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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해당되는 글 4건
- 2009.09.14 아이폰 열풍, 우리는 좀 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7)
- 2009.05.10 새로운 E-Book 리더를 기다리며 (10)
- 2009.02.09 애플 케어로 마우스 무상 교체 받다 (11)
- 2007.06.27 드럼세탁기에서 90분을 버틴 아이팟 셔플 (48)
글
아이폰 열풍, 우리는 좀 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부터 맥 OSX에 아주 잘 적응한 건 아닙니다. 파일 시스템의 차이를 몰라 폴더를 통으로 날린 적도 있고, 윈도XP에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업들도 억지로 맥으로 하려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작업도 윈도XP에서 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맥북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애플의 다른 제품들에도 호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모양새 하나 끝내주는 마이티 마우스, 보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애플 키보드는 기본이고, 무선 인터넷 공유기 겸 백업 장치로 타임캡슐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위 말하는 애플빠가 되어 갔습니다. 당연히 저도 아이폰을 기다립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나온 폰들은 맥북과 연결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맥을 지원하지 않으니까요. 휴대폰이 맥을 지원하면 얼마나 편할까 그런 생각 수도 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외장형 저장장치 정도로나 인식하지 주소록 저장, 스케줄 관리 같은 기능은 꿈도 못 꿉니다. 휴대폰에 연결해 쓰자고 불편한 윈도XP를 다시 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폰이나 통신 서비스에 대해 이래 저래 말씀하는 분들을 보면, 무척 많은 분들이 아이폰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글들이 애플과 아이폰의 정책은 다 옳고, 그걸 못 쓰게 만드는 우리나라 통신사나 방통위 등등은 죄다 나쁜 넘이라는 식입니다.
저는 국내 통신사를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불만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애플도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착한 기업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폰을 들여오기 위해 애플은 엄청난 양의 기본 물량과 보조금을 통신사에 요구한다고 합니다. 그 부담이 과연 통신사에게서 끝날까요? 아닙니다. 그 부담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돌아옵니다. 시장 구조상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의 돈을 모아 애플에게 갖다 주겠지요.
제가 애플 제품을 즐겨 사용하긴 합니다만 모든 제품이 다 맥북처럼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마이티 마우스는 A/S가 된다고 해도 1년 이상 쓰는 건 불가능했고 휠에 먼지가 자주 끼어 걸핏하면 휠이 말을 듣지 않아 진작에 MS 마우스로 바꿨습니다. 또한 저는 해당 없지만 애플 키보드는 손톱 긴 여자 분들은 타이핑하기 쉽지 않은 모델입니다. 타임캡슐은 초기 세팅 잡기가 쉽지 않고, 게다가 매뉴얼도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단 A/S가 발생하면 좀 골치 아파집니다. 기본적으로 대체 품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짧게는 1주일, 길면 2, 3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 동안 어떡합니까? 마우스가 A/S 들어가면 할 수 없이 새 마우스를 사야하고 노트북이 A/S 들어가면 다른 컴퓨터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한 번은 타임캡슐이 고장났는데, 저희는 이게 없으면 무선 인터넷은 물론 데이터 저장 및 공유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교환 제품을 안 주면 안된다고 거의 전화로 한 시간을 싸워 교환 제품을 먼저 받기도 했습니다(이 얘기를 들은 어떤 애플 사용자는, 저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는!). 그러나 저는 정말 절박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했었을 뿐입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이 들어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 역시 전자기기인 이상 틀림없이 A/S가 발생할 것인데, 지금의 애플 제품들처럼 A/S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아이폰 특성 상 수리가 안되고 일대일 교환이 되어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는 동안 기다려야 하고, 데이터 백업도 문제가 되고, 그 때 가서 우리나라 회사들이 A/S는 잘해,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추측건데, 아이폰에 대해 환상을 가진 많은 분들은 아마 아이팟 터치는 많이 쓰셨을지 몰라도 실제로 아이폰을 써 본 분믄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 심리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다가와 소비자들의 더 실망에 빠뜨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저 아는 몇 몇 분은 아이튠즈로만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아이팟 터치에 대해 심한 불만을 표하기도 합니다. 윈도XP에서 아이튠즈, 이거 썩 편리한 인터페이스라고 하기 어렵거든요. 아이폰이 들어오면 똑같은 불만들이 반드시 생길 겁니다. XP의 문제든 아이튠즈의 문제든 말입니다.
애플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애플에게 그리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서 애플 입장에선 굳이 몸이 달아야 할 이유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애플과 아이폰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되고 이러한 환상이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 안게 됩니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더 큰 법이니까요.
