삭제 답글

    다이어트 꼭 성공하세요....ㅋㅋ

    도시락 얘기가 나와서...저도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다닙니다. 단 푸짐하게 많이 먹는 다는 사실....ㅋㅋ 후다닥...도망 갑니다....

십 년만에 실내연습장엘 가다

십 년 전만 해도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땐 대부분 실내연습장에서 두어달 기초 과정을 배우면서 시작했었다. 굳이 십 년 전에 그랬다는 얘기를 꺼낸 건, 요즘 실내연습장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주변에 보이는 건 온통 실내연습장이 아니라 스크린골프장. 스크린골프장이 6천개를 넘었다는 기사도 있던데, 많은 실내연습장이 스크린골프장으로 변신했겠지. 거기서도 똑같이 골프를 가르칠까? 스크린골프장 한 번도 안 가본 나는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요즘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옛날,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처음 삼 개월 동안 집 앞 건물 지하에 있는 타석 열 몇 개 쯤 되는 실내연습장에서 시작했다. 7번 아이언으로 소위 말하는 똑딱볼을 쳤고, 그러다가 스윙 폭이 점점 커지면서 한 달 쯤 지나니 나름 뻥뻥 소리도 냈다. 그 때 그 기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다 알거다. 와, 나도 이거 꽤 잘치는데?? 게다가 연습장 티칭 프로는 소리만 크면 굿샷을 외쳐 댔고, 나는 골프 뭐 어려울 거 없네,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 아니란 걸, 곧 알게 됐다.

실내연습장에서 두 달인가 치고 난 후 난생 처음 친구와 함께 실외연습장엘 갔다. 그 친구는 나보다 먼저 시작했고 이미 필드 경험도 많았다. 오랫만에 만나서 저녁 먹다가 골프 얘기가 나왔는데 2차 가는 대신 연습이나 하러 가자 뭐 그렇게 됐던 거다. 사실 난 속으로 좀 자신이 있었다. 내겐 뻥뻥 소리가 있잖았던가!

하지만 막상 실외연습장 타석에 들어서고 5분도 못 되서 내 자신감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말았다. 대부분 탑볼이나 뒷땅이었고 뻥뻥 소리가 나도록 잘 맞았다고 생각했던 볼 조차도 이삼십 미터 앞에 떨어지는게 아닌가. 식은 땀이 흐르고 몸은 점점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큰 소리까진 치지 않았어도 자신은 있었는데, 드디어 현실을 알고 만 것이다. 실내연습장에서 난 그 뻥뻥 소리가 진실이 아니로구나 하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세 달 예정으로 끊었던 실내연습장을 그 뒤론 가지 않았다.

한 손으로 채 잡고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구리다 ㅜㅜ

골프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먼지 앉은 캐디백을 다시 꺼낸 것이었고, 두번째로는 실내연습장을 찾은 거다. 다행히 우리 사무실 지하에는 사무실 입주민들이 쓸 수 있는 실내연습장이 있어 특별한 부담 없이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뭐 했냐고?? 미인이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안 내키면 아무 쓸데 없는 법이다.

7번과 피칭을 들고 연습장엘 내려갔다. 솔직히 골프 스윙을 마지막으로 한 건 2006년 11월, 미국에서였다. 이런 저런 일로 미국 간 김에 골프나 치자는 친구 따라 골프장 두 군데를 돌았던 것이다. 드라이버는 개판이었고 그나마 아이언은 볼을 간신히 띄우는 수준이었던 듯. 여전히 백 몇 개를 기록했었지, 아마.

가볍게 스윙하면서 몸을 풀었다. 먼저 피칭으로 짧게 툭. 그럼 그렇지. 볼 대가리를 때리거나, 매트 바닥을 치거나. 형편 없었다. 어차피 형편 없을 거 예상했으니 충격도 없었고, 마음을 비운 채 몇 번 더 스윙을 했다. 그래도 나름 구력(!)이 있다고 슬슬 볼이 맞는 느낌이 들었다. 오호, 이거 되네~

7번으로 바꿨다. 7번으로 칠 땐 볼을 가운데 놓는 거지? 옛날 선배들이 가르쳐주던 몇 가지 얘기들이 생각났다. 볼 위치, 팔을 쭉 뻗고, 머리를 움직이지 말아야지, 체중은 안정감 있게 살짝 뒤쪽으로 싣고... 가만 보니 공만 잘 쳐다봐도 뻥뻥 소리는 났다. 그렇게 몇 번 채를 휘두르다 보니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해서 아유, 필드 나가고파, 이런 생각도 든다.

아, 하지만 나 이 기분 안다. 실내에서 뻥뻥 소리 내던 그 기분. 그리고 현실은 그게 아니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웃음이 났다. 그저 몸이나 풀고 스윙하는 감이나 잡자. 조만간 실외연습장에 나가서 진짜 어느 정도까지 망가졌는지 확인해 보자. 어쨌든 감은 잡고 가야할 거 아닌가.

사실 레슨을 다시 시작해얄지 말아얄지 이건 좀 고민이다. 실내연습장 티칭 프로에 대해선 이미 오래전에 신뢰를 잃었는데, 그래도 다시 받아야 할지 어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시작은 반이라 하지 않았나. 십 년이나 지났는데도 뻥뻥 소리라도 나주니, 나는 마냥 고마울 따름이다. / FIN

  • 넘버텐 2011.02.11 15:34 ADDR 수정/삭제 답글

    초심으로....
    뭐든지 처음 마음만 같다면 좋을텐데요 말이죠...

[미련한 다이어트2] 채소, 쳐다 보기도 싫을 때가 온다

다이어트 시작한지 7주째. 나는 정확히 10kg을 뺏고 지금은 살 빼기 전에 먹던 식사 량의 절반을 먹으면서 무사히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엔 거하게 술도 한 잔 마셨고 ^^. 사실 3개월 정도 기다려 요요 기간이 완전히 끝나면 다이어트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근질 거려 못참겠다. 마흔 셋 아저씨가 쓰는, 미련하게 한 달에 10kg 줄인 얘기. 두번째 이야기다.

첫번째 이야기 : 한 달 내내 채소만 먹으라고? 내가 웅녀야?

엉겁결에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첫날부터 오이와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뭐, 방법은 간단하다. 한약 먹고, 삽 십분 있다가 오이나 당근 먹고. 이게 다다. 온종일 식사 때 밥 대신 이렇게 먹는다.


평소에 먹는 걸 줄여야지, 이렇게 갑자기 줄이는 게 말이 되나, 라고 나도 생각했는데 그 참, 희한하다. 아무래도 한약 때문이겠지. 이게 입맛을 싹 달아나게 한다. 오이랑 당근만 먹으니까 아무래도 기운이 없고 배가 고프기는 한데, 딱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거다. 보통 때 밥 한 끼 안 먹으면 배고프고 짜증 나고 그럴 텐데, 그저 기운만 없고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니,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굶는 다이어트를 하려면 주말에 시작해야 좋겠다. 안 먹으니 기운이 없고 이럴 땐 그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책 읽거나 TV 보는 게 최고다. 괜히 돌아다녀 봐야 먹고 싶은 것만 눈에 보이고 힘만 빠지니 말이다.

그렇게 첫 주말을 보내고(토, 일 이틀을 오이와 당근만 먹고) 월요일 출근했다. 이상한 건 아침이다. 채소만 먹었으니 다음 날 아침엔 배가 많이 고플 텐데, 아침이 되면 그냥 평소 아침 같은 공복감이 들 뿐이다. 마치, 아침마다 새로 돋아나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이라고나 할까(이거 대체 비유가 맞는 거냐 ㅜㅜ). 밤의 유혹만 잘 견디면 아침은 비교적 쉽다.

월요일 점심시간이 고비다. 우리처럼 아기자기한 사무실에서는 한 사람이 밥 안 먹겠다고 하면 괜히 다들 우울해한다. 나도 괜히 미안하고. 게다가 밥값은 회사에서 다 내주는데, 안 먹으면 나만 손해다. ㅜㅜ 하지만 이 모든 걸 이겨내야 한다. 솔직히 나중에도 다시 얘기하겠지만, 내 다이어트에는 동료의 도움이 컸다. 내가 밥 먹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쌩~ 하고 가는 매정함(!)이라니. 덕분에 나는 혼자 오이와 당근을 씹으며 점심시간을 보내는데 쉽게 익숙해졌다. ㅋ

이건 웃자는 말이고, 사실 나 다이어트한다고 회식 한 번 안 한 동료들에게 그지없이 미안하다. 조만간 찐하게 회식 한 번 하자는 약속을 여기서 대신한다.

사람의 몸이란 참 신기해서 배고프면 그런대로 적응한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느낌이 어떤 건지도 확실히 느꼈는데 한약과 오이, 당근만 먹어도 어느 순간엔 배부르다는 착각이 든다. 대신, 하루종일 기운이 없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기운 없다는 거, 이게 다이어트에서 제일 힘든 거다. 몸에 기운이 없다는 건, 결국 사람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모두 영향을 미친다. 기운 없는 게 결국 기분 우울한 걸로 연결되는 거다. 게다가 어지럼증도 생겼다. ㅜㅜ

하루, 이틀 오이와 당근만 먹다 보니 이것도 슬슬 물린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집에서는 샐러드용 채소를 잘게 썰어주고 소스를 뿌려 먹으라 하나 기왕 참는 거 소스는 좀 참아보자 해서 잘게 썬 채소를 추가로 먹기 시작했다. 양배추, 깻잎, 고추, 양파 등등이다. 이렇게 해서 1주를 버텼다.

아참, 그리고 이 놈의 한약 때문인지 갈증이 엄청 난다. 보통 다이어트 할 때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물 마시는 거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갈증이 계속 나니 자연스레 물을 많이 마신다. 하루 1.5리터 정도는 넉넉히 마시는 듯. 문제는, 기운이 없어 물 뜨러 가기가 싫은 경우가 생긴다. ㅜㅜ

1주를 넘으니 흔히 하는 말로 입에서 풀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채소는 더 먹으려야 먹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굶고 말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채소가 싫어지니, 나도 모르게 다른 걸 찾게 됐다. 

엄마가 아들 다이어트 한다고 직접 만든 두부 ㅜㅜ 물론 이걸 다 먹진 않았지만!

2주차 부턴 아침엔 사과 한 쪽을 먹기 시작했다. 점심엔 오이와 당근을 먹고 저녁엔 토마토와 삶은 달걀흰자로 식단을 바꿨다. 연두부도 가끔 먹고, 두부를 데쳐 먹기도 했다. 풀만 먹다가 이렇게 먹으면, 야,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여전히 몸엔 힘이 없고 기운도 없고 기분도 그저 그렇고, 어지럼증도 나지만 좋은 현상도 생겼다.

일단 82kg 나가던 몸무게가 꾸준히 줄어 2주를 넘기면서 무려 6kg이 빠졌다. 사무실에 전자저울이 있어(도대체 이 회사는 없는 게 뭐냐) 달아보면 매일 몸무게가 줄어드는 걸 알 수 있다. 솔직히 짜릿하다! 하긴 점심 과식하고 맨날 회식하고 하다가 안 먹으니 그렇게 빠지는 건 당연하겠지. 게다가 살만 빠진 게 아니다. 일단 먹는 게 적고 채소만 먹으니 속이 편하다. 속에 가스차는 현상은 당연히 사라졌고, 화장실도 하루 한 번, 깔끔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얼굴 피부가 매끈해졌다!

먹는 걸 포기하면 이런 좋은 일도 생기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 정도로 몸이 달라진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 Continue

  • 말짜 2010.07.11 16:45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우!! 핸썸보이됐겠는걸! 마눌님이 좋아하겠다~ 딴남자랑 사는거 같을거아냐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2 14:06 신고 수정/삭제

      핸섬한 건 없고 ㅜㅜ
      없어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다네 ㅜㅜ

산넘고 물건너 스카이라이프 3D를 만나다!

2010년 7월을 기준으로 3D TV에 대해 제일 아쉬운 점 하나는 무엇보다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볼 게 없다는 거죠. 3D 시험 방송이 있긴 하지만 보기가 어렵고(이 얘긴 나중에 다시!) 공중파 방송은 정식으로 3D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가 3D로 만든 영화도 아직 블루레이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3D TV는 2D 영상을 실시간으로 3D 영상으로 변환해 보여주는 기능을 넣었는데, 솔직히 제가 보기엔 이건 아직 3D라고 하기엔 좀 부족합니다. 그런 정도 영상을 보려고 머리 아프게 안경을 끼고 방송을 볼 이유가 없으니까요. 2D로 보는 게 더 좋은데 굳이 3D로 바꾸고 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아직 3D로 볼만한 게 없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그렇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좋은 대안이 바로 스카이라이프입니다. 스카이라이프 채널 1번에서 3D 시험 방송을 계속 보여주거든요. 최근에는 월드컵 전 경기를 3D로 보여준다고 광고도 합니다.

콘텐츠가 부족해 3D TV를 제대로 테스트하지 못할까 봐서인지 ^^ LG 인피니아 체험단에겐 스카이라이프를 몇 달 동안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혜택을 줍니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제 반응은 ‘엥? 우리 건물은 안 되는데?” 였습니다. 주상복합이라 접시 안테나를 설치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체험단 시작할 때도 스카이라이프를 설치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지요. 그래서 사실 스카이라이프 체험 기회는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카이라이프에서 설치하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주상복합이라서 설치 안될 건데요?” 그랬더니 전화한 기사 왈 “어, 거기 됩니다.” 이러는 거에요. “엥? 여기 접시 못 다는데요?” 그랬더니 이미 설비가 다 되어 있어서 집 안에서 연결만 하면 된다는군요. 그저 짧은 지식으로 안될 거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었으니, 사람이란 참 저 잘난 맛에 사는 존재가 틀림없나 봅니다. 어쨌든 안되는 걸로 알았는데 된다니까 기분은 좋더군요.


설치 기사가 와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셋탑 박스를 설치하더니 드디어 연결 완료. 인피니아 LX9500으로 스카이라이프 위성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공중파로 보는 HD보다 스카이라이프로 보는 HD가 더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긴 좋더군요.

자, 이제 3D 영상을 볼 차례. 사실 이것 때문에 스카이라이프를 기다렸던 거죠. 스카이라이프 채널 1번을 눌렀더니 좌우로 화면이 갈라집니다. 소위 말하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의 3D 화면이 나온 겁니다. 여기서 인피니아 리모컨의 입체영상 버튼을 누르면 화면 두 개가 합쳐지면서 3D 방송이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어랏? 입체영상 버튼을 눌렀는데 ‘지원하지 않는 외부기기 영상신호입니다. 입체영상 신호에서만 정상 동작합니다’라는 창이 뜹니다. 이게 뭐야? 몇 번을 해봐도 똑같은 거죠. 설치 기사도 당황하고, 저도 놀라고... 어쨌거나 ‘이건 나와야 하는 거에요’라고 제가 막 우기니 결국 설치 기사도 한 군데 전화를 해 보고는 아, 드디어 문제를 찾았습니다. 문제는 바로 케이블이었습니다.


스카이라이프건 케이블 방송이건 IPTV건 설치할 때는 대부분 컴포넌트 케이블을 쓰지 HDMI 케이블은 안 씁니다. 비용 문제일지 어떨지는 모르겠고요. 마침 HDMI 케이블이 하나 있어서 그걸로 연결해 3D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 분이 따로 HDMI 케이블을 갖고 있지 않아서 만일 케이블이 없었다면 설치하고도 3D를 못 볼 뻔했습니다. 3D 방송 시청하려고 스카이라이프 신청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HDMI 케이블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3D 방송 보려면 LG인피니아 LX9500 같은 3D TV가 있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 FIN


  • 츠네아 2012.04.24 21:15 ADDR 수정/삭제 답글

    헉 정말 hdmi 케이블이 있어야 좌우 3d 되네요. 저희집은 2d에서 3d 가는 게 컴포넌트로 되긴되는데 좌우로 나눠져있는 거 하나로 합치는 게 안되더라구요. 덕분에 hdmi 연결하여 잘 보고있습니다.

LG INFINIA LX9500 TV가 이렇게 섹쉬하다니!

지난 번 LG INFINIA LX9500 박스 개봉기 댓글에 ‘짠이아빠’님이 ‘TV가 이렇게 섹시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구먼’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사실 인피니아 LX9500의 커버를 벗기면서 나도 좀 그렇게 생각하곤 있었는데(예전 김광한이라는 DJ는 LP 비닐 커버를 새로 뜯을 때는 마치 여인의 옷을... 에유 에유) 어쨌든 박스 개봉기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인피니아 LX9500의 외형을 꼼꼼히 살펴보겠다.

인피니아 LX9500이 내세우는 가장 특별한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보더리스(Borderless)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인피니아가 보더리스를 처음 적용한 모델도 아니고 솔직히 내가 처음 보더리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해? 게다가 검은 색 테두리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층이 지지 않았다는 것 뿐이잖아,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거 막상 눈으로 보니, 세련미가 철철 넘친다고 해야 할까. 말로만 듣던 느낌하고는 좀 달랐다. 실제로 인피니아 LX9500의 화면은 유리 한 장처럼 되어 있다. 보통 TV나 모니터는 검은색 플라스틱 테두리(이걸 전문용어로는 베젤이라고 부른단다)가 있고 그 안에 LCD 패널이 있는 법인데, 인피니아 LX9500에는 아예 플라스틱 테두리가 없다. 앞 면 전체가 굴곡 없이 매끈하다는 말이다.


자세히 보면 맨 바깥 쪽 테두리는 투명한 유리다. 약 5mm 두께의 투명 유리가 테두리를 이루고 있어 깔끔하고 세련된 멋이다. 빛이라도 투과되면 크리스탈 같은 느낌도 난다. 유리 테두리 안 쪽으로 1.6cm 정도의 검은 색 테두리가 있고 그 안쪽 부터 화면이다. 두꺼운 플라스틱 테두리가 돌출된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우아하다.


화면 아래쪽엔 3.5cm 가량의 검은 부위가 있고 오른쪽 아래엔 리모콘 수신부가 있다. 전원을 켜면 가운데 부분에 LG라는 로고가 나타나고 리모콘 수신부 약간 왼쪽엔 상태 표시등이 켜진다. 투명 테두리의 영향일까 마치 인테리어 조명등 같은 느낌을 주는 지시등은 리모콘 신호를 수신하면 깜박거린다.


리모콘 수신부 왼쪽 아래에 역삼각형 모양으로 빛나는 지시등

두터운 유리를 연상하는 사각형 받침대는 꽤 든든한 안정감을 준다. 사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문어발식 스탠드보다 이렇게 사각형 스탠드가 훨씬 든든하다. 스칼렛에 들어 있는 크롬 소재의 둥근 받침대도 꽤 마음에 들긴 했다.


자, 이제 뒷 면으로 넘어가자. 자꾸 스칼렛 얘기를 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섹시한 TV는 스칼렛이다. 그 선연한 붉은 색 뒤태라니. 뒷 면에 컬러를 넣어 뭐하나,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우리 집에서 스칼렛을 보고 간 몇 명 아주머니들이 그 뒷태에 반해 스칼렛을 샀다는 얘기를 나는 아내로부터 전해 듣기도 했다.


