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맛 나는 겨울, 이번엔 '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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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뺴 놓을 수 없는 먹거리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게'를 꼽는다. 겨울에 많이 나는 게들은 모두가 커다란 넘들이이서 살도 많고, 먹기에 푸짐하기 때문이다. 나는 꽃게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푸짐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겨울에 먹는 게들은 죄다 푸짐하다.

겨울에 난, 보통은 킹크랩을 먹는다. 그런데 킹크랩을 사러 가락시장에 간 날, 예상치 못하게 킹크랩 값이 너무 올라 있었다. 불과 2주전에 비해 킬로그램에 1만원 가까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10만원이면 넉넉하게 두 마리를 먹을 수 있었는데, 한 마리 가격이 8만원을 넘는 어이없는 불상사가 터진 것이다.

그래서 선택된 대안이 바로 털게였다. 솔직히 말하면 두 마리 사기로 작정했던 킹크랩을 한 마리만 사고, 털게로 보충한 것이었다. 털게 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킹크랩에 비하면 저렴했고, 게다가 처음 시도해 본다는 모험심도 살짝 작용했을 터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털이 많아서 털게일 것이다. 찌는 방법은 킹크랩과 마찬가지. 찜통에 넣고, 소주를 적당히 붓고, 약 삼십 여분을 쪘다.

뜨거운 털게를 꺼내어 다리를 하나씩 자르면서 - 표현이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 드디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털게의 털은 부드러웠지만 중간 중간 숨어있는 가시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두어 군데 찔리고 베이면서, 가시의 존재를 느껴야만 했다. 나중에라도 혹시 털게를 먹게 된다면 장갑을 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리에는 기대했던 것 만큼 살이 없었다. 찔리면서 발라 낸 정성이 무색하게도 - 사실 킹크랩의 다리살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 - 다리는 그다지 먹을 만 하지 못했다. 게다가 저 털 때문에 입으로 직접 물어 뜯기도 영 시원찮았다.

이거 뭐 영 먹을 거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몸통을 뜯는 순간, 아, 여기에 살이 다 모여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보기에도 약간 두툼한 몸통엔 살이 가득했고, 잘 발라 내니 숫가락으로 떠 먹을 만큼 넉넉했다. 게다가 그 맛이란. 킹크랩과는 좀 다른, 약간 단 맛이 어우러지면서도 쫀득한 느낌이 입안을 맴돌았다. 거기에 곁들인 와인 한 잔의 맛이란.

물론 같은 가격이라면 난 킹크랩을 선택할 것이다. 조금 더 싸다 해도 킹크랩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킹크랩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 땐 털게도 나쁘지 않다. 다리를 발라 먹기는 포기하고, 장갑을 낄 생각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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