우리의 통신 서비스 현실 때문에 아이폰 열풍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만(물론 그래서 저도 아이폰을 기다립니다 ^^), 우리는 애플과 아이폰에 대해 좀 더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은 절대 우리의 불만을 한 번에 해결해주지 못할 테니까요. 게다가 들어왔다고 해도 아이폰을 쓰기 위해 우리는 애플이 요구한 과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 비용 지불할거면, 차라리 다른 거 쓰겠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지도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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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E-Book 리더를 기다리며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아마존의 킨들DX를 보고 말았으니 눈길이 확 가는 것은 당연한 일. 대략 3,500권의 책이 들어가고 흑백이긴 하지만 가독성을 최대한 살린 LCD 화면에 3G 네트워크를 지원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 받을 수 있다. 거기에 문장을 읽어주는 TTS 기능과 간단한 메모도 가능하다 하니, 책 읽기에 이만한 단말기는 없을 듯. 책 읽다가 궁금하 점은 곧바로 인터넷 사전을 뒤져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킨들DX. 보기만 해도 입이 쩍!
와~ 하고 입을 벌리다가, 흥, 그럼 뭘해 우리한테 맞는 콘텐츠가 있어야지. 콘텐츠 없으면 아무 짝에도 못 쓰네, 그렇게 위로를 삼고 그럼 우리는 어떤 이북 서비스를 하나 교보문고를 들어갔다. 오, 이북 메뉴가 있고 PC에서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으며 책 값도 저렴하니 한 권 사볼까 하고 시도를 하다, 곧 포기했다. 내가 쓰는 맥북으로는 이북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것도 할 수 없고, 이북을 보는 프로그램을 깔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PDF 포맷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 웹 환경은 아직 맥에게는 너무 인색하다.
그러다가 교보문고에서 PMP 업체인 빌립과 함께 프로모션 하는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이북 전용 리더라고 할 수는 없고 그저 PMP인 이 녀석은 일단 화면이 널찍한게 장점. 7인치 화면에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PMP다. 손에 들고 읽기는 무리가 있을 듯 하지만, 안 그래도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바꿀 생각이 있던 나로서는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격은 60만원대. 아우, 이걸 한 번 질러 어쩌구 하다가, 불현듯 애플에서 조만간 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확 스쳤다.
그래서 일단 정보를 좀 뒤졌더니, 비록 루머 수준이긴 하지만 여름 쯤 애플에서 미니 넷북이나 태블릿형 PC가 나올 거라는 소식들이 들린다. 비즈니스 위크에서는 꽤 구체적으로 동영상과 함께 미디어패드라는 애플의 차기 제품을 소개하면서 킨들의 경쟁 제품이 될 거라 했는데, 진짜인지 가까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다니는 사진만으로는 나는 그냥 퍽 쓰러지고 말았다.
정말 정말 갖고 싶지 않은가!
물론 애플 마니아들이 만들어낸 기가 막힌 페이크 이미지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런 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모델 아닌가. 그 많은 영어의 바다를 헤치면서 진실을 파낼 실력이 내겐 없으나, 어쨌든, 이미지 만으로도 나는 이미, 염두에 두었던 제품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말았다.
화면에 키보드를 띄운 모습이겠지 ^^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북 리더만 괜찮다고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걸 지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시장에 나와 줘야 하는데, 그게 우리 시장에서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든다. 그러나 아이팟과 아이팟터치가 우리 시장에 파고들면서 기업들이 그를 지원하는 콘텐츠들을 내놓는 걸 보면 - 특히 유료 동영상은 아이팟 지원 버전이 많다! - 이북 단말기도 비슷한 상황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누구든, 이북 시장이 앞으로 커질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일게다. 게다가 듣기론 삼성에서도 꽤 괜찮은 이북 리더가 나왔다고 하니, 조만간 이북 리더 시장도 꽤 뜨거워질 듯. 새로운 출판 시장과 그 시장의 첨병이 될 새로운 이북 리더를 기다리는 건 굳이 나뿐 만은 아닐게다. 그리고 조만간 나는 200권을 쌓아 놓을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생각 만으로도, 새로운 이북 리더를 기다리는 건 참 가슴 설레는 일이다. 책 200권 사는 대신 전자책 200권 사면, 이북 리더 단말기 값 정도는 충분히 빠지겠지, 하는 기대감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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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네띠 2009.05.11 00:01
그래도 아직 종이책의 향기가 읽기 편하고 좋은거 같아요. 컴퓨터만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니 아무래도 책은 종이책으로..ㅋ 근데 일단 디자인 자체부터도 너무 심플하고 깔끔한게 마음에 드는데요..... 책 읽고 밑줄 긋는 거 아까웠는데 E-book 리더기라면 열심히 그냥 긋고 싶기도 한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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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ial 2009.05.11 02:30
킨들은 정말 모니터가 딱 종이 느낌에 인쇄된 글씨느낌이 나는 것이....탐나더라고요......
