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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04 [와인]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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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음식 얘기
2007.06.04 10:39
[와인]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와인 생초보의 와인 맛 기억하기]
칼베 보르도 리저브 2003 /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칼베 보르도 리저브 2003 /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와인 맛을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저마다 특징이 있고 또 작고 오묘한 차이가 있는데 그걸 일일이 표현하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말이 너무 적고, 내 상상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그린 작가는 참 대단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만화 작가들이란 상상력을 바탕으로 먹고 사는 분들이니 ^^ 그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라 생각들기도 하지만.
만화 때문인지, 아니면 와인 세게에선 원래 그런지 몰라도 와인 맛을 표현하려면 별 희한한 얘기를 해야 되는 것일까. 일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 나온 소믈리에가 와인 맛을 표현했다는 한 문구를 보고 난 그야 말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적어도 어떤 맛을 표현했다면 사람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 어설픈 따라하긴지, 원래 그 바닥이 그런 건지, 알 수 있을 일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그래서 와인 맛을 표현하려면 나도 나름대로 고심해야만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일까. 뭐라고 표현하면 내가 나중에 다시 읽어도 그 맛을 연상할 수 있을까. 머리 속 상상은 하지만, 역시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혼자 좌절하고 만다.
수입사 홈페이지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메를로 70%, 까베르네 소비뇽 30%를 섞어 만든 와인이란다. 스위트하기 보다는 드라이한쪽에 가깝고, 풀 바디라 하니 입안에 넣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난다는 뜻일게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형성하는 유연한 미감이 돋보이는 풀 바디 와인이라는데 참 광고 문구란게 희한하다. 이렇게 뱅글 뱅글 꼬아 놓으면 뭔가 그럴 듯해 보이니 말이다.
코르크를 열고 - 뻥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 기분이 좋았다 - 향을 맡으니 그렇게 강하지 않은 와인 특유의 향 끝 무렵에 알콜 냄새가 묻어난다. 다시 확인한 알콜 도수는 12%. 와인잔 반을 채웠지만 바닥이 살짝 비춰 보일 정도로 색깔은 맑다.
어쨌든, 첫 잔을 들어 입에 넣으니 약간 밍밍한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먹어 본 와인 중에서 이런 느낌은 처음인 듯. 다른 와인들은 새콤한 맛 그리고 알콜의 쌉살한 맛에 달콤함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데 이 와인은 달콤한 맛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와인을 계속 입에 물고 있었더니, 입안이 계속 텁텁해진다, 텁텁해진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다가 와인을 넘긴다. 텁텁한 입안을 치즈로 달래고 다시 느낌을 생각해보니,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맛도 없고, 신 맛도 강하지 않고 약간 밍밍한 느낌에 물고 있으면 텁텁해지는 와인이라.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마셔 본 와인 중에 제일 맛없는 와인이다.
결국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하고(!) 코르크를 덮어 다시 넣어두었다. 물론 와인 한 병을 혼자 다 마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치즈와 감자칩을 안주 삼아 먹기엔 너무 부담스러운데다가 텁텁한 맛 끝에 묻어나는 매콤함(이걸 흔히 후추맛, 혹은 스파이시 하다고 표현하는가 보다)이 그렇게 기분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였다.
와인은 공기 중에 노출 시키면 공기와 결합되면서 - 와인이 열리면서 - 부드러워 진다고 한다. 그래서 와인을 잔에 넣고 빙글 빙글 돌리기도 한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와인을 돌린 후에 와인 맛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와인도 그렇게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거 참 희한한 일이다. 선입견 때문일까 아니면 이 와인이 충분히 공기에 노출되어 그런 것일까. 입에 들어갈 때 시큼한 맛도 살짝 덜하고, 머금고 있을 때 께속 텁텁해지는 맛도 한결 줄어 들었다. 처음 맛이 지나치게 텁텁했다면 두 번째는 그런 부분이 많이 줄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달콤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다음 번에 이 와인을 선택할 일은 없을 듯. 하긴, 이 녀석 말고도 줄 서 있는 와인이 많이 있으니 굳이 맛 없다고 생각한 녀석을 고집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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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와인의 길은 멀고도 험하군... ^^
뭐, 고민할 것 없이 이것 저것 마시면서 즐기면 되겠지요? ^^
미국도 와인문화를 받아들인지 얼마 안되어서..
미국 할인점이나 슈퍼마켓 와인코너에 가보면..
쬐끄만 핸드북 같은 걸로 '비즈니스 와인 입문' 이런 책들이 참 많더군요..
저는 공부 좀 해보려다 머리 아파서..
기냥 쏘주처럼 마시기로 했음다..
마셔보고 맘에 드는 걸로만..
식당가도 참이슬만 시키자너요..ㅋㅋ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마셔 본 와인 중에 제일 맛없는 와인이다... ㅋㅋ
아주 진솔한 평.