옆에서 자세히 보면 인피니아 LX9500은 1.3cm 가량 되는 유리판 뒤에 철제 백커버를 갖다 붙인 느낌이다. 검은색 백 커버는 필요한 부분만 돌출시키고 될 수 있는 대로 단순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에서 볼 때 왼쪽 뒷 면에는 케이블을 연결하기 좋도록 왼쪽 방향으로 HDMI, 이어폰, 외부입력, 컴포넌트 입력, USB 1, USB 2 포트가 있다. 외부입력과 컴포넌트는 아마도 공간을 줄이기 위해 전용 컨버터로 연결해야 한다(물론 컨버커는 포함되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어폰을 연결하는 곳이다. 최근까지도 TV엔 이어폰, 헤드폰 커넥터가 없었는데 드디어 생겼다. 이이폰 커넥터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자.


타임머신 레디라고 적힌 USB 1도 눈에 띄는 녀석이다. USB 타입의 이동식 하드디스크를 여기에 연결하면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다. 스칼렛에 타임머신 기능이 없어서 얼마나 갈등했었나 생각하니 이 기능이 더 소중하기만 했다.


가운데 쪽으로 이동하면 HDMI 3개, 컴포넌트 2개, 외부입력 2개, RGB 오디오 출력 1개, 광출력 1개, 랜, RGB 포트가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랜 포트가 좀 튀어나와 있는 것이 살짝 눈에 거슬리긴 하다. 전원 케이블을 정리하는 타이가 뒷 면에 붙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런 면에서 세세하게 신경 써야 명품이 되는 법, 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뒷 면엔 TV를 켜고 채널이나 볼륨을 조절하는 버튼들이 있다. 리모콘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 버튼들이지만 비상시엔 꼭 필요한 버튼이기도 하다.

뒷 면은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하긴, 최근 TV들 모두(사실은 스칼렛도 ^^) 뒷 면 정리는 잘하고 있는 편이긴 하다. TV의 뒷 태는 벌써부터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셈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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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시킴 2010.07.06 13:22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깔끔한 디자인.. 제품도 저는 언제나 LG꺼를 선호해여.ㅋ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6 14:28 신고 수정/삭제

      돌아가신 저희 장인도 LG팬이셨답니다 ^^

  • 버스정류장 2010.07.06 13:24 ADDR 수정/삭제 답글

    3D로 촬영해서 3D로 볼 수 있는날이 왔으면 좋겠어요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6 14:28 신고 수정/삭제

      보급형 3D 카메라가 곧 나오지 않을까요? ^^

  • 예예~ 2010.07.06 13:36 ADDR 수정/삭제 답글

    집에서 불끄고 보면 영화관 분위기 나겠다 +_+

  • 영화광 2010.07.06 13:46 ADDR 수정/삭제 답글

    보더리스 디자인이었군요... 되게 세련되보이네요~

  • 퍼시픽 2010.07.06 13:49 ADDR 수정/삭제 답글

    깔끔하고 큰 사이즈에 ㅎㄷㄷ
    뒷면은 다소 복잡하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6 14:32 신고 수정/삭제

      흐음, 저 정도면 엄청 깔끔한 건데요 ^^
      하긴 선 연결하면 좀 지저분해져요 ㅋ

  • 햇님 2010.07.06 13:56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웅~! 엄청 얇네요.. 디자인 멋지고~
    티비 화면은 어케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6 14:32 신고 수정/삭제

      엉~~ (앙드레김 톤으로)

      잘 나옵니다 ㅋ

  • 게리스 2010.07.08 09:28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름이 보더리스 디자인이었구나~
    세련되고 멋져보이네요!

  • 2010.07.08 10:01 ADDR 수정/삭제 답글

    3D TV가 저렇게 생겼구나~
    들어보기만 했지 보기는 첨이네요..

  • 하늘바람 2010.07.08 11:31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잘봤습니다~

  • Go 2010.07.08 11:48 ADDR 수정/삭제 답글

    티비가 근사하네요ㄷㄷ

  • 3dtv 2010.07.08 12:04 ADDR 수정/삭제 답글

    3D TV답네요.. 위엄스럽네요!

  • Otl 2010.07.08 12:16 ADDR 수정/삭제 답글

    영화관에 보던 3d를 집에서 볼 수 있다니..
    참 좋아졌어요~

  • 아쉬워요ㅜ 2010.07.09 10:17 ADDR 수정/삭제 답글

    전체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 크기가 어떤지 짐작이 안가네요ㅜ
    디자인은 세련되고 좋아보여요~

  • 엣지 2010.07.09 10:47 ADDR 수정/삭제 답글

    씨리뒤 티비라 그런지 옛지 있네요ㅋㅋ

  • 유리 2010.07.09 11:14 ADDR 수정/삭제 답글

    디자인에 대해 써주신 느낌 잘 읽었어요ㅎㅎ
    저도 3d 티비가 세련되고 깔끔해서 좋네요.

  • 하아~ 2010.07.09 11:29 ADDR 수정/삭제 답글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이네요. ~

  • 스페인 우승! 2010.07.12 08:52 ADDR 수정/삭제 답글

    3D 티비 처음 보네요^^;..

  • 전체 2010.07.12 10:04 ADDR 수정/삭제 답글

    디자인뿐만 아니라 전체사진도 함꼐 있었음 좋겠네요ㅎㅎ

  • 섹쉬 2010.07.12 10:33 ADDR 수정/삭제 답글

    진짜 디자인이 약간 섹쉬하네요ㅋㅋㅋ

  • 마티유 2010.07.12 10:52 ADDR 수정/삭제 답글

    깔끔하고 좋네요~!!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약한 게 아니란다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3
미인하다고 말하는 법

Never say you’re sorry. It’s a sign of weakness. 제가 즐겨보는 미드 NCIS의 보스 깁스는, 종종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미안하다고 말하지마, 그건 약하다는 뜻이니까. 뭐 이 정도쯤 될까요. 하지만 깁스는, 미안한 걸 꼭 말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팀원들이 그걸 느끼게 할 따름이지요. 그건 깁스의 방식일테지요.

또 다른 방식도 있습니다. 역시 미드 중 하나인 카일XY. 이 드라마에 나오는 카일의 양아버지 스티븐 트레저를 보면서 저는 아빠란 저래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습니다. 스티븐은 가족을 정말 사랑하고, 거짓말 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멋진 사람입니다만, 제가 그를 부러워한 건 단 하나, 그가 정말 멋있게 사과할 줄 안다는 거였습니다. 자기 자식들에게 말이지요.

카일XY의 멋진 아빠 스티븐 트레저 역의 브루스 토마스

사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사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의 권위, 자존심 뭐 그런 것 떄문일까요.부모가 무언가 약한 모습(깁스의 표현에 따르면 ^^)을 보이면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가르친다는 게 꼭 권위에 의존하는 건 아닐 겁니다.

습하고 더운 토요일, 모처럼 딸 아이와 외출했습니다. 둘이서 잘 놀고, 책도 잘 사고 그렇게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 생겨 아빠가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딸 아이 떄문이 아니고 다른 일 때문에요). 짜증 나는 마음을 억누르고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곤 배가 고파 빵 한 쪽 먹으려고 하는데 이 녀석이 “아빠 다이어트 한다면서 빵 먹어?”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순간 울컥해서는, “아빠 빵 먹는데 니가 보태준거 있어?” 라며 받아 쳤습니다. 분위기 순간 싸해졌죠. 금새 눈치를 챈 녀석의 표정이 급 우울합니다.

가만 있어야 하는데, 한 번 짜증이 나면 여기서 멈추질 못하죠. “아빠가 뭐 잘못했어? 왜 넌 아빠한테 잔소리가 많아?” 이렇게 아빠가 몰아치면 아이는 말을 못합니다. 말해 놓고도 순간 속으로 미안해서 잠시 뜸을 들인 후 목소리를 낮추어, “넌 빵 안 먹을꺼야?” 그랬는데 대답을 안 합니다. 아마 고개를 끄떡인 모양인데 아빠가 못 본 거죠. 불똥이 한 번 더 튑니다. “아빠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얄 거 아냐”? 하며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뭐, 그림 뻔하죠. 아이는 울고, 대답을 해야지 어쩌구 궁시렁 거리면서 아빠는 화를 내고 있고. 하지만 사실 아빠는 아이한테 화난 게 아니라 자신한테 화난 거였는데 애꿎은 애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아이한테 계속 화를 낸다는 거죠.

솔직히 아이한테 야단칠 때 아이가 정말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아빠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선 당황스럽겠죠. 아빠가 평소엔 안 그러는데 이번엔 왜 화를 내는 걸까.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걸 몰아 붙이면, 틈이 멀어지는 걸테지요.

아빠가 가르쳐야 할 사과가 이 사과는 아니겠지요 ^^ 출처 : Codexian by Flickr

미안해, 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됐는데, 그런 말 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그런다고 아이가 아빠를 무시할 것도 아니고, 아빠의 자존심이 형편없이 구겨지는 것도 아닌데요.

“미안해, 너한테 화난 게 아닌데 아빠가 소리를 질렀구나.”
“응.. 아빠가 갑자기 소리 질러서 놀랬어요.”

여기서 끝. 소리 지른 일이 무색할 정도로, 금새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니가 대답 안해서 아빠가 화 났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잖아요. 만일 그렇게 말했다면, 아이는 다른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고, 2차전이 벌어졌을 지도 모르지요. 다른 일 때문에 화가 난 건데, 그 책임을 아이에게 돌려선 안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꼭 싸웁니다.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억울한 경우엔 끝까지 밝혀야죠. 하지만 잘못한 게 맞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한 법입니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먼저 잘못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고, 그게 관계를 바꿔준다는 사실을 아이는 알아야 합니다. 그게, 행복한 문제 해결 방법이니까요. / FIN

낡은 골프백의 먼지를 털며, 골프를 다시 생각하다

골프를 처음 친 건 한참 뜨거웠던 2000년 6월 어느 날이다. 사실 시작한 것도 좀 웃겼다. 골프 연습장 나간지 이십 일 만에 골프채도 없이 첫 라운드를 나갔고, 그 땡볕을 맞으며 뛰랴, 휘두르랴, 허둥대랴 했던 까닭에 나는 심한 열사병을 앓았다. 삼사일을 아팠을까 그러고 났더니 골프장에 두번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 얘기만 해도 한 보따리 풀어낼 수는 있겠으나, 과거가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ㅜㅜ

몇 달이 지난 11월 어는 날, 사업 상 아는 양반이 전화를 했다. ‘골프 칠 줄 알아요?’라고 묻는데 자존심에 못 친다는 말은 안하고 ‘필드 한 번 나가 보긴 했지요’라고 대답했는데 이 양반, ‘됐어요, 3일 뒤, 레이크사이드에서 봅시다.’라며 전화를 딱 끊는 것이 아닌가?

전화를 끊고 나서 못 간다고 말을 해야 할텐데 그 넘의 자존심이 뭔지, 유통업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부랴 부랴 골프채를 하나 사고 퇴근하면서 바로 실내 연습장에 등록했다. 다음 날 새벽부터 삼 일, 칠 번 아이언을 몇 번 휘두르기만 한 채로 나는 레이크사이드에 갔다. 결과는 뻔하지 않나. 마침 동행한 사람이 업계 친구였길래 망정이지 생판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큰일 날 뻔 했을 게다. 어쨌든 나한테 전화를 한 그 양반은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ㅜㅜ

그 뒤로 나는 골프를 시작했고, 동호회 활동도 했고, 정말 재미있게 3-4년 동안 골프를 쳤다. 원래 심각하거나 집요한 성격이 아니어서 골프장 가면 노는데 더 신경을 썼고 그늘집마다 시원한 맥주 마시기를 열심히 했더니 스코어는 항상 100대를 넘었다. 아무렴 어때, 즐거우면 됐지.

그러나 나이든 선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가끔은 내 놀자식 골프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열심히 집중하는데 혼자 흥얼거리고 대충 치고 놀면 안되는 거니까. 그래서 나름 스코어를 올리려고 집중도 해봤고, 선배의 조언에 따라 골프채도 한 번 바꿨고 그래서 태국 투어에선 96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남쪽에서 친 건 인정 안해준다는 룰(!)에 걸려 결국 난 한 번도 백을 깨지 못했다.

스토리는 뻔하다. 그 뒤로 사업이 좀 어려워졌고, 골프를 칠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골프는 내 손을 떠났다. 골프백은 한 구석에 먼지를 맞으며 서 있었고, 누군가 골프 얘기를 하면 나는 그저 ‘골프채가 뭔지도 까먹었어요’라면서 웃어 넘겼다.

벌써 2010년.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나는 열 살을 더 먹었다. 솔직히 사는 형편도 좀 나아졌고, 이젠 슬슬 골프를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살도 좀 뺐고 운동도 하다 보니 옛날 즐겼던 골프의 매력이 슬슬 되살아났다고 해야 할까.


먼지 앉은 골프백을 열어 장비를 점검해 보니, 운동화나 장갑 같은 소모품은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렸고,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를 고려해 샀던 골프채는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았다. 결국, 먼지 앉은 골프백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아, 선물 받은 드라이버는 여전히 쓸만할테니, 그 넘 하나 건졌다고 해야 할까.

이런 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요즘 이 녀석이 쏙 눈에 들어온다. 나이키 VR 아이언이다. 가격 대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여전히 백돌이인 내가 쓰기도에 괜찮아 보인다. 물론 나는 다시 연습장을 찾아 스윙 감을 찾아야 할테고, 몇 번의 시타도 해보아야겠지. 하지만, 백돌이가 시타한다고 뭐가 좀 달라질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 골프를 시작했던 이유와 나이 마흔을 넘기며 다시 골프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이젠 뭔가 목표를 세우고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아무래도 세월의 연륜 때문일까. 다음 주엔 칠 번 아이언을 들고 실내 연습장을 타박 타박 찾아야 할 것 같다. /  FIN 
  • Favicon of http://no1salr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7.05 08:44 ADDR 수정/삭제 답글

    공부가 먼지..
    백돌이 진입도 하기 전에 찌그러져버린 제 자치기의 꿈..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5 09:26 신고 수정/삭제

      ㅎㅎ 슬슬 다시 시작하시게~ ^^
      같이 함 나가셔야지?

  • 넘버텐 2011.02.11 15:33 ADDR 수정/삭제 답글

    나이키 아이언 손맛 좋던데요?
    올해는 깨백장군으로 승승장구 하는 한해가 되시길...
    더불어 저랑도 라운드를 쿄쿄~

[미련한 다이어트1] 한 달 내내 채소만 먹으라고? 내가 웅녀야?

다이어트 시작한지 7주째. 나는 정확히 10kg을 뺏고 지금은 살 빼기 전에 먹던 식사 량의 절반을 먹으면서 무사히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엔 거하게 술도 한 잔 마셨고 ^^. 사실 3개월 정도 기다려 요요 기간이 완전히 끝나면 다이어트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근질 거려 못참겠다. 마흔 셋 아저씨가 쓰는 한 달에 10kg 줄인 얘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두 달 쯤 됐을까. 그러니까 5월 초였다. 장모님 생신이라 처가엘 갔는데, 나보다 세 살 많은 손위 처남,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뭘까, 이 특별한 분위기는... 하다가 처남이 일어선 모습을 봤는데, 오 마이 갓. 정답은 배였다.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출산일을 앞둔 임산부 만했던 처남의 배, 그 배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아니, 형님 애 낳고 왔어요?” 농담을 던졌지만, 사실 나는 내심 놀랐다. 허리 둘레가 3인치 줄었다는 말을 듣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와, 사람이 살을 빼니까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안 그래도 슬슬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은근 걱정을 좀 하고 있었는데 요거, 슬슬 자극이 됐다.

집에 돌아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도 한 번 해볼까, 그런 마음을 먹는 찰나에 딸 아이가 불을 질렀다. “아빠도 살 빼세요. 살 빼면 뽀뽀 천 번 해드릴께요.” 그래서 결국 하기로 했다. 나도 살 한 번 빼보지 뭐.

당시 난 82kg이었고 사실 조금씩 늘어나는 몸무게가 좀 부담스럽긴 했었다. 남들은 그 정도면 보기 좋다고 말하지만(특히 엄마, 아버지), 매번 꽉 긴 바지 입기가 힘들었고(그렇다고 허리 사이즈 36을 살 순 없잔아 ㅜㅜ) 앞으로 나오는 배도 더 봐줄 수 없었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마다 ‘어유, 얼굴 좋아지셨네요’라는 얘기도 듣기 싫었고 그러다 보니 솔직히 다이어트 해 볼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작년 연말 우리 회사에선 다 같이 살을 빼기로 하고 가장 많이 뺀 사람에겐 무려 7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다이어트 펀드를 운영하기도 해 먹는 걸 살짝 줄여보고 걷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저녁. 항상 과한 저녁에 운동이라곤 하질 않으니 몸무게가 줄어들리가 없었지. 결국 다이어트 펀드는 날라가고(아무도 살을 안 뺐으니) 몸무게도 그대로였다.

어쨌든 처남을 보고 자극도 받고 딸 아이도 부추기고, 나도 빼야겠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으니, 비유가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울고 싶은데 빰 맞은 격이 됐다. 까짓거 하지 뭐. 많이는 필요 없고 그저 바지나 좀 편하게 입었으면 좋겠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오이와 당근만 먹다 보면 꿈에 당근이 덤벼든다 ㅜㅜ <사진 출처 : Flickr by thebittenword.com>

처남은 한 달 내내 채소만 먹었단다. 그런데 그냥 채소만 먹으면 허기지고 배고파서 한약을 같이 먹었다고. 아이고, 한 달 동안 술 끊고, 채소만 먹으면 당연히 살 빠지겠네. 한약은 굳이 먹을 필요가 뭐 있나 그런 생각도 했지만, 사실 굶어봐서 아는데, 나는 배고프면 이성을 잃는다. 일도 잘 안되고, 집중할 수도 없고, 게다가 예민해져서 짜증도 많이 난다. 그러니 쌩으로 굶을 수는 없고, 한약이 배고픔을 덜어준다니 뭐 따라 먹기로 했다.