그나저나...저는 이번에 가면 식료품이고 옷이고 다 그만두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얼마간이라도 사서 오려고 벼르는 중입니다...으흐흐흐흐~ -
방문자 2009.05.12 10:14
킨들에 관심 있으시나보네요..
저랑 비슷하게 이북에 관심이 많군요..
저는 킨들은 해외에 공략하는 제품 같애서 국내에서 만든 누트2 나 삼성에서 만든 파피루스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산이 그래도 킨들보다 쳐지지 않을거란 믿음이죠..
특히 누트2를 기다리고 있어요. HWP, DOC, TXT, PDF를 지원하니 왠만한 포멧을 읽어 들인다고 봐야죠.. -
damdong 2009.05.12 10:43
킨들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LCD가 아니라 e-ink 라는 제품입니다. 컬러구현이 어렵고 응답속도가 느린 반면, 시각적 질감이 종이와 비슷해 오래 읽어도 눈의 피로감이 적고 전력효율이 좋아 e-reader에 주로 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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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케어로 마우스 무상 교체 받다
게다가 애플 케어의 좋은 점은, 부속품에 대해서까지도 A/S가 자동 연장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맥북과 함께 산 무선 마이티 마우스가 더 이상 휠이 안 움직이는 상태가 되버렸다. 구입 한 지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나 고장 났으니 애플 케어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버리거나 유상 A/S를 받아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애플 케어가 있으니 무상 A/S. 접수를 하고 다른 마우스로 교체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 가지 문제가 있긴 하다. 접수를 하고 바로 교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 동안 마우스를 쓸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마우스를 하나 더 살 수 밖에.
결국 마우스를 추가로 하나 더 사긴 했지만, 어쨌든 예비 마우스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니 당분간 마우스가 고장날 경우에도 염려는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이번에 산 마우스도 3년 동안 A/S를 해준다는 마이크로소프트 블루투스 마우스. 마우스 하나 3년 쓰는 것도 쉽지는 않을 듯. 싫증 잘 내는 내가 얼마나 가지고 쓸 지 그것도 궁금하다.
애플 제품을 먼저 쓰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애플 케어는 꼭 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실제로 이렇게 조금씩 효과를 보니 기분이 꽤 쏠쏠하다. 처음에 보험료 내는 것이 좀 아깝긴 하지만, 해 두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3년 동안 잃어버리거나 부시지만 않으면 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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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아범 2009.02.10 09:38
이사오니까니 무선키보드-마우스로 바꿔주더만요..
(마치 PC를 교체한 듯 보이게 하는 총무넘들의 지저분한 센쑤..ㅡㅡ
엊그제 배러리 떨어져서 한 30분 놀았다죠..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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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얼짱 2009.02.17 18:19
제게 애플 유선 미개봉이 하나 있어요. 혹여 문제 생기면 말쌈 해주세요.
고가에 모십니다.
지난해 제 맥북 말고 아들이 사용하는 아이맥의 키보드가 고장이 났어요.
A/S를 갖고 갔더니 다음날 찾아가세요 전화가 .. 갔더니 걍 새걸루 주더라구요.
집에와서 꽂으니 또 안되는거에요 .. 그래서 그 전에 사용하던 애플 키보드를 꽂으니
되고 .. 문제는 미국서 온 조카랑 아들이 키보드 극한 테스트를 하다가 뭘 잘못 눌러
윈도우즈에서만 그 신형 키보드가 안먹히는 증상 ..
그럼 애플은 제가 맡긴거 테스트도 안해보고 새걸 준거? 그 키보드도 문제가 없던건데?
전 애플 A/S 존경 합니다 ㅋㅋ
엘렉스 시절의 매킨토시 A/S는 왕 경멸했지만 ..^^
글
드럼세탁기에서 90분을 버틴 아이팟 셔플

자전거 바지 벨트 부분에 클립을 끼워 넣고 음악을 들으면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옷을 벗어 세탁기에 던져 넣었습니다. 이어폰이 자꾸 흘러내려서 미리 빼 놓은 탓에 정작 옷을 벗을 땐 아이팟 셔플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었지요. 그날 따라 이것 저것 빨랫감들이 보이길래 같이 세탁기에 넣고 세제도 넣고 표준 모드로 돌렸습니다. 저희가 쓰는 세탁기는 표준 모드로 하면 1시간 39분 타이머가 켜집니다.
