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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토피아에 해당되는 글 21건
- 2012.01.04 틀을 깨고 세상을 다르게 보렴
- 2011.08.24 [독서일기] 모든 이름엔 스토리가 있는 법 (1)
- 2011.07.03 삶의 무게를 나눠 지는 법 (1)
- 2011.04.07 대화는 가르치는 게 아니다 (2)
- 2011.03.03 집안 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야, 같이 하는 거지 (5)
- 2010.08.25 [미련한 다이어트5] 다이어트, 이건 사람 사는게 아니야 (6)
- 2010.08.17 생일 후기
- 2010.08.11 [미련한 다이어트4] 적게 먹고 운동하면 요요란 없다 (4)
- 2010.07.20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방법 (5)
- 2010.07.12 [미련한 다이어트3] 밥 한 공기를 세 번에 나눠 먹다 (6)
- 2010.07.07 [미련한 다이어트2] 채소, 쳐다 보기도 싫을 때가 온다 (2)
- 2010.05.14 휴대폰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8)
- 2010.05.07 떡갈비 먹고파 담양을 지르다 (4)
- 2010.02.05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의지가 필요한 법 (3)
- 2010.01.25 내 딸에게 주고픈, 상실에 대처하는 법 (10)
- 2009.10.12 축하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6 (3)
- 2009.09.17 음악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5
- 2009.09.10 라면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3 (6)
- 2008.12.31 200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3)
- 2008.12.10 약 2년 만에 글 300개를 쓰다 (14)
- 2008.10.14 레이토피아 방문자 백만 돌파를 기념하며 (26)
글
틀을 깨고 세상을 다르게 보렴
요즘 세상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능력이 뭔지 아세요? 사기 치는 거 말고, 로또 잘 사는 거 말고, 이벤트 당첨되는 거 말고요. ^^ 저는 그 능력이 ‘창의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보는 관점,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 창의력으로 대박 난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 아닐까요. 똑같은 서비스, 똑같은 상품을 남들과 전혀 다르게 만들어냈으니까요.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사실,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학교에서도 잘 압니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이렇습니다.
머리 모양은 파마를 해서는 안 되고 길이는 가슴에 찬 이름표까지. 머리띠를 하더라도 컬러는 안 되고 검은색 위주. 추울 때 교복 위에 있는 점퍼도 화려한 컬러가 있으면 안 됨. 겨울 치마엔 검정 스타킹을 신고 양말을 덧대어 신는다.
무슨 소리냐고요? 저희 딸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복장 규정입니다.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온 가정통지문에 이런 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우리 딸 아이 학교가 좀 유별나긴 한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려는 건, 이 학교나 저 학교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네, 제가 무슨 얘기 하려는지 눈치채셨지요?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면서, 똑같이 생각하게 틀 안에 가두면서 어떻게 창의력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런 규정들은 놀랍게도 제가 중학교 다닐 때도 있었던 규정들입니다. 중학생이 자라 대학생이 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학교의 규제는 똑같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을 똑같이 생각하게 가르치고 있고요.
그래도 아빠보다는 나아서 창의력DNA 없는데도 이딴 걸 다 만들고 ㅜㅜ
창의력 떨어지는 DNA를 제공한 아빠가 딸에게 창의력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관점은 가르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딸 아이에게 언제나 ‘틀을 깨라, 룰을 깨라.’하고 말합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해 보라고 권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외식을 하자고 하면, 이번엔 전혀 엉뚱한 걸 먹어 보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실패할 때도 있지만 날마다 하는 그 흔한 외식 말고 특별한 걸 하면 훨씬 재미있거든요.
수학 숙제로 고민하는 녀석에게 숙제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합니다. 안 하면 되지 뭐. 숙제 안하면 혼난다고 할 때, 가끔 혼도 나보고 그래야지. 그럼 아내가 옆에서 그러지요. ‘자알 가르친다아~’ 하지만 뭐 어때요. 숙제 같은 거 안해도 인생 사는 데 별 지장 없답니다. 혼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대가겠지만요. ㅋ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가끔 보면 스스로 룰을 정해 놓고 그 안에 가두는 일이 많습니다. 어, 이런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요. 하지만 안될 것이 뭐 있겠습니까? 그 안된다는 생각을 깨주는 것이 아빠가 할 일입니다. 비록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요.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진짜 딸 아이가 룰을 깨면 덜컥 겁이 나는 건 창의력 없는 DNA 때문인가 봅니다. 어느 날 딸 아이가 간식 사 먹으러 학교 밖으로 나갔다 길래, 너 수업 중에 학교 밖 나가면 안되잖아? 그랬더니 이 녀석 당장 하는 말이, ‘아빠가 룰을 깨라며?’ 하더라고요. 뭐, 먹는 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간식 사 먹을 매점을 없앤 학교가 죄겠지요.
다른 사람보다 영어나 수학을 잘하는 능력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줄 아는 관점입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거, 이미 다 아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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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모든 이름엔 스토리가 있는 법
나는 내 첫 만년필을 기억한다. 그 촉감이 얼마나 매끄러웠는지, 잉크가 손을 얼마나 푸르게 물들였는지를. 그것은 베이클라이트 합성 수지로 만든 것이었고, 은색 테두리가 둘려 있었다 / 마거릿 애트우드, 눈먼 암살자 1, 차은정 옮김, 민음사
이 글을 읽으며 나도 내 첫 만년필을 기억했다. 파카. 짙은 파란색 플라스틱 몸체에 은색 뚜껑, 그리고 그 유명한 화살표. 그땐 파카가 제일 좋은 만년필인 줄 알았던 탓에 또래 아이들 모두 부러워했던 그 만년필.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잉크를 넣고 스윽 스윽 써내려간 부드러운 느낌. 세워놓고 윗 부분을 톡 치면 한바퀴 재주를 넘던 만년필 뚜껑.
지금 나는 파카보다는 워터맨을 더 좋아할 뿐이고 ㅜㅜ
바로 그 글. 플라스틱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 from 제일모직 이야기
“전기화확회사를 운영하던 베이클랜드는 1909년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해 ‘베이클라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베이클라이트는 깨지기 쉬운 셀룰로이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열만 가하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요… 베이클라이트를 최초의 플라스틱으로 보는 사람도 많이 있답니다” 플라스틱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 중에서.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에서 화자인 아이리스 그리픈에게 베이클라이트는 우리로 따지면, 태엽을 감았던 자명종 시계, 스테인레스 도시락, 검정 고무신처럼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을게다. 베이클라이트를 몰랐다면 나 역시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지 못했을 테고.
모든 이름엔 다 저마다 이야기가 있는 법.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알면 인생이 더 즐거운 법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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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대장 2011.08.26 21:17
교복 윗주머니에 꽂은채 축구하다
떨어트린것도 모르고
한참있다 모래밭 운동장에서 찾은
기스덩어리의 나의 빠이로트 만년필...
나의 첫 만년필을 저도 또렷히 기억합니다
글
삶의 무게를 나눠 지는 법
딸 아이와 둘이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고 남은 피자를 싸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난데없이 아빠 손에 있는 피자 봉투를 뺏어갑니다. “왜, 아빠가 들게.” 무겁지도 않고 그저 좀 귀찮을 뿐이었으니 굳이 아이에게 맡길 이유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 녀석 끝내 고집을 부리며 자기가 들고 가겠다는 겁니다. 그래? 고마워. 그렇게 한 번 맡겨 봤습니다.
이런 저런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고, 그렇게 걸어오다가 문득 이 녀석이 저만치 먼저 달려갑니다. 한 손엔 조그만 피자 봉투를 들고. 문득 제 손을 내려다봅니다. 아이에게 피자 봉투를 맡기고 나니 제 손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 딸은 아닙니다 ㅋ 플리커에서 찾았는데 정말 이쁘네요(자료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mujitra/)
마냥 아기 같은 딸 아이가 짊어질 삶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괜히 걱정도 되고, 마음도 먹먹했습니다만, 그런 게 인생인 걸요. 어차피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할텐데. 기왕이면 좀 더 가볍게 지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아빠가 대신 들어줄 순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을지, 아빠는 아직 그 방법을 모릅니다. 그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줄 뿐.