내 마음이 변할까 겁났는지 아내가 득달같이 주문한 한약이 도착했고 아무래도 움직일 일이 없는 주말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한약 먹고, 오이와 당근 먹고, 기운 없으니까 꼼짝없이 앉아서 책 읽고, TV 보고... 기운 없다고 가족들도 건드리지 않고 가만 내두니 몸은 은근 편했다. 그렇게 빌빌거리며 오이와 당근 만으로 식사를 하고 주말을 보냈다. / Continue

다음 편으로 계속! ^^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7.01 17:11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체험기가 완성되면.. 저도 한약을 주문할지도 모르겠어요 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1 17:21 신고 수정/삭제

      체험기와 상관없이 당신은 내가 변하는 걸 다 봐놓구선 왜 그르셔 ㅋㅋㅋ

  • Favicon of http://www.yamyong.com BlogIcon 얌용 2010.07.01 17:33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자극받아서...저도 빼야겠어요...ㅜㅜ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2 09:00 신고 수정/삭제

      자극이 됐다면 좋은 일이겠지요? ^^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집짱 2010.07.02 08:32 ADDR 수정/삭제 답글

    술을 줄이신게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전 줄일 술도 없고, 정말 밥을 줄이는 수 밖에 없겠군요.
    야채만 먹어야 할까요? ㅎㅎ

    암튼 레이님의 작은 도전 / 성공 축하드립니다.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2 09:01 신고 수정/삭제

      ㅎㅎ 살찌는 원인은 백만가지 쯤 되고
      살빠지는 방법은 두어가지 쯤 되니...

      빼는 건 쉬워도 유지하는 게 어려울 따름일세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7.02 09:25 ADDR 수정/삭제 답글

    일식금주
    일식절주
    채식위주
    ㅋㅋㅋㅋ

LG INFINIA LX9500 박스 개봉기~ 두둥~

드디어 지난 6월 25일 LG 인피니아 INFINIA LX9500 모델이 도착했다. 체험단 됐다고 글을 올린지 한 달 만이다. 덕분에 마음에 두었던 우리나라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3D로 보고 싶었던 소망은 이래 저래 물 건너 가버렸다. 26일에 있었던 16강 경기는 볼 수 있었는데, 결국 보지 못했다. 여기에도 또 사연이 많다. 어쨌든 본격적인 시청 소감에 앞서 오늘은 LX9500 박스 개봉기부터 소개한다. 박스 뜯는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겠지만, 사실 이건 좀 자랑거리기도 하니깐 ^^

원래 LG TV를 사면 설치 기사가 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설치해주고 간다. TV 놓을 자리만 정해주면 TV 조립부터 케이블 설치, 채널 설정까지 다 해주는 건 기본, 포장 박스까지 아주 깨끗이 치워간다. 지난 번 스칼렛 샀을 땐 스티로폼 부스러기 떨어졌다고 청소기까지 달래서 싹 치우고 갔다.


그런데 이번엔 제품도 갑자기 배달왔고 그래서 미처 TV 놓을 자리를 봐 놓지 못했다. 게다가 체험단이니 만큼 박스를 좀 꼼꼼히 열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그래서 그냥 두고 가시라 했는데, 눈치를 보니 배송만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몹시 좋아하는 느낌이었다는! 여튼 덕분에 난 인피니아 LX9500을 직접 설치해야 했지만, 박스부터 꼼꼼히 살펴볼 순 있었다.

흰색에 컬러로 인쇄한 붉은 패턴이 눈에 띈다. 흔히 갈색 박스에 로고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흑백으로 인쇄하는데, 인피니아 LX9500이 고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컬러로 인쇄한 듯(물론 내 맘대로 해석이지만). 인피니아 LX9500의 주요 특징인 Full LED, 보더리스 디자인, 3D, 480Hz 트루모션, 웹TV를 아이콘으로 뽑아 놓았다.


박스를 두르고 있는 테이프를 자르고 위로 들어 올리면 은박지 같은 포장재로 쌓인 LX9500 본체가 드러난다. 예전 TV는 흰색 비닐 같은 걸로 쌓여 있었는데   이건 마치 우주복에 쓰는 알미늄 호일 같은 느낌이 나는 소재다. 접착 부분을 떼어내고 위쪽으로 걷어 올리니 마치 한 장의 액자 같은 LX9500이 모습을 드러낸다. 얇고 예쁘다. 젠장 스칼렛 살 때만 해도 8cm가 얇다고 샀는데 이건 뭐냐. 줄자로 대충 재보니 2.5cm 정도다. 헐, TV 진짜 좋아졌다.


박스 구석 봉투에 담긴 리모콘과 액세서리가 보인다. 리모콘이 세 개. 리모콘 용 배터리와 설명서, 설치 안내서, CD, 각종 케이블 따위가 들었다. 그리고 꼭 필요한 3D 안경 두 개. 경쟁사가 안경 1개만 제공하는데 비하면 이건 확실히 좋은 점이다.


가만 있자... 받침대부터 꺼내야 하는구나. 함께 따라온 받침대 상자를 여니 TV에 연결하는 네모난 틀과 커버, 그리고 받침대가 보인다. TV 본체에 연결하는 사각틀을 받침대에 끼우는 작업이 먼저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조립 설명서가 있어서 어렵진 않았다. 나사를 여덟개 끼워야 하는데 봉투에도 그림으로 설명해 놨다.


신기한 건 커버. 케이블 매니지먼트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윗 부분을 앞으로 당겨 서랍처럼 꺼내고 그 뒤쪽으로 케이블을 넣어 정리하는 방식이다. 요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잘 써야 일류 제품이 되는 법이다.


자, 이제 TV에 받침대를 붙일 차례다. 이 TV가 하도 얇아 예전 광고에서처럼 한 손으로 들 수 있을까 하고 들어보려 했는데(광고에선 호리호리한 여성 모델이 TV를 책처럼 옆에 끼고 다닌다 ㅜㅜ) 택도 없다. 근처로 가볍게 이동할 땐 혼자 들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둘이 드는 것이 안전하겠다.


TV를 간이 침대 위에 엎어 놓고 받침대 자리를 찾아 딸깍 끼웠다. 나사를 돌려 넣고 고정 시키면 이제 끝. TV를 일으켜 세우니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사실 TV를 직접 사면 이런 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직접 나사를 돌려 보는 기분. 이건 도구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고선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체험단이 된다는 건, 역시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제 TV를 놓을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원래 계획으론 스칼렛을 부모님 댁으로 보낼까 했는데, 저 무거운 걸 혼자 들 수도 없고, 고민이다. 삼 개월 후에 다시 찾아올 일도 갑갑하고. 어쨌거나 집에 TV가 두 대 있다 보니 머리 속이 복잡하다. 이걸 내 데스크탑 모니터로 써 볼까? 그런 생각도 든다. 어쨌든, 자리를 잡아야 하겠지. 체험단 활동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10.06.28 19:18 ADDR 수정/삭제 답글

    나원 TV가 이렇게 섹시하게 느껴지는건 처음이구만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29 09:39 신고 수정/삭제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나온 TV 중에서 제일 섹쉬한 건
      스칼렛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얘도 뭐 살짝 그런 맛이 있긴 하죠 ㅋ

  • 정현아범 2010.06.29 08:49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저는 체험단이라서 설치를 안 해주는 건가요..흥"
    일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29 09:40 신고 수정/삭제

      뭐, 해달라고 했으면 해줬을까...??

      ㅋㅋㅋ

  • 좋은하루 2010.07.03 11:14 ADDR 수정/삭제 답글

    빠른 상세사용기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세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4 00:41 신고 수정/삭제

      아이고야 ^^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면
      제가 몹시 부담스러운데요? ㅋㅋ

      고맙습니다.

부족한 유전자를 극복하는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2
부족한 유전자를 극복하는 법

현대 과학이 인체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인체에는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인체의 비밀이 유전자와 각종 신경, 호르몬 등등(이외에도 수많은!) 때문이라는 걸 밝혀냈으니까요. 엣지 재단의 존 브록만이 편집한 ‘위험한 생각들’이라는 책에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을 골라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그야 말로 위험한 생각도 나옵니다. 솔직히 할 수 있다면 좋은 유전자만 골라내는 게 더 좋을 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유전자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가장 미안한 건 좀 모자란(나쁜 이라는 표현보다는 이게 좀 나을 듯 해서요) 유전자를 전해줬을 때일 겁니다. 아빠를 닮아 눈이 나쁘고, 엄마를 닮아 키가 작고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신체 뿐이겠습니까.  아빠를 닮아 체육과 미술을 못하는 걸 보면, 진짜 유전자 꺼내서 때려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네, 저는 체육과 미술 진짜 지겹게 못했습니다. ㅜㅜ

이 아이는 제 딸이 아닙니다 ㅜㅜ 사진은 글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ㅜㅜ 출처 : Evoo73 by Flickr


어제 저녁, 딸 아이가 갑자기 축구공을 찾습니다. 창고에서 축구공을 꺼내 온 녀석이 방에 들어가 바닥에 이불을 깔더니 공으로 뭔가를 열심히 연습합니다. 아, 설마? 불현듯 악몽이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체육 시험. 양 발로 축구공을 차 올리던 그 시험.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두 개 밖에 차지 못했던 그 시험. 설마  딸 아이도 그 시험을??

불길한 예상은 꼭 맞는 법입니다. 문 틈으로 엿보니 무릎으로 열심히 공을 차올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한 개 밖에는 못 찹니다. 에휴, 저걸 어쩌나, 속으로 혀만 끌끌 차다가 제 할 일을 하고는 삼사십분 뒤에 다시 방에 가봤더니, 이 녀석이 울고 있는 겁니다. 체육 시험은 내일이고 열 한개를 차야 만점인데 아무리 차도 한 개 밖에 못 차겠다는 겁니다. 이미 벌겋게 변해버린 허벅지가 딸 아이의 악전고투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아빠도 정말 못한게 그거 였는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해서 아이를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자, 아빠가 시범을 보일테니 한 번 보렴”

시범은 보이나 마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빠는 겨우 두 개를 찰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말도 안되게 웃기는 포즈로 말이지요. 눈물이 비쳤던 아이는 살짝 웃는가 싶었지만 금새 또 시무룩합니다.

“공을 못차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아빠가 못해서 그런 거야. 그래서 진짜 미안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잖아? 아빠랑 같이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다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차지는 못해도 볼 줄은 안다고, 가만 보니 딸 아이가 공을 너무 높이 튕깁니다. 게다가 한 번 튕기면 겁이 나서인지 바로 공을 잡아 버리고요.

“공을 너무 높이 튕기지 말고 무릎 바로 위보다는 허벅지 쪽으로 차면 되겠다. 그리고 공은 잡지 말고 찬다고 생각해”

말도 안되는 코치를 했지만 그래도 하다 보니 좀 됩니다. 혼자서는 한 개 밖에 못 차던 녀석이 어느 틈에 두 개를 찹니다.

“좋아 좋아, 두 개까지 차고 세 개 째는 어떻게든 발만 갖다 대. 그럼 세 개는 차겠다”

목표는 세 개. 만점이라는 열 한개에는 택도 없는 일이지만 한 개보다는 나은 거 아닙니까. 옳지 옳지 하면서 토닥 거리는 틈에 세 개도 차고, 어쩌다 네 개도 차고, 세상에.. 여섯 개까지 찼습니다. 아빠는 해도 안되는 걸 딸 아이는 해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키도 크고, 날씬하고 거기에 예쁘기까지 한 사람도 있습니다. 신의 축복인 걸 어쩝니까. 우리는 우리 대로 신이 준 선물이 있는 거고, 그걸 열심히 개발해 세상에 봉사하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체육 시험 결과가 궁금해서 문자를 했더니 배시시 웃으며 3개를 찼다고 답이 왔습니다. 좀 더 찼으면, 그저 아쉽긴 했습니다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부족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대신 해야 할 땐 최선을 다하기를 가르칠 뿐입니다. 유전자가 좀 모자라면 어떻습니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극복할 수 있는 거고 다른 걸 잘 한다는 걸 알면 되는 거지요. 원래 세상은 사람이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 달라지는 거니까요. / FIN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6.16 10:05 ADDR 수정/삭제 답글

    저같으면 야 그것도 못하냐~ 이러면서 구박했을텐데..
    언제나 보면서 오늘도 큰 감동을 느끼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6 10:08 신고 수정/삭제

      ㅋ 감동씩이나! ㅋ

      물론 모노마토군은 안 그럴 거라 생각하지만 ^^
      아이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중 하나가
      야, 너 그거도 못하니, 일걸? ^^

      땡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6.16 18:47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멋진 아빠!!!

    ※ 체육과외가 왜 생겼는지 알겠어요..ㅡㅡ;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7 09:05 신고 수정/삭제

      ㅎㅎ 하긴 요즘 아들들은 축구하려고해도
      어린이 축구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더만.

      우리 땐 공만 들고 나가면 아무데서나 찼는데! ^^

  • Favicon of http://www.iloveuk.kr BlogIcon 행복한꼬나 2010.06.17 08:39 ADDR 수정/삭제 답글

    너무 자상하세요. :) 아빠가 못해서 그래, 아빠의 유전자거든,라고 말 해주는 아빠. 멋져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7 09:05 신고 수정/삭제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네.
      이 녀석이 이젠 뭐하다가 안되면 다 아빠 탓을 한다는! ㅜㅜ

      잘 지내지?? ^^

  • Favicon of http://angelboy.tistory.com BlogIcon 천사보이 2010.06.17 12:56 ADDR 수정/삭제 답글

    트랙백타고 왔어요.
    '문자해서 3개찼다는 답장'이라는 내용에서
    따뜻함을 느꼈어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7 14:18 신고 수정/삭제

      ^^ 어떤 트랙백을 타고 오셨나요? ^^

      고맙습니다

  • 진주애비 2010.06.27 19:33 ADDR 수정/삭제 답글

    97번째 이글을 읽으며
    레이님의 공주님사랑에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족한 자신의 애비노릇에
    깊은 성찰과 후회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상한 아빠의 표본 레이님..언제나 건강하세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28 16:48 신고 수정/삭제

      아마, 새 글 업데이트가 없는데 대한 꾸중이신게죠 ^^

      이번 주엔 꼭 맥주 한잔 하자고요 ^^

  • Favicon of http://macmagazine.kr BlogIcon JMHendrix 2010.06.30 17:06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아들, 또는 딸의 새끼손가락이 길기만 바랄 뿐입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1 08:54 신고 수정/삭제

      손가락이 짧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걸세~

      물론, 손가락이 길기를 바라면서! ^^

LG 인피니아 3D TV 체험단이 됐습니다

안 그래도 부모님 댁 TV를 바꿔드리려고, 어떤 TV를 살까 계속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지난 번 삼성 TV 관련 글도 그래서 쓴 거지만) 운 좋게도 LG 인피니아 3D TV 체험단에 뽑혔습니다. 3개월 동안 TV를 빌려준다니까 3D TV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겠네요. 사실 부모님께서 3D TV를 보실 일은 별로 없을 테니 집에서 보는 스칼렛은 부모님 댁에 가져다 드리고 3D TV는 제가 봐야 되겠네요. 흐음, 이러다가 3개월 후에 TV 반납하고 나면 부모님 댁에서 스칼렛을 다시 찾아올 수도 없고 ㅜㅜ 어쩔 수 없이 뭐라도 하나 사야 될 듯.

3D TV에 쏟아지는 질문들!


어쨌든 마포에 있는 LG빌딩에서 어제 체험단 발대식이 있었습니다. 발대식이라고 해서 애국가 부르거나 뭐 그런 건 아니고요 ^^ 인피니아 3D TV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듣고, 궁금한 거 물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질문에 답변하는 LG전자 미모의 과장님


저를 포함해서 15명의 블로거가 이번 체험단에 선정되었습니다. 참여한 블로거들을 보니 꽤 유명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름만 듣다가 만난 분들도 있고, 익히 아는 분들도 있었고. IT 분야에서 날리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3D TV에 대해 질문들이 많았는데요 질문과 대답만으로도 배운게 많았다는. 역시 사람은 꾸준히 배워야 합니다. ^^

직접 체험해 보는 블로거. 숫기 없는 난 그저 사진이나 찍고 ㅜㅜ


아직 TV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LG 인피니아 LX6500 모델이 테스트용으로 제공될 계획이라고 들었고요, TV가 오면 저는 기술적인 면이나 스펙 같은 것보다는 실제로 활용하는 면에서 좀 살펴볼 계획입니다. 3D TV가 실생활에서 과연 필요한지, 콘텐츠를 감상하는 재미는 어떤지 따위를 주로 볼 테고요, 아마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3D TV의 효용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마침 월드컵도 3D로 방송된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꽤 기대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이 3D라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잖아요!

게다가 마침 주변에 삼성 LED TV를 구입한 분이 있어서 아주 자세하게는 아니더라도 화질이나 주요 기능 같은 걸 비교할 기회가 생길 듯 합니다. 저는 IT 전문가가 아니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모르니 뭐, 눈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말할 수 있겠네요.

한 가지 걱정은 아직 3D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3D 시험 방송을 66번 채널에서 밤 7시~ 10시 사이에 보여준다 하고 스카이라이프에서도 시험 방송이 있다 하는데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건 한 번 보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나 게임 타이틀을 찾아보고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네요. 3D라고 표현된 것들도 3D TV로 보는 3D가 아니라 그래픽으로 입체 효과를 내게 만든 것들이 많아서요.

좋은 3D 타이틀 있으면 추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록 혜택을 받는 체험단이긴 하지만, 최대한 공정하게 쓰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중간에 TV 뺏어가신다 해도 말이지요. ㅋㅋ 어쨌거나 인피니아 3D TV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릴라니 괜히 가슴이 콩당 콩당. 오늘은 코엑스 월드 아이티 쇼라도 가서 인피니아 좀 쳐다볼까 합니다. / FIN


  • Favicon of http://applekorea.tistory.com BlogIcon jw 2010.06.01 09:45 ADDR 수정/삭제 답글

    체험단 당첨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무상 기증이거나 체험단 활동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이면 좋은데 3개월후에 반납이라니 좀 아쉬우시겠어요 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03 11:05 신고 수정/삭제

      하하 고맙습니다.

      뭐 삼개월 써보는 것도 충분하지요 ^^
      체험단 활동 열심히 하면 혹시 뭐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

      행복하세요~

휴대폰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1
휴대폰은 그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빨리 집에 와야 겠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어도 그저 빨리 오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여, 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지난 번에 뭐 지른 거 들통 났나? 최근엔 거짓말 한 거도 별로 없는데? 에이 설마 그걸까? 그건 도저히 알 방법이 없는데? 별 오만 잡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건은 이렇게, 저 건은 저렇게 대처해야지 작전을 세우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어라, 이거 사태가 심각하네, 라는 생각이 드니까 솔직히 뭐 잘못한 거도 별로 없는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최대한 무게를 잡고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고 물었습니다. 가시 돋힌 대답이 날라 옵니다. “당신 딸이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이럴 땐 꼭 당신 딸이랍니다.

순간 긴장은 풀어지고, 에휴 살았다 싶어서 속으론 웃음이 났습니다만 겉으론 여전히 근엄하게, “도대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라고 물었습니다. “얘는 어딨어?” 라며 아이 방을 열어 보니 매로 쓰이는 구두주걱이 널부러져 있고 아이는 한 쪽 구석에 앉아 훌쩍입니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ㅎㅎ 저도 좀전까지는 완전 초긴장 상태였으면서도) 살살 얘기해봐...”

