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조우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7.04.23 한자말 바로 잡기 - 조우 (5)
글
한자말 바로 잡기 - 조우
글장이들의 '문자 쓰는' 버릇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진위는 차지하고라도' 들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민중들이 잘 안 쓰는 말을 써서 유식함을 자랑하고 싶어하거나, 적어도 너무 쉬운 말을 써서는 자기가 무식하게 보일 것을 염려하는 것이 글장이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버릇이다. 이 부끄러운 버릇을 싹 뜯어 고치지 않고는 우리 말글을 살릴 수 없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32쪽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32쪽
이번에 바로 잡자고 덤빌 말은 바로 '조우'다. 시비를 거는 방법은 마찬가지. 그냥 '조우'라는 낱말을 들으면 어떤 뜻이 생각나는가? 어떤 한자인지 쓸 수 있겠는가? 당장 낱말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이 '조우'도 아주 흔히 쓰이고 있다. 유식한 사람들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서로 만나야 할 때 주로 쓰는 이 표현을 이번에는 동아일보에서 찾아 보았다.

도대체 '조우'란 어떤 말일까. 국어 사전을 한 번 찾아보자. 엠파스 국어 사전에서 검색하니 다음 화면처럼 다섯 가지 뜻이 나왔다.

정치인끼리 만나는 것이니 '신하가 임금을 만난다'는 내용은 어울리지 않을 테고(뭐 앞으로 임금이 되겠다고 나서는 양반들이긴 하지만 ^^) 우연히 서로 만난다는 뜻으로 조우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만남이 어디 우연이 있는가? 다 의도하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움직이니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으로 만날 것이다. 그렇다면 '조우'라는 낱말을 잘못 쓴 셈이다. 잘못 쓴 이유는 단 하나다. 단지 '조우'가 만난다는 뜻의 유식한 한자말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습관처럼 가져다 쓰지 않았겠는가.
이오덕 선생님은 '조우' 대신 '만남'이라고 쓸 것을 권한다. 그래서 위 기사를 아래와 같이 바꿔 보았다.
박 전대표와 만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 졌으나
그런데 이거 어쩐지 어색하다. 여전히 쓰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라는 한자말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바꿔 보았다.
박전대표와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박전대표와 만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신문은 유식한 사람들이나 보는 것이니 '조우' 같은 낱말을 사용한다고 시비 걸지 말라 하면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도 신문으로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고 신문사들이 여론을 조장하고 또 이미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조우'라고 쓰면 멋있고 '만남'이라고 쓰면 소위 말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글 쓰기 풍토나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터이다. / FIN
Copyright 2006-2007 RayTopia.net. All Rights Reserved.
RayTopia에 있는 모든 글과 사진은 RayTopia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상의 없이 무단으로 복제하실 수 없습니다.
'우리글 바로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말 바로 잡기 – 매수인, 매도인 (4) | 2007.04.27 |
---|---|
한자말 바로 잡기 - 귀추 (2) | 2007.04.25 |
한자말 바로 잡기 - 조우 (5) | 2007.04.23 |
한자말 바로 잡기 - 불구하다 (6) | 2007.04.19 |
한자말 바로 잡기 – 모색 (6) | 2007.04.17 |
한자말 바로 잡기 – 미명 (3) | 2007.04.14 |
조우... -> 만남... 좋은 글입니다.. ^^
아띠 오래 쓰라고 해서리 요즘 부담이 만만찮아요~ ㅋㅋ
뽀대내려고 저도 몇 번 쓰본 기억이 있는데...정말 건방졌다는 뒤늦은 반성을 합니다 ㅜㅜ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저도 그렇게 많이 씁니다. 요즘 반성하면서 글 쓰느라, 사실 저도 머리가 많이 아파요~
제가 이글 너무 감사하게 읽고 복사좀 해될런지요.. 주변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제 홈페이지에 출처를 함께 올리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