살다보면 참 많은 것들이 우리를 짓누릅니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겠지요. 언젠가 아이는 스스로 설테고, 그때부터 생각지 못했던 무게가 아이를 누를 겁니다. 그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면 좋겠으나 덜어줄 수 없더라도 아빠가 할 일은 하나 뿐인 듯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딸 아이 뒤엔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거 말입니다. 나는, 아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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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가르치는 게 아니다
인터넷 화면 들여다 보랴, 딸 아이 얘기 들으랴, 아무래도 정신이 흩어져있던 아빠는, 응응 그러면서 고개만 끄덕이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난 운이 좋은 편이야. 아빠가 얘기를 잘 들어주잖아”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컴퓨터를 끄고 딸 아이 눈을 바라봅니다. 오랜만에 일찍 온 아빠랑 수다를 떨 수 있어 마냥 좋아하는 딸 아이 표정을 보니, 내가 왜 진작 아이 눈을 보지 않았나,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눈을 마주 대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아무래도 더 깊은 얘기가 나옵니다. 관절염 진단받은 할머니가 어떻게든 수술 안 하려고 운동하신다는 얘기, 할아버지 옆에서 애교 떤 얘기, 스마트폰 사고 싶은데 시험 기간 때문에 걱정이라는 얘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는 미처 알지 못했던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딸 아이를 통해 듣습니다. 곧 다가올 시험을 걱정할 땐 아빤 성적 따위엔 관심 없다는 말로 달래기도 하고, 시험공부해야 하는데 한 번 손에 잡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정말 재미있어 읽고 싶어 죽겠다고 할 땐 그냥 읽으라고 대책 없이 말합니다(애 엄마가 알면 또 한마디 잔소리들을 일입니다만).
사진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11739182@N03/1263985679/
딸 아이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답니다.
“우리 아빠는 나한테 딱 한마디만 해. ‘공부해’.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그저 응, 응 고개만 끄떡여. 듣지도 않으면서. 그러니까 아빠랑 말하기가 싫어. 아빠도 내가 말 안 거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아이와 대화가 없는 건 100% 부모 책임입니다. 부모가 들어줄 생각은 안 하고 할 말만 하니 대화가 없는 거지요. 말하기 전에 먼저 아이 얘기를 들어주고, 아이가 말하게 해야 합니다. 아빠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고 알고 있으면 아이는 말하지 말라고 해도 와서 말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서 말해봐야 아무 소득이 없는데 왜 가서 말합니까?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말하고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줘야 한다고요. 누구는 이렇게 키우면 버릇없어진다고 말하는데, 버릇은 들어준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책임지는 방법을 안 가르쳐서 그런 거지.
대화는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들어주고, 대답하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주는 것, 그게 대화입니다. 아빠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언제든 와서 말할테고, 그럴 때 눈을 마주치면 아이의 진심과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딸은 나한테 와서 통 말을 안해… 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볼 일입니다. 반성합시다. ㅜㅜ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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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야, 같이 하는 거지
식구들 밥 챙기기, 빨래, 장보기, 재테크, 경조사, 관리비 납부… 라고 하나씩 꼽으면서 생각해 보니, 저는 월급만 다 갖다 줄 뿐 뭐 하는 게 없고 집안 경영이랄 수 있는 일은 죄다 아내가 합니다. 물론 이런 저런 일이 있을 때 상의는 합니다만 그 때도 대부분 ‘자기가 알아서 해’라고 합니다. 쓰다보니 이거 영 쓸데없는 남편이로군요.
하지만 100%는 아니어도 90% 정도는 제가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설거지와 청소입니다. 어, 그런데 하나씩 따져보니 제가 하는 일도 좀 있긴 하네요. 집안에 디지털 기기 사고 유지 보수 하는 일, 못질하기, 전등갈기, 가구 옮기기… 와, 은근히 하는 일이 꽤 있네요(이렇게 해서라도 면피를 ㅜㅜ). 어쨌든 가끔 하는 저런 일 말고 제가 맡아서 하는 일은 설거지와 청소, 딱 두 개입니다.
응? 뭐야? 아빠가 딸에게 설거지를 가르치라는 얘기야?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 딸은 설거지 같은 거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손에 물 묻히지 않고 마님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말도 안되는 소망이지요. 제가 일부러 더 설거지를 하는 건, 남자들도 집안 일을 나워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집안 일 할 때 절대로 ‘도와준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아빠가 ‘한다’고 하지요. 집안 일은 누가 하고 누가 돕는 문제가 아닙니다. 식구들이 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덕분에 딸 아이는 설거지와 청소는 으레 아빠가 하는 일인 줄 압니다(하긴 그나마도 아빠가 주말에 집에 있을 때나 하는 거지만요). 주말에 제가 가끔 꾀가 나서 가위 바위 보로 설거지 하자고 하면 쌩~하고 도망갑니다. 용돈으로 꼬셔도 꿈쩍 안 합니다. 그래도 아빠가 자꾸 조르면 이렇게 받아칩니다. ‘평일 저녁엔 내가 설거지 하거든?’ 아빠는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점심까지 먹고 출근합니다만, 가끔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점심 설거지를 못하고 갑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 아이가 어느 날 부턴가 이걸 치우기 시작했던 거지요. 꿍얼거릴 법도 한데, 아무 소리 안하고 깨끗이 치워 놓는 아이를 보니 그저 대견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도 대견한 건 이 녀석이 설거지를 ‘엄마’일이 아니라 집안 일이라고 생각해서 치웠다는 겁니다.
아빠들은 설거지, 청소 뿐 아니라 집안 일 좀 더 해야 합니다(솔직히 저도 반성 많이 합니다). 특히 아들 있는 아빠들은 더 열심히 하세요 ^^. 아들들이 집안 일을 ‘여자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일’이라고 생각할 때 딸들이 더 행복해집니다. 아들만 있는 아빠들은 시키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 먹으셨겠으나 ^^ 아마도 다 아실 겁니다. 딸이, 엄마가, 아내가, 며느리가 행복해야 그 집안이 더 행복하다는 걸요. 아빠가 설거지를 해야 하는 이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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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2011.03.04 01:30
저도 돕는다는 말을 참 싫어합니다. 돕는다... 남의 일에 힘을 보탠다는 말이죠. '남의 일'이라는 말, 나와 남을 구분하는 건 언제나 참 차갑고 매정한 말입니다.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죠. 저와 비슷한 생각이 나타난 글을 읽고 묘한 느낌을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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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psh 2011.03.06 03:31
그래서 참 많이 다퉜답니다.
지금은 저두 설걷이와 청소는 제가 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빨래 너는것과 거두는 것, 그리고 접어서 수납공간에 정리하는 것도 제 몫일 때가 많구요.
그래도 꿋꿋이 음식하는 것 만큼은 철저하게 와이프를 부려먹습니다. ㅋㅋㅋ -
그린데이 2011.09.11 09:02
제가 이 글을 왜 지금 봤을까요. ^^
저도 레이님처럼 바른 부모가 되어야 할텐데... 항상 많이 배웁니다.
벌써 내일이 추석이네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곧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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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다아빠 네모 2010.08.26 10:46
헐! 참 대단하십니다....저도 눈 병때문에 술을 한 달을 못 마셔...덕분에 간이 좋아 졌지만(?)
지금은 다시 달리고 있습니다. 잠깐 끊었던 술 맛이 얼마나 좋던지....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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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후기
이메일 쓰면서 편지 쓰는 재미를 붙이셨던지 우리 엄마. 선물이라고 담아준 현금 봉투에, 이메일이 아닌 실제 편지를 쓰셨다. 아들이 뭐 그렇게 거짓된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흐음, 그렇다고 내 삶이 모두 진실일 순 없겠으나) ‘진실하게 살고 승리하라’고 쓰셨다. 엄마, 그저 건강하게 잘 자랄게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손녀가 중학생이 돼도, 아들은 그저 아들일 뿐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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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방법
비행기,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방법
- 항공사 카운터서 보딩 패스를 받아야 해. 요즘 같은 성수기엔 사람이 많으니까 좀 서둘러야 하고. 자, 아빠를 따라와.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 줄을 서고, 기다리고, 드디어 카운터 앞에 섰습니다. 짐을 올려주고 아이에게 말합니다.
- 언니한테 e티켓 주고, 이젠 니가 설명 들어.
아무리 중학생이라도 어린 여자애 혼자 가니까 직원이 이거 저거 좀 챙겨주는 분위깁니다. 아마 원하는 좌석을 물어보는 듯.
- 아빠, 자리는 창가, 복도 어디에 앉을까?
- 창가가 좋을 듯 하지만 아무래도 움직이기 편한데는 복도 쪽이 좋을 텐데. 이번엔 창가에 앉고 올 때는 복도 쪽에 앉으렴.
그렇게 짐을 붙이고, 티켓을 받고 출국장 입구에 섰습니다. 비행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혼자 외국 나가는 건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걱정입니다. 아이도 다 아는 거지만 몇 번씩 설명합니다.