결론은 이겁니다. 딸 아이가 진짜 다니기 싫어하는 영어학원을 빼주고 집에서 자습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놔뒀더니 이 녀석이 말로는 공부한다 해 놓고 지난 6개월 동안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맨날 휴대폰과 닌텐도로 게임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하고 뭐 그랬다는 겁니다. “아니, 공부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어떻게 알어?” 라고 물었는데(사실 성적이 떨어진 건 아니거든요) “그건 다 내 방법이 있어”라며 아내는 더 말을 안 합니다. 눈치를 보니 방법은 무슨 방법입니까. 무서운 엄마가 아이를 협박해서 자백을 받아낸(!) 거죠.  엄마가 무슨 검사도 아니고 췟!

데이터 존 프리 요금제 해 줬다고 구박을 받다니


“아빠가 휴대폰에 데이터 요금제 해주는 바람에 애가 저렇게 됐잖아”라는 게 아내의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아빠도 책임이 있으니 알아서 이 사태를 정리하라는 거지요. 이럴 땐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닌텐도와 휴대폰 압수, 집에서 자습은 하기 어려우니 다시 학원 갈 것. 이 문제는 아빠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고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기겠다라고 말하니 딸 아이의 울음이 다시 터집니다.

요즘 아이들 제일 무서운 벌이 휴대폰 뺏는 거랍니다. 딸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아빠가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겼으니 백날 말해봐야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결국 아이는 결국 휴대폰 없이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한 달 살아보니 예상과 달리 아이는 집에 있는 인터넷 전화 쓰면서 잘 버티는데 도리어 어른들이 불편해졌습니다. 아이가 학원이다 어디다 다녀야 하는데 정작 어른들이 연락을 못하니 마음이 급한 거지요. 결국 한 달 반만에 딸 아이는 데이터 요금제는 해지했고 수신만 가능한 상태로 휴대폰을 돌려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주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더 빨리 친해지고 더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존프리 요금제를 해 준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덕분에 아이는 휴대폰으로 검색도 잘 하고, 게임이나 벨 소리도 잘 찾아 받습니다. 게다가 이제 휴대폰 다루는  솜씨는 아빠보다 더 낫습니다. 이거 어떻게 하더라, 고민하고 있노라면 어느 틈에 그 기능을 찾아서 가르쳐 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손녀에게 휴대폰 강습을 받았고 잘 가르친다고 소문나서 몇몇 할머니 친구분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기능과 사용법은 환경만 만들어 주면 딸 아이가 혼자 알아서 잘 익힙니다. 그러나 휴대폰 문화는 아이가 알아서 배우지 못합니다. 아빠는 스스로, 공공 장소에서는 시끄럽게 통화해선 안된다라고 가르쳤음을 자부합니다. 덕분에 딸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당연히 이어폰을 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절제하는 법 만큼은 아직 못 가르쳤습니다. 아이에게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다 찾아주는 날(데이터 요금제는 결국 뺐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디지털 기계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끼리 더 잘 얘기하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한 거란다. 기계에 빠져 기계만 쳐다 보고 살아선 안되는 거야. 아빠는 네가 필요한 기계를 앞으로도 얼마든지 사주겠지만, 니가 그 기계를 다루길 원하지 그 기계에 빠져 사는 걸 바라진 않는다. 그런 문제가 또 생긴다면 아빠는 또 기계를 빼앗을 수 밖에 없을 거야. "

솔직히 딸 아이는 예배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지루하다며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식구들 식사하는 자리에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며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폰 음악을 듣습니다. 이 아이의 삶에서 휴대폰을 뺀다는 건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휴대폰이 사람을 위한 것이지, 사람이 휴대폰을 위해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아이가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잔소리를 할 겁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아빠가 이런 기계를 사주는 물주가 틀림없으니까요. 이 정도면 잔소리할 자격은 충분히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FIN


  • ^^ 2010.05.14 13:02 ADDR 수정/삭제 답글

    앞으로 물주로서 평생 잔소리 하시려구요??? 아이에게 선물 했으면 그 물건을 쓸 권리도 부여하셨으니 줬다 뺐었다는 하지 말으셔야져 ㅋ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3:05 신고 수정/삭제

      ㅎㅎ 물건을 쓸 권리는 줬지만
      물건의 노예가 될 권리는 주지 않았습니다! ㅋㅋ

      가끔 잔소리하는 재미도 없으면
      물건 사주는 재미도 없죠~ ㅋㅋ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14 15:04 ADDR 수정/삭제 답글

    정현이는 핸펀 사달라말라 말도 없었는데..
    저희가 애 잃어버릴까봐 하나 붙여줬거든요..
    서연이는 여섯살때부터 어여 핸펀 사내라고 갈굼을..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5:15 신고 수정/삭제

      ㅎㅎ 오빠가 쓰는 걸 보면 서연이도 쓰고 픈게지. ㅋㅋ
      처음엔 다 어른들이 불편해서 사준다네.
      없으면, 여전히 어른들이 불편하고 ㅜㅜ ㅋㅋㅋ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5.14 15:28 ADDR 수정/삭제 답글

    1년 후에 세현이에게 아이폰을 줘야겠습니다 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6:20 신고 수정/삭제

      아이폰 쓰다 쓰다 고장나면 줘도 되겠네.
      그러나 속 마음을 보니 세현이에게 아이폰 주고
      아빠는 새 폰을 사겠다는 뜻인게지? ㅋㅋ

  • 진주애비 2010.05.21 19:02 ADDR 수정/삭제 답글

    왜 애가 혼나는데
    내가 더 혼나는 기분이 드는건지...왜.왜.왜 ㅡㅡ.

책은 말이야, 절대 지루한게 아니야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0
독서 - 책을 읽는 즐거움

“아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권 커튼 다 읽었어?”
“응? 아빠 요즘 바빠서 못 읽었는데?”
“그거 범인이 XXXXXX야 ㅋㅋㅋㅋ”
“야! 그거 얘기하면 아빤 무슨 재미로 읽으라고! 너 진짜~”
“어~ 그럼 나 다 얘기한다~ 15권은...”
“으악! 안 들어, 안 들어!”

요즘 딸 아이가 저를 놀려 먹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같이 읽을 책을 고민하다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조금씩 사주고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합니다. 덕분에 아빠도 옛날에 읽었던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같은 명작을 다시 읽고 있지요.

‘책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 되는 거야’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 부모님들은 아이들 머리 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수백만원씩 주고 전집 세트를 사주고, 도서관엘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책을 읽게 해줍니다. 이도 저도 안돼면 책 대여점을 이용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대부분 아이가 어릴 때 뿐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많은 부모들이 책 읽으라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 어쩌면 못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학원 다니랴 공부하랴 쫓기는 아이들에게 책 읽으란 말은 어쩌면 사치입니다. 그래놓고 말은 잘 합니다. “책 읽어야 훌륭한 사람 되는 거야.” 하지만 안 읽습니다. 아빠가 안 읽는데 아이보고 책을 읽으라니요.

그래서 쓴 방법이 아이와 같이 책을 읽는 거였습니다. 제일 처음에 같이 읽은 건 이원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나라였고요, 60권짜리 만화 삼국지도 같이 읽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읽었고... 그냥 읽으면 재미 없으니까 중간 중간 퀴즈 내기도 합니다. 제일 쉬운 건 인물 퀴즈입니다. 맹획이 누구냐? 뭐 이런 거지요. 그러다 보면 퀴즈에서 이기려고 진짜 별 얼토당토 않는 인물을 찾아냅니다. 축융부인이 맹획의 아내라는 거, 이젠 절대 안 잊습니다.

한 번은 딸 아이가 제가 읽던 다카노 가즈야키의 추리 소설을 읽어보겠다 하더군요. 특별히 내용에 문제될 것이 없어서 그러라 그랬더니 완전 반응이 뜨거운 겁니다. 어린이용으로 번역한 셜록홈즈, 아르센뤼팽 시리즈를 좋아하던 아이였으니 다카노 가즈야키는 좋아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 뒤로 아이는 제가 읽는 책들 몇 권을 따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전세가 역전된 거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신까지 읽고는 아빠가 자기 몰래(!) 재미있는 책만 읽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겁니다.

이런 책들 보다 의미 있는 책을 읽혀야 하지 않나고 아내는 가끔 얘기합니다. 물론 저도 그러고 싶죠. 그래서 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사서 읽고는 아이 방에 꽂아 놓습니다. 책이 있으니 언젠가는 읽겠지 라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쳐다 보지도 않는 듯 해서 한 번은 위대한 개츠비 다 읽으면 엄청난 용돈을 주겠다고 꼬셨는데 결국 스무 쪽도 못 읽고 나자빠졌습니다. 어려워서 못 읽겠답니다. 하긴 아빠도 어려운데 아이에게 쉽겠습니까. 덕분에 위대한 개츠비는 이제 딸 아이에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으로 찍혔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위대한 개츠비는 쳐다 보지도 않을 겁니다.


책이 어려워 읽지 않는 것보단 재미있는 책이라도 읽는 게 훨씬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입니다. 내용도 별 무리 없고 아빠가 읽기에도 재미있고요. 이 녀석, 아빠 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 먼저 읽고 나서 아빠를 놀려 먹는 재미까지 생긴 겁니다. 다음 번 시리즈 빨리 사오라고 요즘 노래를 부릅니다. 덕분에 아빠는 매달 책 값 대느라 술 값을 줄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빠는 딸에게 지금보다 많은 걸 주고 싶습니다.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싶고, 가르쳐야 할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많지 않습니다. 몸도 무겁고(아, 움직이기 싫어하는 이 넘의 디앤에이가 딸에게 유전될 줄이야!) 상황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건, 누가 뭐래도 책입니다. 책 속엔,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빠가 아이에게 직접 가르칠 수 없는 수많은 보물들이 있습니다. 그 보물을 찾는 눈을 길러주는 것, 아빠로서 이보다 보람찬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FIN


  • 2010.05.12 21:44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2 23:16 신고 수정/삭제

      앗! 그런 일이! 곧 잘 해결되겠지요!^^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13 10:21 ADDR 수정/삭제 답글

    일단 아빠가 책을 좀 읽어야겠죠..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3 13:49 신고 수정/삭제

      그거이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냥 죽죽 읽으시면 됩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5.17 15:53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블로그가 다음에 스팸으로 등록된 모양입니다. --; .com만 들어가면 댓글이고 트랙백이고 아무것도 안되네됴. ㅠㅠ 암튼.. 팬더가 그려진 해문출판사의 전집을 열심히 사모으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얼마전 터키 여행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배경지를 우연히 가보게 되었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추리소설 좋아하신다면 따님과 함께 가보셔도 좋을 듯. 손트랙백 남깁니다. http://greendayslog.tistory.com/203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7 17:30 신고 수정/삭제

      이런 이런. 도대체 왜 그렇게 됐을까요??
      사실 터키는 정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딸이야 지가 크면 알아서 갈테니
      전 애인하고 가보고 싶어요! ㅎㅎㅎ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5.18 09:43 수정/삭제

      앗 그 애인은 혹시...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8 10:16 신고 수정/삭제

      으응?? 누구 아시는 분 있으세요? ㅋㅋㅋ

  • 하루 2010.05.19 00:45 ADDR 수정/삭제 답글

    정겨운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me2day.net/wowpc BlogIcon WOWpc 2010.06.10 10:25 ADDR 수정/삭제 답글

    책을 많이 읽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휘력에서 차이가 나더군요. 제 딸아이는 이제 고작 4살이긴 한데, 아이 엄마가 극성을 부려 6개월때부터 책을 사서 읽어주곤 했었거든요.
    2달 차이나는 동네 친구랑 이야기 하는걸 비교해보면, 확실히 표현력에서 차이가 납니다.
    책 거의 읽지 않은 그 아이는 일상대화의 말은 참 잘 하는데 감정표현이 제 아이와 차이가 나더라구요~

    책 읽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잠자리에 들기전에도 한 대여섯권 동화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합니다... 좋아라 하는거라 읽어주긴 하지만, 잠자리에선 다섯권 이상은 잘 읽어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네요~

    아직 글자는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읽어주었던 내용을 되뇌이면서 혼자 책 펴놓고 중얼중얼 하고 있는 모습보면 그냥 뿌듯하기만 하네요... ^^

담양엔 숯불돼지갈비도 유명하다니깐!

“담양하면 떡갈비, 죽통밥만 얘기하는데 돼지갈비 한 번 먹어봐요. 한 번 먹기엔(!) 괜찮어.”

멋드러진 한옥 한 채 지어 놓고 방 두 칸을 민박으로 내주던 민박집 사장님. 예약까지 다 했는데 우리가 온다는 걸 잊어 먹고(때마침 담양 대나무 축제가 열려서 염색 분야 신지식인인 이 분이 무척 바빴던 듯) 우리가 도착해서야 청소한다 보일러 넣는다 어수선을 떨더니, 보일러 돌 때까지 있으라며 안방까지 내주면서 미안한지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저녁은 먹었냐 어쨌냐 하길래 떡갈비 먹고 왔어요, 하면서 맛난 집 좀 소개해달랬더니 국수집과 돼지갈비를 권한다. 떡갈비와 죽통밥은 너무 유명해서 맛이 좀 변했다면서.

기대했던 것보단 좁은 방이었고 보일러를 늦게 돌린 까닭에 5월 첫날의 밤을 춥게 맞아야 했지만, 두런 두런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고 맥주까지 두어 캔 들이켰더니 금새 밤이 깊었다. 역시 술도 체력이 좋아야 마시는 법. 001호 사장님과 002호 나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먼저 쓰러졌고 피버군과 모노마토군, 호련양의 이런 저런 수다를 멀리 들으며 금새 잠에 빠졌다. 그래 놓고, 새벽이 되니 절로 잠이 깬다. 아무리 부인해도 나이는 몸에서 먼저 오는 법인가 보다.

새벽 찬 공기가 가슴을 찌른다, 라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일게다. 세상에, 오월 첫 날인데 차에 성에가 끼었다. 시골의 아침은 차가운 유리처럼 짜릿하나 상쾌하다. 여전히 잠에 빠진 브레인들을 달래 깨우고 씻는 동안 사장님과 난 동네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산책했다. 서울 집에선 돈 주고 시켜도 안 할 일을, 시골에선 절로 한다.


사람 없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찍고 싶어 서둘러 민박집을 떠났다. 예전 여름에 찾았던 메타세쿼이아 길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진 한 장 못 찍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런데 역시 관광객은 한 가지는 생각해도 또 한 가지를 놓친다. 어제 밤 민박집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아침에 일찍 메타세쿼이아 길을 가겠다 했더니 “그러게요, 이제 잎이 좀 나기는 했을 거에요”라던 말. 가보고 나서야 왜 민박집 사장님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했다. 겨울엔 잎이 다 떨어져 볼품이 없고, 아직 잎이 덜 났을텐데, 하는 걱정 어린 말이었던 게다. 이른 아침의 메타세쿼이어 길은 사람은 없어 좋았으나, 마치 영화나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풍성함은 없었다. 마치 머릿 수 적은 아저씨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풍성하진 않아도 위용은 있었고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조용한 길을 걷는 재미란 가서 직접 걷지 않고선 얻을 수 없는 혜택이니까. 이 길에 대해 괜찮은 사진과 영상이 보고프다면 여기로 가시길!



누구나 간다는 죽녹원을 들러 대나무 축제 준비에 한창인 관방천길을 걷다 보니 시간은 9시 반을 막 넘겼는데 심하게 허기가 진다. 새벽부터 일어나 동네 한 바퀴에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고 죽녹원까지 한 바퀴 돌았으니 배고플 수 밖에. 메뉴는 돼지갈비로 정했지만 이른 아침에 식사를 할까 싶어 전화를 해 봤더니, 이런, 아홉시 반부터 식사를 한단다. 환호를 지르며 내비에 주소를 찍는 순간, 이미 등록된 이름 ‘승일식당’이 보인다.

죽녹원에서 오분 달렸을까, 읍내를 지나는 느낌이 들더니 골목으로 길을 안내한다. 저 앞에 보이는 붉은색 승일식당 간판이 눈에 보이고 주차장 표지판을 따라 차 한대 간신히 지날 골목으로 차를 몰아들어가니 왠일. 서너대나 주차할 공간을 예상했으나 스무대도 더 댈 듯한 넓은 주차장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꽤 유명한 집인 듯.

이미 들어간 브레인들이 자리를 잡았으나 나는 입구에서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화덕이 있고 이른 아침부터 아주머니 몇 명이 나란히 앉아 석쇠에 돼지갈비를 굽고 있었던 것. 앞에 쌓인 돼지갈비의 양도 엄청나고 이를 구워내는 손길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차장 만큼 넓은 식당. 테이블에 앉아 1인분에 1만원하는 돼지갈비 5인분을 주문했다. 아침 열시긴 하지만, 고기엔 반주가 필요한 법(!).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아침 내내 걷느라 텁텁했던 목을 시원하게 씻어 내린다. 잠시 후 나온 반찬이 독특하다. 앙증 맞은 접시 위에 담긴 여섯 가지 반찬.갓김치와 묵은지, 고추무침, 무쌈 등이 얌전히 앉아 있는데 이걸 사람마다 하나씩 준다. 앞에 놓고 무쌈에 고기를 싸 먹으면서 반찬을 맛보란 얘기일테다.



그리고 등장한 숯불갈비. 사진에 보이는 건 2인분이다. 노릇하다 못해 부드러운 갈색 빛으로 변한 돼지갈비가 환호성을 자아냈다. 색깔만으로도 맛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가위와 집게를 들고 먹기 좋을 크기로 자르면서 코를 간질이는 냄새에 반한다. 손으론 집게를 들고 있어도 마음으론 젓가락이 이미 고기를 집어 들고 있다,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브레인들은 적당히 잘린 고기를 향해 젓가락 러시를 감행 중이다.


역시 숯불엔 돼지갈비가 최고다. 고소하고 달콤하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쫀득함이 느껴진다. 냄새 마저도 기분 좋게 만드는 숯불갈비. 만일 떡갈비와 돼지갈비 중에서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돼지갈비를 선택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냥 먹는 고기 맛도 좋지만 밥에 얹어 먹는 고기 맛도 그만. 함께 나온 국물은 왜 그리도 맛있던지.

후식으로 먹는 냉면은 3천원으로(밥에 고기 먹고 후식으로 냉면을 또?) 가격은 부담 없지만 맛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다. 소문으로는 국수가 맛있다던데 아마 국수는 추운 겨울에만 하는 모양.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나중에 담양에 또 간다면 그 때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으리라.