세탁기가 도는 동안 샤워하고 있는데 세탁기에서 평소에 안 나던 소리가 납니다. 딸깍 딸깍, 무엇인가가 세탁기 안에서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혹시~ 하고 세탁기를 멈춘 후 바지 주머니 속을 확인했습니다. 아이팟 셔플은 생각도 못하고 바지 속에 휴대폰 넣어둔 건 아닌가 싶었던 거지요. 물론 주머니는 비어 있었습니다. 아니네, 하면서 다시 바지를 넣고 세탁기를 돌립니다. 계속해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바지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벨트 때문이려니, 뭐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빨래 다 되었다는 벨 소리를 듣고 빨래를 꺼낸 순간 악~ 소리가 입에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바지 벨트 부위에 끼어 있던 아이팟 셔플을 그 때야 발견했거든요. 갑자기 막막해졌습니다. 산 지 일주일 밖에 안된 제품을 그대로 세탁기에서 돌렸으니, 값을 떠나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퍗 셔플의 뒷 모습. 클립 가장자리가 죄다 긁혀 있다 >.<
물 먹은 전자제품 켜면 안된다는 정도의 상식은 있어서 ^^ 일단 꺼내놓고 보기만 했습니다. 방법이 없으니 일단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 수 밖에요. 애플코리아의 A/S에 대해 요즘 말이 많아서 뭐 특별한 기대를 한 건 아닙니다. 어차피 제 과실이니까 무료로 A/S 받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혹시 수리할 방법이 있나 해서였지요. 자조지종을 설명하고 수리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아이팟 셔플은 수리가 아니라 무조건 교환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건 명확히 제 실수라서 교환해 달라 할 수 없는 상황이구요.
일단 제 신상과 제품 시리얼까지 다 확인한 상담원은 일단 이틀 동안 잘 말려 보고 그 때 켜보라더군요.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안되면 한 번 전화나 다시 해보랍니다. 별 성과도 없는 통화를 하고 – 괜히 신상 정보만 다 불러 준 듯 하고 – 나흘 동안 말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말렸다기 보다는 손대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지요. 나흘쯤 지나서 조심스레 스위치를 켜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기대도 별로 안 했지만 역시 안 되더군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안 되면 다시 전화해보라는 상담원 말을 믿고 한 번 더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습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고 이런 저런 상황을 다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뭐 방법이 있겠습니까? 말로는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던 상담원이었지만 결론만 요약하면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센터를 방문한 후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제품을 유상 판매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는 있다. 제품 상태에 따라 유상 판매 비용이 결정되는데, 최악의 경우엔 신제품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 판매가 가능하다'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대충 얼마쯤 나오는지 알아야 나도 시간과 차비 들여 센터를 방문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건 제품을 봐야만 알 수 있다더군요.
어쨌든 일단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지도 모르니 다시 충전해 보라고 합니다. 마침 충전기는 집에 있어서 바로 충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요. 전화를 끊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아이팟 셔플을 충전기에 꽂았습니다. 아무 반응이 없는 듯 짧은 시간이 흐른 후에 이게 왠 일, 주황색 램프가 깜박이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컴퓨터에서는 아이튠이 실행되고 아이팟 셔플과 동기화 작업이 진행됩니다. 아이고 이제 됐네 하는 안도감이 들고, 아이팟 셔플에 있는 곡을 재생하면서 마음을 놓습니다. 그렇게 두어시간 충전이 끝나고 이이폰을 꽂으니 아이팟 셔플은 언제 물을 먹었냐는 듯 생생하게 잘 돌아 갑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생겼군요. 물 먹었든 어쨌든 이젠 잘 돌아가는데 제가 있는 그대로 말해서 고객센터에 내용 다 접수해 놨으니 이젠 다른 고장 나도 보상 받을 길이 없겠네 하는 생각 말입니다. 아, 그거 물 먹어서 그런 거에요~ 라고 말해 버리면 저도 더 할 말이 없지 않겠어요. 그냥 이 녀석 고장 안 나고 오래 오래 쓰기만을 바래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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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김팔자 2007.06.28 02:48
님.
에이에쑤 넘 걱정하지 마셔유. 혹시 모르지요.....
얼마전 다른 기사에서 이라크 참전미군의 경험담중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작전중, 총을 맞았는데 멀쩡했다구.
알고보니 휴대한 mp3P에 총알이 박혀 있더랍니다. ㅋㅋ. 아마 제품이 아이팟 일겁니다.