- 여기 나가면 가방 검사하는 데가 있고, 거기 지나면 아저씨가 박스에 앉아서 여권 보는 데가 있지?
- 아빠, 다 알어. 걱정 마세요. 나 들어갈테니.
아빠를 안심시키려는 듯, 딸 아이는 아빠를 한 번 안아주고는 씩씩하게 출국장으로 들어갑니다. 가끔 열리는 문 틈으로 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빼꼼 쳐다 봅니다. 가방을 검사대에 올려 놓고 소지품도 올려 놓고 아이가 게이트를 통과합니다. 어느 틈에 아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더 해 줄 것이 없는 줄 알면서도 출국장 문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아빠를 부르며 다시 나오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을 버리지 못합니다. 빼꼼 열린 문 틈을 아무리 들여 봐도 딸 아이의 노란 옷은 이제 흔적도 없습니다.
- 밥이나 먹자.
새벽 같이 집에서 나서느라 밥도 못 먹은 아내를 붙들고 식당으로 갑니다. 딸 아이도 밥을 먹여 보냈어야 했는데 출입국 심사대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먼저 들여보낸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아빠를 닮아 혼자 뭐 먹기 싫어하는 주변머리라서 틀림없이 그냥 버틸텐데, 이럴 땐 진짜 DNA가 원망스럽습니다.
공항 4층 식당에 앉으니 출국장 안쪽 면세점이 보입니다. 언제쯤 들어가려나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는데 삐릭 문자가 옵니다. 아빠 나 면세점 있는데 왔어. 응? 벌써?
이렇게 빨리 들어갈 줄 알았으면 밥 먹여 보낼 걸. 다시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있습니까. 전화를 걸어 식당에서 보이는 게이트 쪽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십여분 지나 쫄래 쫄래 걷는 아이가 보입니다. 전화를 또 겁니다.
- 앞으로 조금 더 와. 거기 시계 파는 면세점 앞으로 말이야
- 아빠 어딨는데 내가 보여?
- ㅋㅋ 고개 들어봐. 더 위로, 위로~
- 아! ㅋㅋㅋ”
신나게 손을 흔드는 녀석과 수다를 떱니다. 심사는 잘 했냐, 머리는 안 아프냐, 게이트 번호 확인했냐, 가다가 뭐 먹는데 나오면 사 먹고 약 챙겨 먹어라
다 아는 잔소리를 또 한 번 하고는 비행기 탈 게이트 쪽으로 보냅니다. 몇 걸음 가던 아이가 고개를 돌리고 손을 흔듭니다. 어여 가라고 손짓을 하면 또 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또, 또, 또... 그렇게 다섯 번을 돌아보고 나서야 녀석은 뒷 모습을 보입니다.
주문한 식사가 도착했고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데 괜히 울컥합니다. 겨우 5주 내보내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합니다. 아이는 외려 씩씩하게 잘 가는데 보내는 아빠 마음은 무엇이 그리 걱정이든지요.

한 시간 쯤 지나 아이는 이제 비행기 탄다고 문자를 보냅니다. 자기 없는 동안 아빠 울지 말라고 농담도 건넵니다. 그렇게 아이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제 열 세 시간 후에나 연락할 수 있겠지요. 그제서야 이것 저것 또 생각납니다.
입국신고서 쓰는 법 가르쳤어야 하는데... 로밍한 전화기 쓸 줄은 아는 걸까. 사용법 안내문 하나 넣어준 걸로 잘 할 수 있을까... 짐이 무거워서 누군가 도와줘야 할텐데... 면세점에서 저 좋아하는 초콜릿 사먹으라고 할 걸...
- 아우, 난 유학은 못 보내겠다...
마음 속 가득 쓸데없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말 하듯 툭 뱉은 말을 아내가 물고 늘어집니다.
- 어랏, 왜 마음이 바뀌셨으? 애는 내보내야 한담서? 이 땅에서 가르치기 싫담서?
- 아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내가 가르칠 것이 많아. 난 아직 내가 아는 것의 십 분의 일도 못 가르쳤다고.
- 피~
하지만, 그건 핑계란 걸 아빠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빠는 딸에게 가르칠 것보다 딸을 통해 배울 것이 아직도 남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눈 앞에 보이지 않도록 비가 쏟아집니다. 하필이면 이런 날 비가 오나, 괜히 투덜도 대 봅니다. 아마도 열 세 시간, 그리고 5주 기다리기가 힘들어 투덜댄 것이 틀림 없습니다. 아이는 자라는데 아빠는 아직도 아이를 놓을 줄 모르는가 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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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다이어트3] 밥 한 공기를 세 번에 나눠 먹다
다이어트 시작 첫 주는 오이, 당근을 주식으로 깻잎, 상추 같은 풀만 먹고 둘째 주는 사과, 두부, 달걀흰자, 토마토 등을 먹었다고 지난번 글에서 얘기했다. 둘째 주까지만 해도 줄어든 몸무게는 6kg. 둘째 주를 넘기고 셋째 주가 되면서 또 슬슬 음식이 물리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데운 두부는 얼마든 먹을 것 같더니 그것도 몇 번 먹으니까 더 먹기 어려웠다. 토마토는 원래 안 좋아하는 거니 더 찾아 먹을 일도 없고 달걀흰자도 슬슬 지겨워졌다. 이제 뭘 먹나. 게다가 몸에 기운 없고, 가끔 일어설 땐 현기증 나고 눈앞이 까매지는 현상까지 생기자, 솔직히 덜컥 겁도 나고, 살은 그만 빼더라도 밥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 심리란 참 묘하다. 처음 시작할 땐 5kg만 빠지면 어디야, 라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6kg을 넘어서니까 10kg 한 번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다 보니 먹는 일에 살짝 거부감이 생기기도. 게다가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으니 예민해져 뭘 먹을까 고민하느니 차라리 굶을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식증이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더 빼야겠다는 도전정신과 이대로 빼면 큰일 나겠다는 걱정이 충돌한 끝에 도시락으로 합의를 봤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한 공기 분량의 밥과 마른 김, 국으로 도시락을 싼다. 한 공기 밥을 세 번에 나눠 먹는 거다. 그냥 밥만 먹을 수 없으니 마른 김에 싸서 양념장을 살짝 찍어 먹었다. 여기에 두부를 넣은 콩나물국, 무 된장국, 조갯국을 돌아가면서 함께 먹었다.
만날 채소만 먹다가 이렇게 두어 숟가락이라도 밥이 들어가면, 처음엔 어유, 배부르다. 입에서 풀 냄새 나다가 밥이 들어가면 기분도 좋고, 아까운 밥을 홀랑 먹을 수 없어 꼭꼭 씹다 보면 고소한 느낌이 끝내준다. 하지만, 중간에 멈춰야 한다. 한 젓가락만 더 먹을까, 말까... 진짜 사람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했다. 먹던 걸 중간에 멈추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이야.
게다가 탄수화물이 무섭다. 한 번 들어가니 처음 먹을 땐 적은 양만 먹어도 괜찮으나 시간이 지나면 미치도록 공복감이 밀려온다. 물론 하루 세 번 여전히 한약을 먹어 식욕을 다스린다고는 하나, 적게 먹고 먹는 걸 멈춘다는 것. 정말 나는 도를 닦았다. ㅜㅜ

사실 이런 글을 쓸 때를 대비해서 도시락과 김, 그리고 국 담아 다니던 보온병을 사진 찍어 놓으려 했으나, 그 모양새가 심히 처량해 차마 찍어두질 못했다. 다들 식사하러 나간 틈에 사무실에서 처량한 도시락을 까고 있는 모습.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아마 찍었어도 그 사진은 쓰지 못했을 거다.
그래도 밥이라 그런지 질리지 않고 남은 2주를 버텼다. 아무래도 밥을 먹다 보니 어지럼증도 줄어들고(전혀 없진 않았다 ㅜㅜ) 살만했다. 힘들게 한 달 지나니 몸무게는 8-9kg이 줄어 73~74kg 사이를 오락가락. 솔직히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제부턴 살 빼기보다 더 어렵다는 유지하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은근히 기대하던 그 요요, 나는 이제 요요란 놈과 한 판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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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다아빠 네모 2010.07.16 11:18
다이어트 꼭 성공하세요....ㅋㅋ
도시락 얘기가 나와서...저도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다닙니다. 단 푸짐하게 많이 먹는 다는 사실....ㅋㅋ 후다닥...도망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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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다이어트2] 채소, 쳐다 보기도 싫을 때가 온다
첫번째 이야기 : 한 달 내내 채소만 먹으라고? 내가 웅녀야?