소문난 고장엔 소문에 가려 빛을 못 보는 또 다른 보물이 있는 법. 하긴 어디 고장에만 그럴 것인가. 회사건 개인이건 누구나 소문이 있고 소문에 가려진 부분도 있을 것인데, 어느 한 면으로만 평가하는 건 스스로 기회를 박차버리는 것이 아닐지. 맛있는 숯불돼지갈비 한 점에 별난 생각을 다하며 담양을 떠났다. 언젠가 또 다른 일로 담양엘 들리게 되면, 나는 또 어떤 숨겨진 먹을 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FIN

PS> 사진은 죄다 아이폰으로 찍어 영 그렇습니다. 요즘은 디카도 들기 귀찮아서 큰 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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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 승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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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omatomail.tistory.com BlogIcon 호련 2010.05.10 20:42 ADDR 수정/삭제 답글

    ^0^ 정말 맛있었어요!! 승일식당~~>.<;)/ 메타세쿼이아 길과 죽녹원도 최고였죠 ㅎㅎ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5.10 22:00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진을 다시 보니... 이 밤에 군침 도는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1 10:49 신고 수정/삭제

      밤에 군침돌면 안된다네. 참고 또 참자고!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10.05.11 00:39 ADDR 수정/삭제 답글

    ^^ 정말 또 먹고 싶어지는군.. 근디 메타세콰이아길은 콘텐츠 주소가 1288이여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1 10:48 신고 수정/삭제

      ㅎㅎ 동네 사진이 가 붙었고만요 ㅋㅋ 수정합니다. 땡스!

  • 친절한 보라씨 2010.05.18 19:10 ADDR 수정/삭제 답글

    국수는 국수거리 라는 곳이 유명한대 막 들어가면 진우네 국수라고 있어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20 08:37 신고 수정/삭제

      아, 네 고맙습니다
      국수 못 먹고 온게 많이 아쉬웠는데 다음에 기회되면
      꼭 국수를! ^^

떡갈비 먹고파 담양을 지르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뭔가 미치도록 먹고 싶은 날. 오늘은 삼겹살이 먹고 파. 시원한 야외에서 맥주 한 잔 들이켰으면. 얼큰한 막국수 캬. 싱싱한 조개의 짭쪼롬한 맛. 그런 날엔 꼭 달려줘야 한다. 인생 뭐 있나. 먹고 싶은 건 먹어줘야지. 그리고 이번엔 떡갈비다.


회사 창립 5주년을 맞아, 2주에 한 번씩 주말마다 번개가 열린다(사실은 가서 일도 한다). 강제는 아니고,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데, 그래봐야 이제 겨우 두 번 한 거라(분위기를 보아 하니 앞으로 두 번은 더 할 듯!) 딱히 자랑할 만한 건 아니다. 지난 번엔 속초의 생선구이집과 오징어 순대를 찾았고 이번엔 담양의 떡갈비다. 떡갈비라니, 말만 들어도 침이 고이지 않는가.

담양이란 이름을 들으면, 먹으로 그려낸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든다. 키 큰 나무들이 만들어 낸 그늘에서 은은히 쉬다갈 수 있는 조용한 고장. 거기에 맛난 떡갈비와 죽통밥이 같이 떠오르면, 이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유혹이다. 그래서 달렸다.

금요일 오후, 번개 참석 팀은 한 시간 정도 일찍 사무실을 떠난다. 이번 참석자는 다섯 명. 005호 헨드릭스군은 중국 출장 중이고 004호 편집장군은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시는 관계로 참석을 못했다. 안타깝다. 여섯 명이 가면 버스 전용 차선 탈 수 있는데 다섯 명이라니. ㅜㅜ 게다가 저 두 명. 우리 사무실에서 1종을 운전할 수 있는 멤버들이다. 젠장, 오며 가며 운전은 다 내 몫이다.

그래도 소풍 가는 마냥 기분은 들떴다. 운전도 못하는 006 피버군, 007 호련양(본인은 봉고를 몰았다고 주장하나, 검증할 수 없음), 008호 모노마토군은 복불복 삼매경이다. 복불복에서 진 한 사람에게는 휴게소에서 감자, 오뎅, 핫도그 등등을 잔뜩 먹여 떡갈비를 못 먹게 하기로 한 모양. 호련양이 걸렸는데, 독하다. 휴게소에서 쉬지 말고 가잔다. 떡갈비를 향한 저 집념이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지나서 천안논산고속도로로 올라섰다. 이 도로 덕분에 충남, 전라 지방으로 가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얌전, 점잖 운전의 대명사 001호 사장님과 달리 002호 나는 사실 속도를 좀 내는 편이다. 운전 중 아는 분이 전화를 걸길래 전화만 받고 사장님께 넘겼다. “저 사람은 140km 정도로 가야 차 안 막힌다고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내 흉을 본다. 마음이나 그렇지 요즘 그렇게 달리긴 쉽지 않다. 카메라가 워낙 많아서.

휴게소 한 곳을 들러(이 곳에서 결국 우리 브레인들은 감자통구이와 오징어를 샀으나 호련의 강력한 반발에 못이겨 서로 나누어 먹었다. 운전하는 내 입에도 커다란 감자 하나를 우겨 넣는 호련! 애야, 그거 하나 먹었드니 배부르더라!) 담양으로 출발하면서 현지 식당 운영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지난 번 속초 번개 때 음식점마다 거의 삼사십분씩 기다렸던 탓이다. 그런데 웬걸. 무한도전에 나왔다던 모 식당은 8시 30분에 문을 닫고(!) 1박2일에 나왔다던 식당은 9시 반에 문을 닫는단다. 지금 계산으론 아무리 빨리 가도 아홉시 전에 도착하긴 힘들 듯. 식당이라면 당연히 밤 10시 정도까지는 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떡갈비 먹으러 담양으로 지르는 중인데 떡갈비 식당이 문을 닫는다니. 게다가 밤이 되면서 진입한 호남고속도로는 익숙하지 않은 길인데다가, 어둡다. 속도를 낼래야 낼 수 없는 상황이란 말씀. 게다가 왠 트럭은 그리 많던지. 속도를 내지 말라는 신의 계시로 알고 그저 급한 마음을 달래며 달릴 수 밖에.

백양사 IC로 빠지라는 내비의 안내를 따라 국도로 들어섰다. 남은 거리는 약 20km. 새로 생긴 듯한 국도는 넓고 깨끗했으며 차도 별로 없었다. 잘 빠지는 신호를 받아 탄력있게 달리다가 목적지인 덕인관에 도착한 건 8시 33분. 내가 자랑스러웠다. 운전도 못하는(!) 이 인간들에게 오로지 떡갈비를 먹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꾸준히 달려 시간을 맞췄다니! 식당 안에 들어갔더니 왜 9시 반까지만 하는지 이해가 됐다. 이미 그 시간에 식당에 손님이라곤 이제 막 계산하고 나가는 한 테이블 외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 될 듯. 게다가 식당 주변은 넓디 넓은 국도로 다니는 차 조차 많지 않는 상태였다. 서울에서 떡갈비 먹으러 저녁에 출발하시는 분들은 시간을 염두에 두셔야 할 듯.


자리에 앉고 다른 브레인들은 사진 찍기 바빴지만 운전한 나는 얌전히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식당 안은 생각 보다 넓고 환했다. 무엇보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넉넉한 것이 맘에 들었다. 밥 먹으면서 등 부딪히는 불쾌감이란 밥 맛 달아나게 하는 대표적인 존재다.


먼저 반찬이 나왔다. 반찬이 깔리고 호박전과 도토리묵을 집어 먹으면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전라도다. 반찬 하나 하나를 씹을 때마다 고유의 맛이 흘러 나온다. 운전하던 피로도 어느 틈에 사라지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딱 한 잔 마신 맥주 한 잔은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떡갈비. 불판 위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떡갈비는 보기만 해도 예술이다. 그리고, 맛있다. 달콤하면서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공기밥과 함께 떡갈비는 어느 틈에 다 사라졌다. 잘 먹었는데, 뭔가 살짝 아쉽다. 그게 뭘까. 문득 서울에서 먹은 떡갈비가 생각났다. 맛있긴 한데, 이 정도에 이 가격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지 않아도 될 듯하다는 소감이 슬슬 밀려온 것이다. 이 아쉬움의 원인을 이 날 저녁 머문 민박집 아주머니가 아주 명쾌하게 풀어줬다. “손님이 많아지면서 음식들이 예전 같지 않아요. 손님들은 떡갈비와 죽통밥을 찾으시지만 우린 잘 안 가요.예전에 먹던 맛이 아니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열세가지 수수께기 중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일딴 뚫리기만 하면 경치 좋은 마을 치고 살아 남는 곳이 없죠’”

그래도 잘 먹었다. 사실 포장을 해 오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포장은 않기로 했다. 전국 택배도 해주고, 조리법까지 넣어준다지만, 여기서 바로 구워 먹는 맛만 못할 터이고, 그러면 서울에서 떡갈비 먹느니만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민박집을 찾았고 그렇게 담양의 밤이 깊었다. / FIN

PS> 담양 번개 2탄, 숯불돼지갈비 얘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언제 쓸지 모르겠으나~ 투비 컨티뉴드~~ ^^

PS2> 사진이 뭐 이래, 하실 수 있겠으나,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더 좋은 사진을 보고 싶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용~

담양 덕인관 http://www.zoominsky.com/1286 BY MediaBrain 001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10.05.07 15:22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역시 잼있게 잘 정리했구만.. 생생한데..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07 15:23 신고 수정/삭제

      ㅍㅎ 사장님께 칭찬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근데 진짜 요즘 글 쓰기가 너무 겁이나요... ㅜㅜ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5.10 04:09 ADDR 수정/삭제 답글

    숯불갈비편 기대만빵~! 근데 고속도로에서는 정말 속도를 조절하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주변과 속도를 맞추다보면 금방 130Km를 달리고 있다는... (제 차는 140을 밟으면 차체가 심히 떨려서 그땐 좀 느끼긴 합니다. ㅎ) 전 지난주에 통영을 다녀왔는데, 카메라 많기로 유명한 경부고속도로에서 딱지 몇개 날아올까 겁나요. 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0 09:47 신고 수정/삭제

      저 제작년인가 통영 다녀오면서 한 장 끊었더랬죠 ㅜㅜ 그 돈이 진짜 아까운 듯! ㅋㅋ

      통영을 한 번 더 가고픈데, 멀어서 쉽게 엄두가 안 나요 ㅋ

[강남맛집] 특별한 날 회가 끌린다면, 삼성동 남도여수

전 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못 먹는 건 아니고요, 그저 맛이 없어 안 먹을 따름입니다. 이 쫄깃하고 싱싱한 느낌을 왜 모르니, 라고 사람들이 구박해도 맛없는 걸 어쩝니까. 게다가 비린내에 좀 민감하다는 것도 생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서 저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회도 잘 못 먹고, 회사에선 횟집에서 회식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딸 아이가 아빠한테 갖는 불만 중에 하나가 회 안 사준다는 거일 정도로요.

하지만 이런 저도 가끔 회를 맛나게 먹을 때가 있습니다. 몇 년전 거제도 갔을 때 먹은 뽈락회, 만리포 바다 앞에서 먹었던 낚시배에서 갓 쳐온 우럭회... 이런 것들은 회에 대한 저의 선입견을 날려버리는 정말 맛있는 회였던 거죠. 이런 걸 보면 제가 회를 그닥 즐기지는 않아도 회맛을 딱히 모르는 넘은 아닌 듯 합니다만, 어쨌든 회를 그다지 먹지 않는 제가 오늘은 횟집 한 군데를 추천해 볼까 합니다. 삼성동에 있는 남도여수 횟집입니다.

포스코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신호등 하나 지나고 대장금이라는 식당을 끼고 우회전해서 골목으로 들어간 후 다시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왼쪽에 ‘남도여수’ 간판이 보입니다. 물론 자세한 위치는 맨 아래 지도에서 살펴보시고요. 주차는 대신해 줍니다만 나올 때 2천원을 받습니다.

1층은 테이블이 있는 홀이고, 2층은 칸막이로 막아 놓은 방입니다. 필요에 따라 칸막이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라서 방음 같은 건 완벽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미리 예약을 한 탓에 방에 앉을 수 있었지요. 아는 형님이 크게 한 턱 쏘는 자리여서 한 사람에 10만원짜리(헉!) 코스를 먹었습니다(사실은 제가 내려고 했습니다만 그 형님이 먼저 계산하는 바람에... 핑계 좋네요 ㅋ).


고급 횟집 답게 깔끔한 죽과 토마토 샐러드가 나옵니다. 저녁 시간이니 당연히 배가 고파 몇 술 뜨면 금새 없지요. 뒤이어 성게알즙을 뿌린 갈은 마가 나옵니다. 사실 저는 마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안 먹고 비켜 두었습니다. 맨 정신엔 못 먹겠어서 술 취하면 먹으려고요. 나중에 술 한 잔 먹고 마에 도전했습니다만, 역시 입에 안 맞으니 반 밖에 못 먹겠더군요.


그 다음에 나오는 돌멍게와 새조개, 해삼. 이건 일품입니다. 자연산 밖에 없다는 돌멍게는 비린 맛 하나 없이 쫄깃하고 고소합니다. 새조개와 해삼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돌멍게 껍질에 소주 한 잔 따라 먹는 것도 특별한 맛입니다. 이렇게 마시는 소주는 아무리 먹어도 안 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드디어 메인 회가 나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이 집의 자랑이라는 자연산 다금바리와 농어, 도다리 등이 나옵니다. 펄이 들어간 것처럼 살짝 반짝거리는 녀석이 다금바리라는군요. 한 점 집어 먹었더니 쫄깃하고 탱탱한 맛이 입 안에 가득합니다. 이런 정도라면 저도 회가 맛없다는 말 않고 열심히 먹어야죠.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매생이굴국과 함께 홍합, 피조개, 키조개, 개불, 도다리, 해삼, 새우가 한 접시 가득 나오고요 어우, 배불러 소리를 할 때 쯤 튀김과 감성돔 구이가 염치 없이 젓가락을 들이밀게 만듭니다. 횟집에서 굽는 생선이래야 꽁치 정도나 봤는데 감성돔이라니. 살짝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보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게장과 갓김치, 된장찌개가 곁들인 식사가 나옵니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뭘 얼마나 더 먹겠습니까마는 다른 건 몰라도 여수 갓김치(이 집 이름이 남도여수라는 걸 잊지 마세요) 하나는 그냥 돌려보내선 안되는 겁니다. 그렇게 숫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식사가 끝납니다.


삼성동이라는 위치와 고급스러운 재료를 쓰니까 사실 이 집은 싼 집이 아닙니다. 지나가다가 소주 한 잔 먹자, 해서 들어갈 만한 집은 아니라는 거죠. 제가 먹은 코스는 한 사람에 10만원짜리 코스고 언뜻 훔쳐 본 메뉴판(메뉴판 훔쳐 볼 거 머 있나, 당당히 보면 되지 ^^) 엔 저녁 메뉴가 3만8천원부터 시작하더군요. 그러니 자주 간다기 보다는 손님을 만난다거나(이거 왠지 접대라는 표현 쓰기는 거북해서 ^^) 특별한 가족 모임에 어울리겠네요. 무엇보다도 주말엔 30% 할인 한다 하니(삼성동 특성 상 주말엔 손님이 없는가 봅니다!) 부담을 좀 덜 순 있겠네요.

여튼 손님을 만날 일이 종종 있는 저로서는, 꽤 괜찮은 횟집 하나 알아낸 셈입니다. 이제 큰일났군요. 제 블로그를 보신 손님들이 왜 나는 저 집 안 데려가냐고 하시면 할 말이 없겠습니다. 손님도 손님 나름이죠! 할 수도 없고, 누군 모시고 가고 누군 안 모시고 갈 수도 없고. 그래서 말은 저렇게 해 놓고도, 어쩌다가 정말 회가 땡기는 날(혹은 오늘 회 안 먹으면 죽을 거 같다는 손님이 오시는 날), 몰래 몰래 가야겠습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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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1동 | 남도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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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hogerl.tistory.com BlogIcon 호걸이 2010.05.06 17: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고향이 여수옆에 순천인데.. ㅋㅋ 어릴때 거기 살면서 회라는 회는 실컷 맛있게 먹은거 같은데..
    서울에서 먹는다는 이유로 10만원씩 넘어가는 코스로 바뀌는군요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07 09:34 신고 수정/삭제

      바닷가 사시던 분들이 이런 가격 보시면 분노(!)하시는게 정상이죠! ㅋㅋ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07 09:33 ADDR 수정/삭제 답글

    왜 저는 저집 안 데려가세요??

    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blog.daum.net/kojasan/?t__nil_login=myblog BlogIcon 맛집 2010.05.07 11:18 ADDR 수정/삭제 답글

    퍼가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07 12:43 신고 수정/삭제

      남이 애써 쓴 글 퍼가셔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 제발 부탁이니 퍼가지는 마시고, 링크를 걸어주세요.

2D를 3D로? 에이, 이건 아직 3D가 아니에요

부모님 댁 TV를 바꾸면서 TV를 새로 바꿀 생각을 하는 나로서 3D TV에 관심 없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지난 번 LG전자 3D TV 발표회까지 다녀왔을까. TV란 것이 어차피 한 번 사면 십 년 이상을 봐야 하는 것.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이런 제품일수록 처음 살 때 조금 오버해서 사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경험을 몇 번 한 이후로 사실 예산을 좀 넘기는 하지만 어쨌든 구경하는데는 돈 드는 것 아니니까, 이것 저것 염두에 두고 열심히 살펴보는 중이다.

사실 극장에서 아바타와 앨리스를 본 것 외에 별다른 3D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3D TV를 고르는 구입 기준이란게 있을 턱이 없다. 일단 잘 아는 브랜드여야한다는 거, 디자인이 예뻤으면 좋겠고, 기능도 많았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화질이 좋아야지 라는 생각 정도였다. 그러면서 하나씩 정보를 모으다 보니 3D TV를 제대로 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당연히 3D TV가 있어야 하고, 3D TV를 보는 안경이 있어야 하고, 3D 전용으로 만든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안경이야 TV 살 때 따라오는 거니 별로 고민할 건 아닌데 문제는 3D 콘텐츠다. 3D 전용으로 만든 콘텐츠라야 3D로 볼 수 있다니, 기술자적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좀 황당하다. 아니, 3D로 볼게 별로 없는데 3D TV를 파는 건 또 뭐여? 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월드컵 같은 스포츠도 3D로 나오고 아바타, 앨리스는 물론 타이탄 같은 영화들도 계속 나온다 하니 부족할 건 없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본 삼성 3D TV 광고. 헐, 2D를 3D로 바꿔주는 기술이 들어 있단다. 드라마도, 영화도 죄다 3D로 바꿔 준다니. 그럼 뭐 새로 콘텐츠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거 이거, 딱 마음에 들겠다 싶어 어디 가서 한 번 봤으면 했는데 어디 딱히 볼만한 데가 별로 없었다. 백화점 매장에 가서 잠깐 보는 건 너무 겉핥기 식이고, 사방에 소문을 하다가 마침 잘 아는 어떤 선배네 회사에서 3D TV를 업무 관련차 구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홋, 그거 좀 구경 가도 되요? 그렇게 2D를 3D로 바꿔준다는 삼성 TV를 구경하게 됐다.

요즘 나오는 TV들, 다 예쁘다. 개인적으론 LG에서 나온 인피니아가 테두리도 얇고 더 쌔근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뭐, 얘는 2D를 3D로 바꿔준다니깐! 다른 건 다 됐고, 3D 먼저 보자고요, 선배를 졸라 TV를 켜고 리모콘을 눌러 3D 모드로 변경했다. 화면이 어두워지고 화면과 글자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어떨 땐 똑똑히 보이다가 다시 흐려지기를 반복.