그렇게 고장나서 아쉬워하며 목숨을 건진걸 안도하던 병사가 그러한 장황한 기사를
사진과 함께 올렸고.
그것을 본 제품의 본사에서 공짜로 같은 제품을 무상증정 했답니다.
님의 이번 사건도 이런식으로 장황하게 올린걸 보면, 무지하게 심심했나 보군요. ^^ (저도 지금 무지 심심했는데...)
님의 이 '심심한 기사'가 아이팟 본사에서 광고 효과가 인정된다면, 꽁짜로 또 받게 될지 또 누가 아닙까? ㅋㅋ
그럼 또 '심심한 광고성 기사' 부탁해요.
피에쑤... 그런데, 님은 '아이팟' 직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목격자 2007.06.28 09:35
님도 이런 댓글 쓰시려면 님 블로그도 밝히세요...
아이팟 직원이 아닌 걸 다른 글 읽어보면 아실텐데 이런식으로 매너없게 뭐하시는 겁니까?.. 그럼 삼성 휴대폰 작살나도 되더라고 보도한 신문기자들은 다 삼성 직원입니까?
왜들 이렇게 삐딱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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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2007.06.28 09:41
지금 저에게서 약 3미터 거리 떨어져 있는 탁자 위에 놓여 있습니다. 앞면이 너무 깨끗합니다. (빨려서 그런가?) 그래서 사진 내봐야.. 효과도 없으니 헐어버린 뒷면만 올린 것으로 압니다..
(아.. 대변인 하기도 힘드네...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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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2007.06.28 09:39
정말 댓글 수준이 이정도들 밖에 안되나...
글을 너무 분석하고 곡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옆에 있었지만, 이 글의 핵심은 세탁기에 넣고 돌린 아이팟 결국 버리게
될 줄 알았는데 말렸더니.. 되더라.. 이런 의미입니다..
애플이 이런 알바도 줍니까? 소개 좀 해주시죠..나원... -
oubee 2007.10.09 10:46
무슨 세탁기 들어가서 90분 버티고 사람살리는 MP3라서 MP3구입하시나? 폰이랑 디카도 그런거 사세요 정말 알뜰하고 준비성 있으시네 광고라니 정말 웃기네요. 와... 무슨 닭인가? 저능아임? 이글보고 외국 뉴스기사난 사람살렷다는 글보고 제품구입이라니 하..나참 아줌마 아줌마 하는거 싫어했는데 정말 아줌마들인가
무시하세요 한 20년 살아보니 가끔 이런사람들은 대화가 안된다는거 알겠던데 -
조선얼짱 2008.04.11 16:17
제품이 아이팟이어서 달린 댓글들이 많네요^^
애플제품이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마음에 안들어하는 분들도 계시네요.
다른제품이었으면 좀 댓글의 열기가 들했을듯^^
블로그가 주관적 관점의 글들로 구성되는데 ...
좀 심한 댓글들도 있고 ^^
사람들의 다양한 심상을 보게되는듯 ...
세칵기에서 살아돌아온 아이팟이 팩트인데 ...
너무나 그 제조사, 제조사의 A/S, 제조사의 동기화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된 댓글들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 흥미롭습니다.
온라인의 익명성은 결국 이런거구나 결론 짓기 싫은데^^
재미난 글 잘 봤습니다.
그 당시의 심정이 잘 묻어 있네요~
비슷한 경험으로 공감합니다.. 그 옆에서 똑같이 겪었으므로.. 저도 마이티마우스 결국 로지텍으로 바꿨죠. ^^
하하, 이건 다 사장님의 멘트에 영감을 받아서 쓴 거죠! ㅋ
애플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들도 '아이폰이 출시되지 못하는 현실'보다야 덜할거같습니다...
^^ 저는 아이폰 하나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가치 절하 되는 것이 더 안타깝던데요?
냉정하게 잘 선별하면, 애플이 한국에서는 아주 잘하겟져, 무엇보다도 기존 폰들도 더 잘하려고 노력할거 같아여
애플의 고압적인 A/S 는 전세계가 다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아이폰을 막고 있는 우리 통신환경 그리고, 다운 스펙으로 나오는 울 나라 핸드폰... 그런 사실들에서 방통위가 욕 먹는 거죠...
냉철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애플도 기업일 뿐입니다. (고수 레벨의 기업 ^^)
철학과 디자인이 남다르다고 해도 기업의 기본목적이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플에 대한 높은 loyalty는 이런 부분들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 같아요..^^;
(맥북 1년째 쓰는데, 아직 적응중인 1인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