엉겁결에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첫날부터 오이와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뭐, 방법은 간단하다. 한약 먹고, 삽 십분 있다가 오이나 당근 먹고. 이게 다다. 온종일 식사 때 밥 대신 이렇게 먹는다.
평소에 먹는 걸 줄여야지, 이렇게 갑자기 줄이는 게 말이 되나, 라고 나도 생각했는데 그 참, 희한하다. 아무래도 한약 때문이겠지. 이게 입맛을 싹 달아나게 한다. 오이랑 당근만 먹으니까 아무래도 기운이 없고 배가 고프기는 한데, 딱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거다. 보통 때 밥 한 끼 안 먹으면 배고프고 짜증 나고 그럴 텐데, 그저 기운만 없고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니,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굶는 다이어트를 하려면 주말에 시작해야 좋겠다. 안 먹으니 기운이 없고 이럴 땐 그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책 읽거나 TV 보는 게 최고다. 괜히 돌아다녀 봐야 먹고 싶은 것만 눈에 보이고 힘만 빠지니 말이다.
그렇게 첫 주말을 보내고(토, 일 이틀을 오이와 당근만 먹고) 월요일 출근했다. 이상한 건 아침이다. 채소만 먹었으니 다음 날 아침엔 배가 많이 고플 텐데, 아침이 되면 그냥 평소 아침 같은 공복감이 들 뿐이다. 마치, 아침마다 새로 돋아나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이라고나 할까(이거 대체 비유가 맞는 거냐 ㅜㅜ). 밤의 유혹만 잘 견디면 아침은 비교적 쉽다.
월요일 점심시간이 고비다. 우리처럼 아기자기한 사무실에서는 한 사람이 밥 안 먹겠다고 하면 괜히 다들 우울해한다. 나도 괜히 미안하고. 게다가 밥값은 회사에서 다 내주는데, 안 먹으면 나만 손해다. ㅜㅜ 하지만 이 모든 걸 이겨내야 한다. 솔직히 나중에도 다시 얘기하겠지만, 내 다이어트에는 동료의 도움이 컸다. 내가 밥 먹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쌩~ 하고 가는 매정함(!)이라니. 덕분에 나는 혼자 오이와 당근을 씹으며 점심시간을 보내는데 쉽게 익숙해졌다. ㅋ
이건 웃자는 말이고, 사실 나 다이어트한다고 회식 한 번 안 한 동료들에게 그지없이 미안하다. 조만간 찐하게 회식 한 번 하자는 약속을 여기서 대신한다.
사람의 몸이란 참 신기해서 배고프면 그런대로 적응한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느낌이 어떤 건지도 확실히 느꼈는데 한약과 오이, 당근만 먹어도 어느 순간엔 배부르다는 착각이 든다. 대신, 하루종일 기운이 없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기운 없다는 거, 이게 다이어트에서 제일 힘든 거다. 몸에 기운이 없다는 건, 결국 사람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모두 영향을 미친다. 기운 없는 게 결국 기분 우울한 걸로 연결되는 거다. 게다가 어지럼증도 생겼다. ㅜㅜ
하루, 이틀 오이와 당근만 먹다 보니 이것도 슬슬 물린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집에서는 샐러드용 채소를 잘게 썰어주고 소스를 뿌려 먹으라 하나 기왕 참는 거 소스는 좀 참아보자 해서 잘게 썬 채소를 추가로 먹기 시작했다. 양배추, 깻잎, 고추, 양파 등등이다. 이렇게 해서 1주를 버텼다.
아참, 그리고 이 놈의 한약 때문인지 갈증이 엄청 난다. 보통 다이어트 할 때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물 마시는 거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갈증이 계속 나니 자연스레 물을 많이 마신다. 하루 1.5리터 정도는 넉넉히 마시는 듯. 문제는, 기운이 없어 물 뜨러 가기가 싫은 경우가 생긴다. ㅜㅜ
1주를 넘으니 흔히 하는 말로 입에서 풀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채소는 더 먹으려야 먹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굶고 말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채소가 싫어지니, 나도 모르게 다른 걸 찾게 됐다.
엄마가 아들 다이어트 한다고 직접 만든 두부 ㅜㅜ 물론 이걸 다 먹진 않았지만!
일단 82kg 나가던 몸무게가 꾸준히 줄어 2주를 넘기면서 무려 6kg이 빠졌다. 사무실에 전자저울이 있어(도대체 이 회사는 없는 게 뭐냐) 달아보면 매일 몸무게가 줄어드는 걸 알 수 있다. 솔직히 짜릿하다! 하긴 점심 과식하고 맨날 회식하고 하다가 안 먹으니 그렇게 빠지는 건 당연하겠지. 게다가 살만 빠진 게 아니다. 일단 먹는 게 적고 채소만 먹으니 속이 편하다. 속에 가스차는 현상은 당연히 사라졌고, 화장실도 하루 한 번, 깔끔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얼굴 피부가 매끈해졌다!
먹는 걸 포기하면 이런 좋은 일도 생기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 정도로 몸이 달라진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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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휴대폰은 그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빨리 집에 와야 겠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어도 그저 빨리 오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여, 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지난 번에 뭐 지른 거 들통 났나? 최근엔 거짓말 한 거도 별로 없는데? 에이 설마 그걸까? 그건 도저히 알 방법이 없는데? 별 오만 잡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건은 이렇게, 저 건은 저렇게 대처해야지 작전을 세우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어라, 이거 사태가 심각하네, 라는 생각이 드니까 솔직히 뭐 잘못한 거도 별로 없는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최대한 무게를 잡고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고 물었습니다. 가시 돋힌 대답이 날라 옵니다. “당신 딸이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이럴 땐 꼭 당신 딸이랍니다.
순간 긴장은 풀어지고, 에휴 살았다 싶어서 속으론 웃음이 났습니다만 겉으론 여전히 근엄하게, “도대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라고 물었습니다. “얘는 어딨어?” 라며 아이 방을 열어 보니 매로 쓰이는 구두주걱이 널부러져 있고 아이는 한 쪽 구석에 앉아 훌쩍입니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ㅎㅎ 저도 좀전까지는 완전 초긴장 상태였으면서도) 살살 얘기해봐...”
결론은 이겁니다. 딸 아이가 진짜 다니기 싫어하는 영어학원을 빼주고 집에서 자습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놔뒀더니 이 녀석이 말로는 공부한다 해 놓고 지난 6개월 동안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맨날 휴대폰과 닌텐도로 게임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하고 뭐 그랬다는 겁니다. “아니, 공부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어떻게 알어?” 라고 물었는데(사실 성적이 떨어진 건 아니거든요) “그건 다 내 방법이 있어”라며 아내는 더 말을 안 합니다. 눈치를 보니 방법은 무슨 방법입니까. 무서운 엄마가 아이를 협박해서 자백을 받아낸(!) 거죠. 엄마가 무슨 검사도 아니고 췟!
데이터 존 프리 요금제 해 줬다고 구박을 받다니
“아빠가 휴대폰에 데이터 요금제 해주는 바람에 애가 저렇게 됐잖아”라는 게 아내의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아빠도 책임이 있으니 알아서 이 사태를 정리하라는 거지요. 이럴 땐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닌텐도와 휴대폰 압수, 집에서 자습은 하기 어려우니 다시 학원 갈 것. 이 문제는 아빠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고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기겠다라고 말하니 딸 아이의 울음이 다시 터집니다.