안경을 쓸 차례다. 안경 옆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누르니 안경 렌즈가 색이 변하면서 켜진 걸 알 수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안경을 쓰고 TV 감상 시작! 그런데 어랏? 순간 이거 3D 맞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TV에서 하던 프로그램은 일반 드라마. 사실 3D 느낌이 날만한 콘텐츠는 아닐게다. 다시 유심히 보니 조금씩 눈이 안경에 익숙해지면서 입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얼굴 부위는 튀어 나오고 배경은 뒤쪽에 깔리는 듯 말이다. 채널을 돌려 예능 프로그램을 찾았다. 채널을 돌리니 3D 기능이 풀려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은 좀 불편. 화면에 나오는 자막 같은 것이 좀 떠 보이면서 입체감이 조금씩 살아났다.

그런데 3D 입체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포츠 프로그램이라면 좀 다를까 싶어서 채널을 옮겼는데 이 역시 별 차이가 없다는. 앨리스 같은 영화에서처럼 공이 화면 앞으로 튀어나오는 정도까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런 정도의 3D를 감상하기 위해 굳이 불편하게 안경을 끼고 TV를 봐야 할 것인지가 의문스러웠다. 입체감을 10까지 조절할 수 있어서 올려봤으나 별 차이 없다는 느낌. 기본 입체감은 5였다.


게다가 3D가 좀 이상한 부분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이 살짝 찌그러진다고 해야 할까, 튀어나올 부분과 튀어나오지 말아야 할 부분이 막 섞여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특히 자막 같은 걸 읽다 보면 울퉁불퉁한 부분이 확실히 생겼다. 그러다 보니 속칭, 핀이 나가는 현상이 군데 군데 있다. 같은 자막에서도 한쪽은 초점이 안 맞고, 또 다른 한 부분은 초점이 맞는 현상이 생기는 거다. 이걸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카메라엔 3D 안경을 씌울 수 없으니깐!) 일단 맨 화면을 찍어 봤다. 안경으로 보지 않아 3D 느낌은 나지 않지만 같은 자막 레벨에서 일부는 또렷하고 일부는 중첩되는 현상이 보인다. 이걸 안경을 쓰고 보면 같은 레벨인데도 울퉁불퉁한 느낌이 난다.


사진 같은 경우에도 왜곡 현상이 꽤 발생한다. 특히 컬러가 복잡하고 화려한 사진일수록 왜곡이 심해 들어갈 곳과 나올 곳이 뒤집히는 현상도 있었다.

솔직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고 해야 할까. 2D를 3D로 변환하는 기능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생겼다. 물론 약간의 입체감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 정도 입체감을 위해 불편한 안경을 쓰고, 약간의 어지럼증을 감수하면서까지 TV를 볼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때로 화면이 왜곡되는 부분도 있고. 이게 무슨 3D야?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한 회사가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2D를 3D로 변환하는 기능이 모든 3D TV에는 들어갈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때가 몇 년 후가 될지, 몇 개월 후가 될지 나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수준은 아니다. 3D TV를 살 때 2D에서 3D로 변환하는 기능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에 이런 생각 하나를 보태고 싶다. 기업은 세계 최초라는 말을 좋아하고 그 말을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할게다. 하지만, 그 타이틀을 얻으려고 제대로 완성되지도 않은 기능을 억지로 출시하는 건 옳지 않다. 그 기능을 선전하는 말에 현혹되어 제품을 산 소비자는 그저 기업의 모르모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제품을 산 소비자는 그 만큼 애정이 많다는 뜻이다. 그 애정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곘다. 삼성의 2D를 3D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보며,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 FIN


  • Favicon of https://redmato2.tistory.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4.07 09: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혹시나 하고 봤는데 역시나군요..
    지성박.....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군요 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4.08 09:11 신고 수정/삭제

      지성이 엉아가 뭔 책임이 있겠노~ ^^

  • Favicon of http://cafe.naver.com/3dtv100 BlogIcon 김호두 2010.04.07 14:13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의 솔직하고 예리한 글이 맘에 콱 와닿습니다.
    제가 이쪽에 전문가이다보니 일반소비자는 삼성입체티뷔의 컨버팅 기능을 어떻게
    판단할까 궁금하던차 이런 귀중한 정보를 보게되네요.
    꼼꼼한 관찰, 날카로운 지적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링크 걸게요~.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제 카페에 함 놀러오셔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4.08 09:12 신고 수정/삭제

      아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별다른 지식 없이 쓴 글인데 잘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카페에도 놀러갔더랍니다. 좋은 카페 운영하시더라고요 ^^

      고맙습니다!

  • 고구마 2010.04.11 06:04 ADDR 수정/삭제 답글

    2D에서 3D 자동변환이라.. 말이 안되죠.
    수동변환했다는 타이탄도 별루더군요.
    낚시용입니다.

3D TV, 진화의 첫 걸음을 만나다

부모님댁 TV는 이제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른바 완전평면 브라운관 TV다. 십 오년을 보아오던 배불뚝이 29인치 TV가 5년 전 어느 날 터미네이터의 목숨이 끊어지듯 치직 거리며 사망한 뒤 100여만원을 주고 산, 디지털 방송이 나오는 TV다. 비록 브라운관 TV일지라도 당시 구입할 땐 화질 하나는 정말 죽인다며, 온 식구들이 모여 앉아 감탄하던 기억이 새롭다.

2년 뒤, 부모님이 십오년을 보셨던 TV와 같은 모델인 우리 집 TV가 십년만에 역시 터미네이터처럼 사망하고, 우리는 47인치 스칼렛 LCD TV를 구입했다. 솔직히 TV 보는 시간도 많지 않으면서 굳이 이걸 사야 하나 생각했지만 한 번 사면 최소 10년은 써야 하는 물건이란 생각에 마음 먹었던 예산을 조금 넘는 모델을 골랐다. 더욱이 스칼렛의 그 선연한 주홍빛 컬러란. 우리 집에서 TV 뒷태만 보고 따라 샀다는 아줌마가 있었을 정도다.

사람 눈이란 참 간사한 데다가 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처음엔 그리 나쁘지 않았던 부모님댁 TV가 솔직히 고물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TV 보는 시간이 많을텐데, 주말에나 TV 켜는 우리가 괜히 더 큰 TV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죄송하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 TV와 부모님 댁 TV를 바꾸자는 제안을 했더니, 딸 아이의 결론이 명쾌하다. “그러지 말고 아빠가 하나 사드려, 아들이 하나 사드려야지 쓰던 TV를 드리냐, 치사하게,” 졸지에 치사한 아들, 치사한 아빠가 됐다. 하지만 이 녀석 속 마음은 다른 거였다. 집 TV 보내기가 싫은 거였겠지.

여튼 그래서 나는 5년 전, 2년 전에 이어 또다시 TV를 찾아 나섰다. 세상 참 빨리 변한다. 2년 전에 비해 TV는 더 좋아졌고, 더 예뻐졌다. 화질도 좋아졌고, 전기도 덜 먹는다. 주변 장치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제품도 있다. 2년 전엔 두께가 8cm인 우리 TV도 이른바 슬림 TV였는데 지금은 무려 3cm도 안되는 넘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같은 수준의 모델은 가격도 더 떨어졌다. 하지만, 사람이란 원래 더 좋은 걸 찾는 법(그래야 기업들도 장사하니깐 ^^). 난 요즘 한창 입소문을 끌고 있는 3D TV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어르신들 보는 TV에 3D가 뭔 필요 있을까 마는, 그래도 구경하는데 돈드는 거 아니잖나. 게다가 때마침 LG전자에서 인피니아라는 브랜드로 3D TV 발표회를 열었고, 참석할 기회도 생겼다. 맛있는 밥도 준다는데!


실제로 본 인피니아 3D TV는 뭐랄까, 그저 놀랍다고 해야겠다. 우선 1.6cm라는 두께에 놀랐다. 이건 벽에 도배를 해도 될 판 아닌가. 나중에 정말 돈을 많이 번다면, 벽 하나를 TV로 도배하면 좋겠다는 발칙한 상상도 해봤다. 테두리 마저도 얇아 액자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느낌. 

다 아는 얘기겠지만 3D TV에서 3D 영상을 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3D TV, 3D 안경, 그리고 3D로 만든 프로그램. 3D TV가 있다고 해서 모든 방송이 다 3D로 보이는 건 아니다. ^^ 3D 안경을 쓰고 본 3D 프로그램의 느낌은 뭐랄까, 신기했다. 아바타나 앨리스 처럼 널찍한 극장 화면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눈 앞으로 다가오는 모션들이 꽤 재미있었다. 안경 위에 또 안경을 써야 하는 거추장 스러움이야 안경과 함께 살아온 내 팔자니 어쩔 수 없을 테고.


아무래도 LED TV니까 화질이 기존 PDP나 LCD 보다 쨍한 건 틀림없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TV들은 전기를 열나 먹는 매장 모드와 가정 모드가 따로 있으니 전시장에서 화면이 쨍하다고 해서 집에서도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될 듯. 볼 수 있지만 전기 요금 감당하기 힘들게다. 그래도 초당 240장을 재생한다는 기능 덕분에 집에서 보는 LCD처럼 화면이 번지는 현상은 없었다. 빠른 영상들도 꽤 선명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TV도 좋았지만 내게 있어 TV보다 놀라웠던 건 3D 프로젝터였다. 아우, 집에 A/V룸을 하나 만들고 저거 하나 달아 놓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는데! 요즘 열심히 보는 스파르타쿠스를 저걸로 보면, 정말 로마의 검투사 경기장 안에 내가 들어 있는 느낌이 들겠다, 싶었을 정도였다. 언젠간 이룰 로망으로 마음 속에 담아놓고 나올 수 밖에.

하지만 난 부모님께 드릴 TV로 LG 인피니아 3D TV를 선택할 순 없었다. 우선 너무 비쌌고 ㅜㅜ 연세 드신 부모님들께서 3D 콘텐츠를 얼마나 보실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볼만한 콘텐츠도 아직 많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맘 속에 스스로 염장을 지른 거 하나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조만간 3D TV용으로 수많은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기술도 반드시 나올게다. 당연히 3D 기능은 TV의 기본 기능이 될테고, 몇 개의 TV를 이어붙이든 초대형 프로젝터를 이용하든 가상 현실처럼 TV를 즐길 날이 곧 다가올게다. 그때도 여전히 이들을 TV라고 부를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는 건 틀림없는 사실. 지금 당장은 사지 못해도 인피니아 3D TV에 내가 주목하는 건,  이제부터 진짜 TV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FIN

  • Favicon of http://me2day.net/cabb79 BlogIcon 가을희망 2010.03.30 11:16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제 딸램이랑 나들이를 나갔는데.. 백화점앞에서 3D TV체험을 하더군요..
    안경없으면 못보는건데......
    울 딸램은 TV가 집에 없어서인지 매우 신나하면서 보더라구요

    지금은 TV를 놓을 생각이 없으니 생각안하고 있지만
    나중에 사려고보면 정말 고민될 거 같아요..

    그래도 안경쓰고 보는 3D는 너무 불편해보여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3.30 13:31 신고 수정/삭제

      저도 안경을 쓰다 보니 3D TV용 안경 하나 더 쓰는게 좀 불편하더라고요 ^^

      하지만, 조만간 좋은 기술이 나와서 안경 없는 3D TV가 가능하겠지요? 5년이내에 개발하겠다는 LG전자 측 얘기를 들은 듯도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댓글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3.30 15:44 ADDR 수정/삭제 답글

    간만에 포스팅하셨네요..
    마이 바쁘신 듯..^^

    ※ 5년 뒤 쯤이믄 저희 집 TV 없어졌을랑가요..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4.06 18:05 신고 수정/삭제

      그런데 TV가 쓸모가 많아져서 나도 치와버릴라다가 다시 ㅋㅋㅋ 외국 어떤 사이트를 보니까 책장 속에 TV를 넣을 수 있게 만들었더만. 책장을 슥 미니까 TV가 나오는. ㅋ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4.06 13:08 ADDR 수정/삭제 답글

    92개의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법 기다리다가 목 빠졌어요. ㅎㅎ
    올해는 정말 많은 것이 변화하는 원년이 될 듯. 이런때 집으로 들어앉은 전 잘 한건지...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4.06 18:05 신고 수정/삭제

      ^^ 인생 뭐 있어여. 딸과 함께 재미있게! ^^
      홧팅!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의지가 필요한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9
손톱 - 나쁜 버릇 고치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습니다.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뭐 버릇 없는 아이는 없죠.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나니 우리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왜, 애들이 속칭 싸가지 없으면, 저 놈 참 버릇없네. 그러잖아요? 그런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고 버릇 없는 아이는 없다고 떡하니 써 놓으니, 똑같은 낱말이 어찌 이렇게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일까요.

그건 그렇고 ^^ 딸 아이는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썼으니 고쳤다는 뜻이겠네요. ^^ 몇 년 전 이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사실 야단도 못 치겠더라고요. 저도 어릴 떈 손톱 물어 뜯었으니까요.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물어 뜯긴 합니다만! 엄마한테는 야단도 꽤 맞았는데 못 고친다고, 아내는 저보고 어떻게 해보라는 겁니다.

아빠도 같은 버릇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나쁜 버릇있다고 야단만 쳐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듯 하고, 처음엔 잘 달래 말했습니다. 그 땐 아이도 어릴 때니까 손톱에 있는 병균이 들어가면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잘 안 고치더라고요. 게다가 손톱 먹는 걸로는 배도 안 아프고. 젠장 그 손톱에 있는 병균들은 뭐했는지 모르겠어요. ^^

그렇게 몇 번은 잘 달래다가 한 번은 호되게 야단을 쳤습니다. 마침 인사동에 놀러나간 날이었는데 어떡하다가 딱 걸린 거죠. 기회는 이 때다 싶어서 인사동 길에 있는 조그만 돌의자 위에 올라서라고 했습니다.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쳐!라고 했죠. 물론 안 하죠. 고집 부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럴 땐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합니다. 아이들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벌이 있는데, 그걸 써야죠.

이 녀석은 희한하게도 매를 때리면 맞고 버티는데 딱 하나, 너 오늘 밥 먹지마 이러면 바로 무릎꿇고 잘못했다고 빕니다(아, 지금은 안 그럽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 지금은 당연히 핸드폰 내놔! 이거죠~). 그 날도 원래는 스파게티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손톱 물어뜯은 걸 아빠한테 걸린 거죠. 너 손톱 먹어 배부를테니 저녁 먹지 말고 여기 서 있어! 그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개미소리 같이 외칩니다. 속으론 웃기지만 들리겠어? 조금 더 크게? 했더니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집니다. 이걸론 안되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좀 들릴만한 소리로 외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었는지 흘끗 쳐다보기도 하고요.

아직도 긴장하면 조금 물어 뜯습니다 ^^


그 뒤로 잠시 멈추는 듯 했지만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손톱을 물어 뜯으면 안되는 이유를 꾸준히 설명헀고, 상과 매를 미끼로 썼습니다. 이런 거죠. 일주일 뒤 손톱 모양이 예쁘면 상을 주고 미우면 벌을 주겠다... 어떤 때는 혼나고 어떤 때는 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요즘은 물어 뜯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여기엔 손톱을 치장하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이건 아빠가 못해주는 겁니다만 ^^). 하지만 시험처럼 극히 긴장하는 일이 있으면 물어뜯기도 합니다만 그런 건 봐줘야죠. ^^

아이에게 무언가로 보상하는 교육 방법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적절히 섞어서 해야지 한 가지 방법만 쓰면 안되겠죠. 밥도 한 가지만 먹으면 탈 나는 것처럼요.

사실 아이도, 아빠도 사람이라면 누군가 다 나쁜 버릇 하나 쯤 있는 겁니다.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는 거고요. 버릇을 고치려면 야단과 매 같은 무서운 계기도 필요합니다만 스스로 고쳐야 겠다는 의지도 필요한 법입니다.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꾸준히 가르치고, 지켜보는 것, 아빠가 할 수 있는 그저 작은 일일 겁니다. / FIN

  • Favicon of http://me2day.net/wowpc BlogIcon WOWpc 2010.02.05 20:10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도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직 제 아이는 이제 겨우 27개월이라 한참 멀었지만, 저도 레이님(호칭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님자를 붙였습니다.)과 같은 아이에게 많은것들을 가르쳐 주고 아이에게 최고인 아빠가 되었으면 하네요.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6 12:03 신고 수정/삭제

      댓글 고맙습니다. ^^

      그리고, 저는 최고의 아빠가 아닙니다 >.< 그저 아이에게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그저 보통 아빠입니다 ^^

      행복한 주말 되세요 ^^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2.23 22:29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아직도 손가락(손톱이 아니라 손톱 옆 살...)을 무는(뜯지는 않습니다...) 버릇이 있어
    굳은 살이 있는데요. 엄지 손가락 빠는 딸내미 어찌 훈육해야 하는지 걱정이에요. ㅋ
    저부터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꾸준한 의지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음식 값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잠실 롯데월드 지하 2층에 블루스푼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음식 맛이 깔끔하고 값도 적당해서 즐겨 갔었지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데이트 코스(!)에 넣기도 하더군요. 반응이 괜찮았다 이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일단 음식 양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꽤 넉넉하게 잘 먹었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음식이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대박 났습니다. 모처럼 갔더니, 메뉴판이 바뀌었습니다. 순간 싸한 느낌이 옵니다. 메뉴판 바뀌었단 얘기는 음식 값 올랐다는 얘기잖아요. ^^ 하지만 뭐 음식 값 오를 수야 있죠. 해도 바뀌었는데.

메뉴판을 열어 보고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7천원이던 함박스테이크가 무려 8,900원! 여기에 부가세는 별도이니 결국 7천 700원짜리가 9천790원. 자그마치 2천90원이나 오른 겁니다. 20% 이상 오른 거라 순간 이걸 먹어야 하나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날도 춥고 움직일 만한 데도 없어서 그냥 시켰습니다. 뭐 좀 달라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요.

더 놀라운 건 음식이 나오고 나서였습니다. 햄버거 스테이크 고기는 예전보다 크기가 줄었고 곁들여 나오는 볶음밥도 줄었습니다. 채소 샐러드 대신 버섯 몇 개와 콘 샐러드 한 줌 올라와 있고요. 가격은 올리고 음식은 줄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지요. 직원들 모두 나름 충격(ㅋㅋㅋ)에 말을 잃고 조용히 음식을 밀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지요.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커피는 없어지고, 스쿱으로 퍼 주는 아이스크림도 속이 비어 있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물론 그 집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임대료가 많이 올랐을 수도 있고, 그 동안 안 올리다가 한꺼번에 올렸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문제는 손님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거 아닐까요. 계산을 하면서 너무 올랐다고 했더니 밥 종류가 좀 올랐다고 하길래, 양도 줄었네요 했더니 대답이 없더군요. 물론 알바하는 종업원이었을 테니 설명할 방법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결론은 간단해요. 받아들인 손님은 계속 갈테고, 못 받아들인 손님은 안 가겠죠. 점심 식사 한 끼에 만원이면 싼 건 아닌데  그 돈 내고 먹을만한 음식은 아닌 듯 합니다.

전 얼마 전 이 집, 꽤 괜찮다고 제 블로그에 추천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추천을 취소해야 하겠네요. 블루스푼, 이젠 뜨내기 손님이나 받아들이려는 그저 비싼 음식점이란 생각 밖에 안 듭니다. 혹시라도 제 블로그에서 그 글을 읽고 블루스푼 방문하실 분들에게 참고하시라는 말씀 드려야 할 듯.

값은 올라도 음식의 질은 그대로 였으면 좋겠는데, 그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요. ^^ 비싼 점심 먹고 와서 괜히 허탈합니다. ^^ / FIN

  • Favicon of http://me2day.net/cabb79 BlogIcon 가을희망 2010.02.03 16:17 ADDR 수정/삭제 답글

    별 설명없이 그런일이 일어나면 왠지 배신감같은게 들더라구요..
    좋은 음식점하나가 없어지는 순간이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3 16:18 신고 수정/삭제

      ^^ 그러게요. 게다가 계산하는 직원이 비록 알바였으니까 그랬겠습니다만 무성의한 대답을 듣다 보니 더 정이 떨어지던걸요. ^^

  • Favicon of http://www.yamyong.com BlogIcon 얌용 2010.02.03 22:15 ADDR 수정/삭제 답글

    곧 사라질 식당 리스트에 올려 놓아야겠군요~ 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3 22:51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 그러게요. 그동안 우리 때문에 잘 된건데!(라고 착각하면서라도 산다는 ㅎㅎ)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10.02.08 00:44 ADDR 수정/삭제 답글

    흐음~고놈들.참...

  • 바람나무 2010.03.07 20:4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엊그제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요... 종로구청에서 인사동 가는 길에 있던 "까스야"라고 하는 일식집입니다. 일식집의 우동은 가쯔오부시 국물로 만드는데, 이건 편의점에서 파는 2,000원짜리보다도 못하더군요. 가쯔오부시는 냄새도 안 나고. 밀가루 냄새에...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고. 맛은 훨 덜하고.

    화가 나서 속으로 다시는 안 온다, 라고 되뇌이면서 돈 아까와 다 비우고 나왔습니다.

딸아,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거야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8 - "저작권"

요즘 아이들 숙제를 가만 보면 뭔가 조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주제를 내주면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가는 건데요, 사실 엣날에도 그런 숙제들이 있긴 했었죠. 자료 찾으려고 신문 뒤져 찢어 붙이고, 대학생 형아들한테 물어보고, 사방 뒤지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좀 다르죠. 다들 인터넷 찾습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키워드만 치면 다 나오잖아요. 공식 웹 사이트도 있고, 블로그에 올라 온 글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숙제 하기엔 공식 사이트보단 블로그가 훨씬 좋습니다. 체험이 곁들여 있으니까요.

한 번은, 학교에서 경복궁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 준 모양입니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를 몇 번 두드리더니 금새 글과 사진을 긁어 모아 자료를 하나 만듭니다. 블로그 몇 개를 스크랩 하더니 뚝딱 뚝딱 잘도 만들었더군요. 아빠가 좀 볼까? 하고 봤더니 남의 글과 사진을 모아 그럴 듯한 답사기를 만들어뒀더군요. 사실 초등학생 아이가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모아 뭔가를 만들었다고 해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건 아니겠지만, 개념을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이거, 사진은 그렇다 치고, 글은 네가 다 쓴 거니?

- 아니, 인터넷에 있는 거 가져다 붙였는데?

- 그 글하고 사진은 니거가 아니잖아. 그런 거 막 가져다 쓰면 안돼

- 왜? 네이버에서 스크랩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아! 설마 이 녀석이 네이버 스크랩을 들먹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죠.

- 만일 누군가 니 글을 니 허락도 받지 않고 갖다 쓰면 넌 기분 좋겠니?

- 음, 아니

- 그런데 왜 너는 남의 글을 막 갔다 썼어?

- 음... 그냥 인터넷에 있는 거라서 썼어. 인터넷에 있는 건 다 써도 되는 거 아니야?

- 아니야, 누군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 그렇게 애써서 만든 걸 막 가져다 쓰면 될까?

- 그럼 그 사람들은 왜 인터넷에 그걸 올리는 건데?

- 그 사람들은 보라고 올려 놓는 거지,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쓰라고 올린 건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고생해 만든 걸 가져다가 누군가 손쉽게 만들어서 장사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어?

- 응... 그럼 아빠 나랑 지금 경복궁 가야 해. 나 숙제는 해야 되거든.

그래서 꼼짝없이 주말에 경복궁 끌려 갔습니다. 좀 힘들긴 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사진도 찍어주고 아빠도 모처럼 딸과 바람 쐬고 데이트 했습니다.

지난 번에 잠깐 대학생들 만나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저작권에 대해서 정말 많이 모르더군요. 물론 저작권 자체가 복잡하고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긴 합니다만, 다들 한 두번씩은 알게 모르게 위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대학생들 잘못이겠습니까.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빨리 체계화하지 못하고 이를 가르치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요. 게다가 공유라는 개념이 꽤 왜곡된 까닭에 저작권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내 꺼 아니면 다 남의 것인 법입니다. 누가 허락 없이 내 사진과 글을 가져다 쓰면 안되는 것처럼 나 역시 남의 사진과 글을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이 말은 남의 것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얘기이면서 한편으로는 내 것을 소중하게 지키라는 말과 같습니다. 남의 것과 자신의 것을 동시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딸 아이도 이제 슬슬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겠지요. 스스로 쓴 글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예쁜 세계를 만들기를 아빠는 응원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만든 소중한 기록 속에 저작권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라 결국은 나와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그저 아빠는 바랄 따름입니다. / FIN

  • Favicon of http://www.iloveuk.kr BlogIcon 행복한꼬나 2010.02.01 13:27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빠의 작은유산. 제가 이 메뉴얼 얼마나 좋아하는 지 모르시죠? :) 헤헤. 저도 경복궁 숙제하러 아빠와 자주 갔었어요. 인사동도! 아빠랑 인사동에 자주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실컷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던 기억에 인사동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즐거운 추억이 하나 더 생기셨겠어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1 14:01 신고 수정/삭제

      아이가 크기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커서도 할 수 있는 게 많더라. ^^ 사실 이 글 쓰다 보니 나한테 남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 ^^ 땡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2.01 15:27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번 주말은 방학숙제 주간이었구만요..ㅋㅋㅋ
    정현이 숙제 트랙백 걸어봤어요..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1 15:29 신고 수정/삭제

      ^^ 어제 머 생난리를 치고 다 하드만. 근데 여기 쓴 얘기는 좀 된 얘기라네 ㅋ
      그나저나 오랫만인걸? ^^ 신년회 함 하셔야지?

  • Favicon of http://luminance.kr BlogIcon 루미넌스 2010.02.02 12:30 ADDR 수정/삭제 답글

    올바르게 자라가는 따님 보시며 보람차시겠습니다^-^
    간만에 만나는 훈훈한 글이라 댓글 남기고 갑니다ㅎㅎ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2 17:56 신고 수정/삭제

      ^^ 고맙습니다. 아이가 자랄 수록 더 애틋해지네요. ^^

내 딸에게 주고픈, 상실에 대처하는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7
상실대처하는 법

지난 성탄절 선물로 딸 아이에게 아이팟 터치를 선물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겐 좀 과하다 싶기는 했었고 아내는 기도 안 찬다는 반응이었습니다만, 아빠는 아빠 대로 계산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휴대폰이나 닌텐도 같은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는 딸 아이였기에 아이팟 터치를 잘 쓸 거라 생각했고 마침 아빠가 아이폰을 장만했으니 둘이서 쿵짝 쿵짝 할 일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팟 터치를 주문하고 실리콘 케이스도 사고, 벨킨 듀얼 충전기까지 주문하면서 사실 아빠가 더 신이 났는 지도 모릅니다.

아빠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아이팟 터치를 손에 잡은 그 날부터 딸 아이는 아빠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아이팟 터치에 익숙해졌습니다. 맥용 아이튠즈에서 음악 파일을 넣는 방법, 앱 스토어에서 무료 앱을 다운 받는 방법을 금새 익혔고 와이파이가 뭘 말하는 건지도 금새 깨우쳤습니다.

아빠의 아이폰과 무료로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앱을 깔아주고, 와이파이 잡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딸 아이가 자주 가는 학원과 할머니 집에도 myLG070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아빠에게 문자할 땐 이걸 쓰면 돼, 돈도 안 들어” 라고 가르쳤습니다. 이 녀석, 하루에 한 두번은 아빠에게 문자를 하고 그 때마다 대여섯 통은 쓰니까 무료 메신저가 꽤 쓸모가 있었죠.

게임도 몇 개 받았습니다만 이런 저런 앱도 꽤 받았습니다. 몇 개는 아빠가 사주기도 했고요. 특히 영어 교육용 앱 몇 개를 받아서 아빠와 낱말 풀기를 하며 놀았더니 엄마도 싫은 내색을 더는 못했습니다. 플래시 앱을 받아 자기가 배울 단어를 직접 쳐 넣어 단어장을 만들기도 했고, 하여튼 딸 아이는 아이팟 터치로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를 누리기 시작했지요. 잠잘 때 까지도 손에 쥐고 잘 정도였습니다.

삼 일 뒤, 퇴근 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 아이팟터치의 무료 메신저로 딸 아이가 쪽지를 보냅니다. 이제 집에서 공부를 다 했고 근처에 있는 할머니네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신이 나 있었습니다. 저녁 잘 먹으라고 인사를 하고 메신저를 닫았는데 십 분도 안되어 전화가 왔습니다. 이 녀석이 뭐라고 말을 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응, 왜 그래?? 다그쳐 묻는 저에게, 딸 아이는 제대로 말을 못하며 울기만 합니다.

“아빠, 없어졌어, 터치가...”

주머니에 넣고 가던 아이팟 터치가 빠졌나 봅니다. 뭔가 이상해서 돌아봤는데 주머니에서 빠진 터치가 어디로 갔는지 못 찾겠다는군요. 아이가 너무 울고, 저도 좀 당황해서 아빠가 가겠다고 했습니다. 날이 추우니, 더 찾지 말고 들어가렴. 그렇게 말하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습니다.

이 녀석 아빠를 보자마나, 서럽게 웁니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자기 스스로도 아빠에게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 흐느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아빠랑 한 번 더 찾아보자고, 어두운 밤 길을 플래시를 비쳐 가며 다시 찾아볼 뿐이었습니다. 경비실에 들러 혹시 주운 사람 있으면 좀 알려달라 하고, 관리실에 방송 좀 부탁해 보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군요. 혹시라도 터치가 인터넷에 연결이 되었을까봐 메시지를 보내봤습니다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얼마 동안 딸 아이는 잃어버린 터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어찌 있나 궁금해서 낮에도 전화 하면 아빠, 터치 찾았어? 라고 물어봅니다. 아이가 걱정되어 조금 일찍 들어가면, 아빠, 터치 연락 없었어, 라고 묻습니다. 못 찾으니까 포기하자고 말을 해도, 아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계속 힘들어하니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동전을 모아둔 저금통을 가져다 주고 말했습니다.

“아빠가 모은 저금통인데 이번에 아빠는 딱 이만큼만 도와줄거야. 나머지는 네가 심부름을 하든 뭘 하든 용돈을 벌어서 채워. 그 돈으로 다시 아이팟 터치 사렴. 대신 설날 세배돈은 포함시키면 안돼. 네가 힘들게 번 돈만 해당되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 잃은 아이팟 터치 케이스가 더 쓸쓸해 보입니다. 이젠 이 녀석도 버려야겠지요.


새로 살 희망이 보였는지 딸 아이는 그 때부터 돈 벌기에 열심입니다. 구두도 닦고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 덕분에 주말 저녁 아빠가 할 일이 하나 줄었습니다. 아빠는 놀고 딸은 청소합니다(이 무슨!) 딸 아이는 그렇게 벌어 올해 생일 쯤에 터치를 사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제가 보기엔 올해는 못 삽니다. 아마 내년 생일 쯤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물건 하나 잃어버리고도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이 녀석이 커서 더 큰 물건을 잃거나 사람을, 혹은 사랑을 잃게 되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대처하라고 가르쳐야 할까, 지금보다 더 많이 힘들고 아파할 텐데 아빠는 그 옆에서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아픈 기억을 빨리 잊게 하고 또 다른 희망으로 손을 내밀게 하는 것.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몇 번의 상실을 더 겪을 아이를 위해 아빠도 상실에 대처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6개월 할부로 산 아이팟 터치의 첫 달 요금이 이제 나왔습니다. 상실에 대처하는 법, 아빠는 더 빨리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상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 / FIN

PS1> 원래 그렇게 큰 물건을 잃었으니 혼나야 하는데, 너무 서럽게 우는 바람에 혼나는 걸 피했습니다(이 녀석 이게 작전이었는지도!).

PS2> 그런데 결국 다른 물건 잃어버릴 뻔 하다가 아빠한테 혼나고 말았습니다.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아빠의 아이폰엔 손도 못대는 것이 벌입니다.

  • 롱롱 2010.01.25 18:29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저희 아버지도 아이폰 쓰시고계시는데..
    몇일전에 그걸로 피아노 치다가 확대기능을 적용시켜버려서;;
    나중엔 제가 더블클릭해서 풀었다지요ㅠㅠㅠ
    그이후로 못만지게해요 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1.25 18:35 신고 수정/삭제

      그 확대 기능을 적용시켜 놓고 피아노를 치면 더 잘 칠 수 있나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archvista.net/ BlogIcon 아크몬드 2010.01.26 05:28 ADDR 수정/삭제 답글

    중요한 존재를 잃었을 때 그 상실감이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1.26 09:43 신고 수정/삭제

      ^^ 유명한 아크몬드님이 오셨네요~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1.26 13:29 ADDR 수정/삭제 답글

    코끝이 찡해지는 글이네요..(저만 그런듯 ㅠㅠ)

  • Favicon of http://virgins.tistory.com BlogIcon 리쳐드 2010.03.21 00:05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바로 북마크 했습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_____________^

  • 조커 2010.07.14 14:54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6학년 큰딸에게 아이팟터치르 선물했었습니다. 그게 작년말입니다. 아직 잃어버리진 않고 있고 잘 사용하고 있더군요.. 딸에게 상심을 치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나중에 더큰 상실을 느꼈을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구요? 그땐 그저 조용히 안아주고 ... 받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저, 메리 크리스마스 ^^

매년 성탄절이면 하얗고 빨간색들이 세상에 가득하지만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말구유는 그저 회색빛이었을지 모릅니다 

 세상은 온통 떠들썩하고 유난스럽지만 
아기 예수님은 세상의 소란과 상관없이 그저 쌕쌕 잠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가끔 우리는 물질의 풍요로움을 쫓아가느라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삽니다. 

성탄절만큼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아기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와 
 그가 세상에서 겪었던 모진 아픔들 그저 한 번쯤 마음에 되새겨 볼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저 감사할 따름인 것은 
 아기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가, 우리를 위해서라는 것 

 아기 예수님의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고귀한 목적조차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목적 자체가 비난받아서는 안됩니다. 

 즐겁게, 함께 나누면서 눈물겹도록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 분 한 분, 일일이 전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저,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
  • Favicon of http://cafe.daum.net/shinjinju BlogIcon 풍류대장 2009.12.25 10:57 ADDR 수정/삭제 답글

    이토록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수 있어 기쁩니다
    그분의 사랑안에서 하루하루 평안한 시간되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2.25 21:51 신고 수정/삭제

      일정이 하도 촉박해 송년회는 못했네요.
      대신 신년회는 꼭 같이 해요~ ^^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10.01.05 14:27 ADDR 수정/삭제 답글

    늦었지만, 말씀처럼 예수 탄생의 의미를 기리는 뜻에서라면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라고라고라고라고 우기면서......메리 크리스마스~~~~
    2010년에도 "보기만해도 행복한 레이토피아"가 되리라 믿슘미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염~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역설이다 - 뉴문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러브 스토리, 트와일라잇. 소재는 독특했으나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뱀파이어 영화에 러브 스토리라니. 내게 있어서 이건 마치 우유에 밥 말아 먹는 그런 느낌 같은 거다(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죄송!). 트와일라잇에 대해 그냥 이런 기억만 있는 내게 난데없이 딸 아이가 트와일라잇을 보고 싶다기에, 재미없어~ 그러면서 눙치고 지나가려 했더니 책을 사 달란다. 응? 이게 책이 있다고? 알고 봤더니 4권짜리 장편소설이다. 아이고야. 그러고 나서 트와일라잇의 속편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뉴문’이란다.


첫 영화에 대한 기억이 특별하지 않았으므로 속편을 볼 리가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말았다. 일요일 오후, 딸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젝트 숙제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것이다. 서너 시간 보낼 만한 곳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찾은 곳이 잠실 롯데시네마다. 아무리 사람 많은 주말에도 표를 구할 수 있다는 그 영화관.

역시 영화는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다. 호러도, 액션도 아닌 멜로에 나는 지루했고, 옆 자리에서 쉴 새 없이 떠드는 젊은 연인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사실 이 연인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고 싶지만, 영화 끝나고 나오는데 아내가 흘린 목도리를 찾아다 주는 선행을 베푼 까닭에, 그냥 다 용서하기로 했다. ^^

하여튼, 영화는 여전히 사랑의 역설을 다룬다. 사랑하지만 함께 갈 수 없다, 사랑하기에 같이할 수 없다는 사랑의 역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주인공과 관객들은 그 역설에 때론 공감하고 때론 거부하며 어쩔 수 없이 스토리를 따라간다. 에드워드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벨라의 곁을 떠나고 벨라 역시 사랑한다는 이유로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한다. 과연 진정한 사랑은 뭘까. 정말 서로 사랑한다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은 기복이 심한 일시적인 감정이므로 후회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 걸까.

어쩌면 애당초 사랑은 운명이어서 내가 선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까닭에 사람들은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 행동이 오히려 상대를 더 아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결국,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야 할까. 그것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사랑한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한다. 결론은 똑같으니 어차피 돌아가지 말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든 뱀파이어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어쩌면 돌고 도는 것이 사랑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한 방에 쭉 가면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소개팅이지~ 라고 우스개를 던지며 위로해 봐도, 사랑이 쉽지 않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사랑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도 질러보고 싶다. 사랑한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 더는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FIN

  • Favicon of http://cafe.daum.net/shinjinju BlogIcon 풍류대장 2009.12.08 13:15 ADDR 수정/삭제 답글

    장르는 좀 다르지만
    저도 오늘 영화 한 편 때릴 계획입니다
    그나저나 요즘에도 극장에서 팝콘을 파는가요??...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2.08 13:37 신고 수정/삭제

      오늘 같은 날 무슨 영홥니까, 그저 소주지~ ㅋㅋ

  • 2009.12.09 16:33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로즈마리 2009.12.18 17:52 ADDR 수정/삭제 답글

    마지막 글에 여운이 남네요
    사랑한다면 원하는대로... ^^
    뉴 문~ 전 러브스토리는 다 좋더라는 ㅋ ^^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2.21 11:18 신고 수정/삭제

      ^^ 크리스마스와 올 겨울엔 뜨겁게 사랑하세요~

청이야기, 인생은 돌고 돌아 슬프지만, 그러나...