요즘 아이들 제일 무서운 벌이 휴대폰 뺏는 거랍니다. 딸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아빠가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겼으니 백날 말해봐야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결국 아이는 결국 휴대폰 없이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한 달 살아보니 예상과 달리 아이는 집에 있는 인터넷 전화 쓰면서 잘 버티는데 도리어 어른들이 불편해졌습니다. 아이가 학원이다 어디다 다녀야 하는데 정작 어른들이 연락을 못하니 마음이 급한 거지요. 결국 한 달 반만에 딸 아이는 데이터 요금제는 해지했고 수신만 가능한 상태로 휴대폰을 돌려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주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더 빨리 친해지고 더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존프리 요금제를 해 준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덕분에 아이는 휴대폰으로 검색도 잘 하고, 게임이나 벨 소리도 잘 찾아 받습니다. 게다가 이제 휴대폰 다루는 솜씨는 아빠보다 더 낫습니다. 이거 어떻게 하더라, 고민하고 있노라면 어느 틈에 그 기능을 찾아서 가르쳐 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손녀에게 휴대폰 강습을 받았고 잘 가르친다고 소문나서 몇몇 할머니 친구분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기능과 사용법은 환경만 만들어 주면 딸 아이가 혼자 알아서 잘 익힙니다. 그러나 휴대폰 문화는 아이가 알아서 배우지 못합니다. 아빠는 스스로, 공공 장소에서는 시끄럽게 통화해선 안된다라고 가르쳤음을 자부합니다. 덕분에 딸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당연히 이어폰을 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절제하는 법 만큼은 아직 못 가르쳤습니다. 아이에게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다 찾아주는 날(데이터 요금제는 결국 뺐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디지털 기계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끼리 더 잘 얘기하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한 거란다. 기계에 빠져 기계만 쳐다 보고 살아선 안되는 거야. 아빠는 네가 필요한 기계를 앞으로도 얼마든지 사주겠지만, 니가 그 기계를 다루길 원하지 그 기계에 빠져 사는 걸 바라진 않는다. 그런 문제가 또 생긴다면 아빠는 또 기계를 빼앗을 수 밖에 없을 거야. "
솔직히 딸 아이는 예배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지루하다며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식구들 식사하는 자리에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며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폰 음악을 듣습니다. 이 아이의 삶에서 휴대폰을 뺀다는 건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휴대폰이 사람을 위한 것이지, 사람이 휴대폰을 위해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아이가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잔소리를 할 겁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아빠가 이런 기계를 사주는 물주가 틀림없으니까요. 이 정도면 잔소리할 자격은 충분히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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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아범 2010.05.14 15:04
정현이는 핸펀 사달라말라 말도 없었는데..
저희가 애 잃어버릴까봐 하나 붙여줬거든요..
서연이는 여섯살때부터 어여 핸펀 사내라고 갈굼을..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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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 먹고파 담양을 지르다
회사 창립 5주년을 맞아, 2주에 한 번씩 주말마다 번개가 열린다(사실은 가서 일도 한다). 강제는 아니고,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데, 그래봐야 이제 겨우 두 번 한 거라(분위기를 보아 하니 앞으로 두 번은 더 할 듯!) 딱히 자랑할 만한 건 아니다. 지난 번엔 속초의 생선구이집과 오징어 순대를 찾았고 이번엔 담양의 떡갈비다. 떡갈비라니, 말만 들어도 침이 고이지 않는가.
담양이란 이름을 들으면, 먹으로 그려낸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든다. 키 큰 나무들이 만들어 낸 그늘에서 은은히 쉬다갈 수 있는 조용한 고장. 거기에 맛난 떡갈비와 죽통밥이 같이 떠오르면, 이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유혹이다. 그래서 달렸다.
금요일 오후, 번개 참석 팀은 한 시간 정도 일찍 사무실을 떠난다. 이번 참석자는 다섯 명. 005호 헨드릭스군은 중국 출장 중이고 004호 편집장군은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시는 관계로 참석을 못했다. 안타깝다. 여섯 명이 가면 버스 전용 차선 탈 수 있는데 다섯 명이라니. ㅜㅜ 게다가 저 두 명. 우리 사무실에서 1종을 운전할 수 있는 멤버들이다. 젠장, 오며 가며 운전은 다 내 몫이다.
그래도 소풍 가는 마냥 기분은 들떴다. 운전도 못하는 006 피버군, 007 호련양(본인은 봉고를 몰았다고 주장하나, 검증할 수 없음), 008호 모노마토군은 복불복 삼매경이다. 복불복에서 진 한 사람에게는 휴게소에서 감자, 오뎅, 핫도그 등등을 잔뜩 먹여 떡갈비를 못 먹게 하기로 한 모양. 호련양이 걸렸는데, 독하다. 휴게소에서 쉬지 말고 가잔다. 떡갈비를 향한 저 집념이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지나서 천안논산고속도로로 올라섰다. 이 도로 덕분에 충남, 전라 지방으로 가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얌전, 점잖 운전의 대명사 001호 사장님과 달리 002호 나는 사실 속도를 좀 내는 편이다. 운전 중 아는 분이 전화를 걸길래 전화만 받고 사장님께 넘겼다. “저 사람은 140km 정도로 가야 차 안 막힌다고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내 흉을 본다. 마음이나 그렇지 요즘 그렇게 달리긴 쉽지 않다. 카메라가 워낙 많아서.
휴게소 한 곳을 들러(이 곳에서 결국 우리 브레인들은 감자통구이와 오징어를 샀으나 호련의 강력한 반발에 못이겨 서로 나누어 먹었다. 운전하는 내 입에도 커다란 감자 하나를 우겨 넣는 호련! 애야, 그거 하나 먹었드니 배부르더라!) 담양으로 출발하면서 현지 식당 운영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지난 번 속초 번개 때 음식점마다 거의 삼사십분씩 기다렸던 탓이다. 그런데 웬걸. 무한도전에 나왔다던 모 식당은 8시 30분에 문을 닫고(!) 1박2일에 나왔다던 식당은 9시 반에 문을 닫는단다. 지금 계산으론 아무리 빨리 가도 아홉시 전에 도착하긴 힘들 듯. 식당이라면 당연히 밤 10시 정도까지는 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떡갈비 먹으러 담양으로 지르는 중인데 떡갈비 식당이 문을 닫는다니. 게다가 밤이 되면서 진입한 호남고속도로는 익숙하지 않은 길인데다가, 어둡다. 속도를 낼래야 낼 수 없는 상황이란 말씀. 게다가 왠 트럭은 그리 많던지. 속도를 내지 말라는 신의 계시로 알고 그저 급한 마음을 달래며 달릴 수 밖에.
백양사 IC로 빠지라는 내비의 안내를 따라 국도로 들어섰다. 남은 거리는 약 20km. 새로 생긴 듯한 국도는 넓고 깨끗했으며 차도 별로 없었다. 잘 빠지는 신호를 받아 탄력있게 달리다가 목적지인 덕인관에 도착한 건 8시 33분. 내가 자랑스러웠다. 운전도 못하는(!) 이 인간들에게 오로지 떡갈비를 먹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꾸준히 달려 시간을 맞췄다니! 식당 안에 들어갔더니 왜 9시 반까지만 하는지 이해가 됐다. 이미 그 시간에 식당에 손님이라곤 이제 막 계산하고 나가는 한 테이블 외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 될 듯. 게다가 식당 주변은 넓디 넓은 국도로 다니는 차 조차 많지 않는 상태였다. 서울에서 떡갈비 먹으러 저녁에 출발하시는 분들은 시간을 염두에 두셔야 할 듯.
자리에 앉고 다른 브레인들은 사진 찍기 바빴지만 운전한 나는 얌전히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식당 안은 생각 보다 넓고 환했다. 무엇보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넉넉한 것이 맘에 들었다. 밥 먹으면서 등 부딪히는 불쾌감이란 밥 맛 달아나게 하는 대표적인 존재다.
먼저 반찬이 나왔다. 반찬이 깔리고 호박전과 도토리묵을 집어 먹으면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전라도다. 반찬 하나 하나를 씹을 때마다 고유의 맛이 흘러 나온다. 운전하던 피로도 어느 틈에 사라지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딱 한 잔 마신 맥주 한 잔은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떡갈비. 불판 위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떡갈비는 보기만 해도 예술이다. 그리고, 맛있다. 달콤하면서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공기밥과 함께 떡갈비는 어느 틈에 다 사라졌다. 잘 먹었는데, 뭔가 살짝 아쉽다. 그게 뭘까. 문득 서울에서 먹은 떡갈비가 생각났다. 맛있긴 한데, 이 정도에 이 가격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지 않아도 될 듯하다는 소감이 슬슬 밀려온 것이다. 이 아쉬움의 원인을 이 날 저녁 머문 민박집 아주머니가 아주 명쾌하게 풀어줬다. “손님이 많아지면서 음식들이 예전 같지 않아요. 손님들은 떡갈비와 죽통밥을 찾으시지만 우린 잘 안 가요.예전에 먹던 맛이 아니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열세가지 수수께기 중엔 이런 표현이 나온다.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일딴 뚫리기만 하면 경치 좋은 마을 치고 살아 남는 곳이 없죠’”
그래도 잘 먹었다. 사실 포장을 해 오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포장은 않기로 했다. 전국 택배도 해주고, 조리법까지 넣어준다지만, 여기서 바로 구워 먹는 맛만 못할 터이고, 그러면 서울에서 떡갈비 먹느니만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민박집을 찾았고 그렇게 담양의 밤이 깊었다. / FIN
PS> 담양 번개 2탄, 숯불돼지갈비 얘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언제 쓸지 모르겠으나~ 투비 컨티뉴드~~ ^^
PS2> 사진이 뭐 이래, 하실 수 있겠으나,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더 좋은 사진을 보고 싶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용~
담양 덕인관 http://www.zoominsky.com/1286 BY MediaBrain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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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데이 2010.05.10 04:09
숯불갈비편 기대만빵~! 근데 고속도로에서는 정말 속도를 조절하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주변과 속도를 맞추다보면 금방 130Km를 달리고 있다는... (제 차는 140을 밟으면 차체가 심히 떨려서 그땐 좀 느끼긴 합니다. ㅎ) 전 지난주에 통영을 다녀왔는데, 카메라 많기로 유명한 경부고속도로에서 딱지 몇개 날아올까 겁나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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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의지가 필요한 법
손톱 - 나쁜 버릇 고치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습니다.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뭐 버릇 없는 아이는 없죠.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나니 우리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왜, 애들이 속칭 싸가지 없으면, 저 놈 참 버릇없네. 그러잖아요? 그런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고 버릇 없는 아이는 없다고 떡하니 써 놓으니, 똑같은 낱말이 어찌 이렇게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일까요.
그건 그렇고 ^^ 딸 아이는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썼으니 고쳤다는 뜻이겠네요. ^^ 몇 년 전 이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사실 야단도 못 치겠더라고요. 저도 어릴 떈 손톱 물어 뜯었으니까요.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물어 뜯긴 합니다만! 엄마한테는 야단도 꽤 맞았는데 못 고친다고, 아내는 저보고 어떻게 해보라는 겁니다.
아빠도 같은 버릇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나쁜 버릇있다고 야단만 쳐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듯 하고, 처음엔 잘 달래 말했습니다. 그 땐 아이도 어릴 때니까 손톱에 있는 병균이 들어가면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잘 안 고치더라고요. 게다가 손톱 먹는 걸로는 배도 안 아프고. 젠장 그 손톱에 있는 병균들은 뭐했는지 모르겠어요. ^^
그렇게 몇 번은 잘 달래다가 한 번은 호되게 야단을 쳤습니다. 마침 인사동에 놀러나간 날이었는데 어떡하다가 딱 걸린 거죠. 기회는 이 때다 싶어서 인사동 길에 있는 조그만 돌의자 위에 올라서라고 했습니다.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쳐!라고 했죠. 물론 안 하죠. 고집 부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럴 땐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합니다. 아이들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벌이 있는데, 그걸 써야죠.
이 녀석은 희한하게도 매를 때리면 맞고 버티는데 딱 하나, 너 오늘 밥 먹지마 이러면 바로 무릎꿇고 잘못했다고 빕니다(아, 지금은 안 그럽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 지금은 당연히 핸드폰 내놔! 이거죠~). 그 날도 원래는 스파게티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손톱 물어뜯은 걸 아빠한테 걸린 거죠. 너 손톱 먹어 배부를테니 저녁 먹지 말고 여기 서 있어! 그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개미소리 같이 외칩니다. 속으론 웃기지만 들리겠어? 조금 더 크게? 했더니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집니다. 이걸론 안되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좀 들릴만한 소리로 외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었는지 흘끗 쳐다보기도 하고요.
아직도 긴장하면 조금 물어 뜯습니다 ^^
그 뒤로 잠시 멈추는 듯 했지만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손톱을 물어 뜯으면 안되는 이유를 꾸준히 설명헀고, 상과 매를 미끼로 썼습니다. 이런 거죠. 일주일 뒤 손톱 모양이 예쁘면 상을 주고 미우면 벌을 주겠다... 어떤 때는 혼나고 어떤 때는 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요즘은 물어 뜯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여기엔 손톱을 치장하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이건 아빠가 못해주는 겁니다만 ^^). 하지만 시험처럼 극히 긴장하는 일이 있으면 물어뜯기도 합니다만 그런 건 봐줘야죠. ^^
아이에게 무언가로 보상하는 교육 방법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적절히 섞어서 해야지 한 가지 방법만 쓰면 안되겠죠. 밥도 한 가지만 먹으면 탈 나는 것처럼요.
사실 아이도, 아빠도 사람이라면 누군가 다 나쁜 버릇 하나 쯤 있는 겁니다.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는 거고요. 버릇을 고치려면 야단과 매 같은 무서운 계기도 필요합니다만 스스로 고쳐야 겠다는 의지도 필요한 법입니다.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꾸준히 가르치고, 지켜보는 것, 아빠가 할 수 있는 그저 작은 일일 겁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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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pc 2010.02.05 20:10
오늘도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직 제 아이는 이제 겨우 27개월이라 한참 멀었지만, 저도 레이님(호칭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님자를 붙였습니다.)과 같은 아이에게 많은것들을 가르쳐 주고 아이에게 최고인 아빠가 되었으면 하네요. ^^ -
그린데이 2010.02.23 22:29
전 아직도 손가락(손톱이 아니라 손톱 옆 살...)을 무는(뜯지는 않습니다...) 버릇이 있어
굳은 살이 있는데요. 엄지 손가락 빠는 딸내미 어찌 훈육해야 하는지 걱정이에요. ㅋ
저부터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꾸준한 의지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
내 딸에게 주고픈, 상실에 대처하는 법
주인 잃은 아이팟 터치 케이스가 더 쓸쓸해 보입니다. 이젠 이 녀석도 버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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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롱 2010.01.25 18:29
ㅎㅎ 저희 아버지도 아이폰 쓰시고계시는데..
몇일전에 그걸로 피아노 치다가 확대기능을 적용시켜버려서;;
나중엔 제가 더블클릭해서 풀었다지요ㅠㅠㅠ
그이후로 못만지게해요 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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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2010.07.14 14:54
저도 6학년 큰딸에게 아이팟터치르 선물했었습니다. 그게 작년말입니다. 아직 잃어버리진 않고 있고 잘 사용하고 있더군요.. 딸에게 상심을 치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나중에 더큰 상실을 느꼈을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구요? 그땐 그저 조용히 안아주고 ... 받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글
축하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6
아빠, 나 160cm 넘었다!
딸 아이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집에선 이 녀석의 키가 10cm 씩 자랄 때마다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거든요. 그 동안은 꽤 빨리 자랐던 터라 10cm 파티를 1년에 두 번도 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크는 속도가 좀 더디어져서 사실 걱정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160cm를 넘었다는 겁니다.
사실 파티라는게 대단할 거 없습니다. 어떤 때는 하트 모양의 도넛 하나를 사서 그 위에 초를 꽂고 축하 노래를 불러줬고, 또 어떤 때는 떡볶이와 튀김으로, 어떤 날은 치킨과 피자로 파티를 했었지요. 오랫만의 파티라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고모 내외까지 모두 불러다가 피자와 치킨으로 모처럼 신난 저녁을 했습니다.
참 유별나다. 그런 것까지 해야 하나, 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축하할 일은 반드시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는 축하하는 일에 왜 그리 인색한 것일까요. 생일이나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그제서야 아껴뒀던 축하를 꺼내 줍니다. 아낀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고, 마구 쓴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아주 소중한 것을 꺼내듯 찔끔 찔끔 축하를 던집니다. 기왕이면 더 많이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아빠가 딸에게 축하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축하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도 축하하면서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니까요.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씩 전해지면서 서로의 인생이 풍요롭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는 일일테고요. 꼭 남에게만 축하할 것도 아닙니다. 오늘 힘든 하루를 잘 견디어냈으므로, 시험을 잘 봤으므로, 목표한 일을 달성했으므로... 남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조그만 축하를 건네 보세요. 아이는 물론 아빠 스스로도요.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축하를 받는 방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축하를 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와 아빠를 축하하는 것은 물론 다른 가족들, 친한 친구들의 사소한 기쁨 하나도 축하해줘야 합니다. 내가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일도 같이 기뻐하면서 축하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축하하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쉽거든요. 축하를 받은 아이는 축하하는 법도 절로 배우게 됩니다. 아빠는 그 기회를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비싸지도 않은 아주 작은 선물과 함께 말이지요. 초콜릿 하나, 연필 한 개, 휴대폰 고리라도 좋겠네요. 아이가 따라 살 수 있는 그런 선물이면 어떨까요.