고전을 다시 본다는 건, 어릴 적 기억 속을 되살려 본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 고전이란 이름이 붙을 수 있는 것들은 읽는 사람의 나이, 환경 등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 제가 요즘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싯다르타 등을 다시 읽는 건 대학생 때 읽었던 느낌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고전을 다시 읽는 것도 즐겁지만 그 고전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행운입니다. 고전을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한다는 건 굉장히 신선한 시도니까요.


우연한 기회에 마지막 공연의 VIP 티켓을 받은 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게다가 공연 장소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극장 중 하나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마지막 공연이라 배우들의 연기는 물오를 대로 올랐을 테고, 마지막 회라는 특징 답게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갖게 되니(그런 까닭에 원래 뮤지컬 마지막 공연들은 항상 매진이 되곤 합니다.)  저로서는 이미 공연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된 거지요.


뮤지컬 청이야기는 심청전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각색한 뮤지컬입니다. 원작은 해피엔딩이지만 안타깝게도 청이야기는 비극이지요. 물론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방대한 주제로 놓고 보자면 우리 인생이란 다 해피엔딩이겠지만, 어쨌든 헐리우드 스타일의 해피엔딩은 아니라서 공연을 다 보고 난 후 어쩐지 무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청이야기의 청은, 선원들의 빨래를 해주며 눈먼 아버지와 사는 착한 소녀입니다. 은근히 청이를 사랑하는 덕이와 정이 많은 덕이 엄마를 이웃으로 두고(뺑덕 어미의 재해석이란! ^^) 넉넉하진 않지만 즐겁게 살아갑니다. 마침 청이가 빨래를 담당하던 배는 중앙 정부에서 쫓겨난 왕자님의 배. 당연히 청이와 왕자님은 묘한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다가 동네 양아치의 속임수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청이는 왕자님의 배가 인당수를 지날 때 험한 파도를 잠재울 제물이 되고 결국 인당수로 뛰어드나 왕자님이 청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왕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나, 그 곳에서 왕자를 기다리는 건, 험한 정치 싸움, 과연 왕자는 쿠데타를 이겨내고 청이와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앞에서 비극이라 해 놓고,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 건 무슨 심보일까요. 에휴 ^^).

연출가의 말을 빌리면 심청전은 지극히 동양적이고, 뮤지컬은 지극히 서양적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만들고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런 시도들이 관객들에게 틀림없이 기쁨을 주었을 겁니다. 청이야기 역시 동양과 서양의 느낌을 조화하면서 거기에 현대적인 감각까지 보태야 했으니 쉽지 않은 노력이 들어갔을 테고, 그만큼 관객은 새로운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두시간 삼십분의 공연은 금새 지나갑니다. 화려한 무대, 실감나는 음악과 와이어 액션까지 선보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은 쉽게 몰입합니다.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무대는 그들의 젊음이 마냥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미 몇몇 뮤지컬들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모두 박수를 보낼만 합니다.

비극은 감정의 카타르시스라고 하지만(사실 청이야기의 마지막 주제가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이어서 딱히 눈물을 흘릴 비극이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 공연을 마친 배우들에게는 좀 손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커튼콜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지만 여전히 기립 박수에 어색한 우리 관중들은 그저 앉아서 박수를 보낼 뿐입니다. 만일 희극이었고 관객들이 웃는데 익숙해져있다면 모두들 일어섰을 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본 것이 마지막 공연이라 청이야기가 언제 다시 무대에 올려질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청이야기가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나도 뮤지컬 좀 보고 싶은데 뭘 봐얄지 모르겠어 라고 생각하신다면 청이야기를 고려해보실만 합니다. 배우, 무대, 음악 모두 아깝지 않은 공연이니까요.

PS> VIP 좌석은 비쌉니다. 그러나 비싼 만큼 제 값을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gosu1218.tistory.com BlogIcon gosu1218 2009.11.26 12:52 ADDR 수정/삭제 답글

    고전의 새로운 해석이군요~~
    앞서 비극이라 얘기하셔서;;
    결말 역시 새롭게 구성되었나보군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26 15:49 신고 수정/삭제

      그렇죠. 미리 다 말씀드리면 재미없을까봐서요 ^^

      새로운 결말의 심청전도 꽤 괜찮았습니다 ^^
      좀, 가라앉아서 그렇죠 ㅋ

  • Favicon of http://cafe.daum.net/shinjinju BlogIcon 진주애비 2009.11.27 12:58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 잘 지내시죠..
    이달말까지 논현에서의 생활이 정리가 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다시 한번 서로 접신(변기신)의 기회를 가져야겠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28 23:31 신고 수정/삭제

      아, 저런. 드디어 새로운 방향을 정하신건가요.

      이달 말이면 내일 모레인데...
      어쨌거나 송년회는 진하게 함 하시지요 ^^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11.27 14:39 ADDR 수정/삭제 답글

    참..
    아다리가 안 맞네요..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28 23:30 신고 수정/삭제

      그대가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걸 우짜노~ ^^

[송파맛집]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조개찜이 그만!

찬 바람 불기 시작해서 이듬 해 다시 뜨거운 바람이 불기 전까지 꼭 즐겨야 할 음식 중 하나가 조개일 겁니다. 구워 먹어도 좋고, 찜을 해도 좋고. 게다가 조개는 살도 안 찐다고 하니까 부담 없이 마음껏 먹어도 좋지요(허나, 정말 그럴까요? 정말 살이 안 찔까요? 배부르게 먹고 나면 왠지 밀려오는 살의 압박이!!). ^^

하여튼 저는 조개를 무척 좋아하는 까닭에 조개구이도 꽤 즐기는데요, 이번엔 조개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날이 서늘해지면 사무실 식구들이나 외부 손님들과 함께 소주 한 잔 즐기기에 딱 좋은 집이 있거든요. 이름도 특별하지 않아요. 그저 조개찜 간판이 하나 달랑 보일 뿐.

잠실역과 신천역 사이, 갤러리아팰리스와 트레지움이 마주 보고 있는 그 사거리에서 남부순환도로(잠실관광호텔 방향) 쪽으로 주욱 직진하다가 삼거리 하나, 사거리 하나를 지나치다 보면 남부순환도로 방향으로 오른쪽에 크라제버거가 보입니다. 여기를 조금 더 지나치면 조마루 뼈다귀 집 간판 옆에 조그맣게 조개찜 간판이 붙어 있는 집이 오늘의 주인공이죠.

원래 이 집 처음 갈 때는 조개구이를 먹었고, 그 다음 번에는 강력 추천이라는 조개찜을 먹었는데, 조개구이는 그저 그런 감흥이었지만 조개찜에서는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로 하면 뭐합니까. 일단 사진으로 디밀고!

보통 해물찜들은 콩나물에 묻어 매운 양념을 한 후에 쪄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아예 전용 찜기에 홍합, 굴, 대합, 키조개 등등을 쳐 냅니다. 조개도 훌륭하지만 조개에서 우러난 국물이 더 예술. 시원한 조개 특유의 국물이 소주 안주로는 아주 그만인데다가 싸늘한 날씨로 움추러든 마음까지 활짝 펴줍니다. 이번 가을에는 메뉴가 살짝 바뀌어 일반 조개찜 외에 해물조개찜이 추가됐는데, 5천원 더 내면 꽃게와 주꾸미 등 해물 몇가지를 더 넣어줍니다.

모듬조개찜, 해물조개찜 한 판을 시키면, 남자 넷이 먹기에는 좀 작고, 남자 셋이 먹기엔 딱 좋습니다. 일인당 소주 한 병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고요, 국물까지 싹싹 조개찜을 다 먹고 나서 모자란다 싶으면 바지락 칼국수를 시켜도 됩니다만, 솔직히 바지락 칼국수는 그닥 권하고 싶은 맛은 아닙니다.

조개찜에 딸려 나오는 기본 안주도 재미있는데요, 무엇보다도 번데기를 줍니다. 어릴 적 번데기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련한 추억의 맛을 느낄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는 번데기 안 먹는 친구들도 꽤 있더라고요. ^^

조개찜이라는 요리의 특성 때문인지 이 집은 초저녁엔 좀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대신 2차, 3차로 오시는 분들이 꽤 있는 듯 하고, 특히 심야에 손님이 많답니다. 시원한 조개 국물이 속 풀어주는데 그만이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작다 보니 어떤 날은 조개의 질이 아주 훌륭한데 어떤 날은 조금 빠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거죠. 저는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상관이 없긴 한데 요즘 조개찜에 들어 있는 굴의 알은 큰 편이 아니랍니다.

여튼 찬바람 불게 되면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들르는 집이라서요, 올 가을에도 소주 꽤나 달릴 듯 한데 잠실에서 번개 한 번 치기에도 꽤 괜찮은 집이죠. 가격도 조개찜 3만5천원, 해물조개찜 4만원이니 셋이서 즐긴다 해도 그리 큰 부담이 없습니다. 아마 곧 번개를 한 번 칠듯 하니, 희망하시는 분들 대기하세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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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송파구 삼전동 | 조개찜
도움말 Daum 지도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09.10.30 11:46 ADDR 수정/삭제 답글

    천둥과 벼락까지 함께하길 앙망하옵니다...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0.31 01:44 신고 수정/삭제

      정현아범까지 불러서 함 하시쥬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10.30 12:45 ADDR 수정/삭제 답글

    불러주삼..츄릅~

  • Favicon of http://wipen.net BlogIcon 하늘높이 2009.10.31 01:25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니 제가 사는 동네에 이런곳이!!
    꼭 가봐야겠네요.^^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0.31 01:44 신고 수정/삭제

      하하 작은 집이라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11.01 10:13 ADDR 수정/삭제 답글

    빨리 날을 잡으시지유.. 매번 할까말까 하지 마시고..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01 14:10 신고 수정/삭제

      11월 첫주에 바로 번개를 치겠습니당! ㅎㅎ

    • 2009.11.01 23:16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02 00:48 신고 수정/삭제

      아니, 그럼 나머지 요일은 된다는겨?
      아님 나머지 요일도 안된다는겨? ㅋㅋ

  • Favicon of http://brucemoon.net BlogIcon bruce 2009.11.13 15:29 ADDR 수정/삭제 답글

    오호.. 이동네 자주 가는곳인데 여기는 아직 못가봤네요
    근데 벙개는 이미 지나간건가요? ㅠ.ㅠ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14 22:03 신고 수정/삭제

      와우 브루스님! ^^

      번개는 한 번만 치고 마는 것이 아니랍니다. ^^
      사수데이 만들어서 한 번 만날까요 ^^

추억이 부활하다, 디지털 액자

누구나 디지털 카메라 하나쯤, 아니면 카메라 기능이 장착된 휴대폰 하나쯤 가진 세상이 되면서 수많은 사진들이 컴퓨터 속에 묻히기 시작했습니다. 운좋게 살아 남은 사진들은 인화라는 과정을 거쳐 ‘진짜 사진’으로 남게 됐지만, 많은 사진들은 그저 한 번 눈에 보이는 것으로 끝. 컴퓨터 하드디스크 안에 깊이 잠들고 있습니다. 찍기 쉬워진 만큼, 모든 사진들이 진짜 사진으로 남기는 더 어려워진거죠. 저만 해도 지난 몇 년간 찍어온 수백장, 아니 수천장의 사진들이 하드디스크에, CD-ROM에 그저 저장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그 사진들을 보긴 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어떤 인화 사이트에서는 뽑지 않으면 사진이 아니다, 라는 과격한 카피를 뽑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어떻게 그 많은 디지털 파일들을 사진으로 뽑는다는 말입니까. 아, 이 사진 이거 뽑아야 하는데, 말로만 하고 지나친 사진들도 많습니다. 사진이 많다 보니, 골라내기도 어렵고 일일이 뽀샵하기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요.

지난 여름, 생일 선물로 받은 LG전자의 디지털 액자(모델명 F1040N-PN). 생일선물을 여름에 받아 놓고 이제야 소감을 쓰다니, 저의 게으름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디지털 액자를 받아 놓고선, 살짝 거짓말 좀 보태면 디지털 사진에 대한 부담감이 확 줄었다고 해야 겠습니다. 잘 찍었건 못 찍었건 그냥 메모리 카드에 복사한 후 디지털 액자 뒤에 꽂아두면 되니까요.

처음엔 잘 찍은 사진들만 골라서 넣을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럴 필요 없더라고요. 어차피 정해진 시간 단위로 사진이 바뀌니까, 못 찍은 건 못 찍은 대로, 잘 찍은 건 잘 찍은 대로 다 재미가 있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쓰는 2GB 메모리(요즘 이거 가격도 많이 내렸지요?) 안에는, 사진 파일 1개의 크기를 5MB로 잡는다고 해도 최대 4백장은 들어가잖아요. 오우~

Jpeg 포맷의 사진 뿐 아니라 Mpeg 포맷의 동영상, MP3 음악 파일도 재생되는데 사실 무슨 영업장도 아니고 소리가 나는 파일들을 재생하는 건 좀 부담스럽더군요. 게다가 벽에 걸어 놓으면 좋긴 하겠는데, 전원 어댑터를 항상 연결해야 하니 전원 선이 빠져나오는 것이 그리 보기에 좋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벽걸이를 포기하고 책상 위에 세워 놨답니다.

전혀 세팅을 하지 않고 써도 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진을 화면에 꽉 차게 확대하거나 세피아 같은 효과를 줄 수도 있고 세로로 세워서 쓸 수도 있도록 옵션이 있습니다. 각종 옵션을 조정하는 화면이 좀 느리긴 합니다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네요. 그런데 디지털 액자다 보니 세팅을 이것 저것 바꿀 일은 없을 듯 하고, 그냥 메모리 카드에 사진만 복사한 후 꽂으면 그걸로 끝! 다른 부분은 거의 손대지를 않겠네요.

필요하다면 나무 모양의 프레임이 하나 더 있어 덧씌울 수도 있고 CF, SD, MMC, XD, MS, MS-Pro 같은 메모리들을 동시에 쓸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하드디스크에 잠자고 있는 사진들을 순서대로 돌아가며 볼 수 있으니 그걸로 대만족. 하지만 아직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선물 받은 제 입장에선 사시는 게 좋겠다 어쩌다 말하기 좀 그렇네요. ^^

어쨌거나 묵혀둔 디지털 사진 때문에 고민하신 분들이라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 FIN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10.29 19:27 ADDR 수정/삭제 답글

    그쵸..
    아직은 선물받으면 딱 좋을 아이템..^^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0.30 08:46 신고 수정/삭제

      선물 하기에도 괜찮은 아이템! ^^ 대신 가격의 압박이 쪼매! ㅋ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9.10.30 16:55 ADDR 수정/삭제 답글

    이건 저같은 주말 엄마한테는 정말 필수품인데...; 마지막 다희사진에서 갑자기 뭉클..^^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0.31 14:16 신고 수정/삭제

      한 개 달라고 하세요~ 회사에서 안줄까요??
      열심히 일하는 엄마들에겐 디지털 액자를 지급하라~ 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9.11.02 22:21 수정/삭제

      옳소~!!! ㅎ
      (오늘 넘 춥던데... 건강 유의하세요.
      회사에 확진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어요..ㅠ)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11.01 10:19 ADDR 수정/삭제 답글

    집들이선물, 결혼선물, 생일선물, 생신선물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아이템을 선물로 개발한 내가 참 대견함.. 앞으로 자주 선물용으로 활용할 예정임.. ㅋㅋ

    • Favicon of https://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01 14:09 신고 수정/삭제

      ㅎㅎ 진짜 선물용으로는 아주 좋아요! ㅋㅋ

      다시 한 번 감사!!!

돈 못 버는 공중전화, 버리실건가요?

휴대폰 집에 놓고 나온 경험 한 번 쯤은 있으시지요? 휴대폰 없이 밖에 나갔는데 급한 전화가 필요해서 공중전화를 찾았던 경험 해보셨지요? 그때 무슨 생각들 하셨나요? 전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젠장, 공중전화 왜 이렇게 없는 거야?”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앞 가게에도 있었고, 웬만한 건물 들어가면 그 안에 다 있었는데 지금은 지하철 역이나 가야 합니다.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러다 보니 혹시 휴대폰을 놓고 나간 날엔 몹시 당황하게 됩니다.

얼마 전,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왠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그러시지요, 하고 전화를 빌려드리는데 미안하다면서 도통 공중전화를 못 찾겠다고 하시더군요. 공중전화를 찾아 헤맨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할머니 사정이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은 딸 아이가 휴대폰이 있지만, 휴대폰 없을 땐 학교 앞 공중전화를 이용했더랬습니다. 가끔 낯선 번호가 들어오면 딸 아이가 공중전화로 걸은 거지요. 어떨 땐 콜렉트콜도 들어오곤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늦겠다 어쩌겠다... 아직 휴대폰 없는 아이들이 부모와 통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공중전화입니다.


그런데 그 공중전화가 수익성 떨어진다고 이래저래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실 그럴 법도 하지요. 4천만대가 넘는 휴대폰이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가 공중전화를 쓰려고 하겠습니까. 공중전화를 설치하려면 선 깔아야죠. 부스 설치해야죠. 부스가 차지한 땅 사용료 내야죠... 이미 오래전부터 공중전화는 사실 몰락하고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사업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공중전화, 접어야 하죠.

그러나 문제는, 그 공중전화를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겁니다. 어린이들, 어르신들, 혹은 휴대폰 사고 싶어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일수록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가 필요하고 공중전화는 그 유일한 대안입니다. 공중전화가 없다면, 이들은 어떻게 급한 연락을 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공중전화는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 복지 차원의 서비스가 되어야 할 겁니다.

2009년 10월 27일로 한겨레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보편적 서비스인 공중전화의 적자는 통신회사들이 매출별로 나누어 부담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통신사들이 이를 달가와할리 없다는 건 이해할만 합니다. 기업은 이익을 보고 움직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정작 방통위까지 나서서 사업 전반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을 한답니다. <관련 기사 링크>

기업은 이익을 보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이익을 바라는 조직이 아닙니다. 물론 국가 경영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면 좋은 거지요. 그러나 돈 버는 건 기업이 할 일이지 국가가 할 일은 아닙니다. 국가는 국민 누구 하나라도 소외받고 무시당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공중전화의 수익성 문제에 대해 방통위에서까지 나선다는 말을 듣고 참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못하겠다고 해도 방통위는 하라고 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허나 이게 어디 공중전화 문제 뿐이겠습니까. 공중전화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이면에 4대강 사업에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고 광고까지 하면서 결식아동 지원금을 삭감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이 정부의 단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