어떻게 축하하고 어떻게 기쁨을 줄 것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정말 즐거워질 겁니다. 자, 이제 하나씩 축하할 일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 딸 키가 지금 얼마더라, 몸무게는 얼마지? 학교에서 제일 잘하는 과목은 뭐더라? 피아노로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노래가 뭐 있지? 축하할 거리를 찾다 보면 생각보다 모르는 일이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은근슬쩍 축하를 핑계로 몰랐다는 사실을 감출 수도 있겠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오늘 저녁엔 즐거운 축하 파티가 열리고,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르게 묻혀버릴 테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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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 2009.10.14 20:22
좋아요 좋아요 맞는 말씀이예요...^-^
결혼하고 보니까 아빠가 축하해주었던 일 함께 정말 재밌게 놀았던 일
비록 손가락에 꼽긴 하지만 그런게 더 생각나요.
사랑을 받는 사람이 할 줄도 안다고 레이님이 그렇게 해주시니
따님도 상대방에게 따뜻한 축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꺼예요~~
글
음악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5
엥? 시카고 말이야?
누가 불렀는지는 몰라. 근데 그 노래 알긴 알어?
응, 그럼 아빠가 중고등학생일때 엄청 듣던 노랜데.
그래? 나 그거 받아줘.
어느 날 난데없이 딸 아이가 시카고의 You’re the Inspiration을 받아 달랍니다.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이 노래를 딸 아이가 알 턱이 없을 텐데(게다가 시카고라는 그룹을 모르는 걸 보면, 어디선가 노래만 들었을 법한데) 초등학교 6학년이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아니잖습니까.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봤더니, 아하, 딸 아이가 즐기는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 이 노래가 나온 겁니다. 그러니 제목은 어찌 알았어도 가수는 모를 수 밖에요.
딸 아이 얘기를 들으니 저도 문득 시카고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멜론에서 시카고를 찾아 노래를 받고 휴대폰에 넣어 주었습니다. 틈만 나면 휴대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레퍼토리가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 달라는 노래는,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였습니다. 덩달아 아빠도 퀸의 추억에 다시 빠져 듭니다. Love of my Life… 하프 소리가 잠든 추억을 깨웁니다.
아이튠즈에서 요즘 아빠가 듣는 록 음악들
공통되는 코드를 맞추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즐겁습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아빠가 알고, 아빠가 듣는 노래를 아이가 아는 것. 이것 하나 만으로도 아빠와 딸 사이엔 커다란 교감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아빠는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차 안에 넣어야 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딸 아이에게 슬쩍 슬쩍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딸 아이가 시끄럽게 틀어 놓는 음악을 아빠가 알고 있다면, 그 노래에 대해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아빠의 차 안에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면 아빠와 할 수 있는 얘기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전히 딸 아이는 아빠에게 노래를 받아 달라고 합니다. 솔직히 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빠는 차마 노래방에서 따라 부를 정도는 아니어도 요즘 최신곡이 뭔지는 대충 알게 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취향도 슬쩍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DNA 덕분에 아이와 아빠의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면, 괜히 또 자랑스럽고, 때론 찡합니다. 매달 고정된 요금을 내고 그걸 다 채워 쓰지도 못하지만 음악 사이트의 요금제를 포기할 수 없고 귀찮지만 굳이 아빠 아이디로 음악을 받아 넣어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 교감할 수 없는 노래도 있습니다. 야심한 밤, 아빠는 문득 솔개트리오의 여인이여를 틀어 놓고 혼자 옛날 감상에 빠져 있습니다. 안녕히 주무시란 인사를 하러 왔던 딸이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뭐야? 뭐 이런 걸 듣고 계셔? 한 방 날리고는 쪽, 뽀뽀를 하고 제 방으로 가버립니다. 아빠는 순간 할 말을 잃습니다. 아, 아빠는 한 때 이 노래에 눈이 젖었단 말이다! 아무리 외쳐 봐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몇 번을 들어도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외톨이'란 노래에 아빠가 적응할 수 없듯이 말이에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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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3
"자, 이 컵으로 가득 채워서 물은 세 번 붓는 거야. 1개 당 세 번. 이런 종류의 컵은 용량이 대개 비슷하니까, 밖에 나가서 라면을 끓일 일이 있으면 이 정도 크기의 컵으로 세 번, 이것만 잊지 않으면 돼.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어. 아빠는 스프를 먼저 넣지만, 끓는 물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갑자기 확 끓어넘치니까 조금 위험해. 그러니까 너는 면을 먼저 넣고 스프를 바로 같이 넣도록 해.
자, 이젠 시간이야. 이건 어떤 불에서 끓이느냐에 따라 좀 다른데, 아빠는 약 3분 정도 끓이고 나서 면을 맛 봐. 휴대폰의 시계를 한 번 보렴. 우리가 좋아하는, 약간 꼬들한 정도가 되면 불을 꺼. 바로 먹지 말고 잠깐만 뜸을 들여. 그 동안에 식탁을 닦고 숟가락과 젓가락 놓고, 김치를 꺼내렴.
뜨거우니까 절대 조심. 가스불 차단기 내리는 거 잊지 말고 두꺼운 장갑을 꼭 끼고 냄비를 들어야 해.
라면 먹을 땐, 냄비 뚜껑에 덜어 먹는 거야. 이 맛은, 진짜, 아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거야. 그지? 그지?"
"응, 근데 아빠가 끓여준 것보단 맛 없다! ㅋ"
이런 컵으로 물을 세 번 붓는 거야
딸 아이가 5학년 때, 드디어 라면 끓이는 방법을 전수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그 무렵 때 쯤 되서 엄마한테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추운 겨울, 반지하로 내려가는 부엌에서 석유 냄새 가득한 곤로에 불을 붙이고 양은 냄비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기억이 새록 새록합니다. 입김을 호호 불며 라면 맛을 보던 기억. 액자 속의 흑백 사진 같은 기억입니다.
사실 라면이란 것이 뭐 복잡할 거 있겠습니까. 물을 잘 맞추고, 면이 꼬들할 때에 맞춰 불을 끄면 되는 거지요. 아마 아빠가 가르쳐 주고 싶은 건, 아빠가 아빠의 엄마한테 배웠던 그 흑백 사진 같은 기억. 그걸 남겨주고 싶었는 지도 모릅니다. 먼 훗날 라면을 먹다가 문득, '그 때 아빠와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었지...' 라는 미소지을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지도요. 거기에 라면을 끓이는 동안의 설레임 같은 건 보너스겠지요. 사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내 손으로 직접 끓이면서 익었나 안 익었나, 냄비 뚜껑에 덜어 맛을 볼 때의 그 라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더더" 주의할 점은, 가스와 불을 다루니까 무엇보다도 안전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스 불을 다루는 방법, 그릇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마무리. 아무리 급해도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가르치는 거지요. 아무리 배가 고프고 먹고 싶다고 해도, 찬 물에 라면을 부어 먹을 수는 없듯이 다뤄야 할 순서가 있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아빠한테 배웠다고 학교에서 토요일에 저마다 음식을 만드는 날이 있었는데, 떡라면을 끓였던 모양입니다. 반 친구들이 다 자기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국물까지 안 남기고 다 먹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못 먹었어, 투덜 거리기도 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배웠어, 라고 말했다는 딸 아이의 목소리에서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라면이란 게 그닥 몸에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맛있는 걸 직접 끓이는 재미를 맛보는 거, 아마 내 몸도 용서해 줄 겁니다. 산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 하고 살면 재미 없다는 거, 아이들도 슬슬 배워야지요! 가끔은!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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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ial 2009.09.12 17:20
엄머, 레이님 완전 멋지시다....!!!!
저는 울 아버지한테서 바둑과 토론과 독서를 배웠습니다. 울 아부지도 쫌 멋있으시죠?헤헤~ 바둑은 배우다 포기했지만요. (근데 실용성있는 걸 못 배워서 그런지..저는 별로 실용성이 없는 인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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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8년.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정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2009년, 2008년 보다 더 행복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모두들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남들이 그러듯이
어렵고 힘든 일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레이토피아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
2009년에는 정말로 큰 대박 나셔서 떼돈 버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행복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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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만에 글 300개를 쓰다
남들은 일 년에도 천 개씩 쓰는데 겨우 300개가 머 그리 대수냐 하겠지만, 제게 있어 글 300개는 약간의 심리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목표로 했던 하나의 능선을 넘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젠 두 번째 능선인 500개를 넘어야 할 차례가 된 거지요. 게다가 블로그가 제대로 검색에 걸리고 로봇들이 고정적으로 찾아오려면 글이 300개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던 누군가의 얘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누가 그랬을까, 이거…).

사실, 레이토피아 블로그는 제가 만든 최초의 블로그는 아닙니다. 2003년 10월 엠파스에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그 뒤에 태터툴즈를 만나면서 설치형으로 독립했었죠. 그러다가 제 주변의 이런 저런 상황들이 크게 변하면서 엠파스 블로그는 방치했고, 설치형 블로그는 폐쇄해버렸습니다. 조만간 엠파스가 네이트와 통합된다고 하니 방치된 엠파스 블로그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오긴 하겠네요. 잠깐 카운트를 해 보니 엠파스 블로그에 약 400개 정도 글이 있던데, 아깝지만 그냥 잘 묻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레이토피아 블로그는 올 12월 24일이면 만 2년이 됩니다. 300개를 쓰는데 2년이 걸렸는데 내년까지는 200개를 더 써 500개를 채워보자 뭐 그런 목표를 세워 보는 걸로 300개 기념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내자니 이거 뭐 공지도 아니고, 이벤트도 아니고, 일기도 아니고, 묘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요즘 느끼는,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생각 하나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클라이언트 담당자 한 분이 얼마 전에 모 업체에서 받았다며 제안서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대충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한 달에 500만원 정도를 내면 블로그에 월 글 30~60개, 스크랩 500회, 방문자 300만을 만들어주겠다는 겁니다. 네고해서 300만원 정도로 해준다는 얘기도 곁들입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서비스에 비하면 엄청난 양인 거지요. 회사에서 높은 분이 이걸 주셨다면서 어찌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서비스에 비하면 엄청난 물량인거지요. 500이면 비싸네, 이런 거 100에 해주겠다는 데도 있던데요, 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 상식으로는 매일 1, 2개의 글을 발행하고 스크랩 500개, 방문자 수 300만을 만들어 낼 방법이 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비용을 들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500만원(그것도 네고해서 3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그런 게 가능할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이해한 해답은, 누군가 마케팅 툴(!)을 돌려 자동화(!)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답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몇몇 마케팅 커뮤니티를 통해 블로그에 콘텐츠를 복사해 전송해주는 툴들이 유포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허위 블로그를 만들어 놓고 그 블로그로 콘텐츠를 스크랩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네이버와 네이버 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우린 인터넷 구조의 특성 상, 클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동화 툴은 어찌 보면 효율을 높여주는 좋은 도구입니다만, 이것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복사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 씁쓰레할 따름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블로그에서 나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았을 때 느끼는 그 희열을 경험했을 겁니다. 어디 식당을 가고 싶은데 거기 주차장이 있는지 없는지, 공구를 하나 샀는데 이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내가 궁금해 하는 어떤 것을 누군가도 같이 궁금해 하고, 그 경험담을 올려 놓은 글을 찾았을 땐 정말 기쁘지요. 반면, 그런 정보를 찾으려 했더니 수없이 카피된 브로셔 일색의 똑같은 글만 나온다든지, 유료 리포트 정보만 쏟아지는 경험도 했을 겁니다. 아마 뒤에 나오는 경험을 더 많이 했겠지요. 원하는 정보를 찾기까지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블로그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고객 서비스일 겁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도 될테고요. 그러나 저렇게 기업 입장에서 써낸 똑같은 글을 수없이 많은 블로그에 복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정보를 배포하고, 소비자들이 읽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블로거의 개인적인 성향이 포함되었을 때의 이야기지, 반복되는 똑같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 스팸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뿐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스팸 전략으로 블로그 스피어가 물들어버린다면, 쓰레기 더미에서 옥석을 찾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 결국 블로그를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적당한 량의 정보를 배포하고, 사람들이 이를 접하게 하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의 배포는 필요하다고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도를 넘어 지나치게 쏟아지는 홍보물은 블로그 스피어를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말로 하긴 쉽지만, 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중용의 미덕이 필요할 때입니다.
ps> 300개 기념으로 번개를 칠까 했는데, 연말이라 약속도 매일 있고, 이번 주는 일주일 내내 달려야 하는 관계로, 그냥 오늘 저녁에 만난 분들과 조촐하게 파티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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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토피아 방문자 백만 돌파를 기념하며
1. 열나 바빴다(돈 잘 벌어 좋겠다)
2. 긴 글 쓰기 싫었다(게으름은 어쩔 수 없네)
3. 그냥 좀 싫증 났다(어쭈, 배불렀구나??)
등등 일겁니다. 그래서 짧은 글만 써도 되는 모블로그에서 바람도 좀 피고 있고(!), 뭐 그런 상황이었죠. 하지만 글 쓰는게 일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글은 열심히 쓰고 있긴 했습니다.

편집장님 말마따나 블로그가 거의 월간지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었음에도, 내심 블로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중 하나는 방문자 수였습니다. 뭐, 로봇이 방문한 수치도 있을 거고, 거품도 있을 거고, 남들은 천만 이천만 넘어가는데 굳이 백만이란 것을 유세를 떠느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기념비 적인 수치라는 점에서는 기억할 만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글 수 300개, 방문자 백만 중 어떤 것이 먼저 넘을까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쓴 카지노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서 예상치도 못하게 오늘 백만을 넘어버렸습니다. 백만 넘는 날, 아시는 분들 모시고 번개 한 번 치려고 했는데… 오늘 칠까 어쩔까 고민 중입니다. ㅋㅋ

여기 덕분에 100만을 훌쩍!
그냥 이렇게 쓰고 나가면 재미없으니까, 몇가지 통계를 한 번 분석해 보겠습니다.
레이토피아 개설일
200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블로그나 개설하고 앉았더라니 ㅉㅉ)
총 등록된 글 수
공개글 281개, 비공개글 3개
(비공개 글이 뭘까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공개하면 안되겠더라고요)
월 최소 방문자 수
2006년 12월, 267명 방문 (24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방문자 ^^)
일 최소 방문자 수
2007년 2월 3일, 7명 (헐, 이건 완전 로봇 뿐!)
월 최대 방문자 수
2007년 6월, 284,122명
일 최대 방문자 수
2007년 11월 6일, 84,638명
최대 방문자 수를 기록한 날엔 예외 없이 다음 블로거 뉴스 베스트에 글이 등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최고 방문자를 기록한 11월 6일자 기사는… ‘다시 쓰는 구인광고’ 였군요.
저희 회사에서 직원 뽑는 일이 힘들어서 넋두리를 좀 했는데 이게 대박이 나버렸네요. 다행히 이 글 쓴 이후로 정말 좋은 친구를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친구 아직 안 짤리고(!) 잘 다닙니다. ^^
총 방문자 수
2008년 10월 14일 2시경, 1,004,000명
일 평균 방문자 수
1,004,000명 나누기 22개월 = 약 1,520명

2008년 10월 14일 오후 3시 5분 현재
총 댓글 수
2,342개
총 트랙백 수
128개
방명록
96개
이 중에서 가장 댓글 많이 달린 글은… 제가 쓴 것까지 포함해 188개가 달린, 우리글 망치는 일본말 ~지다, 였군요. 역시 치열한 논쟁이 있을 법한 글이다 보니, 댓글이 많이 붙었습니다.
블로그를 쓰고, 블로그를 쓰는 일이 직업이 되고,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참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때론 악플 때문에 힘들어 했고(이젠 뭐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버리고 덤덤하지만 ^^), 때론 글 쓰기 싫어 거미줄 치기도 했었지만 블로그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게 해줬던 존재였고, 지금도 제 삶을 누려가는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 반성한 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점들을 찾아 나날이 성숙하는 블로그가 되었으면 좋을텐데, 그런데도 여전히 전 모자란 마음 뿐이군요.
방문자 백만 돌파 글을 쓰다 보니, 번개를 치든 안 치든 오늘은 술 한 잔 마셔야 겠군요. 이런 날도 술 안 마시면, 진짜 기분 좋아 술 마실 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어쨌든 저는 오늘, 자축하는 의미에서라도 술 마시러 가야 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자 백만이 넘도록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 RSS에 넣어 놓고 꾸준히 찾아 주시는 분들, 귀한 댓글 남겨주신 분들, 꾸준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옆에서 블로그 잘 하도록 도와주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 그리고 또… 이렇게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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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아범 2008.10.14 15:53
진작에 넘었을 듯 싶었는디요..ㅎㅎ
그나저나 엠파스가 시끄러버서 이사갈까,말까 고민중이에요..ㅡㅡ;
참..백만기념 떡이나 한판 돌리시지요..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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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sun 2008.10.20 10:01
와~! 진짜 부럽슴당. 저는 환갑잔치 할때쯤이나 백만 돌파하려나요..-_-
추카추카! 추카할 일도 많고 회포를 풀 일도 많은데 너무 격조했어요.. 조만간 한자리?! -
마음으로 찍는 사진 2008.10.20 18:19
축하 드립니다. 특정한 포스트에라도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그 재미를 쉽게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RSS 통해서 항상 재미 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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